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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최강 던전메이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20.09.21 23:56
최근연재일 :
2020.10.20 12: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261
추천수 :
75
글자수 :
153,805

작성
20.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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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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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DUMMY

“긴급탈출!!!!”


신경질적으로 던전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재입장한다.

이러한 짓을 현실시간으로 1시간이 가까이 반복하고 있었다.

중간보스의 방까지 좀비들을 잡고 나온다.

다시 들어간다.

잡고 나온다.

다시 들어간다.

.

.

.

광란의 미노타우로스만 떠올리면 반복노가다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의 상판대기를 떠올릴 때면 분노가 하늘을 치솟듯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그럴 때면 가장 만만한 슬라임들을 패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슬라임들은 이제 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감정을 광란의 미노타우로스에게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겠다는 집념하나로 좀비노가다를 계속 하였다.


“긴급탈출!!!!!!”


한순간에 배경이 전환되며 밖으로 나왔지만 곧바로 던전으로 들어간다.

좀비들의 머리에 철 단검을 쑤셔 박고! 화살을 퍼붓고! 투창으로 후리고!

내구도가 0이 되면 정렬해놓은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사용한다.


[ 칭호 : 좀비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용기가 10 상승됩니다. ]


좀비만 죽어라 잡은 탓에 관련된 칭호가 줄줄이 출력되며 눈앞에 펼쳐졌다.

녀석들이 언데드이기 때문일까.

관련칭호의 보상은 전부 용기 스탯을 올려주었다.

그렇게 내 스테이터스의 용기 스탯은 어느 새 36이란 숫자가 찍혀있었다.


[ 칭호 : 언데드마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획득에 의한 용기가 10 상승됩니다. ]


방금 획득한 칭호로 인해 내 용기 스탯은 46이 되었다.

마기를 제외하면 가장 압도적인 수치다.


“뒤X! 이 망할 언데드 새X들아!!!!”


그어어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좀비들이 주춤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좀비노가다가 좀 더 수월해진다거나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래, 기분 탓이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곤 그어어, 밖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들이다.


빠각!!!

끄억···!!

투창을 있는 힘껏 휘둘러 좀비의 머리를 깨부쉈다.

통쾌한 타격감이 두 손을 타고 전해져온다.

이 감각이 느껴질 때면 잠재력 축적에 경험치가 쌓임을 뜻한다.

몹을 잡는 타격감보다 누적되는 경험치에 의한 희열이 몇 배는 좋았다.

그만큼 나는 경험치에 굶주려있는 상태이다!


“긴급탈출!!!!”


또 다시 화면이 전환된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는 던전의 입구가 아닌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게임 내에서 현재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감지하고 강제로그아웃시킨 것이다.


“아오!”


신경질적으로 헤드기어를 벗으며 부엌으로 들어가 찬물을 벌컥 들이켰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했기에 식탁에 올려두었던 담배를 들고 흡연실로 들어갔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후우···

밤하늘 아래, 하늘높이 세워진 건물들이 내뿜는 빛의 장관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뿜는다.

신기하게도 착 가라앉는 기분이 전신을 에워싸는 느낌이었다.

이른바 나는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힐링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금연은 못하겠군.”


날 위로해주는 건 한 개비의 담배뿐이다.

속에 담긴 울분을 토해내게 만들어주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스스로를 불태우며 내게 여유를 안겨주는 인생의 대선배.

한 마디의 말보다도 그저 묵묵히 태우고, 한숨 섞인 연기를 뱉어내는 것으로 날 위안해주는 이 담배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친우라 할 수 있었다.


쓰읍.

후우···


“다시 들어갈까···”


강제로그아웃을 당하면 심신의 안정을 취하라는 의미에서 5분 동안은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 5분이라는 시간에 딱 맞춰 헤드기어를 쓰고 다시 접속한 나는 그제야 좀비노가다를 멈추고 잠재력 축적의 쌓아놓은 경험치를 전환하였다.


[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

[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

[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

.

.

.

[ 히든클래스 : 던전메이커의 레벨을 50 달성함에 따라 금제의 영향으로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

[ 전직패널티 :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요구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

[ 히든클래스 : 던전메이커의 레벨을 50 달성함에 따라 고유 액티브 스킬 : 각인소환( 감마 )을 습득하였습니다. ]


경험치를 받자마자 레벨 업을 포함한 시스템메시지창이 억수같이 떠올랐다.

그렇게 오른 레벨은 66에서 멈췄다.

