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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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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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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708

작성
23.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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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네거티브 대응 전략을 수용할까

DUMMY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 부딪히고 깨지면서 본인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일어설 수 있을 때 확실히 넘어져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쿠니시 요시히코 -


답답했던 최기석 후보는 상황 실장과 공보실장에게 일갈을 퍼붓는다.


“여러분들보다 선거를 제가 더 많이 해 봤어요.”

“예···.”

“캠프에서 후보에게 이렇게 하지 않아요.”

“예···.”


묵묵히 대답만 할 뿐 실장들은 고개도 제대로 못 든다.

최기석 후보가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저를 중심으로 정보가 모여지게 당신들이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화가 날 대로 난 최기석 후보는 마구 쏟아붓는다. 그래도 넉살이 좋기로 소문난 상황 실장부터 입을 연다.


“죄송합니다. 후보님. 저희가 많이 부족합니다.”


공무원 스타일의 공보실장도 면피에 동참한다.


“언론 대응을 제대로 못해 죄송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김지혁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한산성 대책 회의도 아니고 다들 자아비판이나 하고 미안하다는 변명이나 하고 있다.

실장들 스스로 자신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사죄하고 있다. 정말 무늬만 회의 아닌가. 답답한 최기석이 계속 쏟아붓는다.


“분석이 어려우면 의견을 개진해 보세요!”

“···.”


아무도 말이 없자 최 후보가 다시 말한다.


“초반 지지율로 끌어올릴 방법이 없어요?”

“···.”

“지금 뭐가 문제입니까?”


공보실장이 더는 안 되겠는지 입을 연다.


“이슈 대응이 선제적이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못 하는 겁니까? 안 하는 겁니까?”

“앞서 있으니까 공세를 받으면 그 후에 대응해서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대안은요?”


선거캠프에서 후보는 해결 방안 말고는 관심이 없는 법이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지금 남의 집에 불났습니까? 불구경하세요?”


억지로 참고 참던 최기석 후보는 소리치면서 쏘아붙인다.


“공보실장이라면 고민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후보님.”

“회의 들어오기 전에는 대안을 갖고 와야죠.”

“···.”


최기석은 공보실장의 대답에 화가 더 났다. 테이블을 위에 있는 것을 전부 쓸어서 던져버릴 기세다. 김지혁은 후보가 화가 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치수 기획실장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나선다.


“기획실에서 미리 보고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럼. 기획실장님은 생각해둔 게 있습니까?”


후보가 너무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선거 캠프의 목적은 오로지 당선을 위한 것밖에 없다. 그래서 후보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응 속도를 높이고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건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

“구체적으로 실행안을 생각해 놓은 게 있습니까?”


최기석은 거듭되는 뻔한 대답에 울분을 터트린다.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친다. 기획실장은 그래도 분위기를 어떻게든 차분하게 만들려고 말한다.


“오늘 회의를 통해서 도출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묻는 것은 원인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예.”

“지지율이 하락할 이유가 없잖아요.”

“···.”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도를 보이는 실장들을 보니 후보는 더 화가 난다.

한상훈 상황실장이 끼어든다.


“원인은 명확히 모르겠습니다. 알아보고는 있습니다.”


한상훈이 계면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상황실에서는 다른 실들과 상의해서 잘 좀 해주세요.”

“더 신경 쓰겠습니다.”


역시 상황실장은 후보의 화가 누그러질 때를 알고 대화에 들어간다.

이런 촉은 제일 빠르다. 조직 실장이 말이 없자 후보가 지목해서 묻는다.


“조직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말을 하기도 전에 최 후보는 재차 묻는다. 어물쩍 대답에 지쳐있는 것이다.


“뭐가 문제가 있어요? 현장에서는?”

“상대 쪽에서 공격하는 정책들이 현장에서는 문제입니다.”

“어떤 정책이요?”

“스마트시티 정책과 교통정책에 대해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기석 후보는 조직 실장의 말을 듣고 잠시 주춤한다.

후보가 말하기 전에 재빠르게 조직 실장이 말한다.


“교통정책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스마트시티는 공통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잠깐 최 후보는 눈을 감더니 말한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니까.”


순간 정적이 흐른다. 진심으로 듣겠다는 후보의 어투가 아니다.

이내 최 후보는 말을 이어간다.


“크게 타격이 없으면 일관성을 유지합시다.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떠세요?”


최기석은 듣겠다고 해 놓고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예 싹을 잘라 버린다.

이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김지혁의 뇌리를 스친다.

외부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불통의 이미지가 캠프 내부에서 흐르고 있었는지 김지혁은 이제 알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솔직한 직언이 나올 리가 없다.


‘회의가 아니라 호통이다.’


후보는 이런 자신의 이미지가 미디어들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도 흘러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캠프에서도 이 치명적인 상황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손도 못 대고 있다.

눈치가 빠른 한상훈 실장이 화살의 방향을 돌린다.


“김지혁 씨가 SNS팀과 상황실을 많이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역시. 그렇죠?”

“지혁 씨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지혁에게 올 것이 왔다. 돌려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봐야 시간만 낭비니까.

김지혁은 과감히 최정기와의 나누었던 대화를 말하려고 한다.


