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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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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작품등록일 :
2020.09.21 23:56
최근연재일 :
2020.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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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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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7. ( ??? )의 아토비악

DUMMY

현재 내 레벨은 66이다.

레벨을 올리고 받은 보너스 스탯은 300.

나는 전부 마기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순수마력수치는 651이 되었다.

하지만 이 수치도 금방 사라질 숫자에 불과했다.


띠링!

[ 해당몬스터(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에게 각인( 감마 )을 새기기 위한 마력으로 500이 필요합니다. 마력 500을 양도하여 각인을 새기겠습니까? YES / NO ]


“YES.”


[ 마력 500을 양도하여 해당몬스터(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에게 각인( 감마 )을 새겼습니다. ]

[ 해당몬스터(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의 각인소멸( 감마 )에 필요한 마석의 총 개수는1000개입니다. ]


각인이 새겨짐에 따라 스테이터스창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HP : 2300

MP : 150

마력 : 151

양도한 마력 : ( 릴리 : 500 )


순수마력수치는 651이지만 양도에 의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치는 151에 불과하다.

즉, 지금의 마력으로는 제대로 된 전투조차 치룰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전투에 관련된 스킬의 부재를 가장 큰 공백으로 여기고 있었다.

릴리는 악마타입의 인간형 시녀악마로 전투에 특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500을 투자한 만큼의 성과만 내보인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

때문에 릴리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관리인, 제게 명령의 우선순위를 내려주십시오.”

“위험으로부터 날 지켜내는 것이 1순위다.”

“관리인의 보호를 최우선사항으로 받아들여 행동하겠습니다.”


던전 밖에서는 최대한 던전메이커의 방어구는 착용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고유장비이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물론 릴리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우리들은 평범한 가죽 방어구세트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리고 관리인이란 명칭대신 한방컷, 아니 한방님이라고 부르도록.”

“알겠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습니까?”

“플레이어와 NPC들에게 우리들의 정체가 발각되어도 안 된다. 최대한 플레이어처럼 행동해라.”


각인에 의해 던전의 밖으로 나와도 릴리는 원래자리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주의사항을 주입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 재차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나서야 우리들은 니피마을로 들어섰다.


‘내 레벨이 66이고 릴리의 레벨은 40. 우선은 동레벨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둬야겠군.’


검은 손 사신의 레벨이 45였고 릴리는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40레벨이었다.

히든던전의 특성상 일반던전보다도 높은 수준을 요구했으니 실질적으로 릴리의 레벨은50이라 보는 게 맞았다.

그렇다면 릴리가 나와 동레벨이 된다고 해서 같은 레벨로 취급해선 안 된다.


‘역시 36레벨로 히든던전 솔플공략은 무리였네.’


무모했음을 뒤늦게 깨달으며 나와 릴리는 잡화상점안으로 들어섰다.

좀비노가다를 한다고 무기를 왕창 사들이는 바람에 재정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주인NPC의 호감도를 MAX찍으며 단골혜택을 부여받지 않았는가.

서비스를 생각하며 상점주인NPC에게 호기롭게 외쳤다.


“주인양반 귀환스크롤 10장 구매하려는데 얼마?”

“총 10골드입니다.”

“서비스는 없나?”

“서비스를 바라시면 100장 정도는 구매하셔야죠.”

“하하하, 10장만 줘.”


야박한 NPC같으니라고.

귀환스크롤을 구매했으면 다음은 포션이다.


“주인양반 하급 HP포션 100개 사려는데 얼마?”

“200골드입니다.”

“서비스는 없나?”

“서비스를 바라시면 200개 정도는 구매하셔야죠.”

“하하하, 100개만 줘.”


단골혜택이고 나발이고 다시 돌아왔을 땐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팰 것을 다짐하며 상점을 나왔다.

니피마을은 막 윌더니스 월드에 입문한 자들로 매우 북적이고 있다.

윤기 나는 검은 단발을 찰랑이며 눈부신 외모를 지닌 릴리가 거리에 나타나자 수많은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자체를 예쁘게 설정한 탓에 시선이 모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애써 무시한 채 지도를 펼쳤다.

현재 우리가 위치해 있는 마을의 이름은 니피마을로 1~15 레벨 정도의 유저들이 기초를 다지는 초보자존이다.

다음 장소는 20~30레벨의 필드였는데 이쪽구역은 건너뛸 생각이다.

던전이 존재했지만 우선은 릴리의 레벨을 올리는 게 우선이다.


“그렇다면 알레시온초원으로 가야겠군.”


40~50까지의 유저들이 활동하는 필드다.

