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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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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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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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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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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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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선 4

DUMMY

“너로군.”


천은 바지가 축축해진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머지는 자살할 기회를 주겠다.”라고 말했다.


누가 그 상황에서 자살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러지 못했고 그런 남자 둘을 본 천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 둘의 목을 그어버렸다.


목에서 피가 뿜어져 천의 얼굴과 몸을 적셨고 목이 그인 남자들은 피가 품어져 나오는 자신의 목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그래. 네가 저놈을 부추겼다고?”


남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몸을 사시나무 떨 듯했다.


“나설 용기도, 대답할 용기도 없는 쓰레기군.

본래라면 네 심장을 뽑아 주둥이에 쑤셔 넣어야 하지만 넌 그럴 예우조차 받을 자격이 없다. ”


말을 마친 천은 단검을 역수로 쥐고 머리를 내려찍어버렸다.


천은 남자가 죽은 걸 확인하자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주모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합니다. 소란을 일으킨 보상은 제가 적절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괘, 괘, 괜찮습니다. 제, 제가 정리하, 하, 할 테니 이만 도, 돌아가 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주모의 말을 들은 천은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돈 좀 주시오.”라고 말했다.


“푸훗.”


피 칠갑을 한 채 손을 내밀고 돈을 달라고 말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실수한 걸 깨달은 나는 황급히 표정을 굳히고 돈주머니를 천에게 건넸다.


“아니지. 내 손에 피가 너무 많이 묻어 건네주기가 곤란하니 당신이 주모에게 건네주시오.”


“알았어.”


나는 주모에게 다가가 돈주머니를 주었는데 넋을 잃은 주모는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모의 앞섶을 열어 그곳에 돈주머니를 넣어 둔 후 “죄송합니다. 이 돈이면···. 얼추 보상은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두둑한 주머니를 느껴 정신이 돌아온 걸까?


주모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자.”


나는 천에게 말했고 우리는 주막을 빠져나갔다.



///



“난 살인귀가 아니오.”


“누가 뭐래?”


우리는 온몸에 피가 묻은 천의 몸을 씻어내기 위해 근처에 있는 냇가로 향했고 천은 목욕을 하는 와중에 날 보고 말했다.


“참으려고 했소. 그리고 참았소. 하지만 아가씨를 들먹이는 순간 더는 참을 수 없었소. 미안하오.”


“뭐가 미안해? 너도 내가 칼 잡으려는 거 봤잖아. 네가 안 그랬으면 내가 그랬을 거야.”


내 말에 감동이라도 받은 걸까?


천은 목욕을 하다말고 날 멍하니 쳐다봤다.


어···. 저기···. 좀 가릴래?


알몸으로 날 멍하니 보고 있으니까 민망하잖아.


나는 민망해 괜히 천의 옷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피가 전부 안 빠질 것 같은데? 새로 하나 사는 게 낫겠다.”


“여기 있을 테니 당신이 가서 한 벌 사 오시오.”


“네 옷 크기를 내가 어떻게 알고?”


“지금까지 내 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그것도 모르오?”


“누, 누가 네 몸을 쳐다봤다고 그래!”


천의 망언에 난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돈도 없단 말이야! 네가 다 날려버린 덕분에! 먹을 것도 없고 잠도 밖에서 자야 한다고!”


“그 돈을 전부 줬단 말이오? 주모가 주머니를 열어보면 횡재했다고 생각하겠군.”


“그래서 어쩔거야?”


“이리 주시오. 내 옷은 내가 빨아야지.”


“아니 그거 말고. 돌아갈 거야?”


“돈도 없는데 돌아가야지.”


하긴. 빈털터리 신세인데 돌아가야지 뭘 하겠어?


“돈이 있으면 제 의뢰를 받을 건가요?”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난 칼을 빼 들고 뒤로 재빨리 돌았다.


그곳에 있는 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돈이 있으면 제 의뢰를 받을 것인지 물었어요.”


첨벙첨벙하는 소리가 나더니 천이 내 옆에 섰다.


나는 알몸인가 싶어 옆을 쳐다보니 다행히 옷은 입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짐승을 청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돈이 있으면 제 의뢰를 받을 건가요?”


“선금이오?”


“그렇다고 해두겠어요.”


“선금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오? 당신의 의뢰를 모두 실패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죽어버리면 돈만 잃어버리는 꼴이 되지 않소?”


그러게.


저 여자가 짐승이 죽지않아서 안달이 나 노예기사에게 맡기려는 건가?


“그건···. 말해주기 곤란하네요. 그래서 맡을 건가요?”


뭐야 이 여자.


전에 볼 때는 목각인형 같았는데 지금은 평범한 사람 같은데?


“아쉽지만 우리는 나흘이나 기다릴 여유가 없소.”


