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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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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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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0
글자수 :
584,708

작성
23.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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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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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12쪽

치부를 드러내면 능력이 생긴다

DUMMY

“뛰어난 팀은 서로 감추지 않습니다. 치부를 드러내길 꺼리지 않습니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 약점, 걱정을 인정합니다.”

- Patrick Lencioni -


‘조율되지 않은 권력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하이에나들이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사자의 뒤를 따라다니게 만드는 권력의 조율만이 남았다. 사자가 사냥을 앞두고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새끼들을 안전한 곳에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의실로 들어오는 김미정이 오지랖부터 떤다.


“얘기 많이 나누셨어요?”

“예. 많이 했습니다.”

“저는 뭘 할지 고민해 보라고 팀장님이 말씀은 하셨어요.”

“네. 그러셨군요. 하하.”


팀장이 말을 건 자체가 마냥 행복해 보이는 김미정이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김지혁이 말한다.


“다른 분들도 지금 명확하게 담당자로 하는 것들은 없으시죠?”

“신문 기사 댓글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요?”

“특이한 것들이 있으면 톡으로 알려드려요”


특이한 것을 판단할 가이드는 있을까?

김지혁은 이런 일은 하나 마나 한 것이라고 본다. 김지혁이 추가로 묻는다.


“일일 리포트나 안건별 리포트는 하고 계시죠?”

“별도로 리포트는 없는데.”


그러니까 업무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조직의 체계 속에서 녹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허공에 사라지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김지혁은 이 짧은 대화 속에서 결론을 내린다.


‘의미도 없고 흔적도 없는 일을 하고 있구나.’


이때 다른 자원봉사자가 말한다.


“저는 지지자들 카카오톡 방에 콘텐츠들을 배포하고 있어요.”

“네. 그랬군요.”


김지혁은 싱거운 믹스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받았다. 싱거움에 짜증이 나는 그런 심정이다.


“그밖에 특이한 다른 일들을 하고 계신 것은요?”


이때 김미정이 나선다.


“특이한 일들이 있을 때 아이디어 물어보는 회의는 있었어요.”


특이한 일이 있을 수 없는 구조에 특이한 일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김지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대화를 이어간다.


“어떤 특이한 일들이 있었죠?”

“지난주에 교통 관련 정책이었어요.”

“그래서요?”

“반대쪽에서 비난 일색의 왜곡 기사가 나왔어요”


김지혁은 사실 어이가 없었다.

언제 캠프를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뜨내기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책에 대한 반박을 의논했다는 것에.

김지혁이 말한다.


“반박이 필요했겠네요.”

“맞습니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냐는 회의였어요.”


김미정의 대답에 김지혁은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별로 액션이 없었겠네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 팀은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실행하는 조직입니다.”

“그런가요?”


액션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은 자명하다. 불이 나면 소방수를 불러야지 한의사를 불러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김미정은 경험이 없으니 팀의 주된 성향을 알 리가 없다. 김지혁이 결론 낸다.


“아이디어를 물었으니 나올 리가 없습니다.”

“나올 수도 있지 않나요?”

“결정권이 있는 각 실의 실장들이 결론을 내야 합니다.”

“저희가 할 수도···.”


김지혁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


“그건 나중에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답답하니까 아무한테나 물어본 것이다.

정책적 기조가 포함된 내용에 대해서는 난상 토론이나 묻지마 회의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도 아마추어들과 함께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미정이 그 현실을 말한다.


“그런 일이 많아요. 그런 경우에는 저는 내용 자체도 모르겠거든요.”


안 돌아가는 캠프의 전형적 모습이다.

자리도 못 잡은 사람에게 메인 이슈가 내려가고 무턱대고 아이디어를 얻으려 한다는 것은 실장들부터가 경험이 없다는 얘기다.


‘캠프에는 수준에 맞는 통제가 필요하다.’


정보나 전략에 대한 통제가 있어야 하부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전략적 상위 개념의 일들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 하부 조직의 구성원들은 불안감이 생겨서 일을 쳐내지 못한다.

