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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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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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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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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21쪽

사예 - 낙양(천의(天意)-1) 이어서 ㅇㅅㅇ;;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2만 6240자가 한계라 짤려서 이어 올려요!


사예 - 하내군 전선


양측의 병력이 크게 움직여 서로 회전(會戰)을 치룬 너른 평야는 차마 수습하지 못한 시신과 버려진 병장기로 비온 듯 젖어있었다.

승자가 없었던 전투.

딱 그 모양이라 서로 가슴이 콕콕 아려올 때 두 진영의 모사들은 하나의 결과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유융 진영의 제일 모사 장완은,


“한바탕 겨루어 씁쓸한 전과를 보였으나 열세의 병력으로 거둔 결과는 기대하던 것 이상이었다. 상국께서도 내심 만족하신 기색이니, 이제 문제는 가까운 남쪽의 일이다. 허니 가규 장군과 염염 장군께서 잘 해주셔야 할 것인데......”


하였고 조조 진영의 제일 모사 유방은,


“위공께서 실망하신 기색이 역력하나 당장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할 수 없다. 허나 낙양을 눈앞에 두고 대대적인 피해를 더 입는다면 사예 이상을 기대할 수 없으니, 북쪽의 일이 문제로다. 장료 장군과 병주자사가 분발해야 일이 쉬우리.”


두 사람이 서로 달리 기대하고 있는 가깝고 가까운 두 전선은-

산맥을 넘어 상당군을 향해 내려와 하내와 하동에 압박을 가하려 움직인 장료, 왕신의 병력을 역시 열세의 병력을 지닌 왕평과 장연이 막고 있었다.

조조군을 상대함에 북쪽에서는 방어를, 남쪽에서는 공세를 택한 유융이었기에 왕평은 별동대를 이끌고 자유로이 움직이며 근처에 본거지를 둔 병주자사 왕신의 허점을 살피고 있었고 장연은 일관되게 수비에 임하며 공격태세에 왕신보다 배는 열성적인 장료를 상대하느라 애먹는 중이었다.

우선 삼황자의 병주자사인 왕신의 속내는,


“상당군을 확실히 발아래 두고 산맥 너머 하내군, 하동군으로 세를 확장하여야 옹주로 진출 가능하니 군세를 함부로 돌리지 아니한다.”


이에 맞서는 왕평은 나이 젊으나 장수였던 시간은 오래인지라 전장에서도 정치색을 빼지 못한 왕신의 속내를 단숨에 눈치 채고,


“장료를 도와 조조에 응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제 집에 불이 일면 당장 꽁무니를 뺄 것이다. 허니 장연을 믿고 호관에 피해를 입히겠다.”


호관은 장료가 병주로 넘어온 길목이자 태행산맥의 동서를 잇는 요충지로 호관을 넘어 병주로 들어서면 한 길은 상당군으로 한 길은 왕신의 본거지인 태원군으로 향하는 곳이었으니 왕평이 살짝만 건드려도 왕신의 눈을 분산할 수 있으리라.


장양이 여포와 통하다 당시 조조의 우방이던 원소에게 크게 망하고 사망한 이후 사예를 전전하며 눈칫밥 먹고 자라난 장연은 정공법보다 치사한 수를 쓰려는 왕평과 속내가 나름 잘 통했으니,


“지키고 지키며 또 지킨다. 성벽이 다 무너지면 방패에 의지하고 방패가 뚫리면 전우의 시신에 의지하리. 조조가 강력하나 그것은 어제의 일이니 반드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리라.”


다만 장료만은 묵묵히 일을 수행함에 추호도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고 그만큼 그의 병력도 만만치 않았기에 수비를 일관하는 장연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적이 피해를 입는 만큼 아군도 입는데 장료와 죽고 죽여 마침내 승리한다 하여도 멀쩡한 왕신의 병력을 상대로 어찌 더 버틸 수 있을까?


