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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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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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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먹느냐 먹히느냐

DUMMY

“당신은 리더입니까? 누군가 따라오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이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산책입니다.”

- 앨리스 그레이 -


김지혁은 최정기에게 고도의 선거전략을 이야기해 준 것이다. 계층 간의 연대를 정책으로 묶어서 ‘투표 권유’를 유발할 수 있는 ‘그리드 전략’인 셈이다. 김지혁에게는 몸에 익숙한 방법론이지만 캠프의 아마추어들은 잘 알 수 없다.

최정기는 자신이 이해한 것을 다시 한번 말한다.


“지방선거이니까 골목 민생에 도움 되는 공약들이 효과적이라는 말씀이네요.”

“맞습니다. 지금 정책들이 그런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가요?”

“지금도 유사한 정책들이 있는데 와닿지 않고 세밀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네요. 거기에 포인트가 있네요.”


최정기는 약간 아쉬움이 있는 듯 다시 묻는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을까요?”

“4년을 좌지우지하는 일인데 늦을 리가 있나요.”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될까요?”

“보완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것입니다.”


‘소통이란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적어도 선거에서는.’


김지혁은 대화를 소통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 말을 해왔다. ‘과정의 공유’만큼 사람 간에 신뢰를 쌓기 좋은 스킬도 드물다. 김지혁이 묵직하게 말한다.


“굳은 의지의 발현과 고집의 고수를 구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김지혁의 말에 최정기는 한동안 말이 없다. 진정한 돌직구인데 이 말을 캠프에서 할 보좌진이 없다는 생각이 든 최정기는 입을 연다.


“결국 핵심은 정책에 대한 보완이군요.”


결국 타협점이 ‘정책 보완’이라고 결론지은 모양이다. 고집을 꺾으라고 후보에게 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김지혁이 과감하게 선거전략을 말한다.


“‘정책이 메시지다’라는 기조가 필요합니다.”

“정책이 메시지다···.”


탄식하듯이 따라 말하는 최정기. 김지혁은 계속 말한다.


“정책과 메시지가 엇갈려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현상들이 지금 드러나고 있죠.”

“‘우리 살림’이 아니라 ‘나의 살림’이 유권자들에게 먹힙니다.”

“시선의 차이도 있겠네요.”


아주 강렬한 인상을 최정기는 받았다. 유권자 중심의 시각이 캠프에 없다는 것을 김지혁이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을 파악했다.


“결국 민생이네요.”

“변할 수 없는 사실이죠.”


지방선거의 특성상 ‘인물론’과 ‘중앙정부 연계론’이 큰 쌍두마차라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 연계론’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물론과 더불어서 지역의 민생 정책을 얼마나 잘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정책을 만듦에 있어서 ‘일괄적 제시’가 아니라 기초의원들을 통해 현장의 민심을 듣고 ‘쌍방향성 정책’을 다듬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잘되는 선거 캠프에서는 늘 이런 패턴이 자연스럽게 감지가 되었었다. 거꾸로 김지혁이 묻는다.


“안 되는 캠프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뭘까요?”


어차피 호응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최정기는 답을 보류한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김지혁이 말한다.


“잘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


최정기는 탄식한다. 그리고 예리한 질문을 한다.


“과정을 보여주다가 왔다 갔다 한다고 욕먹지 않을까요?”


김지혁은 덤덤하게 대답한다.


“큰 줄기는 바꾸지 않되 정원사처럼 다듬는 것은 캠프의 능력이겠죠.”


김지혁은 흔들림 없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어서 말한다.


“반대로 시민들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정책적 참여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죠.”


김지혁은 캠프가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최정기에게 주고 있다.


“답답했던 것이 풀리네요.”

“더 답답해지신 것은 아니고요? 하하.”

“후보 성향상 이런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겠네요.”

“두고 볼 일이죠. 사실 그건. 후보 속을 누가 알겠어요?”

“실장들이 이걸 실행하기에도 부족해 보입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후보의 운명이고 민진당의 운명이겠죠.”


이제는 최정기도 덤덤해졌다.


“그렇다면 마타도어를 마타도어로 막지 말고 ‘전략적이고 세밀화된 민생 정책’으로 우회 돌파하자는 말씀이시네요.”

“맞습니다. 용단이 필요하겠죠.”

“어떤 용단이?”

“후보가 무언가 얻으려면 잃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죠. 하하.”


김지혁은 최정기와의 이야기를 끝냈다. 최정기는 기획실장이나 공보실장과도 모두 친분이 있으니 이런 얘기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김지혁은 생각했다.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겠지만 뉘앙스라도 전달이 되어서 본인들끼리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화를 하면서 김지혁은 더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한편 이한철과 한상훈 실장이 통화를 한다.


“여론조사 나온 거 보셨어요?”

“조금 전에 봤지. 여전히 앞서니까 다행이지 뭐.”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왜 뭐가 있어?”

“지난 조사보다 낮아졌던데?”


한상훈 상황실장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많이 차이 안 나는데 뭘.”

“벌써 두 번 연속 하락인데.”

“그렇기는 해도 아직 많이 여유가 있으니까.”

“한 달 반이나 남았는데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한철은 답답해한다. 도무지 한상훈 실장이 잘 해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잘 되겠지. 크게 하락하지 않았으니까.”

“저쪽은 ‘무당층’을 좀 흡수한 것 같아요. 올라갔잖아요.”

“그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말이야.”


한상훈은 큰 문제도 없는데 웬 호들갑이냐는 듯이 대답한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너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론조사가 초반에 압도적으로 나온 탓도 있겠지만 확연한 ‘하락세’가 맞다. 순식간에 내려갈 수도 있다고 이한철은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한보당의 이정식 후보는 착실하게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초반에 밀렸던 탓에 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인지 최근의 행보가 과감하다.