굳이 묻지 않았는데 김미정은 아는 척하며 말한다.


“아이디어를 묻는 회의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조직이 정확히 세팅이 덜 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가요?”

“구성원들의 특성이 파악이 안 되어서 무차별 회의가 진행되는 사례입니다.”


주특기가 파악되지 않은 소대원들을 이끌고 고지를 어떻게 점령할지 고민하는 분대장의 상황이라고나 할까?

김지혁은 뻘쭘해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묻는다.


“단톡방에는 배포만 하나요? 방에서 나오는 피드백은 정리는요?”


김지혁이 말하는 와중에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면서 편하게 드시라고 손짓한다.

지금 회의 참가자들은 얼어 있다. 김지혁에게 잘 보이면 한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 정도나 할 것이다.


“별다르게 정리하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그렇다면 시간이 많이 남을 텐데요. 남는 시간은 어떤 업무를 하세요?”

“개인 일들을 보고 있죠. 뭐.”

“쉰다는 말씀이군요.”


바쁘지 않은 캠프 구성원의 전형적 일상이다.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말한다.


“부르시면 그때그때 일하고 있어요.”

“팀장님이 거의 자리에 계시지를 않죠?”

“예.”


박주희 팀장은 아마도 두 가지의 이유에서 팀을 이렇게 두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후보와의 관계에 있어서 권력의 독점을 위해서다. 그러니까 예상치 못한 꼬투리가 나올 수 있는 안건이나 정보에 대해서 조직 속에 녹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권력에 대한 점유의 맛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일을 쥐어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두각을 나타낸다면 같은 목적을 가진 선거 캠프에서 적이 될 수 있다. 자리를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지혁은 많은 선거 캠프에서 이런 것을 목격했다. 밖의 적과 싸우기는커녕 안에서의 동료를 짓밟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임진왜란 이후의 권력 지도 때문에 조선의 정치인들이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 권력을 잃지 않으려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서 보았듯이.

김지혁은 더 들어보기로 한다.


“여러분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혹시 하고 싶은 업무 분야가 있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얘기해 보세요.”


김미정이 대답한다.


“저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혹시 편집이나 사진 보정 같은 것은 하실 수 있습니까?”

“편집은 못 해요. SNS 이거저거 보는 거는 좋아해요.”


선거 캠프의 SNS를 그저 장난 거리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그대로 김미정에게는 투영되어 있다.


김미정은 어떤 루트인지는 몰라도 정치 언저리에 합류하고 싶은 사람을 일단 캠프에 밀어 넣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아는 김지혁은 이 사람들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일을 주기는 주지만 거리를 두어라.’


김지혁은 능숙하게 대처한다.


“후보가 아닌 캠프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서 진행해 봅시다.”

“그래도 되나요?”


자원봉사자가 당황하고 김지혁은 편하게 말한다.


“제가 실장님이랑 회의를 해보고 상의하겠습니다.”

“예.”

“확정되기 전에는 하던 일 하시면 됩니다.”

“예. 그럴게요.”

“다른 분들은 더 하실 말씀이 없나요?”


잠자코 있던 다른 자원봉사자가 말한다.


“캠프에 비상시로 오는 분들은 정확히 업무를 잡고 있어요.”

“그런 업무들이 있죠.”

“붙박이로 있는 저희 자원봉사자는 잡은 업무가 정확히 없거든요.”

“현재는 그렇군요.”

“업무가 정해지면 집중해서 일하는데 자부심도 생길 것 같고.”


상시적 업무와 비 상시적 업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지혁은 길게 말한다.


“어떤 일에도 업무의 강도가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렇죠.”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예.”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에 관심이 역력하다.


“비상시일 경우에는 빈도수가 적은 상위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겠죠.”

“그렇다고 하위 업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합니다.”

“어째서 그렇죠?”

“하위 업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상위 업무 자체가 무너집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김지혁이 결론을 말한다.


“빈도수가 많고 상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를 할당할 수 있도록 조정해보겠습니다.”


