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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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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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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0
글자수 :
584,708

작성
23.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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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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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1쪽

SNS팀이 세팅되다

DUMMY

“똑같은 방법을 계속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정신병자다.”

- 아인슈타인 -


최정기는 절실하게 묻는다.


“비슷한 단체가 연대하려고 캠프에 올 때도 있잖아요?”

“그렇지.”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해 봐.”


김지혁과 달리 최정기는 이한철이 조심스럽다. 비슷한 업계에 있기에 더 그렇다.


“두 단체가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요.”

“가장 어렵고 무거운 문제인데. 의외로 이런 것은 답이 간단해.”


김지혁이 갑자기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후보한테 보고를 제대로 해야겠죠.”


최정기는 어이가 없었다. 김지혁의 대답이 뜬금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이한철에게 묻는다.


“후보한테 보고요?”

“지혁이 말이 맞아.”

“보고는 당연한 건데.”

“이 사안은 누구도 결정할 수 없어.”

“왜 그렇죠?”

“표니까.”


이한철과 김지혁이 이 선거판에서 얼마나 표범 같은 존재인지 최정기는 아직 모르고 있다.

오로지 먹이 사냥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먹이에게 먹힌다. 그것도 갈기갈기 찢겨서. 그게 선거다.


“명분과 이익 중에 후보가 선택해야 한다.”

“그건 그렇죠.”

“왜 후보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는지 알아?”

“후보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죠?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이한철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후보의 정치 기조와 정무적 판단이 있겠지?”

“그렇죠.”

“시사적인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야.”

“그건 그런데.”

“복합 판단이 필요해.”


말이 복합적 판단이지 후보가 이해득실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를 이한철은 하고 있다.


“그럴 수 있겠네요.”

“단체끼리 충돌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어.”

“다른 문제요?”

“얽혀 있는 단체들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이지.”


이때 김지혁이 최정기에게 묻는다.


“점심에 메뉴가 싫은데 억지로 동의한 적이 있죠?”

“그렇죠. 선배님. 자주 그러죠. 하하.”

“먹기는 먹었는데 다음에는요?”

“식사를 피하거나 먼저 메뉴를 선점하죠. 하하.”

“조직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는 수긍하지만 속으로 다른 표를 찍죠. 하하.”


최정기는 감탄한다. 김지혁은 확실히 생선의 뼈를 발라내듯이 상황의 본질을 추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확실히 된 듯이 이한철에게 다시 묻는다.


“보고는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해야 할까요?”

“세밀하게 보고해야지.”

“이유는요?”

“후보가 놓칠 수 있는 것까지 보고해야 편하게 결정하지.”


후보의 편한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한철은 말하고 있다.


“그렇겠네요.”

“그리고 정기가 편하려면 결정도 빨리 내려져야 하는 거 아냐?”

“맞죠.”

“그러니까 보고가 세밀해야 해. 빠른 결정을 위해.”


김지혁은 늘 이한철의 냉철한 ‘표 제일주의’에 놀란다. 그리고 전적으로 동의했다.

‘선거캠프의 존재 이유는 ‘표’다.’


예전에는 이것이 좋아 보이고 전문가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다른 생각이 있다. 정치적 철학이 확고한 정치인들이 좋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승리보다도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가 좋아졌다.


정치 기조가 일관된 것이 때로는 고집으로 비출 수 있는데 그 일관성이 한 표 한 표의 지지라는 계단이 아닐까?


김지혁은 ‘일관된 기준으로 상황을 제어하는 것이 상황에 흔들리는 것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한철은 진지한 얘기에 지쳤는지 자리를 일어선다.


“자리 옮길까? 맥주 한잔 더하자.”

“그러죠. 간단히 한잔 더해요.”


최정기는 일이 있어서 2차는 다음에 하자며 인사부터 한다.


“한철이 형. 저는 다음에 또 뵐게요.”

“그래. 들어가 봐. 고생했다.”


허리 굽혀서 손을 내밀면서 김지혁에게 악수를 청한다.


“내일 김지혁 선배님 잠깐 시간 되시죠? 꼭 내주셔요. 하하.”

“그럽시다!”


김지혁과 이한철은 모처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낸다. 둘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 안주인 먹태를 시켰다. 김지혁이 드디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형. 제가 어디까지 가길 바라시는 거죠?”

“가면 끝까지 가야지. 하하.”

“정말요?”

“나도 잘 모르겠다.”

“형은요?”


이한철의 행보가 김지혁은 궁금하다.


“나는 다른 쪽에 지금 합류가 되어 있으니까.”

“여기가 제일 큰 무대인데. 왜 다른 곳에 합류하셨어요?”

“알잖아. 다 인간관계 때문이지 뭐.”

“하여튼 형은.”

“그건 그렇고. 일이 바빠 쉽지 않지?”


김지혁은 먹태를 뜯으면서 이한철에게 잔을 건네며 말한다.


“지켜봐야죠. 제가 방향 잡아주는 건 해야겠죠?‘

“무슨 말이야. 한 실장은 철석같이 너 믿고 있다.”

“오늘 처음 봤는데요?”

“오래 본다고 믿음이 가냐?”


이한철은 김지혁의 성향을 알고 말한다.


“그래도.”

“아까 전화 왔었어. 너한테 흠뻑 빠졌더라.”

“또 빈말 작렬하네. 형.”

“방향은 네가 꼭 잡아줘야 해.”


이한철이 맥주를 쭉 들이켜더니 말한다.


“이 얘기를 안 했었는데.”