이한철은 한상훈 실장의 이런 태도를 김지혁이 간파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혁마저 합류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이한철이 김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한철은 촉이 빠른 사람이다.


“지혁아. 덕분에 상황실이랑 SNS팀은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것 같더라.”

“다행이죠.”

“고맙다. 형 면이 섰다.”

“별말씀을요. 방향만 잡았을 뿐인데요.”


이한철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너는 별일 없지?”

“깊이 관여 안 하려고 지금 말조심하고 있어요. 하하.”

“오늘 여론조사 봤지? 아무 말이 없네?”

“어느 정도 예상은 해서요. 놀랍지는 않아요. 형도 그러실 텐데? 하하.”


불안한 이한철은 김지혁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지혁아. 합류할 생각이 없는 거니?”

“지는 선거하는 캠프에는 있고 싶지 않아요. 그 패배감이 어떤지 아니까요.”


김지혁도 굳이 이한철에게 돌려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진다고 생각을 하는 거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던데?”

“후보와 회의할 때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하죠.”

“아직 후보를 못 봤구나.”

“저도 지금 제 나름의 판단을 해야 하니까요.”


갑자기 이한철은 한상훈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김지혁을 어떻게 여태 후보에게 인사도 안 시켰다는 것에 속으로 화가 났다. 설마 김지혁을 경계하는 것일까?


“합류에 부정적인 이유가 단순히 질 것 같아서?”


뻔한 대답을 알고 있지만 이한철은 그래도 확인하고 싶어진다.


“아니요. 때로는 지더라도 함께 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렇지. 그게 김지혁이지.”

“그런데 이겨도 안 되는 사람이 후보일 수 있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이쪽 지지자인데? 저쪽 후보가 낫다는 건가?”


김지혁은 차분히 설명한다. 이한철은 어떻게든 김지혁을 최기석 후보 캠프에 합류시키고 싶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오해는 마세요.”

“그럼 가장 큰 게 무엇이니?”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것이라면 캠프의 한계를 보았구나.”

“약간은요.”


이한철의 예상대로 김지혁은 냉정하게 캠프를 보고 있다.


“후보가 지금 선거에서 비중이 크니까. 특히 이번 선거는 더하지.”

“후보가 거의 전부죠.”

“후보가 선택한 방법을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맞아요. 형.”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보이면 합류할 수 없다는 얘기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김지혁이 마저 말한다.


“저와 어느 정도 방향이 같아야 배를 타고 가도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맞는 말이다.”

“가는 내내 어디로 가는 게 옳다는 논쟁을 할 여력이 없으니까요.”

“누구보다 선거를 잘 아는 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네.”


김지혁과 후보의 만남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전략을 맡은 사람들도 함께 보게 되지만 김지혁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선거들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에는 즐겁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던 기억들이 많다. 김지혁은 4년 전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골목 선거라는 것의 매력에 빠졌었던 그 시절을.


대규모의 선거 캠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살아 있는 현장 선거를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진짜 민심이란 어떤 것인지.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선택하는지. 선택의 기준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이 모든 것들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한편 한보당에서 민진당에 대한 마타도어는 더욱 강해졌다.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인 듯하다. 한보당 조직 실장 최두영의 전략이 그대로 투영되는 상황이 왔다.


그리고 이것이 효과를 보는 것은 분명 빠르면 1주일. 늦어도 2주일이면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최두영 조직 실장은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

과연 민진당의 최기석 후보는 어떤 전략을 도출하고 결정할까?


두 후보의 제갈량은 어떤 지략을 던질까. 그리고 그걸 어느 후보가 받아들이고 어느 후보가 묻을까. 사현 시장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한편 민진당 회의실은 공기가 냉랭하다. 후보 최기석이 말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상대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예. 후보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 아무도 대안을 내놓지 않습니까?”

“···.”

“원인분석도 안 합니까?”

“곧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최기석은 기주찬 기획실장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기획실장님. 왜 선제적으로 보고하지 않습니까?”

“네. 아직 워낙 소폭이라 분석이 쉽지 않기는 합니다.”

“그래도 의견이나 내부 보고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최기석은 많이 화가 나 있다. 그래도 믿는 윗선들을 모아 놓고 얘기하고 있기에 속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작은 차이라 하더라도 후보에게는 뼈아픈 것이다. 그것이 선거다. 기획실장이 말한다.


“이 자리에서 대책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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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타도어를 막아라 +20 23.05.23 2,911 60 11쪽
22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20 23.05.22 2,935 61 11쪽
21 네거티브를 네거티브로 불태우다 +20 23.05.21 2,990 63 12쪽
20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20 23.05.20 3,009 67 11쪽
19 271의 법칙 +32 23.05.19 3,039 65 11쪽
18 SNS팀이 세팅되다 +26 23.05.18 3,091 68 11쪽
17 기세! 추세! 판세! +22 23.05.17 3,166 69 11쪽
16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5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80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3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12 선거 캠프를 세우는 3가지 흐름 +30 23.05.15 3,416 70 11쪽
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10 욕망의 조율사 선거전략가 +30 23.05.14 3,484 73 9쪽
9 판을 흔드는 선거전략가의 태동 +30 23.05.13 3,574 75 12쪽
8 치부를 드러내면 능력이 생긴다 +26 23.05.13 3,671 83 12쪽
7 무능한 지휘관의 조직은 괴사된다 +34 23.05.12 3,759 81 11쪽
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46 89 11쪽
5 배부른 늑대들의 이쑤시개 +42 23.05.11 4,032 87 11쪽
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9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55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7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5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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