병주 방향의 상황이 이와 같으니 조조는 조조대로, 유융은 유융대로 자신과 동맹한 흉노 부족이 움직여 북방을 더욱 혼잡하게 혹은 유리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허나 북쪽의 바람이 이같이 난잡하여 두 세력의 결전을 관전하는 외부 민족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기 어려웠으니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남쪽, 황하를 타고 서진하는 조조군을 상대하는 가규와 염염의 병력 역시 전체적인 수적으로는 열세였으나 조조군의 전략상 남부군세가 잘게 나뉘어 서진하고 있었기에 부대 단위로 열세에 처할 일은 없었고 가규는 경험 많은 조홍을 상대로 외려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조홍도 그간 살아 오며 말만 많았던 인물은 아닌지라 바로 대응하여,


“한두 번 패한 것으로 되었다. 하나하나로 격파 당했다면 군세가 큰 부대는 2부대를 한조로, 작은 부대는 4부대를 한조로 이제와 달리 서로 긴밀히 움직인다. 목표는 거침없는 서진으로 하내군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지 점령과 승리가 아님을 명심하라. 또한 굳이 자만하여 적과 마주하려 하지 말라, 작전상 후퇴는 군법으로 다스리지 않는다.”


하여 당황하여 손 놓을 가규도 아니니 함께 군을 이끄는 염염에게,


“조홍이 그리 나올 것은 예상 안이라, 이미 나뉜 부대를 다시 합한다 하여도 하나의 부대였던 만큼의 전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 병가의 당연함이니 오히려 하나였던 우리가 나뉘어 적을 치면 적을 쉬이 당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를 기대하며 뭉쳤던 적에게 둘을 선보여 혼란스럽게 만들고 혼란 속에 부대간 연결점이 약해진 틈을 타 사이를 끊고 오로지 가장 약세인 부대만 목표로 공격, 말살한다면 능히 적수가 없으리다. 적과 달리 아군은 물러설 곳이 없음을 명심 또 명심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이로써 남부의 열기는 북부의 가벼운 바람과 달리 한층 치열해졌다.


유융은 전선을 형성한 조조와 작게 소모전을 치루며 긴장한 채 하루를 마감하고 방문한 사마의를 맞이했다.


“이리 낙양을 비우고 방문했으니 좋은 소식이겠지?”

“사군께 좋은 소식이요, 조조에게 나쁜 소식입니다. 또 소신이 없어도 종요 공이 능히 낙양의 정치를 잡고 있으며 홍롱 태수(-장기)가 그를 도우리니 걱정 마소서.”

“믿겠네. 어디 말해보게나.”

“양주 전선에 참전한다며 허도를 나선 삼황자의 신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는 조조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것으로 삼황자가 3천이 넘는 병력을 이끌고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조인의 대대적인 출정이 삼황자에게 바람을 불어넣은 모양이지.”

“예, 그것도 그러한데 삼황자의 야심이 보통이 아닌지라, 조인에게 강요해 군권의 일부를 쥐었다는 것도 사군께 달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애초에 제 형제와 혈족이 아닌 황후를 독살하고 장남이 되어 자리를 다진 야심찬 인물이니-.”

“애송이나 꼼수가 있어 그리 전장에 임하면 공사다망할 조인의 틈을 노릴 수 있겠군.”

“예. 남부 전선이 한결 쉬워졌나이다.”


유융은 더 묻고 싶은 곳이 있었으나 사마의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거뒀다.

너무 많이 알아 정신이 산만해도 당장의 일에 독이 되는 법.

그러나 평소 유융을 모시며 함께 소식을 듣던 제갈서가 눈치껏 사마의에게 물었다.


“황상께서 상국부에 기거 하신다 들었습니다.”

“아,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사군.”


이에 유융이 관심을 갖고 사마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마침내 사마의가 땀을 뻘뻘 흘려서야 입을 열었다.


“조정에 이각 곽사 같이 군권을 지닌 이가 드문데 그 같은 일을 벌인 이유가 다 무엔가? 춘추 미령하신 황상이라 신변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황궁이 더 넓고 담도 높은 법....... 무슨 생각인가?”

“신은 그저 핑계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무슨 핑계가?”

“상국부의 권위는 이번을 기회로 황상이 머무시며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황상이 머무는 곳이니 모든 것을 그에 맞춰서-.”

“아! 이제 알겠네. 그만하게나.”

“예, 사군.”


사마의는 흘깃 제갈서를 째려보고 물러났다.

