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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20.09.21 23:56
최근연재일 :
2020.10.20 12: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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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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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153,805

작성
20.10.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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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8. 악마란 녀석이 광부가 웬 말이냐

DUMMY

심연의 마안이 사라짐과 동시에 릴리와 내게 부여되었던 마비가 풀렸다.

단순히 용기 스탯이 부족했기 때문에 패널티가 부여된 느낌이 아니었다.

히든퀘스트의 강제 이벤트에 의해서란 느낌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릴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방님, 방금 그 존재는 저와 같은 악마였지만 차원이 다른 악마임을 감지했습니다.”

“상위악마라도 되는 모양이지.”

“그것과도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다르지?”

“고대에 존재했던 태초의 악마가 아닐까란 추측을 하였습니다.”


릴리는 게임세계관의 설정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같은 악마였기에 발동된 일종의 이스터에그쯤으로 여긴 나는 손을 휘저으며 대충 대답했다.


“OK, 어쨌든 엄청난 녀석이었다는 거잖아.”

“네.”

“[ 시스템 출력, 인벤토리. ]”


나는 곧바로 심연의 마안이 준 액세서리를 꺼내 확인하였다.


[ 미감정 아이템 ]

[ 고유액세서리( 반지 ) : ( ??? )의 아토비악 ]

[ 착용에 필요한 레벨 : X ]

[ 착용에 필요한 능력치 : 마기 스탯 보유자 ]

[ 착용에 필요한 직업군 : 마기 스탯 보유직업군 ]

[ 액세서리 등급 : ??? ]


[ ??? ]


[ 액세서리( 반지 )개별옵션 : ??? ]

[ 개별옵션 개방조건 : ??? ]

[ 내구도 : X ]

[ 계정귀속아이템 ]


베일에 싸인 액세서리 반지, 미감정 아이템은 처음 획득해봤다.

알 수 있는 정보는 계정귀속아이템이라는 점과 마기 스탯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착용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이 게임세계관에서 유일무이한 아이템을 손에 얻었다는 말이 된다.

유니크 이상의 액세서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득템이다!”

“대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웬만한 방법으로는 감정조차 불가능한 초 유니크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어떤 능력이 깃들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흐흐흐.”


반지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은 뒤 던전을 둘러보았다.

낮게 깔려있던 심연은 사라지고 진정한 하늘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적은 심연의 악마에게 잠식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이게 진짜 모습이라는 뜻이지.”


띠링!

[ 던전 : 연금술사의 거점유적에 들어왔습니다. ]


하늘은 어두웠다.

하지만 심연에 비하면 밝았다.

왜냐하면 별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게임 상의 시간으로 밤이 되었음을 뜻한다.


[ 유니크 패시브 스킬 : 육감에 의한 범위내의 몬스터들로부터 위험감지가 발동하였습니다. ]

[ 레벨 : 45 연금술사의 실험체, 6마리가 플레이어를 향해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


“육감이 드디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군. 릴리, 몬스터다.”

“알겠습니다.”


던전은 숲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올 수 있는 그런 던전은 아니었다.

지도상에서는 여전히 안개로 자욱하게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의 레벨도 45다.

현 필드의 유저들과 비교해도 10레벨이상이나 높았기에 숨겨진 포탈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란 추측을 가졌다.


“OK, 릴리가 강해서 그런지 순조롭구먼.”

“감사합니다.”


짐승형 몬스터의 이름은 연금술사의 실험체.

심연이 잠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확실하게 경험치가 들어왔기 때문에 이참에 던전을 정복하여 지배하에 둘 생각을 가졌다.


“일반몬스터가 45면 중간보스가 55에 지배자는 65정도 되려나.”


그렇다면 던전경영에 필요한 레벨은 85.

현재 내 레벨이 66이었고, 직업패널티에 의해 렙업에 필요한 경험치량이 몇 배는 들었지만 잠재력 축적 스킬에 의해 평범한 유저들과 같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직업패널티가 이번만으로 끝이 아닐 것이란 점이다.

100레벨 이후에도 필요 경험치량이 몇 배로 껑충 뛰면, 그때야 말로 육성시간에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85찍고 가자. 이쪽 필드의 플레이어 경험치와 전리품을 끌어 모아야겠군.”

“알레시온초원은 가지 않는 겁니까?”

“이곳 몬스터의 레벨이 45이니 이곳에서 릴리의 레벨과 내 레벨을 올리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레벨차이로 인해 경험치의 패널티가 부여된다.

하지만 알레시온초원에서 이곳까지 다시 돌아오는 시간과 연금술사의 거점유적 던전의 입장조건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섣불리 나갈 수도 없었다.

지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곳에서 무한재도전을 통해 85까지 폭업을 이루어야만 했다.

릴리의 레벨은 40이지만 소환수가 잡은 몬스터의 획득 경험치 계산은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한다.

