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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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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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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4.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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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39쪽

사예 - 낙양(천의(天意)-4)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늘어진 전선에 고질적인 헷갈림 방지를 위해 이번주도 삼일치를 한번에 올립니다♨ㅎ,,ㅅ,,ㅎ♨


사예 - 하내군 전선


병주와 흉노왕가의 절반을 휘어잡고 있던 왕신이 양두구육(羊頭狗肉)같은 명분을 들어 중립을 선언함과 함께 조조는 그간 튼튼하던 후방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염려는 후방이 된 조가성에 장수 유소와 함께 7천 병력을 지원, 후방을 살피도록 하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조는 신비의 조언에 따라 3개의 목성을 쌓은 후 회성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유융이 머무는 목야성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면이 적지 않았다.

그 일례로,


“허, 유융이?”

“예. 참으로 대담하지 않습니까, 승상. 목야 인근은 흔한 산등성이 하나 없는 평지. 헌데도 기습적으로 성을 빠져나와 도망감에 일말 주춤거림도 없었나이다.”

“목야를 감시하던 주령은 그를 그냥 두고 보았느냐?”

“아군이 성과 성을 빠져나온 유융부대에 피해를 입히긴 하였으나 소신이 보기에 미미한 수준인 것 같으니 유융이 막대한 준비를 거쳐 성을 나왔다 생각하옵니다.”


조조는 유융이 조가를 포기한 이후 예상과 달리 전선이 두 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드넓게 복잡해짐에 인상을 썼는데 유융 때문에 인상을 쓴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어 고질적인 두통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인상을 풀었다.


“허면 유융의 족적은?”

“아마 연주 인근이 아닐까 합니다. 진류의 사정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또한 단순히 진류의 문제만이 아닌 듯합니다.”

“진류를 넘지 않고 연주 타군을 점하기란 어렵다.”

“예, 허나 무슨 수작인지 제음군 인근에 형주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 규모가 미미하나 당장 예주의 사정이 만만치 않으니 무시할 수 없습지요.”


조조는 예주에 대한 사안이 스치듯 나오자 더 이상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는데 그만큼 예주를 떠나 하북으로 향하며 예주방비에 적잖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주를 방어하고 양주를 공격, 장강 이북의 양주를 온전히 점하고 손권의 항복을 받아내 그 군세와 기세로 예주로 병력이 몰리며 텅 빈 강하, 강릉 등을 공격해 형주를 압박, 단숨에 유융 세력의 절반을 제압할 생각이었으나 생각과 달리 한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진 예주전선이 등 뒤에 자리 잡은 잘 부푼 종기처럼 쓰리게 느껴졌다.


“유융이 연주에 합류했다면 어쩔 수 없으나 여직 하북에 있다 본다. 허니 그의 행방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도록. 만일 그가 하북 전선을 벗어났다면 당장 회성에 하북의 대군을 모조리 투입한 후 낙양으로 향할 것이다.”


조조가 여직 회성에서 시간을 끄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만큼이나 막대한 존재감이 있는 유융 때문이었는데 이제 유융이 황하를 건너갔다면 굳이 회성에 발이 묶여 눈앞 낙양을 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목야성과 회성의 병력이 찜찜하나 당장 낙양이 점령되거나 포위되어 ‘황제’가 난처해지면 10만 대군을 이끌고 있다하더라도 희망이 없으리.


한편 학소에게 목야성의 수비를 일임하고 성을 벗어나 조조의 눈에서 벗어난 유융은 2천 정예와 문흠, 부첨, 강유 등 젊고 충성심 강한 장수들을 거느리고 황하 강변까지 내려갔다가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그들을 추격하는 조조의 병력은 유융이 남쪽으로 내려간 것을 보고 일순 착각할 것이며 착각하는 동안 많은 쓸데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시간이 지체 될 것이었다.


“문흠은 들으라.”

“존명!”

“5백의 병력을 이끌고 잠시 쉬며 시간을 지체한 후 황하인근 강물에 발을 적시며 나의 후방을 따르라. 그리하면 적들은 황하 건너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리.”


유융은 고개를 돌려 부첨을 보곤,


“부첨은 들으라.”

“존명!”

“역시 5백 병력을 이끌고 나의 후방에 위치, 잠시 지체하며 후방을 살피다 문흠을 돕도록.”


이후 강유와 1천 병력을 이끌고 쉬지 않고 서쪽, 조조가 세운 목성으로 향했다.

당시 회성의 동쪽은 목성으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오히려 목성 때문에 조조의 감시가 허술한 면도 있었다. 설마 누가 각 2천의 병력이 머물고 있는 세 개의 목성을 뚫고 드나들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심지어 회성 자체를 감싼 병력도 5만에 달했으니 설사 목성의 방어책을 뚫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회성에 도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과연 유융은 1천 병력을 이끌고 가장 남쪽에 세워진 목성에 당도하여 마상에서 화전(火箭)을 휘날렸으나 얼마가지 않아 목성에서 쏟아져 나온 배에 달하는 병력을 견디지 못하고 꽁무니를 뺐는데 마치 목야성으로 돌아가려다 길을 잃은 모양으로 북동 방면으로 쫓기며 다른 목성마저 건드리게 되었다. 하여 이미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보고를 받고 대기하던 두 번째 목성의 병력이 보에 가뒀던 물처럼 쏟아져 나와 유융의 부대를 덮쳤고 유융의 병력은 이를 견디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며 다시 남쪽으로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먼 거리를 돌아오느라 지친 유융의 병력은 쉬지 못하고 쫓기며 곧 잡힐 듯 보였고 이로 인해 두 목성의 병력이 공을 세우려 추격하길 다툴 때, 도망가던 유융의 병력이 빙 둘러 멈춘 후 머리를 돌리고 추격대 사이로 매섭게 뛰어들었다.

