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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20.09.21 23:56
최근연재일 :
2020.10.20 12: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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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
추천수 :
75
글자수 :
15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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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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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1. 광대

DUMMY

플헤임.

니피마을 촌장이 매일 올랐다는 산의 이름이다.

초보자 마을의 뒤에 위치해 있으며 정상부근이 송곳처럼 매우 뾰족하게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상당한 경사를 자랑했으며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NPC들은 몰라도 유저들은 그저 배경으로 치부한 탓에 이곳을 오르는 이는 나와 물약이없어효 둘 뿐이다.

이렇게 보니 PK에 최적화 된 장소임을 깨닫게 된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하기만 하다.

몬스터가 없다면 동물이 살기 좋지 않나?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생명체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니크 패시브 스킬인 육감에도 무엇 하나 걸려들지 않았다.


“역시 이상하죠? 촌장은 어째서 이런 삭막한 산을 매일 올랐던 걸까요? 등산하기 좋은 것도 아닌데.”


앞장서서 걷는 물약이없어효.

가상현실이기 때문인지 숨 하나 헐떡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고 있다.

지금 처리해버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관계를 구축해둔 상황이지 않은가.

게다가 떠들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짙다.

PK를 당했다는 이유로 게시판은 물론 시종일관 따라다니며 질책을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나는 한 동안 니피마을에 머물러야 하니 괜한 트러블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그것보다 나와 파티를 맺어봤자 별 재미도 없을 텐데.”

“그거야 모르죠, 지금 이렇게 사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재밌는 걸요?”

“실종사건인데 재미를 느낀다고?”

“아!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온전히 게임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니까.”


니피마을 촌장실종사건, 물약이없어효가 멋대로 지은 이름이다.

그녀는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촌장의 흔적을 찾기 바빴다.

문제는···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기다려달라니까요?!”

“걸음이 지체되잖아.”


수많은 유저들이 왜 그녀를 등한시 한지 알겠다.

몇 걸음 떼려고 하면 약초채집을 핑계로 걸음을 멈춘다.

본인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같은 파티원이라면 곤욕이나 다름없다.

진행속도가 더뎌도 너무 더딘 것이다.

그러니 퇴짜를 먹는 것은 당연하다.


“동료잖아요. 그런 말해도 되겠어요?”

“이번뿐이다.”

“에이, 그러지 말고···”

“이번뿐이다.”

“···그러기만 해봐요, 게시판에 왕창 도배해줄 테니까.”


성가시다.

너무너무 성가시다!

게시판에 도배를 하겠다고?

그런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기껏 히든클래스로 전직했다.

도배로 인해 눈에 띄는 것은 절대 사양이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자 물약이없어효는 내 어깨를 탁치며 포션 1개를 건네었다.


“방금 그 반응은 너무 하지 않아요?”

“인벤토리만 차지할 뿐인데.”


포션을 내게 건넨 것은 일종의 마음 씀씀이였겠지.

그걸 깨닫기도 전에 나는 무심하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다 들리거든요.”

“······.”

“그러지 말고 받아요. 하도 퇴짜 맞은 탓에 비장의 포션을 만들었으니까.”


물약이없어효는 조금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억지로 포션을 쥐어보였다.


띠링!

[ 소비 : 획득 경험치 증가 포션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


“이건!”

“어때요? 이정도면 저도 도움이 되죠?”

“경험치 증가 포션을 만들 수 있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조합사가 아니면 못 만들거든요.”

“그런 거야?”

“이 정도 메리트는 있어야 정상 아니겠어요?”


설마 경험치 관련된 포션을 조합할 수 있을 줄이야.

진짜 상상도 못했다.

이건 생각 외로 큰 도움이 될 지도.


“호, 혹시 골드증가 포션은···”

“그건 모르죠, 아직 30레벨이니까.”

“그렇단 말이지.”

“왜,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생각해보자.

서로 의기투합하였을 시의 시너지를 말이다.

물약이없어효는 비전투직업이다.

나도 거의 엇비슷하긴 하지만 릴리가 있다.

무엇보다 물약이없어효에게 포션을 만들 장소를 던전 내에 마련해줄 수 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조합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해준다.

물약이없어효에게 있어서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안전하게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합을 할 수 있고, 여러 던전을 탐험할 기회도 주어질 테니까.

걸리는 점이 있다면 보안부분이다.

히든클래스라는 정보를 함부로 밝혀낼 수 있을 리 없다.


“일단 좀 더 지켜보는 걸로.”

“···무슨 뜻이에요?”

“동료로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본다는 뜻이다.”