릴리는 직업패널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우선은 릴리의 레벨을 66까지 끌어올려 던전클리어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목표는 유적내부.

현재 우리들의 위치는 유적의 외부 미로형태의 복잡한 길 한복판에 놓여있다.

반 쯤 무너져 내린 거대한 구조물을 시야에 둔 뒤 걸음을 옮겼다.


[ 경험치를 1800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를 1800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를 1800 획득하였습니다. ]

.

.

.

레벨차이에 의한 패널티가 적용되어있음에도 적지 않은 경험치가 들어왔다.

게다가 던전의 몬스터 수가 어마어마하다.

그것하나만으로 던전의 적정레벨은 60으로 체감될 정도이다.


서걱!

한 무리의 몬스터를 단시간에 베어 넘긴 릴리가 낫을 거두며 전리품과 함께 내게 다가왔다.

현재 릴리의 레벨은 58.

사냥을 통해 얻은 경험치를 계속 주입시켜주고 있어 성장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릴리의 사냥속도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성장을 이룰수록 릴리의 능력치는 상승곡선을 이룬다.

그만큼 사냥속도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들은 유적외길을 단숨에 돌파하여 내부에 들어섰다.


“수고했다. 휴식이 필요하면 말해.”

“전 괜찮습니다. 한방님께서 절 성장시켜주신 덕분에 힘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릴리가 무척 강했기 때문에 연금술사의 실험체는 단순먹잇감에 불과했다.

마력을 두른 낫 한 방이면 전부 나가떨어지는 게 현 상황이다.

히든던전에서 일반던전으로 난이도가 하락하였다.

히든던전의 지배자가 소환하는 악마인 릴리의 전투력에 못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고 보니, 노란 꽃 한 송이는 어떻게 되었지?’


릴리에게 전투를 맡긴 채 내부를 탐사하던 나는 노인NPC가 불쑥 떠올랐다.

내게 히든퀘스트를 건네준 NPC다.

히든던전 : 심연이 내려앉은 유적의 지배자로 보이던 심연의 마안과 플레이어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해주는 역할로 보였다.

동행을 거절한 탓에 나는 노인으로부터 노란 꽃 한 송이를 건네받았었다.

퀘스트창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완료한 것으로 나와 있다.

퀘스트의 보상은[ 고유액세서리( 반지 ) : ( ??? )의 아토비악 ]

만약 동행을 수락했다면 어떤 추가보상이 주어졌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인벤토리로부터 노란 꽃 한 송이를 꺼내 소지했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재도전하기 전에 노인에게 돌아가기로 할까.’


NPC이긴 했지만 그에게 부여된 설정이 감성을 자극시켰다.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재도전하기 전까지는 몹들이 리젠되지 않는다.

안전이 확보되면 노인을 데리고 이 노란 꽃 한 송이를 직접 건네게 해줄 요량이었다.


‘퀘스트는 끝이긴 했지만 뭔가 씁쓸하단 말이야.’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 몰입하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쉽게 동요되지 않던가.

스토리를 보다보면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욕을 내뱉기도 하고, 슬픈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그게 몰입이다.

그건 게임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가상현실이다.

몰입은 더욱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게다가 나는 이런 스토리에는 쥐약이다.

비록 집에서 쫓겨난 신세긴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방님, 몬스터를 쓰러뜨린 전리품으로 가디언의 녹슨 파편 8개와 실험체의 부패한 장기 5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방금까지 몰입하고 있었던 내게 사과할 것을 명령한다.”

“죄, 죄송합니다.”


전리품을 가득 품에 안고 다가오던 릴리는 내 명령에 당황하며 고개 숙여 사과를 건넸다.

그런 릴리에게 경험치를 양도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적내부의 몬스터는 레벨이 50대라 그런지 획득경험치도 훨씬 짭짤하군.”

“한방님께서 성장시켜주신 덕분에 수월한 전투가 가능했습니다.”

“그래, 그 기세로 던전을 정복하는 것이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띠링!

[ 패시브 스킬 : 교감을 습득하였습니다. ( 숙련도 0.1 / 100 ) ]

[ 교감을 통해 해당 소환수(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의 충성심이 10 증가합니다. ]

[ 해당 소환수(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의 충성심이 50을 달성함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명령에 따르게 됩니다. ]


릴리를 성장시켜주니 새로운 패시브 스킬 교감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릴리의 상세정보를 아직 보지 못했기에 이참에 확인해둘 겸 스테이터스 창을 불러봤다.


