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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20.09.21 23:56
최근연재일 :
2020.10.20 12: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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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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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153,805

작성
20.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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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 에피소드 마녀 ] 등장

DUMMY

관리인의 권한을 해제하여 연금술사의 거점유적 입구로 이동하였다.

관리인의 업무실에서 몇 번이나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고스러웠지만 모든 것은 녀석을 만나기 위함이다.

때문에 릴리도 미리 소환을 해제해둔 상태이다.

나는 곧바로 녀석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데리마시올리!”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데리마시올리!! 들리면서 모른 척 일관하지 말라고!”


이번에도 무반응이었다.

시야가 깜깜해지지도 않았고, 귓가를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데리마시올리!!!”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목청껏 불러보았다.

그때,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처럼 시야가 깜깜해지기 시작하더니 몸이 붕 뜨는 묘한 느낌과 함께 손바닥의 따뜻한 감촉이 두 눈을 통해 느껴졌다.


“누구일까? 내가 누구인지 알려나?”

“데리마시올리잖아. 반응이 하도 없어서 깊은 잠이라도 자는 줄 알았다고.”

“단번에 맞췄네? 정답이야.”


뒤에서 내 두 눈을 가리고 있던 데리마시올리는 미소를 만개한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라색의 꽃이 활짝 핀 들판과 거대한 둥근 달을 확인한 나는 데리마시올리의 공간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네 쪽에서 날 찾을 줄은 몰랐네? 응, 확실히 예상 밖이야.”

“그 말투는 여전하군.”

“앉아서 이야기 하자?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기꺼이.”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네? 확실히 다른 인물로 착각될 정도야.”


데리마시올리가 권하는 자리에 착석한 나는 자연스럽게 마녀가 따라준 차를 들이켰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데리마시올리는 흐뭇한 목소리를 내었다.


“한 잔 더 어때? 티타임이 목적은 아닌 모양이지만.”

“역시 눈치 채고 있었군.”

“리치가 너에게 뭔가 말해준거잖아? 분명 리치일거야.”

“···엿보고 있기라도 했냐? 어쨌든 리치는 죽이지 마라.”

“왜 리치를 죽인다고 생각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녀의 대답에 나는 콧잔등을 쓰다듬었다.

생각났다.

촌장이 죽음을 맞이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니피마을의 촌장에게 데리마시올리에 대한 물음을 구하려고 했다.

데리마시올리가 권했던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기에 제거 된 것이다.

나와 티타임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는 마녀의 허무한 바람 때문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치는 안전하겠군,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아나?”

“몇 번이나? 분명 3번이었지.”

“정확히는 8번이다.”

“한방컷이 고유공간속에 있을 때는 간섭할 수 없는 걸? 간섭했다간 큰일이야.”

“관계가 복잡하긴 해도 어쨌든 리치는 너의 수족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리치는 그렇게 대답했는데.”

“마녀간의 간섭은 불쾌한 걸? 응, 확실히 불쾌하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 뿐이다.

대략적으로 광기의 악마, 그러니까···연금술사의 거점유적 엘리트보스는 데리마시올리와 연결점이 존재했고, 리치는 광기의 악마와 연결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간섭은 불쾌하다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적당히 녀석의 장단에 맞춰주다가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데리마시올리.”

“왜 부른 걸까? 목소리가 상냥해졌네.”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에 대해 알려줬으면 해.”

“분명 경고했었던 걸로 아는데? 확실히 경고했지. 어째서 궁금해 하는 걸까?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데리마시올리는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매만져보였다.


“하아, 너와는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잖아. 그것보다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에 대해서다. 내게 주의를 주었지? 그렇다면 녀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둘 필요성도 있다고 보는데.”

“그게 위험하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무지하면 무식하다더니 정말이네.”


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질문을 던지니, 데리마시올리도 똑같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해보였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어떻게든 참아보였다.


“같은 마녀인데도 말인가?”

“같은 마녀이기 때문이란 생각은 못하는 걸까? 못한 모양이네.”


