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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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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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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708

작성
23.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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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71의 법칙

DUMMY

“하늘의 기회는 견고한 요새에 미치지 못하고, 견고한 요새도 사람의 화합에는 미치지 못한다.”

- 맹자 -


반면 오한태는 흡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1시간이지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예? 더 빨리요?”


더 빨라진다는 소리에 이현주 비서는 정신이 혼미해진다.


“디자인의 폼만 체계화되면 30분 안에 가능하죠.”

“아. 디자인 폼.”

“그래야 상황실과 공보실과 컨센서스를 맞추고 배포할 시간을 벌죠.”


이현주는 디자인 폼이라는 말에 놀란다. 왜냐하면 디자인 업무의 실무까지 김지혁이 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 오한태가 말한다.


“속도가 붙겠네요.”

“선거는 속도전이니까요.”

“합의된 작업 방식으로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있겠네요.”

“그게 핵심입니다.”


이렇게 하면 콘텐츠 작업자의 공간적인 제약도 없고 상시 대응도 가능해진다. 담당자가 사무실에 없어도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할 수 있게 된다.


김지혁이 업무를 세분화해서 지시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현주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어루만지듯이 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이렇게 적용하면 정말 좋겠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현주는 업무의 과중함과 자신이 얻을 것 사이에서 고민한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성장하게 될 자신의 능력을 선택한 것이다.


모두 자리를 떠났다. 김지혁은 1시간 동안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크를 한다. 공식적인 반박 자료가 공중파의 뉴스를 타기 전에 SNS에서 정확한 ‘팩트’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이슈 대응은 의미가 있다. 뒷북 치는 대응은 이미 대응이 아니다.


그 후에 피드백을 모아서 더 확고한 후보의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려면 흩어진 능력들을 한데로 모아 집중화해야 한다.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서 그 힘을 후보의 등에 얹혀 주는 것이 캠프다.’


“형님. 어디세요? 귀국하고 연락도 없어요?”

“앗. 미안하네. 깜빡했네!”

“제발 그 형님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냐. 하하.?”

“아. 네 형. 이게 습관이 되어서. 하하.”


너무 반가운 전화다. 김지혁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몇 달간 통화도 못 했던 강태현의 전화다.


“너도 엄청나게 요즘 바쁘지? 언제 볼까?”

“오늘 저녁에 밥 먹어요!”

“오케이! 국밥집 가자!”

“맨날 국밥이야 형은. 제가 맛있는 거 쏠게요!”


프로젝트에 집중했을 때는 김지혁은 늘 국밥만 먹는데 그것이 강태현은 늘 못마땅하다.


“알았어. 위치 문자로 줘. 7시까지 갈게!”

“네 형님!”


갑자기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얘기하자고 한다. 그래서 다시 3명과 함께 소회의실로 간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아. 제가 할당받은 업무가 너무 없어서요.”

“저희도 마찬가지네요.”


답답한 듯이 셋은 모두 한숨 섞인 말투다.


“팀장님한테 가능한 업무에 대해서 말씀 안 하셨어요?”

“시켜만 주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했어요.”


‘울지 않는 새가 어디 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선거캠프에 찾아온 사람 중에 가장 한심한 부류다. ‘무엇이든 돕겠다.’ 권력의 각축장에서 권력을 알아서 나눠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캠프에서는 일이 권력이다.

서류를 찾아보며 김지혁이 말한다.


“제가 받은 리스트에는 내용들이 없습니다.”

“저도 맡겨주시면 뭐든 하겠다고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길게 말씀드릴 시간은 없는데요.”

“예. 저희가 무슨 실수라도.”


김지혁은 생각에 잠긴 듯이 눈을 지그시 감는다. 이런 사람들한테 잘 설명해야 한다. 잘못 설명하면 적이 될 수 있다. 후보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캠프에 말씀하세요.”

“캠프에서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닌가요?”

“누가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할 물리적 시간이란 것이 캠프에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디렉터님께 정리해서 주시면 될까요?”