“아 왜요~정 못미더우면 길드를 만드는 게 어때요?”

“그럴 생각 없어, 나는 솔플을 지향하거든.”

“아~혹시 내가 뒤통수칠까봐 경계하는 거구나?”

“그래.”

“와, 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는데···”

“당연한 반응이지. 보통, 너처럼 아무렇지 않게 접근하는 유저는 없으니까.”

“혼자서 게임하고 싶지 않아서니까요! 친구도 가상현실게임에는 관심 없고, 아빠랑 엄마에게도 권했지만 역시 거들떠도 보지 않지. 아~내 신세는 어쩜 이리 처량한 것일까.”

“······.”

“흥! 좋겠네요, 같이 게임해주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하아···내게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즐길 수 있는 걸까···”


방금 전까지 들떠있던 모습은 어디가고, 깊은 심해에 가라앉은 배처럼 바닥에 주저앉아보였다.

일단 기복은 둘 째 치고,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확실하게 표현을 해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능력이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녀가 지닌 처량함이 내게 전해질 정도로 말이다.

조금 심했나?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다. 릴리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니까.”

“······엥?”


릴리가 여자친구가 아니란 말은 사실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이 즐기는 친구가 없다는 말은 삼갔다.

실제로 현우가 나와 함께 윌더니스 월드를 하고 있으니까.

내 나름의 배려였다.

만약 물약이없어효가 진심으로 같이 즐길 유저를 찾고 있었던 거라면, 내 반응은 너무 차가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반응이 뭔가 묘했다.

그걸 알아차린 것은 외마디의 비명이 내질러진 후였다.


“뭐라고요?!!”

‘아차!!!’

“와, 진짜 너무하시네요, 여자친구가 아니라면 동료라는 소리죠? 릴리씨는 되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거죠?! 해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방컷씨!”

“그, 그게···”


릴리가 NPC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대답을 주저하는 내게 물약이없어효는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답변을 해주십시오!”


탐정다음에는 기자인 것인가.

짧은 나뭇가리를 내 입가에 들이밀며 해명을 부탁해왔다.


“촌장실종사건이 우선이다.”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서두르지.”

“한방컷씨! 기다려주십시오!”


-----


촌장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촌장을 제외하며 찾는 이들이 없는 산, 그런 주제에 길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거쳐 누군가에 의해 생겨난 길.

그 누군가는 바로 촌장이겠지.

촌장은 무릎이 좋지 않다고 했었다.

나무를 지지하며 올랐을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실제로 일직선상으로 쭉 이어진 것이 아니라 손때가 탄 나무를 따라 길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탐정의 소질이 보이는 걸요? 엄청 예리하시네.”

“이 정도는 군대만 갔다 오면 알 수 있지.”

“오, 군필자.”

“농담이야, 그것보다 개발사측의 세심함에 주목하라고.”

“무슨 뜻이에요?”

“윌더니스 월드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게임이다. 그런데 이런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발사측에서 의도하고 만들어낸 거라 봐야지.”


그렇다.

니피마을의 촌장에게 단순히 이런 설정을 부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을 조합사의 반응과 마녀의 추종자라는 설정.

추종자였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나만 알고 있는 정보였지만, 어디까지나 시간 문제였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밝혀질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와···소름, 거기까지 생각한 거예요? 하지만 게임에 몰입하고 있던 입장에선 좀 깨네요.”

“흠! 어쨌든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지.”

“탐정씨,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때, 물약이없어효가 대뜸 목소리를 내리깔며 나뭇가지를 들이밀었다.


“탐정씨께선 니피마을의 촌장실종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시죠? 또, 이번 사건에 개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답변 부탁드립니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잖아.”

“아, 좀 받아주세요! 사람 쪽팔리게, 그리고 기다려주···으읍···!!”


질문을 무시한 채 오르려던 나는 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채 근처 나무의 뒤로 돌아 몸을 숨겼다.

고개를 들던 내 시야에 무언가의 움직임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산에 서식하는 동물이 아니었다.

한순간이긴 했지만 똑똑히 보았다.

이족보행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니다.

무리를 이루었다.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 산이라고 했다.

그 말은 NPC 아니면 플레이어라는 소리다.


“···뭐, 뭘까요?”

“NPC무리군.”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선 소리를 죽였다.

NPC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띄는 무언가가 무리의 중심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3미터는 되어 보이며 광대 같은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도저히 플레이어의 모습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모습이다.

NPC라고 알아차린 것은 좋다.

문제는 저들의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때 물약이없어효가 조심스레 포션 하나를 들이밀었다.


“청력을 증폭시켜주는 포션.”