계산한 것도 아니었는데 정확히 30레벨이 오른 것이다.

그에 따른 보너스 스탯은 300이 주어졌다.

나는 그것을 분배하기 전에 서둘러 던전안으로 들어섰다.

패널티를 포함한 고유스킬의 확인은 해야 할 것을 먼저 하고나서도 늦지 않다.


띠링!

[ 검은 손 미궁에 들어왔습니다. ]

[ 던전메이커로서 관리권한이 부여된 던전입니다. ]

[ 관리( 검은 손 미궁 )를 시작합니까? YES / NO ]


드디어 올 것이 왔군.

관리를 시작하겠냐는 메시지 창을 향해 대답대신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는 것으로 수락하자 곧바로 배경이 전환되었다.

검은 손 미궁의 업무실은 슬라임의 마굴과 똑같았다.

책상 위의 서류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핏발서린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등을 기대앉은 채로 기다렸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상태로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보였다.

슬슬 누군가가 문을 두드릴 타이밍이었다.


똑! 똑!

[ ( 검은 손 미궁 ) 지배자 검은 손 사신이 관리인에게 찾아왔습니다. 안으로 들이겠습니까? YES / NO ]


“들어와.”


문이 스르륵 열리며 던전의 지배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지배자 검은 손 사신이 관리인을 뵙습니다.


신장은 대략 5M는 되어보였고 칠흑의 거대한 낫을 어깨언저리에 얹은 상태로 고개만 숙여 인사를 해왔다.

녀석은 다리가 없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유령의 형체였다.

녀석의 목소리는 거친 쇳소리와 같았고 바닥으로부터 살짝 부유한 상태라 미끄러지듯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알 수 없는 기운을 내뿜는 검은 로브와 깊게 눌러쓴 후드의 안쪽은 써늘한 푸른빛 안광만이 비치고 있었다.


“지배자.”

- 예.

“엎드려뻗쳐.”

- ······.

“관리인의 말이 말 같지 않나?! 엎드려뻗치라고 이 새X야!!”

- 알겠습니다.


검은 손 사신은 거대한 낫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엎드려뻗쳤다.


“지배자.”

- 예.

“하나에 내려가며 ‘정신을’ 둘에 올라오며 ‘똑바로 차리자’라고 복창한다. 알겠나.”

- ······.

“알았냐고 이 새X야.”

- 알겠습니다.


지배자에게 얼차려를 주는 이유?

단순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

- 정신을···

“둘.”

- 똑바로 차리자···

“하나.”

- 정신을···

“하나.”

- 똑바로 차리자···

“이 새X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했지!”


퍼억!!!

엄연히 한 던전의 지배자라는 녀석이 이딴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하나에 올라오는 모습에 나는 곧바로 등을 걷어차 버렸다.


[ 고유 패시브 스킬의 관리인의 카리스마( 숙련도 80.1 / 100 )가 상승하였습니다.]


- 크윽···

“어쭈, 비명 새어나오지?”

- 아닙니다···

“일어서.”

- ······.


그래도 격은 있는 몬스터라 그런지 차렷 자세로 한 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미노타우로스가 네 후임이지?”

- 그렇습니다.

“후임교육 똑바로 안하냐?”

-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나랑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 아닙니다.


철썩! 철썩!

손목의 스냅만을 이용해 사신의 뺨을 후리며 말했다.


- ······.

“선임인 네가 잘해야 밑의 후임들이 보고 배울게 있지 않겠냐고, 응? 좀 잘하자~ 미노타우로스 교육 똑바로 시켜 놔라. 확인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하면 네가 뒤X줄 알아라.”

- 알겠습니다. 단단히 교육시켜놓겠습니다.

“미노타우로스 불러.”


자리로 돌아가 한숨을 푹 쉬며 앉으니 사신은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길 수 초.

바닥에 마법진이 생성되며 빛 무리와 함께 거대한 덩치의 미노타우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부르셨···습니까···.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나자마자 사신은 푸른 안광을 날카롭게 빛내며 째려보기 시작했다.

던전의 지배자이자 사신의 눈빛이다.

그리고 그 타입은 악마.

미노타우로스라고 해도 원초적인 죽음의 공포는 떨쳐낼 수 없었던 탓에 금방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엎드려뻗쳐.”

- 예?

“엎드려뻗치라고 이 소X끼야!!”


텅! 텅!