내 질문에, 같은 질문으로 대답을 내뱉는 데리마시올리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이상으로 벅차다.

리치를 통해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윌더니스 월드에 돌연 나타난 6인의 존재.

각 차원의 거대한 세상에서 건너온 존재들로, 기본적으로 감시자란 의무를 지니고 있지만 그 역할을 충실하게 임하고 있는 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등진 마녀들의 목적에 대해서 물으니 리치는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정말 제멋대로인 녀석들이군.’


나는 그대로 생각하기를 멈춘 채 들판에 드러누웠다.

데리마시올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눈을 감고 있었기에 표정은 볼 수 없었다.


“피곤했던 것일까? 그냥 누운 것 같은데.”

“한 가지 거래를 하는 게 어때?”

“갑자기? 갑작스럽긴 하네.”

“네가 원한다면 종종 티타임을 함께 보내줄 테니, 그 대가로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에 대해 알려줘.”


녀석을 마주한 채로 대화를 이어가면 정신이 피폐해짐을 느낀다.

때문에 배 째라는 식으로 누워버렸다.

확실히 이러는 편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왜 그렇게 궁금해 하는 걸까? 설마 좋아하는 걸까.”

“얼굴은 고사하고 이름조차도 모르는데 반하는 게 말이 되냐?”

“이피르나세이밀.”

“응?”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의 이름은 이피르나세이밀.”


상체를 급히 일으켰다.

데리마시올리가 노란색마녀의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피르나세이밀인가.”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의 이름은? 잊었으면 실망이네.”

“데리마시올리잖아. 데리마시올리, 데리마시올리.”


내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데리마시올리는 양 손바닥을 내밀었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었다.

마녀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나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피르나세이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래, 이것도 다 마석과 릴리의 클래스 각성을 위해서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와도 녀석은 마녀다.

돌연 돌변할지도 모르는 만큼 최대한 분위기에 맞춰주는 것이다.


“이피르나세이밀이 있는 위치는?”

“이름을 알게 된 것만으론 만족하지 못한 거야?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네.”

“마석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이피르나세이밀을 찾는 거야? 얼마나 필요하기에.”

“20만개다.”

“확실히 이피르나세이밀이 아니면 안 되겠네? 반박이 불가능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러니 알려줘.”

“······.”


마녀는 입을 꾹 다문 상태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다른 마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꺼려지는 모양이라, 마석 20만개를 이피르나세이밀 대신 구해줄 것을 요구해보았다.


“불가능한 걸 부탁하네? 마석은 1개도 가지고 있지 않은걸.”

“그렇다면 알려줘.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 한마디에 데리마시올리의 분위기가 변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죽은 눈동자를 가졌지만, 행동이나 말투만큼은 생기를 지닌 마녀였다.

그런데 내 한마디에 미동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치 죽은 사람이 완전히 굳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기분 나쁜 모습에 내 입도 자연스레 굳어졌다.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그때, 데리마시올리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궁금해? 나는 분명 위험하다고 경고했어.”

“······.”

“진짜 궁금해? 지금의 너는 편한 결말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

“진심으로 궁금해? 왜 굳이 위험을 자초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


데리마시올리는 게임 속의 NPC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인간이기에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이었다.

데리마시올리는 계속 물어오고 있었다.

입이 굳어버려서 데리마시올리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소름 돋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시간이 지나도 저 모습과 목소리는 적응이 되지 않을 듯 보였다.

나는 가위에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듯, 억지로 힘을 짜내 입을 움직였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려줘. 무슨 일이 벌어지던, 이미 각오를 다졌으니까.”

“그러면 진짜 알려준다? 날 원망하면 안 된다? 그리고 똑똑히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피르나세이밀은 ■■ ■■ ■■ ■■■ ■■■ ■■■■ ■■■■ ■■”


뭐지?

이피르나세이밀 이후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귀가 먹먹하게 느껴졌고, 계속해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데리마시올리의 입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데리마시올리가 한껏 분위기를 잡은 뒤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장난이었다면 당장 그만두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때였다!