그 모양을 본 목성의 추격대는 훈련받은 정예라, 곧장 속도를 늦춘 채 적들이 돌격하여 뛰어들 길을 병력 사이에 작게 내주고 팔방을 포위하는 형색으로 병력의 짜임을 변화했는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듯 한참 적은 병력으로 뛰어든 유융의 군세가 양 옆으로 위태로이 적을 맞이할 즈음, 멀리서 먼지가 일며 좌우로 부첨과 문흠이 이끄는 유융군이 뛰어들어 거의 포위된 유융의 병력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융은 큰 피해를 입었으니 일단 유융의 2천 병력 중 고작 1천도 채 살아남지 못했으며 유융의 행보에 골머리를 앓던 겪던 조조에게 위치와 처한 상황을 알려주게 된 것이었다.

목성에서 보고가 닿자 회성을 공격하던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제 주제를 모르고 설치다 피를 보았구나! 목성이라 하여 쉬이 불붙을 줄 알았던가!”


목성을 세울 적에 불에 대한 방비를 단단히 한 왕기를 크게 칭찬하고 유융을 쫓으러 친히 회성의 5만 중 1만 정병을 추려 남쪽 목성에 머물렀다.

이에 쫓기는 유융은 황하를 따라 동쪽으로 움직이다 목야에서부터 추격해 오던 조조군과 마주치며 앞뒤로 포위된 형색에 처하니 지난날 원소에게 그랬듯 강을 뒤에 두고 대병에 둘러싸인 형국이라.

이를 보고받고 막 유융을 잡으러 목성을 나선 조조에게 회성에서 연락이 닿길,


“기관을 넘어 하동 태수 왕평이 이끄는 1만 5천 병력이 회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합니다. 또한 포위된 유융이 아군을 견제하기 위해 강가에 큰 불을 피워 당분간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합니다.”

“그으래? 저 멀리의 왕평 따위는 염려할 것 없으니 유융을 우선하라 전하라.”


하였으나 얼마가지 못한 조조에게 또 다른 연락이 닿으니,


“연진에서 출병한 병력 4천이 목야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합니다.”

“허, 그럴 병력이 있거든 제 주인이나 돕지, 목야성의 승패는 이미 이 조조의 안중에 없나니 다만 물러나 조가에서 군세를 돌보며 명을 기다리라 이르라.”


하였다.

헌데 막상 조조가 유융이 포위되었단 곳에 도착하니 조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융병력의 수백 시신과 매케한 연기 뿐, 유융과 그 장수들은 이미 벗어나고 없었으니.


“놓쳐? 어찌? 고작 1천도 안 되는 병력을 그 다섯 배가 넘는 병력으로 둘러싸고도 어찌!”


조조는 거듭 미련을 남기며 쉬이 철수하라는 명을 내리지 못했다.

또 애초에 유융이 목야에서 뛰쳐나와 눈에 띄는 행동들을 할 때 반드시 퇴각 준비를 해 두었으리라고 좀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목야에서 조가로 물러났을 병력을 다시 목야성으로 내보내라는 명을 내렸다.


조조의 포위를 벗어난 유융은 황하를 따라 여유롭게 목야로 향하고 있었다.

포위된 유융을 구원하기 위해 약속된 때에 황하의 뱃길로 마중 나온 병력에 섞여있던 가후가 나서 인사했다.


“서량 천수 태수의 주기(主記), 가후가 상국을 뵙습니다.”


유융이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가후를 반가워했다.


“그대의 이름은 전대(前代) 옹주자사와 작금의 옹주자사에게 익히 들었소. 원소와 마등, 한수의 외교관계를 손 안에 넣고 오로지 태수만을 위해 놀음했다지?”

“어찌 한 명의 인간이 만사에 그처럼 완벽할 수 있겠습니까? 소인이 하지 않은 일에도 소문이 붙어 그리 들으신 것뿐입니다.”

“그런가? 하여, 먼 걸음 하셔서 이 유융에게 무슨 좋은 가르침을 주려는가?”


가후는 구부정한 허리를 몇 번 두드려 보더니 유융과 눈을 맞추고 침을 쩝쩝 삼킨 후에야 입을 열었다.


“상국의 목숨을 건 잔꾀로 목야의 군세를 자유롭게 만든 것은 훌륭하나 다 천운이 따르고 조조가 상국의 목을 그만큼 원한 덕일 뿐, 그도 이제 이 이상을 속진 않으리니 다음번에는 조조가 파둔 함정에 갇혀 두 번 살 수 없으실 것입니다.”


함께 듣던 부첨이 유융을 향한 충심으로 매섭게 노인을 노려보았으나 유융이 모르는 척, 다시 물었다.


“허면 어찌해야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하남에서 날뛰는 장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하나 정작 내가 부실해 조조에게 다른 기회를 준다면 다 허사일 것인데.”

“과연 상국께서 정확히 보고 계시니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아첨을 다 하였거든 좀 알려주시게.”


함께 자리한 문흠 또한 유융이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의지하는 것을 좋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간 저런 늙은이 없이도 전선에서 큰 이득을 거둔 유융과 장수들이 아니던가?


“어찌 상국께서 장수들과 함께 잘 짜놓은 대계를 이 늙은이가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겠습니까? 모든 계획은 다 상국의 주머니에 있을지니-.”

“...........”

“다만 상국께서 살짝 조급해 지셨다면 강과 산을 의지하지 마시고 없던 성을 의지하는 우(愚)도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장은 탐나겠으나 결국 무너질 성이요, 다시 쓸 일이 없나니 이를 탐하는 것은 지극히 따분한 물욕(物慾)일 뿐입니다. 상국께서는 조조와 달리 저런 성이 없이도 하내를 통치하실 수 있지 않나이까?”


유융은 눈이 많은 곳에서 노골적으로 말을 아끼는 가후에게 옥대(玉帶)를 하사하고 쉬라 물렸다.

문흠이 옥대를 아까워하며 물었다.


“상국께서는 과하게 노인을 공경하시나이다.”

“그런 것이 아닐세.”

“그런 것이 아니라면 소장이 듣기로 그만한 헛소리가 없거늘 어찌 귀한 물건을 하사하셨습니까?”


곰곰이 생각하던 강유가 유융을 대신해 답했다.