릴리의 실질적인 레벨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필드로 향해도 큰 무리 없이 사냥이 가능하겠지만, 전투를 홀로 담당해야했기에 일단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알레시온초원에 마커를 찍자 희미한 불빛을 내는 작은 요정이 나타나 눈앞에 알짱거렸다.


[ 알레시온초원까지 안내를 시작합니다. ]


-----


필드로 나서니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냥에 열중을 가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PK를 일삼는 녀석들은 없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간혹 저레벨 필드에 고레벨 유저가 나타나 깽판을 벌이기 때문이다.


“두 분 파티신가요? 괜찮으시면 같이 사냥 어때요?”


필드를 거닐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으니 무리를 이룬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 릴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딱 봐도 파티사냥을 목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릴리의 미모에 이끌려 날아온 꿀벌 녀석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 필드의 레벨대는 20~30.

즉, 여기서 파티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부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유저라는 뜻이다.

시간낭비가 싫었던 만큼 나는 단호한 거절의사를 내보였다.


“죄송하지만 제 레벨이 66이거든요. 퀘스트 때문에 잠시 들린 것뿐이라.”


누가 보더라도 초보자냄새가 풀풀 나는 녀석이 그런 말을 내뱉자 꿀벌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도 잠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릴리도 눈치껏 입을 열었다.


“갈 길이 급한 터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그러시구나. 즐겜요~”

“님도 즐겜요.”

“즐겜입니다.”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우리들은 다시 길안내 요정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때였다.


“홀홀홀, 그대의 레벨이 50이나 되는가? 이건 운명이라 할 수 있겠구먼.”


웬 노인NPC가 다가와 앞길을 막아섰다.

필드에 활동반경이 묶여있는 NPC가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내가 이상하다 생각되어지는 것은 나무그늘아래에서 유저들을 지켜보고만 있던 녀석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에게 다가오는 NPC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퀘스트다.

현재 우리가 들어선 필드의 평균 유저레벨은 20~30레벨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퀘스트가 발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굳이 50레벨이상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다가왔다는 말은 노인NPC의 퀘스트 권장레벨이 거기에 버금간다는 것을 뜻한다.


[ 퀘스트 발동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

[ 히든퀘스트 : 로맨티스트의 염원 ]

[ 발동조건 : 마기 스탯의 소유자, 플레이어 레벨이 50 이상임을 필드 내에서 언급할 것. ]

[ 권장레벨 : 40 ~ 60 ]

[ 난이도 : S급 ]

[ 퀘스트 완료에 따른 보상 : ??? ]


[ 일생의 동반자를 여읜 한 노인이 당신의 호기로운 모습을 보고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동반자를 상징하는 노란 꽃 한 송이를 품속에 간직한 채 사랑을 맹세했던 장소에서 임종을 맞이하려 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추억의 장소는 던전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히든퀘스트 : 로맨티스트의 염원을 받아들이겠습니까? YES / NO ]


‘히, 히든퀘스트다!’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히든퀘스트가 발동된 탓에 나는 앞뒤생각 없이 수락해버렸다.

주변은 사냥을 하는 유저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몇 몇의 유저들이 노인NPC를 알아보고 이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홀홀홀, 정말 고맙구려. 따라오시게.”


NPC가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하자 몇 유저들의 시선도 그대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냥이나 하라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뒤따르니 노인은 나무그늘아래에서 우뚝 멈춰보였다.


[ 히든퀘스트 : 로맨티스트의 염원에 의해 해당 던전은 1인으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

[ 히든던전 : 심연이 내려앉은 유적에 입장하겠습니까? YES / NO ]


1인입장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릴리는 플레이어의 스킬에 의해 소환물로 인식된다.


“YES.”


내가 입장을 받아들이자 노인은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낸 뒤 곧바로 찢었다.

새하얀 빛이 나랑 릴리 그리고 NPC를 감싸며 그대로 배경이 전환되었다.


[ 심연이 내려앉은 유적에 들어왔습니다. ]


[ 유니크 칭호 : 두 갈림길을 획득하였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게 됩니다. ]


[ 경고 : 노인은 동행을 원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동행을 수락 시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며 클리어 시 추가보상을 획득하게 됩니다. ]

[ 경고 : 노인은 동행을 원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동행을 거절 시 던전의 난이도가 하락하게 되며 클리어 시 일반보상을 획득하게 됩니다. ]

[ 경고 : 한 번 결정된 선택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


히든퀘스트라 그런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골라야만 공략을 진행할 수 있었다.