[ 유니크 패시브 스킬 : 육감에 의한 범위내의 몬스터들로부터 위험감지가 발동하였습니다. ]

[ 경고 : 예상규격외의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

[ 레벨 : ??? ??? ]


이상감각에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 돌연 내 전신이 거칠게 들판을 가로 지으며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먹해진 귀는 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윌더니스 월드는 하드코어를 추구하는 만큼 사용자 설정에 따라 통증 또한 구현해놓았다.

무통증 유저라면 진동을 느끼는 방식으로 배후에서 누군가 덮치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무통증으로 설정해놓지 않았다.

현우와 다짐을 한 이후, 몰입을 위해 일부러 고강도의 통증을 설정해놓았다.

리얼리티가 갖춰지지 않으면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 얼굴은 고통에 의해 일그러진 상태.

한 부위가 아니다.

전신을 통해 통증이 유발되었다.

고통에 의해 한 쪽 눈을 찡그린 채 급히 고개를 들었다.


‘HP가 줄지 않았다고···?’


이 정도의 타격이라면 틀림없이 빈사상태에 놓였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풀피를 유지하고 있었다.

2300에서 단 1도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크윽···!’


갑자기 내 전신이 들어 올려졌다.

누군가가 거칠게 머리를 잡아당긴 것이다.


사르륵···

노란 금실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 눈앞에 살랑거렸다.

금실인줄로만 알았던 그것은 찰랑이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머리카락의 주인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 ■■■ ■■■ ■■■ ■ ■ ■■”


먹먹해진 귀는 여전히 소리를 담지 못했다.

때문에 고통이 잠잠해지기를 염원하며, 날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금발의 긴 생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살짝 날카로웠지만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여인이었다.

투구는 착용하지 않았고 금으로 칠해진 휘황찬란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탓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무슨 상황이지?

돌연 발생한 탓에 머릿속은 수습이 불가능한 패닉에 달해있었다.

그저 데리마시올리가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구나, 나는 저곳에서 이만큼이나 멀리 날아왔구나, 정도의 생각밖에는 할 수 없었다.

흔들렸던 시야가 진정됨에 따라 신경질적으로 날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는 금발여인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봐, 이제 들리겠지? 네 녀석의 청력을 돌려줬으니까.”

“크윽···! 너, 너는···!”

“패기하나는 인정해주지. 내 이름은 이피르나세이밀,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다.”


띠링!

[ 윌더니스 월드칭호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이피르나세이밀을 획득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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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 20.10.17 33 2 19쪽
19 19. [ 에피소드 마녀 ] 제안 20.10.16 28 2 17쪽
» 18. [ 에피소드 마녀 ] 등장 20.10.15 31 1 12쪽
17 17. [ 에피소드 마녀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20.10.14 39 2 14쪽
16 16. [ 에피소드 마녀 ]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은 존재하는가. 20.10.13 36 2 12쪽
15 15. [ 에피소드 마녀 ] 집착과 주의 20.10.10 52 1 12쪽
14 14.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 데리마시올리 20.10.09 41 3 12쪽
13 13.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으로부터의 초대 20.10.08 44 4 14쪽
12 12. 우리의 주적은 플레이어 20.10.07 46 5 24쪽
11 11. A루트 공략을 위한 단련이다! 20.10.06 49 5 15쪽
10 10. 소환해제! 각인소환 소환해제! 각인소환 20.10.03 50 5 16쪽
9 9. 중간보스가 왜 각성을? 20.10.02 56 4 14쪽
8 8. 악마란 녀석이 광부가 웬 말이냐 20.10.01 59 3 18쪽
7 7. ( ??? )의 아토비악 20.09.30 59 4 22쪽
6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20.09.29 71 4 16쪽
5 5. 슬슬 히든던전을 경영할 때인가. 20.09.27 79 4 14쪽
4 4. 24번 슬라임 20.09.26 77 6 13쪽
3 3. 슬라임들의 교관이 되다. 20.09.25 84 6 17쪽
2 2.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20.09.24 111 4 17쪽
1 1. 시스템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3 20.09.23 179 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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