“소장이 듣기로 가후 공이 조언한 것은 목성은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그로인해 위협이 적지 않으나 어찌보면 조조는 물자와 병력을 낭비해 상국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아직 없지 않습니까?”

“백약의 말이 조금 옳다. 허나 그보다 깊은 뜻이 있겠지.”


문흠이 의심하고 강유가 골똘히 생각하는 가운데 유융이 다시 가후를 찾아 말했다.


“내가 직접 군을 이끌고 두들겨 본 결과 적의 목성은 화기(火氣)에 강한 방비를 해 둠은 물론 병력 사이의 거리가 먼데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길 간밤의 부부처럼 친밀히 행하고 있었소. 게다가 이 몸이 직접 조가에서 큰 불을 낸 적 있으니 더욱 적이 화공을 경계하리다.”

“상국께 의지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라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찌 조조와 그 병력을 두고 성을 노리십니까? 그것도 한낱 목(木)성이지 않습니까?”

“조조? 그는 대군의 호위 하에 있으며 지휘하지 앞장서서 창칼을 휘두르는 인물이 아니오.”

“........감히 노인이 생각키로 상국께선 스스로 이목을 끌어 목야성을 견제하는 조조군을 흐트린 후 남쪽에서는 연진의 병력을 불러오고 서쪽에서는 하동의 병력을 불러와 전선을 더욱 어지럽힐 생각이셨지 않습니까? 그로인해 당장 왕신의 재 개입을 막고 우세라 점쳐진 조조군의 실력을 격하시키는 것도 노리셨겠지요.”

“그뿐인가?”

“어디 그뿐인가요? 조조에게 역공의 여지가 없게 새로 투입된 병력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매섭게 몰아붙이실 생각이시지 않으셨습니까? 지난날 병사 하나하나를 두고 아끼시던 태위께서는 어느새 상국의 지위에 올라 2천 병력의 목숨쯤 가볍게 놀리시며 물불가리지 않게 변모하셨으니.......”


확실히 유융이 조조를 상대하는 전략의 기본이 된 것은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유융의 모습과 반대되는 길로 전략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작은 거점하나라도 중요하다면 무리해 손에 넣으려 적지 않은 병력을 희생하기도 했고 백성들의 밭과 집을 순간에 태워버리기도 했으며 공을 탐하는 장수들을 노골적으로 경쟁시켜 더 많은 이득을 보기도 했다.


“내 변화는 필요에 의한 것이오. 즉, 그대의 말이 옳다면 나는 내 모든 계획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음이라.”

“이 가후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알지. 그대는 지금에야 아들의 출세를 신경 쓰는 것인가?”

“노구가 해준 것 없어 가슴 아픈 아이라, 이제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게는 천하일색(天下一色)도, 천하일미(天下一味)도 다 소용없음이라. 그저 자식 잘되길 바랄 뿐입니다.”

“허면 가목이 진류에 세운 공이 크다 하니 능히 자사에 어울리지 않은지?”

“정치에는 관인과 금인(金印)이 모두 필요한 법입니다.”

“감히 일국 재상의 사재(私財)마저 노리는가?”

“상국께서는 업성 위공부에 쌓여있을 금산(金山)이 탐나지 않으십니까? 아마 상국부의 수십 배에 달하리다.”


유융은 코앞에 놓여있던 붓을 먹에 담가 가후의 소매에 길게 약조하기 시작했다.

감히 대대로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아니고서는 구하기 힘들만큼의 재보(財寶)와 연주자사의 지위를 가목에게 약조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가후가 몸을 깊숙이 숙여 유융에게 방도를 일렀다.


******


형주 - 영천군 전선


시가전(市街戰).

조조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된 허도의 저자 건물들은 내성(內城)으로 향할수록 규칙과 불규칙을 번갈아 보이며 한층 반격에 대응하기 힘든 길목들로 변모해 그에 따른 공격 측의 희생을 요하고 있었다.

하후연은 성루가 떨어진 것에 개의치 않고 병력과 물자들을 빠르게 돌려 내성으로 집중시키고 그 사이사이에 위치한 건물들을 무너트리거나 태우며 보루(堡壘)로 삼아 크고 작은 병력을 배치해 성내로 입장한 형주군에 꾸준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시간을 끈다는 것을 보여주길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허도군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


“동쪽 성벽에 산재(散在)해 두었던 물자는 어찌 되었느냐?”

“명에 의해 길목, 길목에 쌓은 후 불을 놓았으나 적병의 행보가 생각보다 재빠르고 아군의 기세가 많이 상해 목표의 절반에 달하지 못했나이다.”

“허허-, 오늘 성벽을 지키던 병장기들이 내일 적군의 손에 잡혀 목 언저리에 닿겠구나!”

“송구합니다.”


또는,


“어찌 후발대의 퇴각이 이리 느리단 말인지? 허도의 골목과 건물이 모두 아군이거늘.”

“적군이 신출귀몰(神出鬼沒)하니 필시 적중에 허도를 제 집처럼 아는 자가 있는 듯합니다. 골목골목이 모조리 봉쇄된 상태에서 적병이 아군을 끌어들였으니 후발대를 포기하여 부대의 병력을 유지함이 옳습니다.”

“허 장군이 있어 시간을 벌었기에 나와 자네들이 살았거늘, 버릴 수 없다.”


하였으니 양군의 물적, 인적 피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례하고 있었다.

형주의 장수들 또한 내성으로 접근할수록 불어나는 피해와 늦어지는 진군속도, 강력하고 교묘해지는 반항에 난감하였으니,


“군사님. 후방에 1백의 적군이 나타났습니다.”

“허, 그놈들은 쥐새끼마냥 잘도 숨는구나. 반드시 퇴치하리.”

“그것이........ 잡자고 접근하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하며 허도군이 단순히 위협만하고 사라지며 움직임을 번거롭게 만들거나,


“장군, 근방 백 보(百 步)가 건물 잔해로 가득해 수레가 지나가기 힘듭니다. 행군을 늦추심이 옳습니다.”

“좌우에서 함께 행군하는 아군과 발 맞추지 않으면 적에게 틈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 어서 빠르게 치우고 행군할 수 없는 병력은 일부가 남아 지킨다.”