미노타우로스는 양날도끼 두 개를 묵직하게 놓은 것과 동시에 엎드려보였다.


“야 이 X끼야. 너 뭐야?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던? 이 X끼는 지배자도 아닌 주제에 아주 막 나대. 그냥 막 나대.”

- 죄, 죄송합니다.

“누가 사과하라고 했지? 그딴 사과나 받자고 내가 이러는 줄 아나? 왜? 아니꼬우면 달려와 보던가.”

- 아닙니다.

“사신, 방금 봤지? 저 자식이 날 째려보는 거.”

- 확인했습니다.


사신의 대답에 미노타우로스는 억울한 목소리로 급히 해명에 나섰다.


- 아, 아닙니다! 그건 제 원래 눈매가···!!

“이것들이 아까 전부터 쌍으로 빡돌게 만드네.”

- ······.


내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있는 것을 느낀 미노타우로스는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사신을 가리키며 똑같이 엎드려뻗칠 것을 명했다.


“내가 너희들한테 왜 이런다고 생각하는지, 사신부터 말해봐.”

- 그건······.

“목소리 봐라!!”


나는 의자를 까딱이며 지배자와 중간보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꼽을 주었다.

그럴수록 내 안에 꽉 막혀있던 응어리가 풀려 속이 시원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 두 녀석은 슬라임과는 차원이 다른 타격감을 선사해주었다.

누가 보더라도 상당한 포스를 지닌 몬스터가 내 발아래에서 쪽도 못쓰고 있다.

이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쾌감과 동시에 앞으로 녀석들을 굴릴 생각에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


사신과 미노타우로스에게 던전을 깨끗하게 청소할 것을 명한 나는, 확인을 제쳐두었던 시스템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와, 이건 좀 너무한데···”


[ 히든클래스 : 던전메이커의 레벨을 50 달성함에 따라 금제의 영향으로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

[ 전직패널티 :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요구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요구량이 소폭도 아니고 대폭 증가했단다.

이 말은 동레벨의 플레이어들과 비교해 상당히 더딘 성장을 뜻한다.

한숨이 새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잠재력 축적을 습득한 상태라 아직은 괜찮다고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던전을 키워 플레이어들의 경험치를 빨아먹는 직업이니, 어쩌면 당연한 패널티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이 있다면 좋은 소식도 있지 않은가.


“시스템 출력, 스킬창!”


[ 고유 액티브 스킬 : 각인소환 ( 감마 ) ]

[ 설명 : 수하로 거느린 몬스터에게 던전메이커의 마력각인을 새깁니다. 몬스터의 등급, 레벨에 따라 각인에 필요한 필요마력수치가 다르며, 각인 시 마력수치가 몬스터에게 양도되어 줄어들게 됩니다. ( 소환 / 소환해제는 자유로우나 각인소멸에 한해 마력수치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각인소멸을 위해선 마석을 요구합니다. ) ]


한 마디로 내 마력수치를 나누어줌으로써 꼬봉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다.

이건 전투기술이 거의 없다시피 한 던전메이커에게 있어 핵심스킬이라 볼 수 있었다.

몬스터가 강할수록 내 전력이 상승한다는 말이니 지금 당장 각인을 새기기로 마음먹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으니 웬만하면 인간형이 좋겠군.’


문제는 내가 경영하는 던전의 몬스터들 중 인간형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인간형이라면 악마타입의 사신과 언데드타입의 좀비뿐이다.


“그렇다고 사신을 데리고 다닐 순 없지.”


밖으로 나가자마자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스크린샷 세례를 받게 될 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녀석은 지배자로서 던전을 수호해야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슬라임도 안 되고, 미노타우로스도 안 되면···결국은 지금 당장 쓸 수 없다는 말이잖아.’


흥미도 잠시 뿐, 현재 처한 상황에선 계륵에 불과한 스킬이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책상에 엎드렸다.

드디어 빛을 보는가 싶었더니 그건 환상에 불과했다.


‘좀비에다가 갑옷을 입히면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불현 듯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상체를 펴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실험해볼 가치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내 나름의 기준으로 그나마 쓸 만해 보이는 녀석들을 선별하고 있으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관리인, 명령하신 던전의 청소를 마쳤습니다.


문 너머로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들려오자 인상을 팍 구겼다.

사신이었다.

한창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방해를 받은 탓에 자연스럽게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먼지 한 톨이라도 나오면 뒤X다고 했을 텐데.”

- 완벽합니다.