김지혁이 여기서 바로 수긍해버리면 또 싸움에 휘말린다.


“박주희 팀장님에게 먼저 내용을 주시면 제가 감안하겠습니다.”


김지혁은 섣불리 조직을 깰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가 묻는다.


“원래 캠프가 이런 스타일인가요?”

“사회가 그렇지 않나요? 자연도 그렇고.”

“아. 예.”

“울어야 새가 거기 있는 것을 알죠. 하하.”


무안한지 셋은 회의실을 황급히 나갔다. 길게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중히 여길 리는 없다.


모든 도움과 협력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필요’라는 것 때문이다. 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면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낼 방법이 없다.

성과를 보여서 보상을 받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밝은 표정의 오한태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카피를 모두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오케이. 그럼 지금 함께 진행합시다.”


김지혁은 상황실장을 단톡방에 부르고 개인 메시지로 공보실장과 기획실장도 불러달라고 한상훈 실장에게 부탁한다.

김지혁은 단톡에 메시지를 올렸다.


‘보고드린 대로 이슈 대응 방을 만들었습니다. 한 시간 전에 지시받았던 내용들을 정리해서 SNS 채널에 배포하려고 합니다. 실장님들이 컨펌해 주시면 실행하겠습니다.


실장님들 간의 의사소통은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SNS팀-> 상황실 -> 기획실 및 공보실] 의 순서로 보고 후에 컨펌되면 SNS팀에서 실행하겠습니다.’


한상훈 실장이 메시지를 올렸다.


‘PM 역할을 제가 하겠습니다. 우리끼리 세 명 단톡방을 만들어서 논의하고 컨펌나면 제가 SNS 쪽에 알리겠습니다.’


기주찬 기획실장이 메시지를 올렸다.


‘좋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굿인데요?’


이광훈 공보실장도 메시지를 올렸다.


‘고고고! 제대로 이겨봅시다!’


이슈 대응에 대한 업무 및 소통 체제는 일단락이 되었다.

한 시간 후에 각 SNS 채널에 다양한 형태지만 핵심은 같은 내용의 콘텐츠들이 업로드되었다. 다음부터는 30분 이내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리고 피드백 단톡방에 업로드된 내용이 올라오고 활기를 띤다. 모두 스스로 놀라는 눈치다. 자신들의 능력이 극대화된 모습을 스스로 대견해하는 분위기다.

김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주희 팀장에게 간다.


“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잘 진행되고 있네요.”

“뭘요. 제가 뭘 했다고. 호호.”

“여태 세팅하신 덕이죠. 하하.”


김지혁은 타이밍을 잘 안다. 나중에 열 마디 하는 것보다 지금 한마디가 먹힌다는 것을. 박주희 팀장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박주희 팀장에게 성취감이라는 것을 안겨준 후에 오한태에게 간다.


“뭐 궁금한 거 있어요?”

“이렇게 일을 진행하니까 정말 너무 좋네요.”

“일 좀 하는 것 같죠? 하하.”

“즐겁기까지 한데요!”


고민이 있는지 약간 머뭇대던 오한태가 말한다.


“지시받은 업무 이외 것들도 진행했으면 해서요.”

“역시 오 비서님은 태도가 좋네요!”


김지혁은 늘 이런 말을 해왔다.


‘태도가 좋고 인내력이 있는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선거에서 카피라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캠프의 여러 가지 일들의 시작이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김지혁은 오한태에게 지시한다.


“내일부터는 저쪽의 정책자료들도 분석해서 마음껏 카피 뽑아보세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어차피 실장님들이 판단해서 결정해주니까 마음껏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역시 조직에서는 이렇게 활력 있는 미꾸라지가 있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김지혁은 ‘2:7:1’의 법칙을 신봉한다. 어떤 조직에서든 20%가 이끌고 70%가 따라가고 10%가 낙오한다는 것.


‘이끈다.’는 표현은 해석을 잘해야 한다.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앞서서 혁신을 이루어내는 사람이 리더다.