행군의 완급을 강제하며 전체적인 전략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

이런 난관을 차근차근 혁파하고 내성 인근에 도달한 일군이 있었으니, 외성의 배는 높아 보이는 성루를 살피던 맹달이 제갈량에게 말했다.


“내성에서도 지난날과 같이 시간을 끈다면 사군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인데 감군께선 좋은 방도가 없으십니까?”

“사군의 행보요?”

“하북의 전선이 수세(守勢)에 몰렸다 전해들었습니다.”


맹달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제갈량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장군께서 보시기에 수세에 처한 허도의 병력들이 쉬워보이십니까?”

“그렇지 않기에 감군의 지혜를 의지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수세에 몰린 적의 기세는 결코 물러설 곳이 없고 의지할 성벽이 단단하며 쌓아둔 물자를 믿기에 이전보다 거셀 것입니다. 아군은 병력이 많고 역시 물자도 적지 않으니 필시 두 세력의 판가름은 기세에서 나리다.”

“기세요?”

“예. 지난날 전공을 세워 출세코자 하던 장군의 마음가짐을 오늘날에도 볼 수 있다면 능히 적보다 큰 기세를 보이기 충분할지니 이럴 때만은 잔꾀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피해를 감수하고 남아답게 돌격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방도일 것이외다.”


이는 북쪽과 서쪽을 이끄는 장수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동쪽을 제외하고 성벽에 접근해서도 쉴 세도 없이 더욱 거세지는 형주군의 공성에 질린 허도의 장수들과 관료들이 모여 상의했다.


“적과 같은 거리를 걸어도 퇴각한 아군 병력의 체력이 떠 빠르게 하락하는 법입니다. 적들이 저토록 철두철미하고 두려움 없으니 꾀를 부려 시간을 벌지 못하면 진류보다 허도가 빨리 떨어지는 수치를 겪으리다.”

“허면 위진 공은 좋은 생각이 있소?”

“동쪽은 병력도 적고 진군도 느리니 아군에게 여유가 있을 때 병력을 내어 적을 쳐 전체적인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면 희생이 얼마든 감수할 만 하리다.”


위진의 헌책에 술렁이는 장수들은 눈치껏 동벽을 수비하던 장수들이 나서길 기대했지만 누가 때에 맞춰 용감히 사선으로 향할 수 있겠는가?

하여 위진이 탄식하더니,


“이는 능히 통솔이 가능한 장수가 나서야겠으나 이 몸이 승마에 재주가 깊고 검에 조예가 있음이라, 찬성한다면 동벽으로 진군하는 형주군에 작은 타격을 주어 보겠습니다.”


하고 나섰다.

과연 위진이 6백 병력을 몰아 유종이 이끄는 2천 병력에 짓쳐 들어가자 유종 좌우에서 5백씩의 병력이 쏟아져 나와 위진의 병력을 삼켰다.

유종이 외쳤다.


“참군의 말대로 속도를 늦추니 적이 아군을 우습게보고 뛰쳐나왔다. 어서 적을 섬멸하고 적장을 사로잡아 대령하라!”


위진은 자신이 함정으로 뛰어든 줄 알았으나 기죽지 않으며,


“이제 살아 돌아가기 힘들게 되었구나! 처자식을 지키는 전우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분투하자!”


형주군에 뛰어들어 다섯의 기병을 연달아 베다 낙마해 사로잡혔다.

비록 장수가 사로잡혔으나 병력이 기죽지 않자 유종이 잡혀 꿇려온 위진을 설득했다.


“그대의 충정에 저들이 당백의 의기로 정예로우나 모두 아까운 목숨이 아니겠소? 어찌 수하들을 불러 투항하지 않소?”

“결국 묵향(墨香)나는 승패만 몇 줄 남겨 전해질 뿐이오.”

“어찌 사서(史書)에 남을 그대의 명예만 생각하는지? 저들은 다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오? 이제 칼날아래 헛되이 희생되니 이미 승패가 갈린 전쟁에 억지로 백성을 밀어 넣은 어리석은 장수로 이름을 남길 뿐이외다. 어찌 변절의 낙인이 두려워 수백 백성을 희생 하는가 이해할 수 없소. 그대는 황제를 모시며 황은을 베풀지 않고 실로 도적을 섬기며 거짓으로 불쌍한 백성들을 꾀어내는 사람인가 하오.”

“전쟁이 아직 그치지 않았거늘 어찌 승패를 알아 패전이라 부르는지? 내 이름과 저들의 칼로써 전투에 희생하면 전우를 위해 분노하여 백날을 지킬 정병이 성벽 너머 수천이라, 능히 전황을 뒤바꿀 수 있다!”

“고집하곤!”


유종은 궁병을 모아 한 곳으로 몰아넣은 병력을 향해 난사(亂射)할 것을 명했다.

같은 시간, 서쪽에서 내성을 살피는 위연의 눈에 성벽에 올라 사방을 친히 지휘하는 하후연이 보였다.


“연아! 하후가의 연아! 어찌 뒷모습이 그리 처량할까? 젊을 적 명성은 다 허사일까 하노라.”


곧 위연을 알아본 하후연이 눈을 부릅 뜨며 활을 잡아 세 번 쏨에 위연의 말이 맞고, 위연의 호위가 맞고 위연의 어깨에 꼽혔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손관이 대노하며,


“어찌 활을 들고 잘 쏘는 손이 저 손 뿐이랴?”


세 번 쏘니 장군기에 구멍이 뚫리고, 하후연을 보좌하던 부장의 목이 뚫리고 하후연 투구의 술(鶐)을 끊었다.

하후연이 놀라 손관을 보니 손관이 화살을 한 대 더 먹여 쏘았으나 하후연이 손관을 보며 급히 쳐냈다. 이후 그가 손관을 향해 다시 활을 들자, 위연이 어깨의 고통을 무시하고 부장의 활을 빼앗아,


“이놈! 아직 이 몸이 살았거늘 감히 어디로 눈을 돌리느냐!”


하고 하후연에게 쏘았다.

