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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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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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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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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 1

DUMMY

“야. 너는 의리 없게 너만 쓱 하고 가버리냐?”


또 저 말이다.


지금까지 백번은 들은듯하다.


선은 할 말이 없다 싶으면 내가 가버린 얘기를 꺼낸다.


“알겠으니 그만하시오.”


“뭐를 알았다는 거야? 내가 너 찾느라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아?”


“다시는 안 그럴 테니 화 푸시오.”


“한 번만 더 그러면 삼십 년간 철사장으로 단련한 내 쇠주먹으로 널 때려줄거야.”


“아이참, 언니. 불개한테 그건 또 언제 배운 거예요?

언니는 스물두 살인데 어떻게 삼십 년간 단련한다고 그래요.”


“어험. 랑아 어른들은 다 방법이 있단다. 그러니 넘어가렴.”


“언니도 참. 불개한테서 못된 건만 배웠다니까. 나중에 만나면 내가 혼내줘야겠어.”


아가씨···.


전보다 활달해지신 건 기쁜일이나 사도에게 잡아먹히지 않으셔야 하는데.


“천. 곰무덤으로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아가씨의 말에 위로 올려다보고 “산을 통과하면 한 달 정도 걸릴 듯 하고 둘러간다면 적어도 석 달이 걸립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구나.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아니, 불개 그 꼬맹이는 뭐하길래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거야?”


“불개는 산어르신님이 도움을 요청해서 그쪽으로 갔어요.”


“그새?”


“네.”


“도움이 필요한 건 어떻게 알고?”


“산어르신님이 새한테 생각을 심어 보냈고 불개가 그걸 읽었어요.

그리고 제가 불개를 산어르신님에게 데려다 주었고요.”


“아하···. 그야말로 완벽한 분업이네. 아! 저기 도깨비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의 말대로 우리가 지나가야 할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발 아무 문제 없기를.


“근데 꼭 저 산을 지나가야 해? 둘러서 가면 되잖아.”


“저 산을 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잖아요.”


“그렇지만 돈 아깝단 말이야. 무슨 길 하나 닦은 거로 얼마나 우려먹는 거야?”


“돈은 아깝고 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보오.

그리고 도깨비산에 길을 내는 것만으로도 대대손손 먹고 살 자격이 있지.”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기엔 괴물이 득실거리잖아.”


“언니. 그러니까 더더욱 길을 이용해야 하는 거죠.”


“참나, 얘는 은근히 겁이 없단 말이야.”


“히히. 그런가요?”


“천을 봐. 지금 벌벌 떨고 있잖아.”


“하하. 천, 정말 무서워서 떨고 있니?”


“저는 무서움을 모릅니다. 선. 괜한 헛소리 해서 힘 빼지 마시오.”


“아하하. 랑, 봤어? 얘 방금 머뭇거린 거?”


“네. 언니. 봤어요. 헤헤헤.”


아가씨와 선이 웃고 떠드는 사이 입구에 다다랐다.


조촐한 오두막집에서 범이 하나 나오더니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길을 이용하시려고요?

아이쿠, 이것 봐. 저는 풀한포기와 햇살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난 천이라고 하오.

길을 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소?”


“어이쿠. 귀하신 노예기사분께서 무슨 일로 이 길을 이용하실까?”


나는 아무 말 없이 범을 쳐다봤다.


“아아, 시비조로 들렸다면 미안합니다.

내 평생 이 길을 이용하려는 노예기사는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이 길을 쓰는 데 아무 문제 없소?”


“아무렴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노숙할까 봐 걱정이시라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중간중간 저희 식구가 지어놓은 초가가 있으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괴물들도 거긴 못 건드려요.

아, 괴물이요? 걱정일랑 마세요.

최근에 괴물을 봤다는 손님은 전혀 없었으니깐요.”


“그렇겠지. 괴물을 봤으면 전부 죽었을 테니까.”


선이 퉁명스럽게 범의 말을 받았다.


“하하, 손님. 저희 길을 내는 인간들을 음해하지 마세요.

길을 내는 인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순찰하며 최선을 다해 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가씨. 미덥지 않은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둘러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천과 같은 생각이야. 너무 위험하단 말이야.”


