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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글장이

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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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43,027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6.01.12 18:55
조회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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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16)

DUMMY

"너... 뭐냐?"


"당신이 아는것이 전부입니다. 당신에게 힘을 주고, 당신이 나와 맺은 계약을 완수하기 바라는 마법사일 뿐."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나올거란 것도 예측 했었나?"


"너무나도 당연한 듯 예상대로 움직여서 한바탕 크게 웃었지요."


세듀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빌보아는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어쩔 수 없다.


"쿠워어어어!"


빌보아의 입에서 우렁찬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천지를 찢어 발겨 버릴듯한 기세로 터져나가는 사자후가 헤링튼 평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순간 전투를 벌이고 있던 헤링튼의 병력, 그 괴물들이 일제히 전투를 멈추고 빌보아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오디게아 정규군은 후퍼의 명령에 따라 후퇴를 시작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 때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후퇴를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두 사건이 만나는 이 시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전투는 쉽게 마무리 되어 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빌보아는 생각을 바꾼 상태였다.


정규군을 이대로 돌려 보낼 수 없었다. 세듀서의 명령을 따르는 것 같아 쏙이 쓰리기도 하다. 허나 앞으로 조금 아쉬워지긴 한다 한들 오늘 이 곳에서 라오디게아의 정규군은 괴멸한다. 곧 라오디게아도 무너지리라.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으리라.


혼돈.


전쟁의 업화가 이 대륙을 불태우기만 한다면.


빌보아의 사자후를 듣고 그의 병사들은 그의 뒤로 몰려와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아직 움직이고 있던 병사들 뿐이 아니었다. 이미 죽어서 전장에 널부러져 있던 수 많은 썩은 살덩어리들도 세상에 둘도 없을 그로테스크함을 자랑하며 그의 뒤로 몰려 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썩어가는 살점들은 서로 엉겨 붙고 연하여 다시금 인간의 형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불사의 군단. 보쥬라크에서의 실험을 통해 빌보아가 손에 넣은 강대한 힘. 바로 그것이었다.


세듀서는 이 힘을 그에게 주며 말했다.


'이 세상에 혼돈을 가져 오세요. 당신이 그토록 원했단 것처럼...'


이 한 마디가 그의 모든것을 뒤집어 놓았다. 나라도, 명예도, 충성도, 기사로서의 맹세도... 모든것을!


"병사들이여..."


빌보아의 입술이 조용히 속삭였다. 소리는 작았지만 상관 없었다. 그의 병사들은 그에게 온전히 충성한다. 오직 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아아, 순간 몸에 쾌감이 쏟아져 내린다. 나쁘지 않다, 확실히 이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부터 벌어지는 추격 말이지, 이것 역시 훌륭한 전쟁이다. 등을 보이고 불명예스럽게 도주하는 적을 쫒아 완전히 괴멸시킨다, 이 어찌 전쟁이 아니라 볼 수 있으랴. 비록 내 원래 원했던 바는 아니나 이것이 나쁠리가 없다. 아아, 그렇다. 전쟁이다. 비소로 그렇게나 원하던 전쟁이 시작된다!


또한... 이것은 고작 시작에 불과할 것이니... 그래서 더욱 쾌락에 물든다!


"가서 모든것을 부수고 파괴해라. 그것이..."


남작의 표정이 비소로 그의 이명에 어울리는 광기로 물들었다.


"라오디게아는 거대한 산이라 할지라도!"


남작의 명령이 마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사자후.


남작의 등골에 싸늘한 오한이 스쳐 지나갔다. 공중에서 터져나온 한 남자의 목소리가 남작의 명령을 완전히 지면 아래로 짓눌러 내렸다. 터져나온 굉음에 그의 말 그대로 그 아무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남작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공중으로 시선을 옮겼다.


옆에서 세듀서의 짜증섞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지겨운 놈..."


공중에서 괴성을 내지른 본인, 와이트랑은 그답지 않게 굉장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양 손에는 완전히 다져져서 곤죽이 되어버린 살덩어리 두 점이 사이 좋게 들려 있었는데, 그것들은 틀림없이 와이트랑이 상대하던 듀라크 두 마리임이 틀림 없었다. 와이트랑이라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는 재가 될 때까지 태워도 잘 죽지 않는 듀라크를 두 마리 씩이나 타격만으로 곤죽을 만들어서 양 손에 들고 있었다.