히든던전의 공략을 성공한다고 해도 퀘스트를 준 NPC가 죽으면 성공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현재 전투에 특화된 악마를 거느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행을 수락해도 클리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큰 코 다친 적이 있지 않은가.


‘미노타우로스자식···!’


검은 손 미궁의 중간보스를 떠올리며 아쉽지만 동행을 거절했다.

노인은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 히든칭호 : 이것이 최선?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퀘스트 아이템 : 노란 꽃 한 송이를 획득하였습니다. ]


히든칭호 메시지와 함께 노인은 노란 꽃 한 송이를 내게 건넸다.


“잘 부탁허이···”

“편히 쉬고 있으쇼,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살아야지 않겠어.”


그 말을 내뱉은 뒤 인벤토리를 열어 던전메이커의 방어구 세트를 착용하였다.

각 부위마다 부과효과가 달려 있고 개별옵션까지 존재하는 고유장비다.


“릴리, 장비 착용해라.”

“알겠습니다.”


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릴리의 착용장비가 바뀌었다.

검은 제복에 시뻘건 단추 그리고 검은 손 사신과 같은 거대한 낫을 어깨에 걸치며 입을 연다.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


심연이 내려앉은 유적이란 이름답게 밤하늘보다도 짙은 어둠이 공간전체에 깔려있었다.

하지만 사각형의 돌로 이루어진 바닥과 양쪽의 벽면만이 빛을 발산하여 던전의 길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게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1자 형태로 쭉 뻗은 길을 따라 걷기를 한참.

세 갈래로 나뉜 길목에 들어섰다.


“한방님 세 갈래길 입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알아맞혀봅시다!”

“······.”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찍어본 결과 오른쪽 길목이 선택되었다.


“보아하니 미로형식으로 이루어진 던전 같은데. 막다른 길이어도 한 쪽 면을 따라 가다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지.”

“그런 겁니까?”

“의심하는 거냐?”

“아닙니다. 그저 운에 맡기시는 것 같기에 그만···죄송합니다.”


릴리가 급히 고개 숙여 사과를 건넸지만 내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미로의 경우 한 쪽 방향으로 계속 향하다 보면 언젠가 출구에 도달하게 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결국 인간이 만든 구조물일 뿐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 걷던 와중 돌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유니크 패시브 스킬 : 육감에 의한 범위내의 몬스터들로부터 위험감지가 발동하였습니다. ]


“왔군.”


나는 곧바로 릴리의 등을 떠밀었다.

릴리는 잠시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낫을 고쳐 쥐었다.


크르라락!!!!

흉측하게 생긴 네 발 짐승이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투구의 개별옵션에 의해 녀석의 약점이 빨갛게 표시된다.

약점은 몬스터의 입안이다!


“릴리, 녀석의 약점은 입안이다.”

“알겠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던 녀석이 대뜸 크게 도약하여 주둥이를 네 갈래로 쭉 찢었다!

릴리는 있는 힘껏 녀석의 입안을 향해 낫을 휘두른다!

표적이 매우 컸기 때문에 빗나가지 않을뿐더러 엄청난 절삭력을 보여주었다.


사악!

끄르르락···!

크기는 대략 대형견정도.

눈, 코, 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안면전체가 거대한 입으로 이루어진 기괴한 네 발 짐승형 몬스터였다.

비쩍 마른 몸엔 털도 하나도 나있지 않아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불쾌하게끔 만들어진 몬스터, 그런 느낌을 받으며 깔끔하게 동강난 몬스터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또 다시 육감에 의한 위험감지가 발동하였고 곧바로 다음 녀석이 낮게 울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르르르···!!

이번 녀석은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극심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천천히 접근을 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릴리가 입을 열었다.


“처리할까요?”

“처리해, 어차피 한 놈뿐인 거 같으니.”


내 명령을 받은 릴리는 빙판에 미끄러지듯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거리를 금방 좁혔다.

순식간에 릴리가 다가오자 몬스터는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릴 시도를 보였지만 늦었다.

거대한 칠흑의 낫은 공격범위가 상상 그 이상으로 넓었다.

사정거리에 들자마자 낫을 횡으로 그어버린다!


사악!

그르르···!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는가?

쪽수로 밀어붙이는 것과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두는 것이다.

공략만 숙지한다면 실력차이가 좀 나더라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압도적이라 여겨지는 보스들도 고인물들이 컨트롤로 극복하는 동영상은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그건 가상현실에서도 별 반 다르지 않다.

나는 수많은 가상현실게임을 경험하였다.

윌더니스 월드가 처음이 아니라는 소리다.

1레벨 때 히든던전에 갇히고도 3시간동안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경험을 토대로 릴리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격방향을 추측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부 빗나갔다.