“그건 제가 해결하겠어요. 내일 제게 오시면 해결해놓겠어요.”


“저기요. 당신 앞에서 돈을 받던 도깨비가 있던데 한패예요?”


“아니에요. 언젠가부터 제 앞에서 돈을 받고 인간들을 보내주더군요.

굳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놔뒀는데 이제는 신경을 써야겠어요.”


“어떻게 해결을 한다는···.”


“아직 답을 못 들었어요. 제 의뢰를 받으실 건가요?”


여자는 내 말을 끊고 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자가 천을 바라보는 표정이 왠지··· 슬퍼 보인다.


“수락하겠소.”


“고마워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를 천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주막에서 심장을 뽑아 주둥이에 쑤셔 넣겠다고 말하던데, 어디서 들은 말인가요?”


그런 말을 했나?


뭐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주막에서부터 우릴 쫓아온 건가?


이 여자 뭐야.


“들은적없소.”


“알았어요. 그럼 이만.”


여자는 천에게 고개를 숙이고 나는 본체만체하고는 돌아가 버렸다.


“뭐야 저 여자. 야, 아는 사이야?”


“생전 처음 본 여자요.”


“뭐지? 이상하네. 흐음···. 거기 돈 얼마나 있어?”


에잇.


여자는 신경끄고 돈이나 생각하자.


내 말을 들은 천은 나에게 돈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안에는 제법 많은 돈이 들어있다.


“꽤 많은데? 부자인가 봐.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네. 저분을 욕했던 걸 반성해야겠다.”


“전에는 의심스럽다더니 고작 돈 몇 푼 줬다고 평가를 바꾸는 거요? 한심하기 짝이 없군.”

천이 날 쳐다보면서 혀를 쯧쯧찬다.


“돈 주는 사람은 무조건 착한 사람이야.”


“알았으니 가서 내 옷이나 한 벌 사 오시오. 피가 많이 묻어서 찝찝하군.”


“알았어. 내가 가서 사 올게. 더 필요한 거 없어?”


“특산물 같은 게 있으면 그것도 부탁하오.”


“그건 왜?”


“아가씨에게 드리려고 하니 좋은 것으로 골라오시오.”


“알았어.”



///



에···. 옷도 샀고, 랑에게 줄 선물도 샀으니 돌아가 볼까?


조그만 마을에 가판대는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컴컴해지고 있었다.


“이크! 서둘러야겠다. 천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뒤에서 날 부르는듯해 돌아보니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상냥한 말투와 달리 표정이 없는 채로.


“네···. 안녕하세요?”


“제가 저번에 무례하게 군 것에 대해 사과드릴게요”


여자가 몸을 꾸벅 숙였다.


“아, 아니에요. 경황이 없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하하···.”


“제가 사과의 의미로 저녁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일행분은 어디 가셨나요?”


나는 어색해 얼른 도망치고 싶었지만, 여자는 음식 대접을 하겠다며 나를 붙잡아두었다.


“감사하지만 제가 빨리 가봐야 하거든요. 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오늘 잠자리는 마련되어 있으신가요? 주막에서 소란이 일어났으니 정상적인 영업은 하지 않을 텐데요.”


몸을 돌려 재빨리 벗어나려 했지만, 여자는 놓아주지 않았다.


“밖에서 자면 돼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제 의뢰를 받으실 분들인데 밖에서 자는 건 마음이 불편해서요.

제가 잠자리를 마련해드릴 테니 저의 집으로 오시겠어요?”


아 싫은데.


인품은 휼륭하시지만 별개로 이 여자 정말 싫단 말이야.


“말씀은 감사···.”


“부탁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천을 데리고···.”


“같이 가요. 저도 어차피 할 일이 없거든요.”


이거 된통 걸렸네.



///



“당신이 간다고 했소?”


“말소리 좀 줄여. 들리겠다.”


나는 천에게 속삭였다.


“어떻게든 거절하려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데리고 오잖아.

내가 떼어놓으려고 했는데도 따라오는 걸 어떡해?”


“이거 참. 이상한 일이군. 일단 저 여자가 주는 건 먼저 먹을 때까지 기다리시오.”


“알았어.”


냄새가 풍겨오는 걸 보니 백숙을 하는 듯하다.


종일 굶었더니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음식을 기다렸다.


안돼!


저 음식엔 독이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이윽고 여자가 삶은 닭과 함께 닭죽을 내어왔다.


“어서 드세요.”


여자가 천에게 닭 다리를 내어주며 말했다.


그리곤 자기는 먹지 않은 채 천이 먹기만을 기다렸다.


저거 먹으면 안 되는데.


독 들었는데.


“손님이 주인보다 먼저 먹을 순 없소. 먼저 먹으면 나도 먹겠소.”