“···땡큐.”


우리 둘은 재빨리 들이켰다.


- 정말 괜찮은 겁니까?

- 지금 당장 제거해야지요~

- 괜찮겠습니까?

- 킥킥킥! 생각해 봅시다~ 제가 왜 당신들을 소집시켰을까요~?

- 니피마을의 촌장은 확실하게 죽었다는 겁니까?

- 그렇지요~

- 그러면 지금부터 의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킥킥킥! 저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멀리서 지켜보도록 하지요~


로브와 후드를 뒤집어쓴 인영이 다섯.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둥근 진형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빨간 광대복장을 갖춘 존재는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들려선 안 되는 소리가 뒤에서 속삭여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

“···!!!”


나와 물약이없어효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우리 둘 사이의 간격에 빨간 무언가가 끼어들어왔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고, 향수 같은 묘한 향기가 후각을 강렬하게 간질거렸다.


턱!

우리 둘의 어깨에 큰 손이 하나씩 얹어졌다.

우스꽝스럽게 부풀어 오른 흰 장갑이 시야의 끝자락에 들어온다.

그리고 또 다시 속삭인다.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오셨군요~ 무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

“······.”

“두 분의 노고에 약소하게나마 준비한 제 작은 성의를 받아주시고~ 가시는 길까지 안전히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띠링!

[ 칭호 : ???를 획득하였습니다. ]

[ 소비 : ??????의 입장권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


아, 나는 이때 생각했다.

뭔가 엉켜도 단단히 엉킨 실타래 속을 헤집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우리는 니피마을로 텔레포트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또 마주하고 말았다.

아니지.

이 부분은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억지로 개입하려 했기 때문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니, 들춰내려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아떨어진다.

시기상조였다는 말이 떠오른다.

녀석은 보나마나 마녀의 관계자가 틀림없다.

내가 계속해서 그쪽으로 발을 들이려하니 묘한 녀석들만 보게 된다.

입술을 잘근 씹었다.

결국 또 허탕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에 진전은 없이 물거품이 되어 허망하게 사라진 것이다.

이벤트는 확실히 발생했다.

그래도 내가 바란 방향은 이런 게 아니었다.

육성을 미루고 삼강의 숲에 대한 위치를 먼저 파악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위치만 파악해두고 거기에 맞춰 최적의 루트를 짠 뒤 레벨을 올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단 한 순간 만에 모든 것이 처음으로, 아니 퇴보하였다.

모든 것은 내 판단에 의해서란 걸 알면서 입술을 씹어대었다.


“신기한 경험을 했네요?”


그런 나와 달리 물약이없어효는 태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대답해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보물지도? 뭔가 탐구심이 불타오르지 않아요?”

“······.”

“아, 이 사람 또 반응이 없네~ 저기요~”


내 두 눈을 향해 손가락 두 개가 날아왔지만 고개를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피해보였다.

노력은 물거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물약이없어효의 손에는 무언가가 표시된 양피지가 들려있었던 것이다.


“그, 그거 지도 맞지?”

“어···네, 누가 봐도 지도죠.”

“내가 한 번 확인 해봐도 될까?”

“여기요.”


물약이없어효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게 양피지를 건넸다.

주의가 옅은 건지,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건네줄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나는 그 양피지를 받아 확인해보았다.

붓 같은 걸로 지형을 대충 그려놓았고, 한 지점에 붉은색의 X자가 표시되어있었다.

이것만으로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곳인지 알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단서가 제공된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계속해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뒷면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뭐?”


그녀의 대답에 황급히 양피지를 뒤집어보았다.

거기에는 휘갈겨 쓴 글씨체로 짧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 두 분의 관심에 보답하고자 작은 오락거리를 준비해뒀지요~ 지금부터 두 분은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해주셔야겠습니다~ 남성분께 드린 입장권은 커플티켓입니다~ 2인 1매로써 혼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만 주의해주시고 부디 즐겨주시길~ ]


“이것도 단서라고 봐야하는 건가.”


그 광대는 확실하게 마녀와 관련된 존재다.

엿들은 대화를 대강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거기에 발생된 이벤트는 모두 마녀와 연결된 것이란 소리다.

문제는 이것이 삼강의 숲에 관련해 발생한 이벤트가 아닐 수 있었다.

그건 역시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은 모른다.


“두근두근 거리네요.”

“일단 이건 내가 맡아도 될까?”

“무슨 뜻이에요? 지도에 분명하게 적혀있었죠? 입장권은 2인 1매라고요.”

“입장할 때만 함께하면 되잖아.”

“수수께끼를 같이 풀어나가고 싶다는 말이거든요?”