유융은 제갈서의 어깨를 두들겨 말없이 칭찬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융이 보기에 그만큼이나 황위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마의와 그 일족이었다.

곧 장완을 불러,


“옹주자사 반준에게 밀명을 내려라. 사마가문과 친하고 사예 출신인 홍롱 태수를 거치지 않고 종요, 양수, 유휴에게 유형(有形)의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방책을 연구토록.”

“예, 사군.”


유융은 유의의 혼사에 기대어 외척이 된 사마가문의 영향력을 일찌감치 견제코자 했다.

또 마량을 불러,


“형주자사를 대리하고 있는 서서는 형남 손가의 병력이 빠져나가는 즉시, 익주와 통하여 군을 움직일 것을 명하라.”

“예. 원직이라면 틈 없이 해내리다.”


후방의 일까지 지휘하던 유융은 자신이 자만하는지 잠시 뒤돌아보았으나 곧 미소를 짓고 기분 좋게 수염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조조를 상대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바로 다음날, 이번에는 날이 밝기 무섭게 어제 하루 소모전을 치루며 시간을 끌어 전력을 추스른 조조가 먼저 움직여 유융의 진영을 향해 쇄도했다.

조조가 그랬듯 유융 또한 일군으로 조조군을 갈라 진영내로 끌어들였는데 그 숫자가 절반뿐이 되지 않는 유융이라 조조는 비웃으며 유융의 병력이 안내하는 곳으로 들어가라 지휘했다.

과연 유융의 병력은 끝없이 쏟아지는 조조의 병력에 크게 밀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흐뭇하게 감상하던 조조의 안색이 순간 변하기 시작했다.


“군을 물리라! 당장! 전장의 장수들에게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 전하라!”

“승상, 어찌 그러십니까, 멍청한 유융이 제 주제를 모르고 흉내를 내는데 이것은 기회가 아닙니까?”

“저 유융은 이전의 애송이가 아니라, 필시 속에 독을 품고 저리 행동하는 것이다. 아아, 나는 어찌 이리 자만했을까. 조앙은 군을 수습할 준비를 하라.”


과연 조조가 눈치 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군이 있는 곳은 단 한곳도 빼놓지 않고 검은 연기가 무성히 생겨나 하늘로 붉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진중에서 일어난 화마(火魔)는 당장 조조군이 모여 있는 요소 곳곳으로만 번져나가니 신묘하게도 유융군이 손해를 보며 머물고 있던 위치에는 불이 일지 않았다.

지난 공으로 부첨과 함께 유융을 호위하던 강유가 이를 두고 물었다.


“사군, 진중에 화염을 두면 적이 물러난 후 아군을 수습할 수 없지 않겠나이까?”

“백약아, 진은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지 수단이 없는데도 지킨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열세인 아군이 진을 지키느라 병력을 소모한다면 그만큼 의미 없는 행위가 어디 있겠느냐?”

“허나 진이 있어야 병장기를 보관하고 식량을 베풀며 병사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나이다. 어린 소장의 생각이 이리 짧으니 사군께서 가르침을 베풀어 주소서.”

“이 소란이 끝날 즈음 조조군은 병력이 있어도 심적 여유가 없을 것이니 아군은 그 틈에 새로 엉성하나마 진을 마련할 수 있으리.”


과연 유융의 장담처럼 화마는 점차 거세게 몰아쳐 조조의 진영을 넘보았고 위기에 휩싸인 조조의 진영은 당장 군을 물려야 할지 불을 꺼야할지 종잡지 못했다.

결국 조조가 진두에 나서서 화마와 조조 진영 사이에 탈만한 것들을 넓게 제거해 강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이 되어서야 조조군은 안심할 수 있었으다.

허나 이미 입은 막대한 피해의 누적은 어찌하지 못했으니,


“유융은 영악하기 그지없구나. 화상을 당한 적군은 그냥 죽일 것이지 이리 돌려보내는 것은 다 무엇인가! 유융의 진영은 화살이 없는가? 아니면 화살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해 아끼는 것인가?”


