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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글장이

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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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42,296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5.03.20 14:05
조회
2,620
추천
47
글자
7쪽

세상을 파는 자 Prologue

DUMMY

그러니까... 내가 그 괴상하기 짝이없는 떠돌이 행상인과 만난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0여년 전이었다. 당시 로젠하이프 2세의 무시무시한 정복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 속에서 휴바스같은 대도시에서 군의 강제 병기 징발을 피해 그것들을 버젓이 팔고있던 행상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귀한 풍경이었다. 어느날인가 뜬금없이 베이커가 가장 후미진 빵집 뒷담즈음에 노숙을 하며, 번즈 광장 한켠에 보란듯이 돗자리를 하나 펴고 앉아서 조잡한 무기를 팔며 뜻모를 웃음을 항상 띠고있던 그 청년의 능글능글한 얼굴은 그의 모습을 못 보게 된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당시 그것은 내가, 그러니까 루프라는 인간이 슈스터 후작가에서 사용인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이 사용인이란 단어가 겉치레를 좋아하는 우리 후작님의 강경한 입장으로 쓰긴 했지만, 말이 좋아 사용인이지 쉽게 말하면 몸종이었던 셈이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라난 덕에 철이 들었을 때는 난 이미 뼛속까지 몸종 생활이 벤 상태였고, 남들 다 겪는다는 사춘기 한 번 제대로 겪어보지 못하고 살아온 불쌍한 인생 루프는 그 날도 어김없이 주인님의 심부름으로 그 후미진 빵집, 모닝캄의 정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내 기억상의 슈스터 후작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상당한 미식가였다. 때문에 아침식사로는 항상 갓 구워올린 그 후진 빵집의 모닝 브레드가 올라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사람이 찾지 않는 맛집을 찾았다!' 라는 그의 억지에 나는 매일 꼭두새벽을 빵배달 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곤 했었다. 동료 몸종들은 그런 나를 보고 '빵셔틀'이라고 놀려댔다. 자기네들 처지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여하튼 그노무 후작님의 깐깐하고도 고상한 식성은 굳이 따지자면 '미식'이라기 보다는 그저 '남들 안하는 짓'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인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고귀하신 후작님 보시기엔 그저 훌륭한 빵 배달원들이 개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것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여튼 그 저주받은 날인지 축복받은 날인지 알 수 없던 날도 나는 어김없이 새벽 빵배달 임무로 빵집 모닝캄을 찾았었다. 빵 굽는 향기가 가득한 베이커가의 큰 번화가를 다 지나고 나면 저 후미진 성벽 근처 음지에 매일 아침 나의 애증을 가득 받아 잡수시는 그 빵집이 있었다. 그걸 찾겠다고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고 아침 운동을 하는 나의 심장은 쿵덕쿵덕 빨리도 뛰고 있었다. 잠이라도 덜 깼었었다면 그냥 거지가 한 명 있었나보다 하고 넘어갈수도 있었겠다만, 아침 찬바람이 깨워놓은 나의 정신은 그 날 그곳에, 모닝캄 빵집 벽면 옆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척 보기에도 사이비같아 보이는 그 남자를 못보고 지나치는 것을 용납치 않았다.


그는 이상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다 헤진 갈색 여행자용 망토로 온몸을 휘휘 두르고 있는걸로 보아서는 틀림없는 여행자같아 보였는데, 헝클어져 내려오는 진갈색 머릿결 사이로 땟국물이 새카맣게 낀 얼굴이 숨소리에 맞춰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벽 앞에 돗자리를 하나 펴고 그 벽에 등을 기댄채로 곤히 잠들어있는 그의 옆에는 뭔지 알지 못할 커다란 보따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걸로 그가 마을에 자주 오는 떠돌이 행상인 중 하나라고 나는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행상인 주제에 마을에서까지 노숙을 하는걸 보니 그다지 재정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어 보였는데, 남자의 곁에서 함께 잠들어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아하니 그럴법도 해 보였다. 한 마리는 눈처럼 새하얀 녀석이였고 나머지 한 마리는 칡흑처럼 새카만 색이었는데 모양새를 보아하니 틀림없이 그 남자와 함께 다니는 녀석들로 보였다. 극명한 색의 대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놀랍게도 남자의 꾀죄죄한 몰골과는 달리 두 마리의 고양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그 날 아침은 거기까지였다. 이름도 드높은 슈스터 후작가의 몸종인 나는 빵배달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떠돌이 거지인지 행상인인지 구분도 잘 안가는 사내에게 더 이상 할애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날 오후 쉬는 시간을 틈타 마을의 최고 번화가인 반즈 광장에 나와서 그 한켠에서 보란듯이 장사를 하고있는 그 남자를 다시 보았을 때 나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아야 했다. 누구더라?


그는 떠돌이 행상인이었다. 그의 옆에는 예의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서 고양이 특유의 폼으로 털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좋은 인상으로 쭈그려 앉아 보따리를 펴놓고 이레저레 자질구레한 무기들을 우수수 늘어놓고 손님을 불러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장사꾼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문외한인 내가 첫눈에 보기에도 싸구려티가 팍팍나는 무기들을 늘어놓고 배짱좋게 호객을 하고있는 그의 모습은 이미 꽤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아무 거리낌없이 나에게도 물건을 권해왔다.


"거기 형씨! 이리와서 이것 좀 보고가. 세상에서 제일가는 마법검도 팔고 있다구!"


그가 건넸던 이 넉살좋은 한 마디가 아직도 귓가를 울리는 듯 하다. 지금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도 아직도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벼락같은 나날들이 지나가버리긴 했지만, 그가 던졌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다.


문득 눈 앞의 아른거리는 호롱불이 점점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에 눈치챘다. 잠시 눈을 깜빡이고 손으로 몇 번인가 부벼봤지만 여전히 눈앞은 흐릿했다. 나는 좀 더 정신을 집중하고자 고개를 훠훠 털어서 잡념을 떨쳐버렸다. 펜을 잡고있는 오른손에 힘을 강하게 주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는다. 희미해져 가는 이전의 기억들을 되짚는 나에게 이 방의 오렌지색 불꽃은 마치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은 편안함을 전해주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다시 펜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 그, 그리고 아직 이야기 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이다.


작가의말

 이걸 다시 올리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만... 아하하하하!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이미 연재분이 굉장히 많이 있었던 글이니 만큼 본편 올리기 시작하면 하루에 예닐곱 편씩 올려 볼 생각입니다. 생각처럼 수정작업이 잘 된다면요. 으하하하...

 

 부디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 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생겨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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