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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글장이

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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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43,035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6.01.20 05:35
조회
265
추천
2
글자
8쪽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8: 꿈의 끝 (20)

DUMMY

후퍼는 황제의 명에 따라 크게 고함을 지르며 병사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황제가 후퇴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현재 그의 상태로 병사를 인솔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후퍼는 황제의 신변을 하르그니스 공작과 그를 따르는 오스먼드라는 기사에게 맡기고 그 자신은 전열과 후열을 오가며 병사들이 흩어지지 않고 후퇴할 수 있도록 정신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열은 그렇다치고, 후퇴중인 후열의 상태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아니,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후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괴물, 듀라크는 후퇴중인 병사들은 말 그대로 물살 가르듯이 헤집고 전진하고 있었다. 후열은 이미 와해된지 오래였고, 병사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괴물의 진로를 피해 이리저리고 흩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후퍼 역시 그 괴물과 맞상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할 대로 상실한 군사들을 이끌고 저런 거대한 괴물에 들이 박는 것만큼 무식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저 조금이라도 많은 병사를 생환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때문에 그 늙은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기 위해 괴물의 발 언저리를 그의 말과 함께 이리저리 멤돌며 그 발목에 실밥같은 상처라도 내는 것이 전부였다.


"모두 후퇴하라! 후퇴하여 목숨을 보전하라!"


병사들은 다행히도 그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있었다. 후퍼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안 들은건지는 명확지 않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 거대한 괴물은 더욱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 마치 장난감을 이리저리 휘젓는 아이처럼, 괴물이 손짓 한 번, 발짓 한 번 하는 곳마다 병사들의 몸이 깨어지고 뭉개지며 날아다녔다. 그나마 이 나이가 되기까지 그 훌륭한 지휘 능력과 기마술로 라오디게아라는 거대 국가의 전전에서 활약하는 장군이 된 후퍼만이 사력을 다해 괴물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으히이익!"


"살려줘!"


병사들이 질러대는 비명을 배경음으로 그 괴물은 막힘없이 왕이 도주하고 있는 방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가고 있었다. 걸음 자체는 그리 빠르지 않아 보였으나 워낙에 덩치가 크다보니 한 걸음에 움직이는 거리가 엄청나게 길었다. 말을 탄 후퍼도 가까스로 쫒아갈 정도. 덕분에 후퍼의 노력도 거의 통하지가 않은 채, 괴물과 황제의 거리는 점점 좀혀져가고 있었다.


그런 괴물과 황제 사이에 세 명의 남녀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네들은 참으로 희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두 남자가 여자의 양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것이었다.


여자는 장정 두 명을 손에 하나씩 들고 어딘가에서 마치 날아온 것 처럼 바닥에 착지했다. 동시에 들고 있는 남자들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 아니, 내팽개쳤다.


"어이쿠!"


"끄아아악!"


루프는 이것을 정말 싫어했다! 아무리 자기 달리기가 이리나드보다 느리다곤 해도, 이게 지금 몇 번째냔 말이다! 전에 보쥬라크에서 납치 당했을 때나 품에 쏘옥 안기어 하르그니스 공작가를 빠져 나가던 밤이나! 이리나드 본인은 굉장히 즐거워(진심으로 엄청나게 좋아했다) 했지만 루프에게는 수치스러운 기억이었다.


사나이로 태어나 여자애 품에 쏘옥이라니!


만일 눈 앞에 저 작은 산 하나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썩은 살 덩어리 괴물만 아니었다면 루프는 이리나드에게 한 마디 크게 해 줬을 것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나 이런 식으로 이동하다니!


한음 역시 그다지 기억하고 싶은 않은 경험을 한 기분인지 한동안 눈을 꿈뻑이며 땅만보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엔 저 처자에 대한 의문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대체 뭐하는 아녀자인가!


이리나드 본인 역시 상당히 체력 소모가 심했는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블래냐가 아까 듀라크와 싸우면서 생긴 부상을 치료해 주긴 했으나 완전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에서 두 남정네를 들고 여기까지 달려 왔으니 충분히 그럴만 했다.


이야기를 좀 더 하고는 싶으나, 셋에겐 그럴 여유까진 없었다. 여기에 어떻게 도착하게 되었는지 보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 자 왔어."


일단 오고 봤다는 식의 이리나드의 말에 루프는 이마를 탁 짚었다.


"이제 어쩌지?"


한음도 맞장구쳤다.


"그렇군. 저거 계속 오고 있다네."


이리나드는 눈썹을 열심히 찌푸러뜨리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엥? 너희들 대체 여기까지 오면서 뭐 한거야? 발가락 하나 안 움직이고 오도록 배려해 줬더니 그 긴 시간동안 작전 하나 안 세워놨어?"


루프는 억울했다. 발가락 하나도 안 움직였다니 어불성설! 목덜미를 잡힌채로 얼마나 바둥거리면서 온 몸으로 비명을 질러가며 끌려 온건데 뭐냐 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은!


하지만 루프는 사력을 하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평상시에 그렇게 갈굼받던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휴우...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같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야겠는데."


루프의 말이 맞았다. 그 거대한 괴물은 어느샌가 엄청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얼마나 가까워졌냐 하면 전방에 나타난 소년 소녀들을 확인한 후퍼 후작이 경악해서는 질러대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릴 정도까지.


"거, 거기! 너희들 뭐하고 있는게냐! 어서 피해!"


하지만 루프의 생각은 달랐다. 피할 생각이었으면 애시당초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라키안이 그에게 부탁했던 단 한가지였다. 블래냐와 와이트랑이 빌보아를 처리하고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그리고 황제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


라키안은 이사벨라가 빌보아에게 당했다는 도무지 믿지 못할 이야기까지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블래냐, 와이트랑은 그 빌보아를 막으러 간다고 했다. 루프는 그것이 거짓이라고 반문조차 해보지 못하고 시간이 없다는 독촉하에 이 곳으로 쫒겨와야 했기에 마음이 상당히 싱숭생숭한 상태였다.


쓰러진 페미루스와 그 페미루스를 연모했던 황제. 그가 꾸었던 꿈의 내용과 아직 현실이라 믿지 못할 현실이 겹쳐지며 그의 마음에 묘한 공백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럴 때 그는 그저 눈 앞의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치워야 한다는 것을 지난 경험들을 통해 깨우친 상태였다. 그랬기 때문인지, 그가 뽑아든 그의 검에서는 휘황찬란한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 놈한테 불은 안통한다네!"


"아까 저도 봐서 알아요. 뭔가 다를 수를 써 볼 거에요."


루프는 마음이 점차 안정되는 것을 느끼면서 한음의 충고에 답했다.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루프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침착함과 기민함,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곤 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저력이라고 울부짖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지금도 그런 상태였다. 지축을 울리면서 다가오는 저 듀라크의 움직임마저도 차분한 숨소리에 동조되어지는 느낌이 온다. 확실이 아까전에 한음과 상대했던 듀라크에게는 화염이 통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직장이 잡혀서 글 올리는 시간대가 조금 달라집니다. 해외 살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 애매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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