김지혁은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운 성격이 아닌데 아픈 경험이 있다 보니 성격도 바뀌었다. 자원봉사자들도 무턱대고 와서 봉사할 리가 없다. 누군가와의 루트가 있다.


자원봉사자에게 필요한 첫째 조건이 어떤 능력이나 무엇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있다는 것인데 급박한 선거판에서는 이 또한 장점일 수 있다.


결국은 이 사람들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원봉사자를 한다고 김지혁은 생각하지 않는다. 막연한 기대감에 대한 상쇄를 위해서 김지혁은 철저하게 일에 대한 능력 위주로만 접근한다.


‘공짜가 없다는 것은 캠프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개싸움이 벌어지면 능력이라는 기준의 ‘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으니까.


김지혁은 회의를 마무리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 가지 편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깊게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김지혁은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 업무나 그 밖의 일들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깊이 끌고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작은 일들을 빨리 쳐내 가면서 스스로 대안을 찾는 과정들도 남겨주어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속 좁은 생각은 조직을 경직되게 한다.

오히려 내가 안 하면 남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통한 경쟁 구도가 초기 선거 캠프에서는 더 위력을 발휘한다.

지나가던 한상훈 실장이 김지혁을 찾았다.


“김지혁 씨. 자리에 가방만 있던데 바빴구나?”

“계속 회의가 있었습니다.”

“우리 조금 뒤에 얘기해도 될까?”

“그럼요. 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한상훈이 말한다.


“내가 또 급한 일이 터졌네. 괜찮지?”

“예. 파악했던 내용들 정리해 보고 있겠습니다.”


옆에 있던 SNS 팀장이 끼어든다.


“실장님 저도 이따가 같이 얘기할까요?”


이때 우유부단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오케이’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을 믿을 김지혁이 아니다. 김지혁은 한상훈 실장이 어설프게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답을 가로챈다.


“아뇨. 실장님이랑 둘이 얘기하고 나서 팀장님께 보고할게요.”


김지혁은 박주희 팀장을 한심하게 볼 수밖에 없다.

이전에 박 팀장이 만났던 사람들과 김지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박 팀장은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SNS팀의 문제가 상황실과도 엮여 있어서 상황실이 움직인 것이고 한상훈은 상황실장이다.


아무리 선거판이 개판이라 하더라도 상급자가 추진하는 일에 하급 관리자가 끼어봐야 소용이 없다. 김지혁이 지금 진행하는 팀 파악의 일을 박주희 팀장이 못하니까 한상훈 실장이 김지혁을 불러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박주희 팀장이 이런 행동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누가 봐도 뻔한 것이다.

먹잇감을 하나 내어주면 될 줄 알았던 사냥터에서 잘못하면 사냥터 자체를 뺏길 수도 있다는 본능적인 권력에 대한 직감이 움직인 결과라고나 할까?


정치판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이런 권력 지향의 화신들은 넘쳐난다.

특히 아주 작고 미미한 곳에서 권력의 바이러스가 꿈틀대는 곳이 선거 캠프이다.


이 바이러스조차 이용하는 곳이 선거 캠프임을 잘 알고 있는 김지혁은 권력이라는 지옥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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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타도어를 막아라 +20 23.05.23 2,909 60 11쪽
22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20 23.05.22 2,935 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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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4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79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1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12 선거 캠프를 세우는 3가지 흐름 +30 23.05.15 3,415 70 11쪽
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10 욕망의 조율사 선거전략가 +30 23.05.14 3,483 73 9쪽
9 판을 흔드는 선거전략가의 태동 +30 23.05.13 3,573 75 12쪽
» 치부를 드러내면 능력이 생긴다 +26 23.05.13 3,669 83 12쪽
7 무능한 지휘관의 조직은 괴사된다 +34 23.05.12 3,758 81 11쪽
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37 89 11쪽
5 배부른 늑대들의 이쑤시개 +42 23.05.11 4,025 87 11쪽
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5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49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1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2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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