그러기엔 지도의 위치가 상세하지 않다.

그래서 리치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물약이없어효가 계속 따라붙어서야 이동은 불가능하다.


“하아, 그럼 스크린샷이라도 찍을 수 있게 해줘.”

“불안한데~”


그녀는 영 못미덥다는 듯, 날 향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걸려도 단단히 잘 못 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릴리를 거점유적에 놔두고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막 속으로 한탄을 하던 와중, 내 안면으로 미약한 바람이 불었다.


“자! 찍어요.”


그녀가 내 눈앞에 양피지를 쫙 펼쳤기 때문이었다.


“······.”

“뭐해요, 얼른 찍으라니까요?”

“···살면서 보이스피싱이나 그런 비슷한 사기에 당···”

“뭐라는 거예요, 이건 게임이잖아요.”

“무슨 뜻이야?”

“현실이었다면 저도 이런 정보는 막 보여주지 않았다고요. 하지만 여긴 게임이잖아요. 저는 단순히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뿐이거든요~”

“······.”

“게임에서까지 현실처럼 굴면 피곤하지 않아요? 배신을 당해도 그건 나름대로 게임을 즐기는 도중에 발생한 유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처럼 즐기기 위해 접속하는 사람들도 은근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그 대답에 왠지 모르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윌더니스 월드에 접속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확실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걸 지금까지 의심의 눈초리로만 바라보고 있었다니···


“절 믿지 못하겠다고 했죠? 그렇다면 제가 신뢰를 심어주면 그만이죠. 저는 다른 유저들에게도 늘 똑같이 행동했다고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매 번 거절당했긴 했지만···”

“······.”

“제 진심어린 대답에 감명 받은 모양이죠? 어? 자, 잠깐! 어디가요?!”


각도를 잡는다고 애를 먹긴 했지만 덕분에 스크린샷은 확실하게 찍을 수 있었다.

이제 거점유적으로 이동하여 표식이 새겨진 위치의 확인만 남았다.

저런 유저가 아직도 존재할 줄이야.

진정으로 즐기는 게이머이지 않은가.

감명은 확실히 받았다.

그래, 감명만은 확실히.


“아! 그거 귀환스크롤이죠?! 역시 도망갈 속셈이네!”

“도망이라니 말이 심하네, 일단 위치를 알아야 하잖아? 너는 약초나 달이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러니까 같이 풀자니까요?!”

“고생은 나 혼자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거다.”

“그 고생을 함께 나누자고요!”


마을 한복판에서 소리나 꽥꽥 질러대고 말이야.

정말 민폐가 아닐 수 없다.

그녀의 다급한 외침을 한 귀로 흘리며 나는 거점유적의 귀환스크롤을 찢었다.


-----


연금술사의 거점유적, 관리인의 업무실.


익숙한 장소와 함께 내 존재를 미리 감지한 릴리가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한방님, 오셨습···”

“릴리, 리치는 지금 실험실에 있나?”

“아···저, 그, 그게···”

“뭐야? 반응이 왜 그래?”


릴리는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게다가 시선의 방향이 날 향해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 옆에···


“아, 릴리씨 오랜만~”


물약이없어효가 어째서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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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 20.10.17 33 2 19쪽
19 19. [ 에피소드 마녀 ] 제안 20.10.16 29 2 17쪽
18 18. [ 에피소드 마녀 ] 등장 20.10.15 31 1 12쪽
17 17. [ 에피소드 마녀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20.10.14 39 2 14쪽
16 16. [ 에피소드 마녀 ]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은 존재하는가. 20.10.13 36 2 12쪽
15 15. [ 에피소드 마녀 ] 집착과 주의 20.10.10 52 1 12쪽
14 14.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 데리마시올리 20.10.09 41 3 12쪽
13 13.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으로부터의 초대 20.10.08 44 4 14쪽
12 12. 우리의 주적은 플레이어 20.10.07 46 5 24쪽
11 11. A루트 공략을 위한 단련이다! 20.10.06 50 5 15쪽
10 10. 소환해제! 각인소환 소환해제! 각인소환 20.10.03 50 5 16쪽
9 9. 중간보스가 왜 각성을? 20.10.02 56 4 14쪽
8 8. 악마란 녀석이 광부가 웬 말이냐 20.10.01 59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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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20.09.29 71 4 16쪽
5 5. 슬슬 히든던전을 경영할 때인가. 20.09.27 79 4 14쪽
4 4. 24번 슬라임 20.09.26 77 6 13쪽
3 3. 슬라임들의 교관이 되다. 20.09.25 84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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