거듭 탄식하며 짜증내는 조비의 뒤로 심하게 화상입어 앓고 죽어가는 병력이 수백이었고 그들이 있어 조조의 진영은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한편 진을 홀라당 태워먹은 유융 또한 급박한 전투 이후 새로이 마련한 진에서 쉬지 못하고 있었으니 당장 조조와 같이 화마와 진 사이 탈만한 것들을 제거하고 화상 입은 병사들을 돌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허나 조비와 달리 유융은 연신 웃으며,


“옹골찬 진을 화마에 내어주고 허술한 진에서 지내게 되었으나 늙은 조조의 흰 수염 밑에서 불장난을 치니 즐겁기 그지없구나.”


하였다.


******


양주 - 여강군 전선


유의의 청에 의해 손권이 직접 주유, 노숙, 여몽을 비롯하여 형남의 정예를 불러 모았다.

6만에 이르는 병력이 말릉과 인근에 강가를 따라 길게 배치되며 조인 또한 이를 두고 더 강력히 움직여 여강 전선이 혼잡해진 것은 당연지사.

이제 갑주를 입고 검을 찬 손권은 물론 유의와 유엽도 장수로서 참여한 회의에 노숙이 일어서 말했다.


“적은 비등한 병력으로 여강의 아군을 잡아두고 새로 길을 내어 유수구를 넘어 강동을 압박할 것입니다. 허니 아군은 미리 유수구 인근 요지를 선점해 조인의 병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여강을 포기, 병력을 내어 조인의 뒤를 칠 수도 있으며 그를 깊이 끌어들이며 군세가 나뉘게 만들어 약화된 적을 장강 이남에서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손권이 마지막 말에 난색을 표했다.


“기껏 대군을 탈탈 모았으나 그마저 적보다 작아 속 시원한 수가 없구나.”


여몽이 손권을 위해 심각히 말했다.


“자사께서 근심하시니 그것은 모시는 장수의 수치요, 죄라. 다만 이곳은 회남이 아닌 강동이라 모두 익숙한 곳이니 정예로운 장수와 병력은 하나 빠짐없이 자사께 필승을 다짐할 수 있나이다.”


주유 또한 주름진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며 격려했다.


“적이 수적으로 우세하고 그로인해 기세가 막강하나 우리처럼 정예롭지 못하며 의지할 곳은 허허벌판 수춘성뿐인 조인과 달리 아군은 강동을 감싸 흐르는 장강이 두 팔을 벌리고 있으니, 싸우고자 하는 자는 명예로이 살 것이요 두려워하는 자는 살고서도 스스로 죄 되어 살 수 없으리.”


장수들이 나서 열심히 승기를 불어넣는데 여강에서 여범이 전령을 보내 이르길,


“조인이 16만에 이르는 대병을 이끄는 것이 진실로 난감하나 업의 조조 또한 이에 응하여 청주와 서주의 병력 2만이 크게 합세하니 참으로 적 군세의 끝을 모를까 합니다.”


유융과의 전선에 투자된 병력이 하내 13만, 사수관 5만, 영천-여남 8만에 이르니 그만큼의 대군을 작고 작은 양주에 투자했다는 것은 이번 전쟁에서 빠르게 결판을 보고 그 여세로 형주로 진군, 유융의 목 아래를 위협하겠다는 것이 불 보듯 빤한 것이었다.

이에 손권이 동지 보듯 유엽과 유의를 보니 눈을 마주친 유엽이 냉큼 일어나 말했다.


“비록 강하에서 끌어온 것이 2만 4천 병력뿐이 되지 않으나 함께 살고 죽는 형세로 전장에 임하여 부끄럽지 않은 공을 세울 것이니 부디 적이 크다 생각지 말고 하늘아래 두 번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원수라 생각하시길.”


주유가 유엽에게 감사함을 전한 후 이어 말했다.


“비록 하북의 조조가 막대한 부를 쌓았다하나 당장 큰 전선을 운영하는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벅찰 것이 분명합니다. 방어에 치중해 적의 양초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요, 깊이 끌어들여 적의 치중을 늘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이 주유가 생각하길 유수와 장강 사이 너비는 바다와 같아 백만의 병력을 수장할 수 있으니 그곳에서 자웅을 가릴만하다 생각합니다.”


