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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ist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힐링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Fictionist
작품등록일 :
2023.12.01 19:41
최근연재일 :
2024.04.11 16:52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58,342
추천수 :
1,520
글자수 :
573,787

작성
24.03.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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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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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7쪽

68화. 직시(1)

DUMMY

68화. 직시(1)



“말해봤자 어차피 들리지도 않겠지만.”


황수가 바닥에 엎어진 왕샤오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목을 마구 긁어대던 왕샤오한의 움직임이 점점 잠잠해졌다.


“황수. 그만해.”


저러다 정말 죽겠다 싶어서 나는 황수에게 말했다.


“끼어들지 말게.”


황수가 나를 쳐다보았다.

노인의 눈동자가 여전히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건 또 다른 길과 GH 사이의 문제야.”

“아니, 그렇지 않아.”


황수가 눈가를 찌푸렸다.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건가? 자네는 어느 쪽 소속도 아니지 않나.”

“그래. 어느 쪽 소속도 아니지. 그렇다고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니거든.”


나는 왕샤오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가지 말게. 자네도 질식하게 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나는 황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수가 날 죽일 리가 없잖아.”

“······기화. 제발 비켜주게.”


황수가 주먹을 쥔 채로 말했다.


“나는 또 다른 길의 수장으로서 그 애송이를 제거해야만 하네. 만약 여기서 놓친다면 틀림없이 그 애송이는 제주도에 파멸을 몰고 올 거야.”

“반대야.”


나는 왕샤오한의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슬슬 기절 직전이었다.


“여기서 왕샤오한이 죽는다면 GH에게 전쟁의 명분을 주는 것밖에 안 돼. 네가 그 생각을 못 했을 리 없어.”

“······.”


황수는 뭐라고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곧 다시 다물었다.


“네 분노는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네 말대로 나는 직접적인 관련자도 아니고 두 조직 사이에 전쟁이 있었을 시기에 다른 세상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나는 황수의 눈을 보며 말했다.


“또 다른 길은 벌레와 GH 양쪽과 전쟁을 벌여서 이길 수 있어?”

“······.”


황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왕샤오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순간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강력한 압력을 느꼈지만 일순이었다.

내 몸에서 시작된 파장이 왕샤오한을 포함한 주위의 공간으로 퍼져 나갔다.

몸을 찢어버릴 듯했던 압력은 팔다리가 무거워지는 정도로 줄어들었고―


“흐어어억!”


왕샤오한이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왕샤오한에게서 눈을 떼고 황수를 바라보았다.


“황수. 나는 지구에서 그 커다란 벌레들을 몰아낼 거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길은 물론이고 GH를 포함한 모든 능력자의 힘이 필요해. 그렇게 힘을 모은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야.”

“······.”

“과거의 청산이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냐. 다만 지금 현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

“기화. 자네는 GH 때문에 부모와 자식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 말을 똑같이 할 수 있나?”


황수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게 꽂혔다.


“GH는 자기들 의견에 따르지 않는 능력자들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있던 집과 시설을 부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망가뜨렸어. 그뿐만이 아니라 자원도 앗아가거나 못 쓰게 만들었지. 제주도에는 벌레보다 그 일 때문에 죽은 사람이 더 많다네. 자네는 이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에게 GH와 협력하라고 할 수 있나? 현실을 보라고, 냉정해지라고 말할 수 있냐는 말일세.”

“···할 거야. 그렇게 해서 증오를 사도 어쩔 수 없어. 무엇보다 먼저 벌레들을 없애는 것이 사람들을 위한 일이니까.”


나는 속이 비틀리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황수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황수. 이 애를 향한 복수는 결국 진정한 복수가 될 수 없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잖아. 심지어 얘는 자기네가 뭔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어. 아마 알려주지 않았겠지.”

“······.”


황수가 이를 악문 채 왕샤오한을 쳐다보았다.

왕샤오한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다시 엎어졌다. 숨이 막혀서 마구 긁어댔던 목에 흉한 자국이 선명했다.