[ 각인소환( 감마 ) : 검은 손 사신의 시녀악마 릴리 ]

[ 레벨 : 58 ]

[ HP : 15,500 ]

[ MP : 5,000 ]

[ 마력 : 1,000 ( 양도받은 마력 : 500 ) 합산마력수치 : 1,500 ]

[ 해당 소환수의 전투력 : 800 ~ 1600 ]


[ 보유스킬목록 : 사신의 블링크( 숙련도 50 / 100 ), 낫 다루기( 숙련도 50 / 100 ), 마력제어술( 숙련도 50 / 100 ), 마력회복( 숙련도 50 / 100 ), 자연치유( 숙련도 50 / 100 ), 치명적인 일격( 숙련도 50 / 100 ), 사냥꾼의 도약( 숙련도 50 / 100 ), 곡괭이다루기( 숙련도 50 / 100 ), 채광( 숙련도 50 / 100 ), 전투호흡( 숙련도 50 / 100 ) ]


[ 클래스 각성 : 붉은 손 사신 릴리 ]

[ 각성조건 : 충성도 100 달성, 마석 100,000개 ]


[ 소환수의 충성도 : 50 ]


‘체력이 15,500?! 게다가 마력수치가 1,500이나 된다고?!’


소환물의 스테이터스 표시는 플레이어와 확연히 달랐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정보는 두 개.

전투력부문과 클래스 각성이었다.


‘릴리의 전투력은 성장을 통한 모든 능력치부분의 합산을 바탕으로 매겨지는 걸 테고, 클래스 각성이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필요마석이 십 만개···’


게시판을 둘러봐도 마석에 대한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지금 당장은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 봐야했다.

그런 아이템을 100,000개 구해야만 릴리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한방님, 전투를 마치고 복귀하였습니다.”

“수고했다.”


전투에 손을 대지 않으니 자연스레 고뇌에 빠져드는 순간이 많아졌고 릴리의 능력치를 확인한 후부터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릴리의 체력을 보자면 충분히 탱커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릴리가 전투를 행하는 동안 스킬의 숙련도작을 하기로 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릴리의 곡괭이다루기와 채광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릴리, 설마 싶지만 곡괭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곡괭이는 항시 소지 중에 있습니다.”

“어째서?!”

“채광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어째서?!”

“악마로서 곡괭이는 필히 지니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째서?!!!”


릴리가 허공에 손을 내리긋자 공간이 살짝 벌어지며 그 안에서 곡괭이 하나를 꺼내보였다.

그리고 그걸 내게 건네기까지 한다.


[ 도구 : 시녀악마 릴리의 튼튼한 곡괭이를 획득하였습니다. ]


“······.”

“전장을 나섬에 있어 무기는 깜빡할 수 있으나 곡괭이는 잊어선 안 된다고 마계학교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

“게다가 곡괭이다루기와 채광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어있습니다.”

“······.”

“마왕님의 곡괭이다루기와 채광은 마계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

“그만!”


갑자기 광부가 웬 말이냐?!

뚱딴지같은 전개에 내 머리가 못 따라가기 시작했다.

필수과목? 마계의 왕이 1류 광부라고?!

곡괭이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이게 무슨 X같은 소리야?!”

“하지만, 필수입니다.”


릴리의 반응을 보자면 웃자고 내뱉은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곡괭이라고, 악마라는 녀석이 곡괭이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시스템 오류? 아니지, 이건 설정오류라고 봐야했다.

마족이랑 악마들이 전부 부업으로 광부를 하고 있다니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란 말인가!


“마력을 사용하는 저희들에게 있어 마석이야말로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 마석?”

“네, 보다 좋은 마석을 손에 넣기 위해서 모든 마족들과 악마들은 곡괭이를 지니고 다닙니다.”


마석을 위해서 곡괭이를 들고 다닌다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거라면 이해 못할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켜왔다.


“이 곡괭이만 있으면 마석을 캘 수 있냐?”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간계에선 뛰어난 마석을 찾기가 힘들기에···”

“OK, 이 곡괭이 내가 잠시 빌리마.”

“···알겠습니다. 던전 공략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진행해야지. 나는 스킬습득이랑 숙련도 작업을 해야 하니 부탁한다.”


내가 곡괭이를 소중하게 쓰다듬기 시작하자 릴리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렇단 말이지? 언젠가는 마석을 캐야하니 미리 기술을 올려두는 게 좋겠어.’


릴리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동안 나는 유적내부의 벽을 향해 곡괭이를 휘두른다.


깡! 깡! 깡!

한 곳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다른 한 곳에서는 채광이 이루어진다.

몬스터가 썰리는 소리와 벽을 깨부수는 곡괭이질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리며 새로운 시스템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 패시브 스킬 : 곡괭이다루기를 습득하였습니다. ( 숙련도 0.1 / 100 ) ]

[ 패시브 스킬 : 채광을 습득하였습니다. ( 숙련도 0.1 / 100 ) ]

[ 칭호 : 광부가 될 거야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힘이 1 상승됩니다. ]


‘옳거니 좋구나.’


깡! 깡! 깡!