유엽 또한 앉지 않고 서서 듣다 주유에 호응하여,


“과연 오와 형주는 수군이 유명하구나! 주유 대도독의 한마디에 장수들의 활력이 당백(當百)이요, 기백은 당천이니 반드시 조인은 패해 머리와 몸을 둘 곳이 다르리!”


이처럼 유명한 두 사람이 의지하며 승리를 단정하니 손권도 혈색이 돌아와 잔을 높이 들고 당하로 내던졌다.


“열두 살 이후 술을 좋아하길 나날이 더했는데 오늘 이후 금주하며 반드시 조군을 회수 너머로 몰아낸 후, 승리에 취하겠다!”


좌우에 도열한 문무백관 또한 손권을 따라 맹세를 함께하고 승리를 나눌 것을 결의했다.


의결(議決)이 끝난 후 사석에서 유의가 유엽에게 물었다.


“선생께선 아버님의 일에 대해 아십니까?”

“어찌 북부의 먼 일을 알겠습니까, 다만 사군을 믿고 사군을 따르는 충심을 믿을 따름입니다. 저 또한 그와 같이 강동의 일을 성사하여 사군과 그 뜻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과연 선생의 지혜는 버릴 것이 없나이다.”


유의는 자신의 측근이자 식객으로 따라온 이풍을 찾아가 물었다.


“내 식객(客) 중 그대만큼 똑똑하고 발 넓은 인물이 없네. 북방의 일이 급하게 돌아가니 조인이 저리 나온 것이 분명한데 들은 것이 없는가?”


이풍은 결코 작은 가문의 인물이 아니었으나 일찍이 허도 양수 문하에서 유의와 공부한 후 나이 적은 유의를 깍듯 모셔왔고 유의 또한 그의 가풍과 능력을 보고 둘도 없는 친우 대하듯 언행 했다.


“홍롱에서 온 가속에게 듣기로 황하 이북 하내와 상당, 사수관 너머는 천하의 젊은이들이 모두 모인 듯 소란스럽다 들었습니다. 다만 한창 겨루고 있어 자세한 승세는 알지 못하나이다.”


곁에서 함께 듣던 구봉이 의견을 더했다.


“이제 북방의 일이 급박히 돌아가니 만일 북방이 잘못되어도 남방이 튼튼하면 지붕에 물세는 것과 같아 당장 급한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일세. 허니 자네도 북방의 일보다 양주의 일에 주의를 다해 능력을 쏟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과연 구형이시오. 이제 2만의 병력이 뒤에 있으나 내 능력으로 거느릴 수 있는 병력은 고작 천 수백에 지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이 걱정이라.”

“어찌 첫 술에 배가 부르겠나?”


이풍 또한 구봉에 의견을 함께하며,


“태위께서 처음 군을 부리길, 고순 장군 휘하 수백과 태수 왕탁을 처음으로 부렸다 들었습니다. 이제 공자께서 전선에 바로 섬에 분에 맞지 않는 과욕을 부리는 것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그러자 다 같이 이풍에게 동조하는 가운데 맹획만이 불만인 듯.


“헹! 사내대장부는 십만도 부족하다 일갈할 수 있어야 하오.”

“맹획아, 계집 옷고름도 풀지 못하는 사내가 어찌 자식을 보아 일가를 이룰 수 있겠느냐?”

“음. 그도 그렇수.”


유의의 충효와 젊은 혈기에 감응(感應)한 구봉은 당장 자택으로 향해 부모에게 부탁했다.


“오늘 강동이 큰 위기에 처함에 제 또래는 유약한 이도 칼을 들길 주저치 않으며 가산을 털어 병장기를 품길 아끼지 않습니다. 이제 아버님은 형님들이 모두 출세하고 제가 가문을 이어가길 바라시나 어찌 당당하지 못한 자식이 가문을 이을 수 있겠는지요?”

“허면 무엇으로 내 자식이 당당히 설까?”

““가문의 정병 1백을 내주시면 유의 공자를 도와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내는 모름지기 그만해야 하느니!”


곧 구봉은 가병 2백을 거느리고 유의에게 합류했고 유의는 유의대로 식객 1백을 설득해 칼과 방패를 쥐게 만들었으니 유엽이 이 모습을 보고 은근히 말했다.