횡으로 그어지던 낫의 궤도가 일순 흐릿한 잔영을 남기더니 가로로 쫙, 베어 넘긴 것이다.


“생각보다 독특한 움직임을 보여주는군.”

“블링크를 활용 한 전투입니다.”

“블링크를 사용할 줄 아나?”

“악마들에게 블링크는 기본 스킬 중 하나입니다.”


블링크는 짧은 무적시간을 지닌 회피기술로 알려져 있다.

쿨타임이 길거나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는 그런 스킬이다.

공격용으로 남발하여 위기의 순간 사용제한이 걸린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잡몹 하나 잡자고 릴리처럼 블링크를 사용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릴리의 블링크는 쿨타임 짧나?”

“정확히는 1회 사용 시 쿨타임이 적용되며, 쿨타임 동안 총 20번의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 사실이냐? 쿨타임은 얼마나 되지?”

“10분입니다.”


개사기다!

쿨타임이 10분밖에 안 되는 블링크를 20번이나 사용이 가능하다고?!

릴리가 왜 아무렇지 않게 썼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 유니크 패시브 스킬 : 육감에 의한 범위내의 몬스터들로부터 위험감지가 발동하였습니다. ]


대화도 잠시, 또 육감이 발동되며 눈앞에 이름 모를 짐승형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번 녀석은 릴리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제거해 나가자 녀석들은 어느 순간 릴리를 경계하며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까 전부터 한 마리씩 튀어나오는데, 뭐지?”

“처리하겠습니다?”

“처리해.”


몬스터가 처음 나타나고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 마리씩 나타나는 바람에 던전 공략이 수월하지 못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뭔가 학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의문이 들기 시작하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릴리, 잠시 생각할 것이 있으니 녀석들이 나타나면 알아서 제거하도록.”

“알겠습니다.”


내 명령에 릴리는 낫을 앞으로 거머쥐며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그런 동안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처음 몬스터를 마주하고 30분이 지난 지금동안 릴리가 잡은 몬스터의 수는 총 40마리정도.

전부 한 마리씩 등장했으며, 한 개체가 죽기 전까지 새로운 녀석은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죽은 녀석들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는, 아니 공유하고 있다고 봐야하나?’


매번 릴리에게 죽을 때마다 녀석들은 다른 패턴으로 우리들에게 파고들었다.

무작정 달려들던 것에서 지금은 벽을 타고 기습을 하는 형태로 말이다.


‘단순미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여겨선 안 될 것 같아.’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려도 30분이나 천천히 전진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똑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도 안 된다.

게임의 특성상 아무리 던전이라고 해도 이렇게 지루하게 설계되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불현듯 무언가가 번쩍, 머릿속에 떠올랐다.


“[ 시스템 출력, 경험치 메시지 ]”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곧바로 경험치 메시지창을 켜보았다.

잠재력 축적 스킬로 경험치가 누적된다고 해도 몬스터를 잡고 획득한 경험치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 경험치를 1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를 1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를 1 획득하였습니다. ]

.

.

.

지금까지 잡은 몬스터의 획득 경험치가 1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말은 뭐냐, 녀석들은 던전의 기믹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릴리, 녀석들은 던전의 몬스터가 아닌 기믹이다.”

“개별적인 몬스터들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이곳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역시 히든던전인가.

다른 평범한 던전과는 확실히 차별을 두고 만든 모양이군.


‘녀석들은 몬스터로 분류되지 않아, 굳이 따지자면 던전의 오브젝트라고 봐야하지. 그렇다면 이것들이 움직이고 또 계속 등장하는 것에는 무언가 장치가 있다는 말이 되는데.’


급히 던전의 내부를 둘러본다.

오른쪽 길목으로 들어서고 한참을 앞으로 향했었다.

그 결과 우리들이 지나온 길은 1자 형태의 긴 복도로 발자취를 남겨놓은 상황.

바닥과 양 벽만이 빛을 내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부 암흑에 물들어있다.


‘이쪽 길은 꽝? 돌아가서 다른 길목으로 가야하는 걸까?’


개발자들이 차별을 두고 만든 던전이다.

다른 길목에 기믹을 파훼할 수 있는 장치가 허술하게 놓여있을 리 없지.

수많은 게임을 통해 다양한 던전과 매커니즘을 체험해보지 않았는가.


‘등장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잖아. 뭔가 농락당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나는 곧바로 하늘을 올려보았다.

뻥 뚫린 하늘은 심연 그 자체라 어둡기만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 하나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유적의 바깥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것을 온전히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릴리, 천장이다. 천장을 향해 공격하는 것이다.”