“······감정 때문에 과격해진 건 부정하지 않겠네.”


황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GH와 협력한다는 건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냐. 우리 쪽의 반발도 극심하겠지만 GH에게도 우리는 적일세.”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째서?”


황수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그쪽의 협력은 내가 반드시 얻어낼 거야.”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2주 후에 증명할게. 지금은 날 믿고 이 애를 이곳에 머물게 해줘. 절대로 이곳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할 테니까.”

“······”


황수는 잠깐의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자네가 헛된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알았네. 단 2주 동안만이야. 우리 쪽에서도 감시인을 붙일 거고 본부와 지부의 출입은 금지일세.”

“그렇대. 들었지?”


나는 왕샤오한을 보며 물었다.

왕샤오한은 대답 없이 인상을 쓸 뿐이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정오 전까지 감시인을 보낼 테니 그때까지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게나.”

“알았어. 그런데 그 상태로 가면 다들 놀랄 거야. 목욕탕에서 입이라도 헹구고 가. 그리고 이거 먹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물통을 황수에게 건네주었다.


“꿀물이야. 마시면 잇몸 다친 거 나을 거야.”

“······고맙네.”


이후 황수는 말짱한 모습을 되찾은 뒤 돌아갔다.


“하아아. 허락을 받으랬더니 싸움을 걸고 있으니 원.”


나는 황수가 돌아갈 때까지 내내 바닥에 앉아 있던 왕샤오한을 보며 말했다.


“······.”


왕샤오한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인상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내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뭐야. 혹시 삐졌어?”

“······.”

“그러게 내가 사과하랄 때 사과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거 아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 건데.”

“······.”


왕샤오한은 여전히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너무 꼰대 같았나?

하지만 난 꼰대가 맞는걸.


“에휴. 아침밥 만들 건데 못 먹는 거 있어?”

“······.”

“없으면 아무거나 만든다?”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황도랑 같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배고프면 알아서 일어나 들어오겠지.



***



샤오한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오늘 하루.

아니, 일어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서 두 번이나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충격은 기화 때문이었다.

그는 능력을 사용하기는커녕 아무 전조도 없이 자신의 WP 실드를 뚫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녀가 11살에 능력자가 되고 난 뒤 8년 동안 그 누구도 저지를 수 없는 일이었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샤오한은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신과 같은 수준의 능력자를 찾아냈다는 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기화는 그녀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두 번째 충격은 또 다른 길의 현 수장, 최황수 때문이었다.

아까는 기화가 자신과 서 있는 곳이 아예 다르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자신보다 낮은 곳에 있을 게 분명한 상대에게 처참하게 지고 말았다.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는 것보다 격이 떨어지는 능력자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비참하게 했다.

샤오한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쓰고 매운 패배감을 맛본 적이 없었다.


“······크윽!!”


샤오한의 손가락이 흙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황수의 시선을 떠올리자 그녀는 머리가 달궈진 철처럼 뜨거워졌고 오장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방심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기화가 막지 않았다면 자신은 오늘 이 자리에서 숨이 막혀 죽었다.


“젠장···. 젠장할···. 뭐가 50배야···.”


샤오한은 지워지지 않는 치욕의 맛에 이를 물었다.



***



결국 왕샤오한은 아침 밥을 먹지 않았다.

게다가 날 감시하러 왔다고 했던 건 잊은 듯 2층의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았다.


“이럴 거면 정말 뭐 하러 왔대···?”


생각해 볼수록 어이가 없어서 나는 계단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뀽.”


황도가 마치 자기도 동의한다는 것처럼 짧게 울었다.

식탁 위에는 손을 대지 않은 감자밥과 유채 나물 볶음이 그대로 있었다.

그때 밖에서 차 바퀴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아인과 윤종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어? 두 사람이 감시인으로 온 거야?”


나는 둘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아, 기화 씨. 네, 맞아요···.”


아인이 경직된 얼굴로 대답했다.


“저랑 오빠는 먼 거리에서도 바로 텔레파시를 써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황수 님께서 직접 지시를 내리셨어요.”