성벽에서 떨어지는 하후연의 몸을 본 위연의 명에 의해 나선 병사들이 끌고 와 보니 하후연은 이마에 화살을 맞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처참히 죽음이라, 성 위와 성 아래의 적아가 모두 놀란 가운데 손관이 크게 외쳤다.


“적장 하후연이 신야 태수의 활에 죽었다!”


서쪽의 소란은 곧 남쪽과 북쪽을 지나 동쪽에까지 이어져 형주군의 사기는 올리고 허도군의 사기는 크게 꺾이는 결과를 보였다.

하후연을 따르던 장수들이 끝까지 지키며 결사항전 하였으나 아까운 목숨만 스러질 뿐, 끝내 성을 지키지 못하고 형주군이 안으로 드니 이를 지켜보며 가슴을 치던 동소가 크게 탄식하며,


“천운이 우리에게 없음에야 용장 수백에 정병 수만이 있으면 어찌할까! 이제 헛되이 욕보느니 늙은 목숨 추하지 않은 것이 옳구나.”


하고 자해했고 이를 보던 관료들 중 따라 자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맹강과 왕필 등은,


“예주와 연주의 운이 다했다고 너른 땅에 설 곳이 없지 않다. 진정 와신상담(臥薪嘗膽)하리.”


하고 성내로 유유히 들어오는 형주자사를 맞이했다.

과연 사태를 확인하고 놀란 유종이 자해한 자들의 시신을 손가락질하며,


“어찌 조조의 일가(-하후연)를 따라 죽은 이들이 이리 많단 말인가? 저들은 여직 살아있는 삼황자마저 황제라 따르지 않았음이니 이는 진정한 반역이라. 볼 것도 없고 성 밖에 내다버리라. 역도는 죽어서도 들개의 밥이 됨이 천리에 따르는 것일지니.”


하고 여직 살아 자신을 본 관료들을 보고는 비웃으며,


“옷을 벗겨 나신으로 태양아래 서게 하라. 하늘의 선제께서 불충한 족속들의 얼굴을 보실지니 대대로 불행할 것이다.”


그들은 반나절 동안 허도황궁 대전 앞에서 맨몸을 한 채로 볕 아래 서 병졸들의 욕을 먹다가 해가 질 즈음에야 내성에 들어선 제갈량에 의해 겨우 그늘로 몸을 옮기고 거적대기를 받아 치부를 가릴 수 있었다.

제갈량은 유종이 내버린 이들의 시신마저 예로 수습한 후였으나 냉랭히 표정 지으며 한껏 고개 숙인 맹강 등에게 말하길,


“형주자사께서는 종친이시며 지난날 패전의 죄를 지었음에도 황은을 입은 바 있는 몸이라 유독 충심이 굉장하시오. 다만 그대들이 산목숨을 유지하는 이유는 내가 불충해 사사로이 그대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 낙양의 황제께서 친히 보고 죄를 살피고자 하심이라.”


하였으니 두렵고 부끄러워 고개 들지 못하는 이들이 전부였다.

패배함에 이를 갈며 와신상담하리라 말했던 인사는 대낮 볕 아래 모조리 말라 죽었는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으니 오늘 이후 와신상담이라 외친 것은 패전 후 죽음을 외면하고 어찌 몸보신 하려는 이들의 듣기 좋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오직 위진만이 유종과 방통의 상객(上客) 초청을 번갈아 거절하고 하후연과 동소 등의 시신과 마주앉아 숙식을 함께했다.


장안(長安) 2년(223년)의 끝 달.

형주자사 유종이 이끄는 대군이 마침내 허도를 함락, 승전보를 직접 올리러 낙양으로 향하니 공이 큰 신야 태수 위연과 군사 방통이 형주군을 계승, 각기 형주군제도독과 예주군제도독이 되어 군을 이끌며 여직 반항하는 크고 작은 현을 토벌했다.


장안 3년(224년) 초봄.

예주의 소식을 접한 연주자사 하후돈이 진류에서 급사(急死)했고 이로 인해 진류를 비롯한 연주의 전선과 민심마저 크게 흔들려 예주의 형주자사를 뵙기 위해 방문하는 연주의 인물들이 줄을 이었으나 유종은 이미 낙양으로 떠나 이를 만날 수 없었다.


******


양주 - 여강군 전선


기어이 강을 넘어 강동 땅을 밟아 동으로, 동으로 퍼져가는 조인의 병력이 수만에 달할 때, 여강에서는 3만씩의 비등한 전력으로 끝없이 서로를 향해 도전하는 여범과 조휴의 치열한 전투가 쉴 틈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두 세력 사이에서 조금씩 발을 넓혀가는 유의와 감녕의 1만 2천 병력이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법정의 5만 촉병이 형주 장사성에 당도하기 보름 전이었다.


익양을 점하고 파양호 주변을 깔끔히 정리한 유의는 유엽에게 익양을 맡기고 파양호 북동부의 황매(黃梅) 지역에 둔치고 있었다.


“허허, 여거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유 종정(宗正).”


유의가 양주에서 쫓겨나듯 강하로 돌아간 후 양주에서는 칙사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았기에 유의를 칙사라 부르지 않았다.


“여 대도독께선 요즘 좀 어떠십니까.”

“아버님의 곤란이야 여전하신데 그나마 강하에서 과거를 잊지 않고 이리 달려 나와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요........ 우선 쉬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여거에게 급한 볼일이 있는 듯 했으나 유의는 완곡히 거절했다.

같은 시각, 유의와 다른 손님을 맞이한 감녕은 객을 향해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겨댔다.


“뭐-라?”

“양주자사 경 수춘 태수이자 정남대장군이신 조인님께선 강하 태수와 여강을 나누고자 하십니다.”

“어찌 남의 땅을 네들 멋대로 나누고자 하느냐? 정녕 제 정신이 아닌지.”

“이미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수호에서 존경할 만큼의 무위를 보여주며 의리를 지킨 강하의 병력을 쓸모없다 내친 모욕을 준 강동이라고.”

“허! 이제는 이간질도 대놓고 하는구나.”