“천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 칙칙한 검은 천장을 향해 너의 낫을 휘둘러라.”

“알겠습니다.”


방금 막 몬스터를 베어 넘긴 릴리가 내 명령에 낫을 아래로 늘어뜨린 뒤 곧바로 천장을 향해 길게 휘둘렀다.


슈악!

마력을 휘감은 낫을 휘두르니 검기처럼 무형의 기운이 심연을 향해 쏘아졌다.


두근!

릴리의 일격에 던전이 크게 고동 하였다.

인간 사이즈의 심장 고동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무언가의 뜀박질 소리에 이것이 정답이었음을 알려주었다.


“역시 천장이었다. 릴리! 천장을 향해 계속 공격을 퍼부어라!”

“알겠습니다.”


릴리도 던전의 고동을 느끼고선 급히 공격에 박차를 가한다.

아예 블링크를 이용하여 높게 솟아올라 마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광!!! 크르르락!!!!

무수한 검기가 하늘위로 솟아오르며 무언가에게 대미지를 안겨준다.

그러자.


흠칫!!

나와 릴리의 전신에 한순간 소름이 돋았다.

우리들이 올려다보고 있는 한가운데의 심연에서 거대한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늘을 뒤덮은 심연이 눈을 뜬 것이다!


띠링!

[ 유니크 패시브 스킬 : 육감에 의한 범위내의 몬스터들로부터 위험감지가 발동하였습니다. ]

[ 경고 : 예상규격외의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

[ 레벨 : ??? 심연의 마안 ]

[ 유니크 패시브 스킬의 육감( 숙련도 21.1 / 100 )이 상승하였습니다.]


- 심연의 마안을 꿰뚫어본 살아있는 육신들이여, 차원의 틈 경계영역에 들어선 광기의 공포를 마주하였구나.


[ 경고 : 심연의 마안을 마주하였습니다! 몬스터( 심연의 마안 )의 주시에 위축되어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

[ 플레이어에게 마비효과가 부여됩니다. ]


핏발이 서린 거대한 눈동자는 정확히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발 짐승형 몬스터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심연의 마안은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굳은 채 서있는 우리들에게 말을 이었다.


- 마를 섬기는 자만이 그 분의 뜻을 받아들여 세상에 군림할 존재로 거듭 될 지어니, 이 몸의 새로운 육신이 될 초석으로써 권능과 같은 힘을 부여하마.


띠링!

[ 히든칭호 : 광기의 마기를 마주한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마기가 50 상승됩니다. ]

[ 칭호 : 세계에 내려진 금제를 최초로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정신이 50 상승됩니다. ]

[ 히든칭호 : 심연 속 광기의 공포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고유액세서리( 반지 ) : ( ??? )의 아토비악을 획득하였습니다. ]

[ 히든퀘스트 : 로맨티스트의 염원을 완료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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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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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광대 20.10.20 38 1 17쪽
20 20.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 20.10.17 33 2 19쪽
19 19. [ 에피소드 마녀 ] 제안 20.10.16 28 2 17쪽
18 18. [ 에피소드 마녀 ] 등장 20.10.15 31 1 12쪽
17 17. [ 에피소드 마녀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20.10.14 39 2 14쪽
16 16. [ 에피소드 마녀 ]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은 존재하는가. 20.10.13 36 2 12쪽
15 15. [ 에피소드 마녀 ] 집착과 주의 20.10.10 52 1 12쪽
14 14.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 데리마시올리 20.10.09 41 3 12쪽
13 13.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으로부터의 초대 20.10.08 44 4 14쪽
12 12. 우리의 주적은 플레이어 20.10.07 46 5 24쪽
11 11. A루트 공략을 위한 단련이다! 20.10.06 49 5 15쪽
10 10. 소환해제! 각인소환 소환해제! 각인소환 20.10.03 50 5 16쪽
9 9. 중간보스가 왜 각성을? 20.10.02 56 4 14쪽
8 8. 악마란 녀석이 광부가 웬 말이냐 20.10.01 59 3 18쪽
» 7. ( ??? )의 아토비악 20.09.30 60 4 22쪽
6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20.09.29 71 4 16쪽
5 5. 슬슬 히든던전을 경영할 때인가. 20.09.27 79 4 14쪽
4 4. 24번 슬라임 20.09.26 77 6 13쪽
3 3. 슬라임들의 교관이 되다. 20.09.25 84 6 17쪽
2 2.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20.09.24 111 4 17쪽
1 1. 시스템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3 20.09.23 179 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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