지시자가 리더이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실천자가 리더이다.


오한태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단, 좋은 선배들만 만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좋은 선배들이 모이게끔 긍정의 냄새를 풍겨야 한다.


선거 조직에서 낙오자의 전형적인 특징은 ‘탓’이다. ‘탓’을 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낙오한다. 그래서 오한태의 태도는 본인과 캠프 모두에게 좋다.


어차피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공해봐야 그것은 권력의 빈 깡통이다. 김지혁은 뿌듯해하며 기지개를 켠다. 한상훈 실장이 다가온다.


“고맙다. 후보도 아주 만족해한다.”

“후보가요?”

“새삼 SNS가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 하하.”

“다른 팀에도 이 구조를 내일 브리핑을 하라고 하네.”


오랜만에 후보에게 칭찬을 들었는지 한 실장은 얼굴이 밝다.


“실장님이 브리핑하시면 되죠.”

“내가?”

“이 모든 시작은 실장님이셨잖아요!”

“다른 팀도 유사하게 프로세스를 만들라고 하신다.”


김지혁은 이번에도 열매를 한 실장에게 과감히 토스한다. 이것이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어차피 김지혁의 공은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김지혁도 잃을 게 없다.


“브리핑 간략하게 할 수 있는 ‘원 페이퍼 보고서’ 제가 보내드릴게요.”

“그래도 될까? 이거 미안한데.”

“그래야 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낄끼빠빠’를 김지혁은 잘 안다. 지금의 성과는 한 실장이 후보에게 칭찬받을 기회다.

이럴 때 김지혁이 나서면 한 실장은 속으로는 질투할 것이다. 김지혁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김지혁은 후보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에 빠지고 한 실장이 보고할 내용은 만들어 주기로 했다. 즉, 확실히 한 실장을 빨아주겠다는 것이다.


한 실장을 용으로 만들어 주어야 김지혁 본인이 어떤 일이든 추진하기 쉽다는 것을 여우처럼 영민하게 알고 있다.


김지혁은 SNS팀과 상황실에 대해 한상훈 실장에게 추가로 보고했다. 한상훈 실장은 난제들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후보에게 칭찬도 들었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이 비로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각성하는 계기가 된 듯했다.


‘조직을 살리는 최고의 방법은 과실을 나누는 것이다.’


드디어 어느 정도 조직이 세팅되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기주찬 기획실장에게 전화가 왔다.


“김지혁 씨 후보와 각 팀장급 이상 회의가 있어요.”

“그런가요?”

“그때 참석할 수 있습니까?

“실장님 어떤 안건이죠?”


김지혁은 안건부터 묻는다.


“주말에 의례적으로 하는 회의에요.”

“정해진 안건은 없네요.”

“그런데 후보가 참석해 달라고 해서요.”

“저를요?”

“예.”


예상은 했어도 너무 빨리 캠프 윗선 회의에 호출당했다. 2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있는 캠프에 후보와 1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하는 회의다. 거기에 호출당한 것이다.


“준비할 것은 없는데. 시간이 되나 싶어서.”

“안 하면 실장님이 참석하라고 부탁하실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럼요. 하하. 그날 오세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오늘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 우리가 벌써 했었어야 할 일들을 깔끔히 정리해줘서 고맙습니다.”


강태현을 만나러 김지혁은 캠프를 나선다. 작은 일이 하나 해결되고 도움이 되었다니 김지혁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08.31 00:25
    No. 31

    캠프에서는 일이 권력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배워갑니다.
    선거 외에 다른 일에서도 적용되는 영민함을 보게 돼서 기쁘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8.31 00:45
    No. 3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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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79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1 6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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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판을 흔드는 선거전략가의 태동 +30 23.05.13 3,573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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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능한 지휘관의 조직은 괴사된다 +34 23.05.12 3,758 81 11쪽
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37 89 11쪽
5 배부른 늑대들의 이쑤시개 +42 23.05.11 4,025 87 11쪽
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5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49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1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2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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