두 사람 사이에 날선 눈빛이 오갔지만 우선 볼 일이 있던 환범이 눈을 먼저 내리고,


“이제 익양은 물론 굳이 예장의 팽택을 공격해 크게 노략한 저의는 강동에서도 눈치 챘을 텐데 어찌 그리 발뺌하십니까? 전장에 영원한 동무는 없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지 않습니까.”

“한번 친한 동무는 싸우고 화해하길 자주하는 바라.”

“한번 친한 사이라하여 어찌 춘추(春秋)의 관이오와 포숙아만 같겠습니까? 아름다운 우정이 있다면 반드시 전국(戰國)의 방연과 손빈 같이 죽여야 발 뻗고 잠드는 교우(交友)도 있을지니. 이제 손권이 나무 세 뿌리로 모욕함에 유수호에서 장렬히 죽어나간 강하 장졸들이 차마 편히 쉬지 못해 원혼이 되어 한탄하지 않겠습니까?”


환범의 말에 끙- 콧소리를 낸 감녕은 마지못해 ‘이는 혼자 생각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어 그를 물리쳤다.

환범은 물러나며 내심,


‘이번 목적은 강하군과의 밀약보다 양주와 형주사이에 깊은 의심을 심어 얕은 골을 깊게 만드는 것이니 이만한 시간을 장수와 긴밀히 보낸 것으로 되었다.’


하며 웃고 만족했다.

과연 감녕은 여거가 나가는 길에 유의를 찾아 환범의 이야기를 꺼내니 여거는 덜컥 놀라,


‘이곳에 조인의 사자가 와 있음은 무슨 소리인가, 혹여 지난 일을 잊지 못하고 조인과 화평을 꿈꾸는 것인가. 하북의 일에 태위가 조금씩 밀린다더니 양주에서 군을 거두고 아군이 시간을 끌며 조인과 양패구상(兩敗俱傷)하는 것을 노리며 기다리거나 그간 피해입은 내실을 다지려는 것인가.’


하고 슬쩍 의심을 품었다.

날이 밝자 유의는 환범을 먼저 불러 얼굴이 벌게지도록 흥분하며,


“아버님께서 어지러이 싸우실 적에 몰래 나를 찾음은 나를 무시하고 정치적으로도 음해하려한 행동이라. 내 비록 사적에 남을 효자는 아니나 민가의 백성만 못하지 않나니 그대를 낙양으로 압송하여 내 더럽지 않음을 밝히겠다!”


하고 감녕은 감녕대로 느즈막히 여거를 불러 자리를 권하지도 않고 허리춤의 검을 노골적으로 쓸어내리며,


“지난날 동맹에 따라 여강을 동분서주했을 적에는 참으로 진실 되게 우의를 나눔이 서로 동등한 줄 알았소. 이제 여 대도독이 그 자식을 보내 맘 약한 공자를 설득하려함은 참으로 무례하고 너무한 처사요. 내 비록 무부(武夫)이나 그리 어리석지 않은 바, 충심으로 공자를 위해 그대를 베어 현실을 일깨우고자하나 지난날을 생각해 도망칠 수 있는 하루의 기회를 주겠소.”


환범은 하룻밤 새에 죄인이 되었고 여거는 도망자가 되어 떠났으니 이를 살피던 구봉이 이풍을 만나 말했다.


“이제 나의 형제가 여강에서 외톨이가 됨이라. 그대는 어찌,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있소?”

“방책이란 어려울 적에 내놓지만 어렵기 전에 짜두기도 합니다.”


구봉이 잠시 생각한 후 납득하자 곁에서 훔쳐 듣던 맹획은 답답하여,


“예이! 사내답지 못하구나.”


하곤 쿵쿵 거리며 유의에게 찾아가 몰래 물었다.


“네 놈이야말로 사내답지 못하지 않느냐?”

“이풍은 먹든 종놈이고 소인은 공자님을 호위하는 장수라, 어찌 사내가 되어 종놈과 대계를 상의하리까?”

“허허, 그러냐?”

“허니 어서 말씀해 주시지요.”

“지금 여범과 조휴는 환성에서 대치하고 있고 육손과 장합은 육안에서 싸우고 있다. 서로 여강을 반으로 나눈 것으로 보이나 실상 여강군의 대부분이 익양처럼 머리가 바뀌는 형식을 통해 조인에게 넘어간 상황. 이 상황에서 여강의 서쪽을 잡은 우리가 여범과 동맹하면 어찌 되겠느냐?”

“음-. 익양을 근거로 파양호에서 북진, 최소 여범군의 후방을 안정시킬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그 도중에 병사를 재촉해 머리들을 조금만 제거한다면 진실로 여강을 ‘반으로’ 나누는 쾌거가 있겠지요. 즉, 조휴든 장합이든 단 며칠 만에 아군에 밀리는 형국이 됩니다.”

“옳다. 허면 조인과 밀약하면?”

“그럴 일은 없겠으나 그리된다면 멀리 떨어진 육안에 있는 육손의 병력이 크게 위태로워지지 않겠습니까? 육안에서 버티자니 여범이 강하군에게 배후를 밟혀 반드시 망할 것이요, 여범을 구원하지 않는다면 진실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심중(深重)에 놓이는 처지이지만 그렇다고 육안을 포기하면 여강전선에서 손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나니......”


끙끙대며 머리를 굴리던 맹획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유의가 등을 두드리며 끝을 맺어주었다.


“허나 내가 육손을 봄에 그는 자양 선생만큼 생각이 깊은 인물이라. 강하군이 여범의 뒤를 쳐 강하로 가는 길목을 조인에게 순순히 내어줄 일이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요,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쉽게 움직이지 않고 퇴로를 확보한 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하여 그들이 이리 오해하고 계산하며 이를 토대로 병력을 집결해 서로를 극심히 견제하는 사이 아군은 빠르게 군을 몰아 현재 조인이 점한, 허나 관리가 미비한 장산(山)을 손에 넣는다.”

“장산은 적중이지 않습니까? 환성과 육안 사이에 떡하니 위치해 있거늘 어찌 그리 무리수를 두시오, 공자님?”