릴리가 몬스터를 잡으면 알아서 경험치가 들어오고 내가 곡괭이를 휘두르면 숙련도와 함께 힘 스탯이 오른다.

육성과 스탯노가다 그리고 숙련도작을 동시에!

이건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그렇게 뜻하지 않게 노가다를 발견하여 열중을 가하자 중간보스로의 문까지 금방 도달하였다.


“곧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잠깐, 릴리 나 지금 소름 돋았거든?”

“네?”

“서, 설마!”


릴리의 표정이 참 가관이다.

릴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해보였다.

중간보스가 코앞이다.

전투를 앞두고도 내가 곡괭이를 고쳐 쥔 채 전신을 부르르 떨어대니 보인 반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로는 표현 못할 전율에 의해 거대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수정에만 시선을 두었다.


깡! 깡! 깡!

중간보스의 문 양 옆에 솟아오른 거대한 수정을 향해 힘차게 곡괭이질을 해대었다.


깡! 깡! 깡!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릴리는 할 말이 많아보였으나 어떻게든 참는 눈치였다.


깡! 깡! 깡!

곡괭이로 한 번 내려칠 때 마다 보라색의 작은 파편이 솟구친다.


깡! 깡! 깡!

거대한 수정으로부터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가장 취약해 보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깡! 깡! 파삭!!

이윽고 나의 혼신의 힘이 깃든 곡괭이질에 의해 보랏빛의 수정 한 개가 무너져 내렸다.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무언가에 홀리듯 수정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 광석 : 온전하지 못한 마석 16개를 획득하였습니다. ]


“마석이다! 릴리, 이것 봐라! 온전하지 못한 마석 16개가 수중에 들어왔다!”

“···아, 네. 축하드립니다.”


흥분한 채 마석을 들이미는 내게, 릴리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을 가지다 이내 힘없는 박수갈채를 보내왔다.

설마 던전의 중간보스와 지배자로 향하는 문에 배치된 수정이 마석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릴리의 스테이터스창을 열지 않았다면, 곡괭이다루기와 채광스킬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면, 곡괭이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면!!!

이것이 마석이었다는 사실을 절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좋아! 이 기세로 나머지 수정도 박살내는 것이다!”


마석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곧바로 팔을 걷어붙이며 수정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에 릴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 한방님!”

“닥쳐라! 마석이다! 마석이 눈앞에 있단 말이다!”

“하지만! 수정을 파괴하면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뭐?”

“수정의 힘으로 문이 열린다는 말입니다.”

“······.”

“한방님?”

“엎드려뻗쳐.”

“네?”

“엎드려뻗치라는 말이다! 그걸 알고 있는 녀석이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


내가 불같이 역정을 내자 릴리는 울상을 지으며 낫을 바닥에 놓은 뒤 엎드려뻗쳤다.


“마, 말씀드리려 했지만···”

“닥쳐라!!! 이미 늦었다, 수정은 깨졌단 말이다!!”

“히잉···”


곡괭이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던전 공략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해당 던전의 입장조건을 모르는 이상 긴급탈출을 하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안 돼! 그것만큼은 안 된다!

미공개 던전의 메리트를 저버릴 순 없단 말이다!!!

내가 머리를 감싸는 동안 릴리의 눈물 한 방울이 똑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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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 20.10.17 33 2 19쪽
19 19. [ 에피소드 마녀 ] 제안 20.10.16 29 2 17쪽
18 18. [ 에피소드 마녀 ] 등장 20.10.15 31 1 12쪽
17 17. [ 에피소드 마녀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20.10.14 39 2 14쪽
16 16. [ 에피소드 마녀 ]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은 존재하는가. 20.10.13 36 2 12쪽
15 15. [ 에피소드 마녀 ] 집착과 주의 20.10.10 52 1 12쪽
14 14.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 데리마시올리 20.10.09 41 3 12쪽
13 13.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으로부터의 초대 20.10.08 44 4 14쪽
12 12. 우리의 주적은 플레이어 20.10.07 46 5 24쪽
11 11. A루트 공략을 위한 단련이다! 20.10.06 50 5 15쪽
10 10. 소환해제! 각인소환 소환해제! 각인소환 20.10.03 50 5 16쪽
9 9. 중간보스가 왜 각성을? 20.10.02 56 4 14쪽
» 8. 악마란 녀석이 광부가 웬 말이냐 20.10.01 60 3 18쪽
7 7. ( ??? )의 아토비악 20.09.30 60 4 22쪽
6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20.09.29 71 4 16쪽
5 5. 슬슬 히든던전을 경영할 때인가. 20.09.27 80 4 14쪽
4 4. 24번 슬라임 20.09.26 77 6 13쪽
3 3. 슬라임들의 교관이 되다. 20.09.25 84 6 17쪽
2 2.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20.09.24 111 4 17쪽
1 1. 시스템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3 20.09.23 179 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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