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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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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43,021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6.03.13 15:19
조회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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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26)

DUMMY

'으에에엑?! 자, 잠깐만?! 저러고 나가 버리면 어쩌자는거야?'


완벽하게 같이 따라 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라키안이 설마 진짜로 그렇게 혼자 중얼대고 나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터라 얼이 빠져서 그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던 루프는 그만 손가락 하나 꼼짝도 하지 못한채로 막사 안에 남겨지고 만 것이었다.


눈치를 봐야한다. 루프는 본능적으로 눈동자를 황제가 있는쪽으로 굴려 보았다.


덜컹, 심장이 내려 앉는다. 저게 사람 얼굴이야 시체 얼굴이야? 루프는 거무죽죽하게 완전히 죽어버린 황제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고 있을 수 없어서 시선을 돌렸다.


허나 하르그니스 공작과 후퍼 후작 역시 상태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들 한 성깔 하는 제국의 권력가들이었지만, 그만큼 본인들이 처한 상황과 라키안의 뼈를 후벼 파내는 듯한 독설이 매서웠던 것이리라. 사실 루프 입장에선 다행이었다. 권위만 내세우기 좋아하는 부패한 귀족들이었다면 이미 참수명령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으음..."


하르그니스 공작의 침음성이 적막한 공기를 메웠다.


하지만 의외로 루프는 두려움보다는 조급함이 마음을 채워가는 것을 느꼈다. 비록 본인한테 별로 해 준 것은 없지만 라오디게아는 루프의 조국이다. 그런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루프는 모종의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저 무너져내린 황제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그리고 또한 그것은 오로지 자신만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느냐였다.


현재 막사 안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초상집은 사람 한 명 죽은 경우지만 이것은 앞으로 수백만영의 국민들의 목숨이 경각에 놓인 상황인것이다. 분위기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루프는 밖에서 대기중인 이리나드를 떠올리면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신님이시여, 저한테 용기를 좀 주시지요.'


"에... 황송하옵니다만 폐하, 저희 마스터를 용서하시지요. 세상물정 모르고 여행만 줄창 해대는 벽창호다보니 예의범절이란 것을 잘 모르는 양반입니다."


그리고 루프는 인생 최대의 시험대에 자신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전에 루프를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하르그니스 공작이 뱁새눈이 되어선 루프를 쳐다 보았다. 황제는 여전히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렇군."


황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루프는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말을 다시 꺼냈다.


"네네, 그렇습죠. 가끔가다 저렇게 제멋대로 굴어버리면 조수로서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루프는 가급적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라키안이 앉아 있던 자리로 몸을 옮겼다. 의자에 털석 주저앉은 루프는 구태여 테이블 바닥만을 보고 있는 황제의 면전에 자신의 시선을 가져다 댔다. 손에 깍지를 씨고 턱을 받친 루프는 최대한 황제의 시선을 유도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폐하, 떠나기 전에 일단 일은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징그럽다. 라키안을 쏙 빼다 박아놓은것 같다. 이런 자신이 싫어진다. 루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꾹 참아 눌렀다.


그제서야 황제는 얼굴을 들어 루프를 마주보았다. 여전히 죽은듯한 눈. 하지만 그의 서글서글한 황제로서의 위엄은 여전히 그 얼굴에 남아 있었다. 루프는 그것에 압도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만 했다.


"너의 말이 옳다. 너희는 의뢰받은 일은 잘 수행했지. 동방의 소녀를 구해준 일에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


"그것 말입니다만, 폐하."


황제는 루프의, 이 소년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을 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 상황 자체를 외교적으로 이용하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하르그니스 공작이 끼어들었다. 그는 어느샌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나도 그 생각은 해 보았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빌보아 크리스토퍼, 정식으로 본국의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자였네. 아무리 우리가 사태를 수습하려 애를 썼다고 해도 그 근본적인 책임 소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야. 게다가 우려했던 대로 사신단은 소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형당한 것으로 보이네. 상황이 영 좋지 않아."


이전의 루프였다면 '그, 그런가요?' 라면서 발을 뺄 타이밍이었다. 헌데 루프는 오히려 공작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되받아쳤다.


"하지만 이쪽은 그 사건으로 카르디언을 잃었죠."


루프의 말에 황제의 어깨가 들썩인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루프였지만 용케 내색하지 않고 넘어갔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우선에서 잃은 것은 사신단 하나이지만 이쪽은 수많은 병사와 카르디언을 잃었습니다. 모두 사신단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함이었죠."


이번엔 후퍼 후작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근본적인 책임이 이쪽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


"그렇다면 그 근본적인 책임의 소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리면 그만입니다."


루프의 말에 하르그니스 공작의 입에서 신음성을 흘러나왔다. 그로서도 생각을 해 보긴 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번 사태의 원흉은 라오디게아라는 국가에 있다기 보단 빌보아 크리스토퍼와 그를 뒤에서 조작하던 한 마법사에 있습니다. 거기다가 빌보아는 하나의 국력에 해당하는 힘, 카르디언의 능력을 손에 넣었지요. 이를 잘 이용한다면 라오디게아의 책임소지를 회피하고, 소우선으로부터 조력을 얻어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쪽의 카르디언이 쓰러졌다는 사실이 또 다른 카르디언, 즉 타국의 개입을 방증해주는 자료이기도 하니까요."


하르그니스 공작은 깊은 생각에 잠긴 것으로 보였다. 그는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빌보아의 카르디언화... 타국의 개입... 현재 라오디게아의 상황인가... 으흠..."


루프는 열심히 자신감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황 자체만으로 보면 외교적으로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배경이 잘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허나 사람의 마음속은 영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이번 사건에서 자신이 맡은 무언가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할것만 같았다.


"데이비드와 상의해 보는것이 좋겠습니다."


공작은 잠시 후 황제에게 그렇게 말했다. 황제는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은 그것을 확인하고 서둘러서 막사를 나섰다.


"어... 으흠..."


이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루프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퍼 후작이 헛기침을 몇 번 해댔다.


"폐하, 저는 나가서 남은 병력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라."


"예."


작가의말

 오오 루프 패기봐라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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