“장산은 여범과 육손에게 여유병력이 있다면 가장 먼저 손에 넣어야 하는 거점으로 대별산맥에서 뻗어나온 산의 특성상 심산에 들면 뒤를 잡히지 않고 산에서 내려오면 육안, 환, 협석은 물론 석정까지도 뻗어나가 유수에 닿는 것이 가능하다. 조인은 그로 인해 두 곳을 수비하던 병력을 사방으로 나누어야 할지니 제한된 여강의 병력이 분산되 제 기능을 잃을 것이며 여범과 육손은 아군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으니 우리가 장산을 점하여 시간을 끄는 동안 장산 후방, 끈 떨어진 여강군의 절반은 아군에 포섭될 것이다.”


이미 손권이 선대로부터 선정을 베풀며 십 수 년 간 민심을 쌓아온 여강군을 그리 쉽게 포섭할 수 있는가?

맹획이 고개를 갸웃할 적에 어느새 다가온 이풍이 슬며시 덧붙였다.


“그리고 포섭 대상에는 손가가 포함됩니다. 그것으로 여강의 백성들은 강하군과 손가를 헷갈려할 것이니까요. 아직 동맹중이지 않았습니까?”

“엥?”

“정확히 손가는 포섭이 아니라 회유라 불러야겠지만.”


이후 유의와 감녕은 군을 나누어 각기 동과 북으로 진격해 장산으로 향했고 틈틈이 손권과 조인이 점한 현성 중 만만한 곳을 가리지 않고 돌파해 여범과 조휴가 서로를 의심해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했다.

마침내 장산에서 조인군 수백을 몰아내자 유의는 이풍을 육안에 보내어,


“육손 장군께서는 여대도독과 함께 여강을 떠받드는 대공을 세우셨습니다. 과거 근친인 육강 태수가 지키던 곳이라 남다른 것이 있었겠지요. 이제 조인에 의해 여강에서 손가는 두 성과 작은 몇몇 현을 제외하곤 발붙일 땅이 없나니 대세를 따르심이 어떨런지요.”

“대세? 유 종정은 조인과 손잡고 승상이나 태위께 투항하길 권하시는 것이오?”

“어찌 조인 따위가 대세일까 합니다. 오늘날 장산 너머 익양까지 여강 서부 땅은 다 유 종정의 발아래 있지 않습니까?”


육손은 그것이 아님을 알았으나 그냥 돌려보내면 그들이 조인에게 같은 수작을 걸 것임을 알았기에 서둘러,


“옳소. 내 그를 잘 알지니, 내게 큰 권한은 없으나 그대들에게 최대한 협조토록 하겠소.”


만일 유의가 충심 깊고 군의 정점에 서 행동에 제약이 많은 여범에게 사절을 보내 협박했더라면 쉽사리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비록 육손 또한 당장의 어려움을 회피한 후 말을 꼬아 바꿀 인물이었으나 당장 며칠이 중요한 일이라, 이로 인해 얄팍하게나마 형주와 양주의 세력이 다시 협조하니 여강의 대세는 수만을 거느린 조휴도 여범도 아닌 수천의 수장, 유의에 의해 기울게 되었다.

육안과 장산의 병력이 당장 협력하자 반나절 사이 외롭게 변한 것은 육안을 견제하며 여강 동북부를 휘여 잡고 있던 장합의 병력이었다.

허나 육손이나 유의가 장합에게 ‘우리 손잡았으니까 대비하는 게 좋을 것임.’하고 미리 알릴리 없었고 육손이 움직이자 유의가 몰래 따라 움직이니 단순히 육손만 대비하던 장합은 옆구리를 세게 맡은 형색이 되어 피해를 입은 채 석정까지 달아났다.

육손은 이후 외교적, 군사적 우위를 잡기 위해 협석으로 3천 병력을 보냈지만 이미 유의가 손을 써두어 구봉이 1천 6백 병력으로 선점, 좁은 길목에서 지키고 있었고 유의는 이를 보고받고도 이풍을 보내 티내며 모른 척 해 줌으로 우위를 지켜냈다.

그제야 유의의 속내를 파악한 조휴는 땅을 치며 후회하길,


“하나의 돌로 막을 물길을 잠시간의 머뭇거림으로 다섯, 여섯이 들어가게 생겼구나. 유융은 무슨 복이 있어 젊은 아들마저 외교와 군사에 저리 능수능란한가?”


하였고 여범은 유의에게 적잖이 실망하고 분노했으나 곧 다시 여거를 보내 이르길,


“종정의 심계는 한초(漢初) 진평에 버금가는구려. 이제 서로 다시 화합했으니 반드시 (양주)자사의 깃발아래 함께 서서 적을 모두 몰아내고 이후 장산 한 켠에 칼을 풀고 앉아 그대가 공손히 따른 술잔을 몇 번이고 기우리며 노래지어 부르리니 어찌 좋지 않을까?.”


유의가 맹획을 보내어 답하길,


“지난날 숙부같이 친애하던 대도독이시여, 소인이 감히 여강 서부를 정벌해 크게 안정하고 민심을 얻었으니 이제 환에서도 일군을 내어 조적을 치면 능히 여강을 모두 수복하여 조인의 후위를 끊을 수 있을지니, 이를 위해 환성을 비롯하여 후방은 이 조카에게 맡기소서.”


하였다.

말인즉 서로 친밀히 사귀며 앞으로도 쭉 돕자는 것이었으나 여범은 군세의 우위를 자랑하며 여강의 전역의 우선권을 주장하였고 유의는 한 수 무르는 척, 여강 서부는 이미 나의 것이니 잔말 말고 환성까지 넘기는 것을 약조하면 최소한 뒤통수를 치진 않겠다 말하는 것이었다.

마침 조휴가 낌새를 알고 장합과 함께 군을 몰아 환성을 대대적으로 몰아치니,


“장산과 육안의 병력이 비록 만만치 않으나 아직 멀리 있고 제대로 화합치 못하였다. 즉, 환성만 뚫려도 그들은 겨우 마련한 후방을 빼앗긴 것과 같고 우리는 여강에서 강하의 정예까지 토벌할 수 있으니 참으로 전화위복이리.”