아가씨는 선과 내 말에 골똘히 생각하고 계셨다.


“산을 넘으려고 할 때 모두 각오했던 일이잖아요. 한 달이면 위험을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천?”


“맞습니다. 선. 범에게 값을 치르시오.”


내 말에 선이 날 쳐다본다.


“뭐, 할 말 있소?”


“난 반대야. 저긴 못 간다고.”


“어쩔 수 없군. 그럼 당신은 둘러서 가시오.”


“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언니. 절 믿으세요. 네?”


“아가씨, 선을 달래주실 필요 없습니다. 못가겠다면 돌아가든지 되돌아가든지 선택하면 될 일입니다.”


“워워, 진정하세요. 사람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산은 극도로 위험한 장소가 아닙니다.

위험하다면 여길 이용하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희부터 이 길을 내고 관리할 수 없었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급한 일이 있다면 산을 통과해 가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쳇! 알았어요. 얼마예요?”


선이 마음에 안 든다는 투로 말하며 값을 물었다.


“어디 보자···. 사람이 3명이니까···. 180원이네요.”


“여기 있어요.”


“저희 길을 내는 인간들이 낸 길을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범이 인사를 하고는 아가씨에게 다가간다.


머리.


“잠깐. 거기 멈추시오.”


난 품속에 칼을 꺼내 범에게 말했고 내 말을 들은 범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네? 왜 그러시는지···?”


“아가씨에게 가까이 가지 마시오.”


“초가가 있는 지도를 드리려고 하는데 제가 무슨 실수를 했나요?”


“이리주시오.”


범이 아가씨에게 떨어지자 나는 손을 내밀어 지도를 받았다.


“군데군데 붉은 점으로 찍은 곳이 초가가 있는 곳입니다.

일주일 내에 이용한 인간이 없어 다른 자들과 같이 이용할 리는 없을 거예요.”


“네? 입구가 여기 하나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하. 우리의 친구 비둘기가 있으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뀌는 법이죠.”


“아하. 그렇군.”


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편안하신 산행이 되길 기원합니다.”


범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산에 올라갔다.



///



“왜 초가가 안 보이지?”


“지도 제대로 본 거 맞소?”


“이게 어두워서 그런가? 네가 한번 봐봐.”


“이리 줘보시오. 아가씨, 잠시 멈춰서 지도를 봐도 되겠습니까?”


“응. 괜찮아.”


나는 선이 건네주는 지도를 받고 그 자리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분명 이쯤에···.


“아! 저기 있다!”


아가씨가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곳을 눈으로 쫓아 쳐다보니 과연 불빛이 어른거렸다.


“어서 가자! 나 배고프단 말이야.”


“알았소. 아가씨 출발해도···.”


“응! 빨리 가자.”


불빛으로 가까이 가니 초가가 보였고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 명이 누울 수도 있을 만큼 제법 큰 방이다.


늦은 밤까지 산행했기에 아가씨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누워버리셨고 선 또한 지쳤는지 쓰러지듯이 드러누웠다.


“아가씨. 식사를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언니, 어떡하실래요? 저는 그냥 자려고 하는데.”


“아까는 배고팠는데 지금은 졸음이 배고픔을 이겨버렸어. 그냥 자자.”


“아가씨. 그래도 저녁 식사는 하셔야 합니다. 입맛이 없다고 안 드시면 내일 산행하시는데 지장이 생깁니다.”


“알았어. 그럼 대충 먹자.”


나는 아가씨의 말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으나 아가씨는 나를 저지한다.


“어디 가려고?”


“네. 불을 때서 밥을 지으려고 합니다.”


“헐. 야, 너 정말 대단하다. 내가 노예기사였다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텐데.”


“당신은 절대 노예기사가 될 일이 없으니 안심하시오.”


“천. 밥하지 말고 물 만 떠줘.

저녁에 많이 먹으면 다음 날 힘드니까 간단하게 육포만 먹을래.”


“알겠습니다.”


아가씨의 배려에 난 밖으로 나가 귀를 기울여 개울물을 찾기 시작했다.