“지난날 손책 장군과 주유 도독은 기천에 지나지 않는 남루한 병사들을 거느리고 너른 장강너머 유요의 수만 정예 관병에게 향하면서도 두려움 없어 서로 의기투합하여 마상에서 서로 죽길 한날한시와 같게 하자 하였는데, 오늘 두 사람의 의기를 보니 당시의 미담이 참인가 합니다.”


이에 구봉이 가슴을 부풀리며 크게 흥분하며 유의에게,


“나의 어머니께서는 광무황제와 뿌리가 같고 그대는 진정 유씨라, 이는 이미 형제와 같은데. 자네의 뜻은 어떤지?”


유의 또한 환히 웃으며,


“결의한 일이 있어 술을 마실 수 없으나 오늘날이 귀하니 장강의 맑은 물을 대신 잔에 담아 형제보다 깊은 의를 맺길 바라오!”


시간이 흐르자, 노숙의 예측대로 조인은 3만의 병력으로 여강의 병력을 견제하고 15만의 병력을 동원해 유수호의 좌우를 크게 둘러쌓다.

이후 삼황자와 조조의 이름으로 칙사를 파견하여 항복을 두 번 권했으나 손권은 사절에게 역적이라 소리지르며 장안왕 유돈에 대한 충성을 천명해 보였으니 조인은 서주와 청주에 준비해 두었던 선박을 부름과 동시에 유수호에서도 크고 작은 선박들을 건조하여 단양군 전역에 막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


익주 - 촉군 성도


고요히 열리는 문가에 방주인의 날선 눈길이 가벼이 맺혔다 사라졌다.


“막이 왔느냐.”

“예, 아버님.”

“무엇이냐.”

“태위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사군께서?”


유융과 소통할 적이면 늘 보는 심부름꾼이 소리 없이 들어와 인사조차 하지 않고 서찰만 툭 두고 나가니 법정이 장남, 법막을 앉히고 서찰을 뜯어 읽게 했다.


“-한 시절이 되었으니 자네와 내가 미리 꿈꾸어 약조했던 일을 이제 실행할까 하네. 다만 자네의 건강만이 큰 걱정인데 내가 자네를 의지함이 천하를 생각하는 정도로 크니 몸이 상했다면 형남 너머의 땅은 다음을 노림이 옳네.”

“...............”


말 없는 법정은 절절히 와닿는 유융의 진심에 눈가를 붉히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낙양의 사군께서 근래 아버님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아실까 모르겠습니다.”

“허니 다 죽어도 잊지 못할 은혜 아니겠느냐. 너 또한 나와 같이 충성을 오로지 해야 한다. 네 어릴 적 죽지 않고 살아남음은 유모를 몰아낸 사군 덕이요, 정 없는 아비와 살며 굶지 않고 훌륭히 교육받음은 사사로이 가정을 살펴주신 유융님 덕이니라.”

“예, 아버님.”


아들의 대답이 끝나자 눈매를 새로 정리한 법정이 심복, 극읍(郤揖)을 불러 일렀다.


“당장 이엄 장군과 장임 장군, 황권님과 장송 공을 모셔 오거라. 내 장강을 따라 양주와 서주를 넘볼까 하노라.”


하고 내심 골칫거리가 된 유융의 삼자인 유희와 그의 생모 방씨를 생각했다.

유희의 동복동생인 유구는 갓난 아이일 적, 유융의 정실 문씨를 따라 장안으로 가 생모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 이를 생각하면 법정은 유희 또한 진작 그리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생모가 밉다하여 주군의 자식을 적대할 수 없는 것이 그의 충심이니.


하여 법정은 네 재상과 상의한 후 시간을 내어 유희를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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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2만 6240자가 한계라 짤려서 이어 올려요!