여범은 고집을 부릴 때와 아닐 때를 가릴 줄 아는 인물이라, 유의와 약조했다.

허나 유의는 조휴의 뒤를 견제할 뿐, 여범이 승리하도록 돕지 않았고 이는 급하게 돌아가는 장강 너머 강동에 한 푼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의가 강동의 사정을 살피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찌 세 그루씩이나 되는 나무를 주며 비웃었는가? 이제 조인이 땅을 모조리 짓밟아 나무를 심을 데 없어지면 손가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없는 이가 되는 것을. 하하, 하하하.”


유의는 유엽과 상의해 감녕에게 장산을 맡기고 익양에 돌아가 팽택을 재점령하고 군을 주둔하니 비록 훈련되지 않은 강하의 잡병 1천 8백을 이끌었으나 이미 한번 세게 털린 팽택의 반항은 미미(微微)했고 곧 법정이 도착해 손권과 교섭하고자 하니 유의와 등지가 날름 끼어들어 예장의 전역이나 마찬가지인 주요성들을 절반이라 부르며 손권에게 이를 희생토록 종용(慫慂)했다.

이를 두고 손권과 주유가 이를 박박 갈았으나 당장 예장은 이미 법정의 병력을 막을 방도가 없었음이라, 차라리 예장의 길을 내어 바삐 촉군을 끌어들이며 조인의 눈을 돌리고 적병을 분산해 강동의 땅 한조각이라도 더 보존하는 방도가 상황에 옳았기에 그리하였다.

한데 기대와 달리 병력을 보조받은 것은 손가가 아닌 유의였으니 유의는 장수 오반이 이끄는 1만 병력과 강릉 태수가 지원한 2천 병력을 세차게 몰아 여강 전선에 다시 합류했다.

명분은-


“여강을 얻어 조인의 밥줄을 끊고 굶주려 지친 조인이 장강의 강물을 퍼마시고 물고기를 잡아 올릴 때, 손중모와 연합해 앞뒤로 적을 주저앉힐 것이니 반드시 승리하리!”


하였으나 실상은 예장군과 여강군을 날로 먹고는 회남을 정리하기 전까진 도와주지 않겠습니다- 한 것이었다.

물론 당장의 상황은 만만치 않은 조휴와 장합이 여강에서 버티고 있었고 여범과 육손도 일군을 이끌고 있었기에 그들을 북으로, 남으로 쫓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


*다음편에 짤린 거 이어집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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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사예 전선이 젤 쓰기 힘들어요.


+유의의 스승은 순서대로 사마랑(옹주-유아), 허정, 법정(익주-소년), 양수, 이적, 제갈량(형주-청소년?) 등입니다. 화려해라;;;

++하후연과 하후돈은 연의나 정사보다 5년? 정도 더 살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작가는 자비로웠습니다(?) 그리고 하후연 미안;

+++이풍도 나름 천재로 나옵니다. 그렇죠, 스쳐지나가는 B급들을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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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사예 - 낙양(천의(天意)-6) +4 15.06.03 2,113 27 38쪽
173 사예 - 낙양(천의(天意)-5) 이어서! +6 15.05.13 2,067 21 15쪽
172 사예 - 낙양(천의(天意)-5) 15.05.13 1,860 23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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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예 - 낙양(천의(天意)-4) 15.04.29 1,899 28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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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사예 - 낙양(천의(天意)-3) +2 15.04.23 1,914 26 37쪽
167 사예 - 낙양(천의(天意)-2) +4 15.04.15 2,365 32 52쪽
166 사예 - 낙양(천의(天意)-1) 이어서 ㅇㅅㅇ;; +6 15.04.08 2,128 34 21쪽
165 사예 - 낙양(천의(天意)-1) +2 15.04.08 2,309 34 39쪽
164 사예 - 낙양(추(錘)-5) +6 15.04.03 2,167 33 20쪽
163 사예 - 낙양(추(錘)-4) +2 15.04.02 2,095 35 19쪽
162 사예 - 낙양(유협(劉協)) +4 15.04.01 2,291 33 19쪽
161 옹주 - 함양(마초-2) +8 15.03.27 2,215 37 16쪽
160 옹주 - 함양(마초-1) +6 15.03.26 2,418 37 17쪽
159 사예 - 낙양(추(錘)-3) +4 15.03.25 2,377 34 18쪽
158 사예 - 낙양(추(錘)-2) +4 15.03.20 2,278 30 18쪽
157 사예 - 낙양(추(錘)-1) +8 15.03.19 2,414 34 18쪽
156 사예 - 낙양(천도(遷都)-4) +4 15.03.18 2,484 33 17쪽
155 사예 - 낙양(천도(遷都)-3) +6 15.03.13 2,622 40 14쪽
154 사예 - 낙양(천도(遷都)-2) +8 15.03.12 2,374 38 15쪽
153 사예 - 낙양(천도(遷都)-1) +2 15.03.11 2,770 34 16쪽
152 형주 - 남향(공명(孔明)) +7 15.02.26 2,815 40 20쪽
151 형주 - 남향(작위(爵位)-2) +4 15.02.25 2,906 35 18쪽
150 형주 - 남향(작위(爵位)-1) +10 15.02.13 2,863 41 18쪽
149 형주 - 남향(흐르는 세월) +4 15.02.12 3,049 43 19쪽
148 익주 - 백제(유비의 추락) +4 15.02.11 2,948 45 16쪽
147 익주 - 백제(한수 너머-3) +6 15.02.06 2,693 48 16쪽
146 익주 - 백제(한수 너머-2) +10 15.02.05 2,367 43 16쪽
145 익주 - 백제(한수 너머-1) +10 15.02.04 2,584 48 17쪽
144 익주 - 백제(형산 너머-4) +12 15.01.30 2,694 41 20쪽
143 익주 - 백제(형산 너머-3) +12 15.01.29 2,265 45 16쪽
142 익주 - 백제(형산 너머-2) +4 15.01.28 2,611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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