그러면서 천이 남은 닭 다리를 뜯어 여자에게 주었다.


이런 나 닭 다리 좋아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여자가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내고 입으로 가져갔다.


천과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여자가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자 먹기 시작했다.


“이런 귀한 음식을 대접하셔도 괜찮으세요?”


닭을 다 먹고 닭죽을 먹을 때까지 말없이 먹기만 해 분위기가 어색했고 나는 그런 분위기를 참지 못해 기어코 입을 열었다.


“제가 대접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말은 내가 했는데 여자는 천만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얼핏 보니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다.


“저기 천. 맛있어?”


“음. 제법 먹을만하군. 돌아가면 아가씨에게 해드려야겠어.”


어쩐지. 열심히 먹더라.


“그래요? 다행이네요. 부족하시면 더 내어올까요?”


“괜찮소. 이만하면 충분하오.”


“후식을 내어올게요.”


여자가 그릇을 치우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야, 너 정말 저 여자 몰라?”


“모르오.”


“근데 왜 널 잘 아는 것 같지? 이 백숙도 네가 좋아하니까 내온 것 같은데?”


“우연이겠지.”


“흠···. 그런가.”


그런데 여자의 행동이 너무 너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아 배부르다. 잘 먹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노예기사···. 아 노예기사 맞으시죠?”


“그렇소. 나도 덕분에 잘 먹었소.”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식사도 대접받았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소?”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노예기사가 되기 전에 기억은 있으신가요?”


“음···. 전혀 없소.”


“그러시군요. 그럼 혹시···.”


“아, 미안하지만 내가 피곤해서 그러는데 잠자리로 안내해주실 수 있겠소?”


뭐지? 왜 갑자기 말을 끊는 거야?


얘기하기 불편한가?


“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남는 방이 하나뿐이라 두 분이 함께 주무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소.”


여자는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주고 돌아갔다.


“우리가 우려하던 상황은 없네?”


“그렇군.”


“우리가 괜히 호의를 적의로 받아들였네. 미안하게 말이야.”


“내일, 청부를 반드시 해결해야겠소.”


“그래. 잠 온다. 나 먼저 잘게.”



///



사르륵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천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형체가 천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내고 칼에 손을 얹은 채 지켜봤다.


다행히 천을 해코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눈이 어둠에 어느 정도 적응되자 얼굴이 보였는데 다름 아닌 이 집의 주인이었다.


뭐지?


천을 좋아하나?


노예기사가 신기해서 쳐다보는 건가?


소름 돋게 왜 자는데 쳐다보고 난리야.


여자는 수탉이 울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천을 쳐다보기만 했다.


수탉이 울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버렸고 나는 그제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근데 천 얘는 잠귀가 은근히 어둡단 말이야.


나는 자리에서 내가 일어나기 전에 해코지했나 싶어 천을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음, 얼굴엔 이상이 없어.


이불을 걷어 몸을 살폈지만, 이상이 없다.


“뭐 하는 거요?”


“어?”


천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천천히 돌려 쳐다봤다.


“뭐하냐고 물었소.”


“아,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있소?”


“그런 거 아니라고!”


아, 이거 괜한 오해는 받는데 말을 해야 하나?


아니다.


찜찜해 할 수 있으니까 말하지 말아야겠다.


“저리 가시오. 그리고 당분간 가까이 오지 마시오.”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닌 거 아니까 당분간 가까이 오지 마시오.”


어제 알몸부터 오늘 훔쳐보는··· 살펴보는 것까지.


얘 완전히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잠자리를 정리한 우리는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고 쪽지에는 항상 있던 자리에 기다리고 있겠다고 쓰여있었다.


“어디 한번 가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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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천 5 22.10.01 23 0 13쪽
29 천 4 22.09.27 27 0 13쪽
28 천 3 22.09.26 21 0 13쪽
27 천 2 22.09.25 21 0 12쪽
26 천 1 22.09.24 20 0 12쪽
25 선 5 22.09.20 19 0 12쪽
» 선 4 22.09.19 18 0 13쪽
23 선 3 22.09.18 18 0 13쪽
22 선 2 22.09.17 18 0 13쪽
21 선 1 22.09.06 22 0 14쪽
20 짐승 3 22.09.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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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랑 3, 짐승 1 22.09.03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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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랑 2(1) 22.08.28 18 0 13쪽
15 랑 1 22.08.28 17 0 13쪽
14 천 5 22.08.27 18 0 15쪽
13 천 4 22.08.27 2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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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천 2 22.08.21 24 0 13쪽
10 천 1 22.08.20 32 0 14쪽
9 선 6 22.08.20 78 0 14쪽
8 선 5 22.08.14 29 0 13쪽
7 선 4 22.08.14 3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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