"역시 듀라크만으로 막는건 무리였군."


세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망할놈의 미친개가 황제를 놓아 주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듀라크와 협공하여 와이트랑을 충분히 제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 없다. 고작 시간의 문제일 뿐. 짜증은 조금 나지만 그 뿐이다.


저 모자론 놈으론 그 분의 뜻을 막을 수 없을테니.


"쳇..."


자랑스러운 그의 순백의 외견을 먼지와 피로 물들인 와이트랑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이윽고 두 손에 들고 있던 살덩이들을 아래로 내 던졌다. 바닥에 부딫힌 그 살덩이들은 잠시 조용히 있더니 이내 꿈틀거리며 빌보아가 있는 곳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이런 망할! 괜히 놔줬네!"


재생하려고 하는 것이 명확해 보이자 와이트랑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화가 나서 이가 갈린다. 안 그래도 세듀서 한 명 상대하는 것도 어려운데 저 두 놈이 세듀서가 마법을 미친듯이 날리는 동안 앞에서 접근조차 못하게 몸으로 막아대니 고전도 이런 고전이 없었다. 놈들이 강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요하자면 놈들이 몸으로 방패 역할을 하는 사이 뒤에서 날아오는 세듀서의 공격이 매서웠던 것이다.


저런 약골한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다는 것이 미치도록 열받는다!


"마침 잘 됐군요. 이 자리에서 모조리 싹 없애 버리면 되겠어요."


그런 와이트랑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세듀서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이죽거렸다. 와이트랑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지면으로 내려왔다. 그는 말 없이 황제와 후퍼 후작의 앞에 서서 세듀서와 대치했다.


"지키려 해도 소용 없을겁니다. 오늘 여기에서 제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자는 그 아무도 없습니다."


세듀서의 오만에 가까운 말을 들은 와이트랑은 강하게 맞받아쳤다.


"농담이 많이 늘었구만, 제루스."


그 이름을 부를 뿐이다. 놈이 그리도 싫어하는 그 이름을.


순간 강력한 마나의 창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와이트랑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을 충분히 예측한 와이트랑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숙여 그것을 쉽게 피해냈다. 하지만 약간 스쳤는지 그의 새하얀 볼에서 한 줄기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와이트랑은 흐르는 핏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렇게 해서 그 분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는 주제에 자존심만은 예전 그대로군."


세듀서가 여러발의 마나의 창을 더 날리는 것이 이번에는 똑똑히 보인다. 와이트랑은 궤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것을들 몸을 몇 번 틀어 간단히 피해냈다. 뒤에 있는 황제와 후작에게도 유탄을 명중하지 않게끔 신중히 안배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당신입니다!"


"그렇게 윽박지르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알려주니 내가 알 턱이 있나!"


와이트랑의 일갈에 세듀서의 말이 잠시 끊겼다.


"너도! 그 분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셨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지금이라도 가르쳐 줘 봐라!"


"큭..."


세듀서는 보기 드물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은... 네 놈이 그 분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이딴 미친 짓거리를 벌이고 다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만... 그런 네 놈이 부럽기까지도 했었단 말이다, 빌어먹을..."


빌보아는 와이트랑과 세듀서 사이에 오고가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는 듯이 몰두하고 있었다. 그 시커먼 속내를 도무지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세듀서란 정체불명의 초특급 마법사의 과거의 편린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하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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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0: 사랑의 묘약은 적당히 마십시다 (마지막) 16.09.19 237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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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0: 사랑의 묘약은 적당히 마십시다 (2) 16.09.15 21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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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9: 흑녀신교는 태동한다 (2) 16.09.05 211 2 13쪽
126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9: 흑녀신교는 태동한다 (1) 16.07.07 254 2 9쪽
125 세상을 파는 자 Interude 16.07.06 218 3 19쪽
124 공지: 공모전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16.03.19 225 2 1쪽
123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마지막) +1 16.03.17 322 2 4쪽
122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28) 16.03.17 36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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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26) 16.03.13 31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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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16) 16.01.12 18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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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12) 16.01.07 285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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