예상 밖이었다.

최소한 권영이나 성후가 올 줄 알았는데. 이건 황수가 날 믿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저는 아인 씨의 보조로 왔습니다만······.”


윤종도 아인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화 씨. 이곳에 GH 수령의 딸이 있다는 게 정말입니까?”

“저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두 사람의 불안한 눈빛이 내 집을 향했다.


“맞아. 지금 삐져서 방에 틀어박혀 있어.”

“네??”

“지금 삐졌다고 하셨습니까?”


두 사람이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아침에 황수한테 대판 깨졌거든. 그게 충격이었나 봐.”

“황수 님께서!”

“역시 황수 님···.”


윤종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아인은 황수가 존경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쨌든 이제 두 사람이 왔으니까 움직일 수 있겠네. 일단 목장부터 갈 건데···. 잠깐 들어올래? 쟤도 같이 갈 건지 물어보게.”

“······.”

“······.”


두 사람이 미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예상외로 왕샤오한은 방에서 나와 우리를 따라왔다.

이제 속이 조금 풀렸나 싶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닌 듯 목장으로 가는 내내 뒷자리에 앉아서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게다가 앞에 앉은 윤종과 아인까지 침묵하는 바람에 차 안은 가끔 황도가 그릉거리는 걸 빼면 매우 조용했다.

침묵이 깨진 건 목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우욱.”


갑자기 왕샤오한이 코와 입을 손으로 가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이 냄새 뭐야···?”

“목장 가본 적 없어?”

“없어.”

“분뇨 냄새야. 그래도 이 정도면 굉장히 조금 나는 편이라고.”


다 내가 지은 축사랑 분뇨 처리장 덕분이다.

목장에 도착한 우리는 관리소로 향했다.


“오. 능력자분들이 왔네.”


의자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과거에는 양돈업을 하다가 지금은 목장 일을 도와주고 있는 송이화 할머니다.

나보다 나이가 열다섯 많았다.


“못 보던 아가씨도 있구먼?”


할머니 옆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왕샤오한 쪽을 보며 말했다.

송이화 할머니의 남편, 좌승우 할아버지로 할머니와 동갑이다.


“안녕하세요. 수양 씨는 밖에 나갔나요?”


나는 목장 관리인이 보이지 않아 물었다.


“응. 비가 올 것 같다고 다른 사람들이랑 애들 데리러 갔어.”


할아버지가 대답해주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누구야?”


할머니가 물었다.


“제 조수예요. 능력자가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데리고 다녀요.”


왕샤오한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렇구먼. 참 예쁘게 생겼네.”

“몇 살이야?”


노부부의 관심이 온통 왕샤오한에게 쏠렸다.

나는 마침 잘됐다 싶어서 왕샤오한에게 말했다.


“여기서 두 분 말 상대 좀 해드리고 있어. 나는 나가서 일을 보고 올 테니까.”


그러자 왕샤오한이 잔뜩 당황한 얼굴을 했다.


“뭐? 내가 왜?”

“너 내 조수 하기로 했잖아.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아인 씨랑 윤종 씨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갔다 올게.”

“앗, 네, 넵.”

“알겠습니다···.”


아인과 윤종이 자신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나 없이 왕샤오한과 있는 건 불안한 모양이었다.


“황도. 너도 여기 있어.”

“뀽···.”

“부탁할게.”


나는 황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닥을 힘껏 차며 점프했다.

날개 신발 덕분에 한 번의 점프로 이층집인 관리소의 지붕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지붕 위에서 보니 저 멀리 동물들의 무리가 보였다.

닭과 돼지, 소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원래 목표였던 닭 300마리, 돼지 100마리, 소 50마리는 이미 달성한 뒤였다.


‘그래도 사람들 고기 먹이기에는 모자라지만.’


돼지만 600마리는 잡아야 20만 명이 고기 맛이라도 본다.

그렇게 기르려면 확장도 확장이지만 목장 근처에 사료 전용 밭을 새로 만드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재료 운반이 쉬우니까.