ㅎㅅ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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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사예 - 낙양(천하(天下)-4) +4 15.11.01 2,133 21 29쪽
184 사예 - 낙양(천하(天下)-3) +6 15.09.26 1,726 20 23쪽
183 사예 - 낙양(천하(天下)-2) +2 15.09.25 1,567 20 23쪽
182 사예 - 낙양(천하(天下)-1) +4 15.09.16 1,897 23 36쪽
181 사예 - 낙양(단(斷)-2) +6 15.09.03 1,728 22 35쪽
180 사예 - 낙양(단(斷)-1) +8 15.08.26 1,779 25 33쪽
179 사예 - 낙양(타(墮)-4) +6 15.08.18 1,720 26 35쪽
178 오랜만입니다! ㅇㅅㅇ;; +10 15.07.31 1,588 13 1쪽
177 사예 - 낙양(타(墮)-3) +6 15.07.03 2,084 27 49쪽
176 사예 - 낙양(타(墮)-2) +8 15.06.30 1,804 27 33쪽
175 사예 - 낙양(타(墮)-1) +6 15.06.16 1,979 27 45쪽
174 사예 - 낙양(천의(天意)-6) +4 15.06.03 2,113 27 38쪽
173 사예 - 낙양(천의(天意)-5) 이어서! +6 15.05.13 2,067 21 15쪽
172 사예 - 낙양(천의(天意)-5) 15.05.13 1,860 23 48쪽
171 사예 - 낙양(천의(天意)-4) 이어서 ㅇㅅㅇ♣ +4 15.04.29 2,149 33 27쪽
170 사예 - 낙양(천의(天意)-4) 15.04.29 1,899 28 39쪽
169 사예 - 낙양(천의(天意)-3)이어서 ㅇㅅㅇ★ +4 15.04.23 2,035 27 31쪽
168 사예 - 낙양(천의(天意)-3) +2 15.04.23 1,914 26 37쪽
167 사예 - 낙양(천의(天意)-2) +4 15.04.15 2,365 32 52쪽
» 사예 - 낙양(천의(天意)-1) 이어서 ㅇㅅㅇ;; +6 15.04.08 2,129 34 21쪽
165 사예 - 낙양(천의(天意)-1) +2 15.04.08 2,309 34 39쪽
164 사예 - 낙양(추(錘)-5) +6 15.04.03 2,167 33 20쪽
163 사예 - 낙양(추(錘)-4) +2 15.04.02 2,095 35 19쪽
162 사예 - 낙양(유협(劉協)) +4 15.04.01 2,291 33 19쪽
161 옹주 - 함양(마초-2) +8 15.03.27 2,215 37 16쪽
160 옹주 - 함양(마초-1) +6 15.03.26 2,418 37 17쪽
159 사예 - 낙양(추(錘)-3) +4 15.03.25 2,377 34 18쪽
158 사예 - 낙양(추(錘)-2) +4 15.03.20 2,278 30 18쪽
157 사예 - 낙양(추(錘)-1) +8 15.03.19 2,414 34 18쪽
156 사예 - 낙양(천도(遷都)-4) +4 15.03.18 2,484 33 17쪽
155 사예 - 낙양(천도(遷都)-3) +6 15.03.13 2,622 40 14쪽
154 사예 - 낙양(천도(遷都)-2) +8 15.03.12 2,374 38 15쪽
153 사예 - 낙양(천도(遷都)-1) +2 15.03.11 2,770 34 16쪽
152 형주 - 남향(공명(孔明)) +7 15.02.26 2,815 40 20쪽
151 형주 - 남향(작위(爵位)-2) +4 15.02.25 2,906 35 18쪽
150 형주 - 남향(작위(爵位)-1) +10 15.02.13 2,863 41 18쪽
149 형주 - 남향(흐르는 세월) +4 15.02.12 3,049 43 19쪽
148 익주 - 백제(유비의 추락) +4 15.02.11 2,948 45 16쪽
147 익주 - 백제(한수 너머-3) +6 15.02.06 2,693 48 16쪽
146 익주 - 백제(한수 너머-2) +10 15.02.05 2,367 43 16쪽
145 익주 - 백제(한수 너머-1) +10 15.02.04 2,585 48 17쪽
144 익주 - 백제(형산 너머-4) +12 15.01.30 2,694 41 20쪽
143 익주 - 백제(형산 너머-3) +12 15.01.29 2,265 45 16쪽
142 익주 - 백제(형산 너머-2) +4 15.01.28 2,611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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