집중하니 어디선가 졸졸거리는 소리가 나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갔으나 개울물은 찾을 수 없었다.


사방을 둘러봤지만, 개울은 없고 물이 흐르는 소리만 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품에 손을 넣어 칼을 뽑았다.


그러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개울물 소리는 튀어나온 저 괴물이 내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머리가 돌아가더니 턱이 위로 향했고 이마가 아래로 향한 모양새를 취했다.


“어씨옥잊악악엔루압앤어씨옥잊악악엔루압앤.”


눈알이 사시처럼 이리저리 돌아가며 그 어디서도 듣지 못한 목소리로 굉장히 빠르게 말을 했다.


“잊씨옥잊악악엔잊씨옥잊악악엔.”


아가씨가 계시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고 괴물은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이번엔 머리를 좌우로 굉장히 빠르게 흔들며 말했다.


괴물의 얼굴에 칼을 던짐과 동시에 뒤로 돌아 도망쳤다.


“띾띾띾띾띾앋쎅일업어지쯔익락익락런안욱싹옃웋악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괴물이 날 쫓아오는 게 느껴진다.


“띾띾띾잊껙씨이루압앤념을윽를잊애뜨앶엔.”


등에서 괴물이 나를 짓누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목소리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다시 한번 품에서 칼을 뽑아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앞에 초가가 보인다.


온 힘을 다해 뛰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고 선이 그런 나를 화들짝 놀라 쳐다본다.


아가씨는 다행히도 주무시고 계셨다.


“괴물이 있소.”


선은 자리에서 펄쩍 뛰더니 칼을 뽑아 아가씨의 앞에 서서 날 쳐다본다.


나는 선의 만족스러운 모습에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천천히 문을 연다.


헛것을 본 걸까?


밖에는 아무도 없다.


“둘러보고 올 테니 꼼짝말고 있으시오.”


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초가 주위를 둘러보고, 지붕을 둘러봐도 내가 본 괴물은 보이지 않는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선이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본다.


“차, 찾았어?”


“못 찾았소.”


“씨발. 어디서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뭐야? 무슨 괴물이야?”


“잘 모르겠소. 어두워 자세히 보지 못했소.”


“안 되겠다. 랑을 깨워서 달아나자.”


“날이 밝을 때까지 있어야 하오. 어두운데 움직이면 그놈의 표적이 될 뿐이오.”


“아니, 랑을 깨워서 사도의 능력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나 불안해서 여기에 도저히 못 있겠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좋소. 불충스럽지만 아가씨를 깨워서 어디로든 가야겠소.”


나는 말하자마자 아가씨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깨우기 시작했다.


아가씨가 일어나실 기미가 안 보인다.


“아, 비켜.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일어나?”


선이 아가씨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어 깨운다.


“랑! 랑! 일어나봐.”


아가씨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신다.


“언니? 왜 그러세요?”


“거두절미하고 말할게. 지금 괴물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를 노리고 있어.

그래서 네 능력으로 여길 빠져나가야 해.”


“네? 괴, 괴물이요?”


“어. 그러니까 어서 준비해. 천. 짐 챙겨.”


선의 말에 재빨리 짐을 꾸려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다 끝났습니다.”


“응 알았어. 둘 다 내 손을 잡으세요.”


선과 내가 아가씨의 손을 잡으니 아가씨가 눈을 감으신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 이, 이게 왜 이러지?”


“랑아, 언니 지금 장난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빨리 가자.”


“자, 잠시만요.”


아가씨가 다시 한번 눈을 감으신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안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마음대로 안 돼요.”


“씨발. 좆됐네.”


“아가씨 앞에서 입조심하시오.”


나는 선을 한번 흘겨본 다음 아가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아가씨. 급히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저 괴물은 이 방에 못 들어옵니다.

숨을 천천히 고르신 후 다시 한번 해보십시오.”


“응. 알겠어. 언니, 제 손을 잡으세요.”


아가씨가 눈을 꼭 감으시고 손에 힘을 꽉 주신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방 안에 있다.


“미안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대로 안 돼.”


“아가씨,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건 아가씨 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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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랑 1 22.10.02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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