그리고 도축장과 냉장창고 등의 시설도 준비해야 하니 목장 확장은 이래저래 장기 계획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관리소에서 내려와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수양과 또 다른 길에서 뽑아온 능력자들이 동물들을 모으기 위해 종을 울리고 있었다.


“아. 기화 씨.”


수양이 내가 온 걸 알아차리고는 다가왔다.


“곧 비가 올 것 같아서 동물들을 축사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응. 관리소에서 할머니랑 할아버지께 들었어.”

“그러시군요.”

“이상은 없어?”

“예, 동물들은 다 건강하고 사료는 아직 6할 가까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축사마다 꽉 들어차서 그런지 더워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그거 해결해주려고.”

“예?”

“일단 애들 데리고 축사로 가자.”


나는 수양과 다른 능력자들이 축사로 가축들을 돌려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1호 양계장으로 수양을 데려갔다.

닭들과 병아리들의 울음소리로 양계장은 무척 소란스러웠다.


“그 기계는 뭡니까?”


수양은 내가 양계장 한가운데에 설치한 사람 크기의 원통을 보고 물었다.

하늘색과 주황색이 나선을 그리고 있는 원통이었다.


“축사용 온도 조절기야. 냉기와 온기의 결정을 이용해서 적정 온도를 맞춰주는 기계지.”


나는 원통 중앙에 나 있는 홈에다가 두 개의 결정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양계장 안이 시원해졌다.


“아니? 이럴 수가···! 갑자기 시원해진 느낌이···.”


수양은 벽에 설치된 온도계―내가 만드는 축사에 온도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 아마 자기가 설치한 모양이었다―를 확인하고 오더니 말했다.


“정말로 온도가 내려갔습니다! 정말 신기한 기계로군요.”

“추워질 때는 또 자동으로 따뜻하게 해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이거 시원한 게 제가 여기서 지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수양이 그렇게 말하고 하하 웃었다.

이후 각 축사에 모두 온도 조절기를 설치했다.

그런 뒤에는 동물의 수와 축사의 허용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수양과 관리소로 돌아왔다.


“아.”


문을 열자마자 왕샤오한이 날 돌아보았다. 왕샤오한은 노부부와 아인&윤종 콤비 사이에 끼어 있었다.

두고 간 지 30분도 안 되었는데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끝났어?”

“그래. 돌아가자.”


샤오한은 거의 뛰다시피 해서 관리소를 빠져나갔다.


“방금 그 여자애는 누굽니까?”


수양이 문가를 보며 물었다.


“내가 고용한 단기 조수. 능력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애야.”

“오오. 제주도의 능력자 수가 많아지는 건 좋은 일입니다.”


수양이 활짝 웃었다.

쟤는 제주도가 아니라 대만 소속이지만.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목장을 떠났다.


“건물들이 꽤 많던데.”


언덕을 내려가는 도중 왕샤오한이 나를 보며 말했다.


“닭, 돼지, 소 합쳐서 천 마리 가까이 된다는 게 사실이야?”


노부부에게 들은 건가?


“사실이야. 그래서 슬슬 동물 종류마다 분리해서 목장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지.”

“천 마리나 있으면 고기 걱정은 없겠네.”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고기 먹으려면 하루에 돼지를 수백 마리를 잡아야 하는데. 닭은 수천 마리는 잡아야 하고.”

“뭐? 또 다른 길의 능력자들은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어?”

“아니, 능력자들만 고기를 먹을 수는 없잖아.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 다 먹어야지. 20만 명을 먹이려면 한참 모자란다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왕샤오한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20만 명? 혹시 비능력자를 포함한 거야?”

“그렇지?”

“비능력자가 고기를 왜 먹어?”

“뭐?”


다음 순간, 왕샤오한 입에서 상상도 못 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비능력자는 초식 동물이잖아.”

“엥?”

“네?”

“예?”


나와 아인, 윤종이 동시에 소리를 냈다.


“······응? 뭐야. 내가 이상한 소리라도 했어?”


왕샤오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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