“청소하라고 명령을 내린 지 불과 30분도 안 지났는데 완벽하긴 뭐가 완벽해!”

- 그렇지만···

“닥쳐라! 지금 업무 보느라 바쁘단 말이다!”


망할 사신 녀석.

저 자식은 눈치도 없나?

대충 분위기 파악하고 물러날 것이지, 하긴 그랬으면 사신으로 태어났겠어?

그때였다.


- 관리인께서 좀 더 꼼꼼히 청소할 것을 명하셨다.

- 알겠습니다.

- 먼지 한 톨이라도 발견되는 즉시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써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명에 따라 재청소를 실시하겠습니다.


덜컥!

나는 급히 문을 열었다.

사신과 대화를 나누는 존재를 눈에 담기 위해서다.

문 너머로 미노타우로스가 아닌 또 다른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 던전의 일반몬스터는 좀비밖에 없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좀비들은 지성이 뛰어나지 않다.

그 말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존재가 던전 안에 있음을 뜻했다!


- 관리인, 지금 막 청소를···

“닥치고! 사신! 방금 누구랑 대화했지?!”

- ···제가 거느리는 악마들이었습니다.

“녀석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 방금 막 청소를 하라고 지시···

“전원 집합!!!!”


-----


관리인의 권한으로 던전안의 모든 몬스터들이 모여들었다.

쓸데없는 좀비들까지 기어온 바람에 안 그래도 좁아터진 업무실이 미어터졌다.

나는 곧바로 돌아갈 것을 명했다.


꾸으으으···

좀비주제에 귀척하지 마라 역겨우니까.

업무실의 바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 몬스터들을 일렬횡대로 세웠다.

사신을 중심으로 선 미노타우로스와 악마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설마 악마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니. 그 능력을 높이 사도록 하지.”

- 감사합니다.


사신이 고개를 까딱이며 예를 차렸다.

그 바로 옆에는 산만한 덩치의 미노타우로스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선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넌 필요 없으니 꺼지고.”

- ···예.


그 한 마디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퇴장한다.


“어디보자, 왼쪽부터 니아, 릴리, 메아 순인가.”

- 악마 니아가 관리인께 인사를 올립니다.

- 악마 릴리가 관리인께 인사를 올립니다.

- 악마 메아가 관리인께 인사를 올립니다.


기품이 느껴지는 검은 제복차림새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악마타입의 인간형 몬스터였다.


“완벽해, 상상 그 이상으로 완벽해!”


한 명씩 이름을 호명하자 세 악마는 도미노처럼 인사를 해대었다.

서류에 적힌 정보에 의하면 검은 손 사신의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1명씩 소환되는 모양이었다.

셋은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단추의 색상이 달랐다.

파란색의 단추를 박은 악마가 니아, 빨간색이 릴리, 노란색이 메아로 각 각 회복, 공격, 버프 담당을 맡고 있었다.


“사신, 셋 중 한 명을 내 휘하로 두고자 하는데 상관없지?”

- 던전의 수호는 제게 맡겨주시길.

“시원스런 대답이 마음에 드는군.”

- 감사합니다.


던전의 지배자가 예를 갖춰 대답할 정도다.

세 악마들은 자연스럽게 긴장한 역력을 내비치며 경외가 담긴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현 던전의 상황과 내게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르도록 하지.”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사신은 내가 누굴 선택할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눈치였고, 세 악마는 본인이 지목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흔들리는 눈동자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함께할 녀석은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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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 에피소드 마녀 ] 노란색을 상징하는 마녀 20.10.14 3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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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 에피소드 마녀 ] 집착과 주의 20.10.10 52 1 12쪽
14 14.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을 상징하는 마녀 데리마시올리 20.10.09 41 3 12쪽
13 13. [ 에피소드 마녀 ] 보라색으로부터의 초대 20.10.08 44 4 14쪽
12 12. 우리의 주적은 플레이어 20.10.07 46 5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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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중간보스가 왜 각성을? 20.10.02 5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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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 ??? )의 아토비악 20.09.30 59 4 22쪽
» 6. 정말 완벽한 악마이지 않은가. 20.09.29 71 4 16쪽
5 5. 슬슬 히든던전을 경영할 때인가. 20.09.27 79 4 14쪽
4 4. 24번 슬라임 20.09.26 77 6 13쪽
3 3. 슬라임들의 교관이 되다. 20.09.25 84 6 17쪽
2 2.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20.09.24 111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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