‘가장 빠른 지름길은 가장 느려 보이는 길이다.’


최기석 후보는 애써 관계를 트려는 말을 한다.


“어디서 본 듯하네요.”

“저는 처음 뵙습니다. 하하.”

“제가 다급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도 못 했네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참 고맙습니다. 편하게 얘기해주세요.”


아직 친해지지 않은 초면이라 역시 김지혁에게는 유리한 상황은 지금뿐이다.

김지혁은 본능적으로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선거판에서는 첫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후보님. 제가 후보님을 TV로만 뵈었습니다.”

“아 그래요?”

“직접 뵌 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우리 당에 아는 분들이 많던데.”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김지혁은 애써 거리를 두고 있고 최기석은 애써 다가가려 하고 있다.


“최정기 씨에게 얘기한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김지혁은 선수답게 망치질부터 한다. 밀고 당기지 않고 바로 때리겠다는 말부터 내뱉는다.


“무례하다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지혁은 정치인들과의 대화법을 알고 있다.

처음부터 그물을 쳐야 이 사람들이 정의나 공정 그리고 관대함이라는 자신들의 그물에서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혁은 곰 같은 여우로 돌변한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후보님의 시간’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시간이 소중하죠.”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듣던 대로 직설적이어서 좋습니다. 문제를 뚫는 그런 태도 좋습니다.”


김지혁은 노련하게 후보를 다독거리면서 말을 이어간다.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가 바쁜데 김지혁은 대화의 주도권을 먼저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주도권은 뺏기지 않으면 가져온 것이나 진배없다.


김지혁은 담담하게 문제점과 대안을 얘기했다.

결국 후보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보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화를 내지도 않는다. 잠깐 정적이 흐른다.


최기석이 입을 열었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곰같이 묵직한 김지혁의 태도에 최기석은 당황한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동의 안 하는 것도 있는데.”

“제 역할은 어떠한 의도 없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요?”

“후보님 당선을 위한 모든 것이요.”


후보의 질문에 막힘이 없는 김지혁의 대응에 모두 놀랐다.

사심이 없는 김지혁은 대화에 막힘이 없다.

최기석이 모두에게 말한다.


“의견 개진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최기석이 김지혁에게 말한다.


“무엇보다도 고맙네요.”

“아닙니다.”

“솔직하게 제대로 얘기해주니까.”

“당연히 제가 할 일입니다.”


최기석 후보는 눈에 힘을 주어 말한다.


“김지혁 씨가 더 깊숙이 관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부족한 게 많아서 한계가 있습니다.”

“괜히 거리 두지 마시고.”


역시 최기석은 다선의원답게 사람을 읽는 속도가 빠르다.

순간적으로 실장들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태 보지 못한 후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반면 김지혁은 담담하다.

김지혁은 여기 있는 어떤 사람도 자신이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을 안다.


‘숲에 여우가 들어오면 호랑이보다 여우가 더 큰 적이다.’


김지혁이 깊이 관여한다는 것은 상부 리더 조직의 변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권력 게임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하니까. 굳이 충돌해서 무엇도 하기 전부터 권력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만약에 제대로 합류할 의지가 있었다면 김지혁은 전쟁부터 했을 것이다.

점령군이 되지 않을 바에는 연합군의 졸개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김지혁은 후보보다도 이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보와 운명을 같이할지 안 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니까.

김지혁은 이내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 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편하게 하시라니까. 하하.”


김지혁은 가감 없이 생각을 드러낸다.


“독일의 ‘전격전’의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격전이요?”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은 어렵습니다.”

“이유는요?”

“어떻든 앞서 있는 상황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요?”


김지혁의 화두에 최기석 후보는 관심을 보인다.

이때다 싶어 지금 캠프의 한계에 대해서 거침없이 쏟아낸다.


“전격전처럼 할 만큼 강한 소통의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현장 임무형 지휘체계’를 구사하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부정적인 얘기에 최기석 후보는 얼굴이 어두워진다.


“비상근 국회의원 보좌관의 파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팀워크의 한계 때문입니다.”

“그건 다른 캠프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습니다.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죠.”

“결국 조직력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얘기인가요?”

“핵심은 후보님이 원하는 속도가 나오기 힘든 캠프 조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음. 그렇게 보였나요? 캠프가?”


김지혁은 문제점을 열거하고 본질로 들어간다.


“후보님의 기조를 캠프가 강력하게 펼치는 스타일이 나오기 힘듭니다.”


우선 템포를 늦추겠다는 생각에 김지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몽골군처럼 ‘몽구다이’ 전략을 펼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건 우리가 앞서 있어서 가능하지 않나요?”


기동력을 앞세운 유인전략도 캠프의 조직력 때문에 불가능하냐고 최기석 후보는 묻고 싶었다.

또다시 김지혁이 조직력을 언급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지혁이 이 생각을 부순다.


“유럽의 중기병처럼 상대가 무겁게 움직이고 있지도 않습니다.”

“한보당은 날렵하다?”

“예. 상대적으로 그렇습니다.”

“그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하하.”


최기석이 갑자기 껄껄하고 웃어버린다. 아무래도 김지혁에게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든 말든 김지혁은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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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57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7 10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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