“또 뭐요? 뭐가 있어 또.”

“후보도 네가 합류하는 걸 바래.”

“예?”


김지혁은 놀랬다. 김지혁을 대리인으로 이한철이 낙점한 거는 짐작했다. 하지만 후보까지 설득을 끝낸다는 얘기니까.


김지혁은 이런 이한철이 밉지도 좋지도 않다. 이미 선수들이기 때문에 캠프에 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까.


선거판에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지 않아야 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김지혁이 말한다.


“해주기로 한 부분은 정확히 해야죠.”

“계속해 그냥. 응?”

“테스트 기간에 판단해보겠습니다.”

“너무 신중해도 좋지 않아.”


김지혁은 선택하면 했지. 선택당하지 않는다. 그걸 잘 아는 이한철이 바로 꼬리를 내린다.


“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죠.”

“제가 감사합니다요. 하하.”

“이번에 저도 많이 배울 것 같아요.”


이한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뭘 또 배워? 기술 써 그냥.”

“이 정도 규모의 SNS팀은 처음 봤으니까요.”

“그건 그래. 쓸데없이 너무 큰 거 아닐까?”

“그건 두고 봐야죠.”

“외곽까지 합치면 엄청난 규모지.”


김지혁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안다. 안 좋은 경험들도 많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래서 처음부터 조심하려고 애쓴다.


기대했던 선거에서 후보가 낙선하면 그 뒤에 일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그 처절함을.


낙선 후에는 엄청난 좌절과 통한이 다가온다. 비록 후보가 아닐지라도 지고 나면 추운 겨울날의 쓸모없는 논처럼 황량하기 그지없다.


김지혁은 이한철을 택시를 태워 보냈다.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다음 날 오전 캠프의 자리는 듬성듬성 비어 있다. 본래 캠프는 메신저로 일을 처리하는 일도 많다. 최근에는 더 그렇다. 꼭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김지혁은 일찍부터 SNS팀과 10분 남짓의 회의를 마치고 바로 일을 시작한다.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업무분장을 시작했다. 곧바로 지시하기 시작한다.


김지혁은 오한태 비서와 이현주 비서 그리고 박주희 팀장을 불렀다.


“교통정책에 대한 저쪽 당의 네거티브가 있죠?”

“예. 오늘부터 난리네요.”

“이 건에 대응해 보겠습니다.”


김지혁은 노트에 그림을 그리며 오한태에게 먼저 지시한다.


“단문, 중문, 슬로건으로 카피를 3개를 만드세요.”

“예.”

“그리고 ‘SNS 이슈 대응’이라는 단톡방을 만드시고 각 관련자 초대하세요.”

“예. 그 후는요?”

“카피를 버전별로 업로드하면 됩니다.”


선거캠프에서 모든 일의 시작은 글로 비롯된다. 그리고 결국 글로 끝난다. 다음 순서에 대해서 그림에 별표를 하면서 이현주를 쳐다본다.


“이현주 비서님은 SNS 팀 내에 디자인이 가능한 분들을 모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각 SNS 특성에 맞게끔 제작해서 업로드해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한태 비서님한테 넘어온 카피를 적용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나요?”

“예.”


김지혁은 단답으로 매듭짓는다. 업무를 지시하는 순간에는 고민이 있을 수 없다. 다음 프로세스에 화살표를 하면서 노트를 셋의 가운데로 가져간다.


“제가 콘텐츠에 대한 검증을 상황실과 협의를 거치고 컨펌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면 SNS팀에는요?”

“그 후에 박주희 팀장님께 제가 보고드리겠습니다.”

“아. 예.”

“그러면 팀장님은 각 채널에 배포하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박주희는 내심 자신을 패씽하고 김지혁이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최종 컨펌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김지혁의 생각은 달랐다. 콘텐츠 제작이 거의 끝나고 상황실과도 협의를 거친 후라면 박주희가 승인을 거절할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다.


박주희는 구석에 몰려서 어쩔 수 없는 결정들을 해야 하는 상황을 전혀 예측 못 하고 있고 김지혁은 예측대로 공을 몰아가고 있다.


“박주희 팀장님은 ‘SNS 피드백’이라는 단톡방을 만드세요.”

“만들어서 사람 모을게요.”


김지혁은 모든 오더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한상훈 실장과 박주희 팀장에게 이미 업무 분장표를 주었고 박주희 팀장이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지혁은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권력욕을 안다.

박주희 팀장이 아무리 쓸모가 없다고 해도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다.


오로지 일이 잘 돌아가는 것 말고는 김지혁은 관심이 없다. 일이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 각자의 능력이 발현될 수밖에 없다.


확인하듯이 노트에 손가락을 툭툭 치면서 박주희 팀장이 김지혁에게 물어본다.


“모든 단톡방에 저도 들어가야 하죠?”

“팀장님 편하신 대로 하면 됩니다.”


박주희는 어디든 끼어들고 자신의 레이다에 사람들을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것이 확실하다. 김지혁은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선택은 네가 해라’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귀찮거나 감당이 안 되거나 해도 그건 너의 결정이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답변이다. 단톡방이 하나의 파트이기 때문에 맡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자리가 힘이니까.


열매는 먹고 싶은데 농사는 짓기 싫은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박주희 팀장의 이러한 성향은 프로들의 눈에는 바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오한태 비서가 김지혁에게 갑자기 묻는다.


“교통정책 대응 건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늦어도 1시간 안에는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이현주 비서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말한다.


“그렇게 빨리요?”

“유튜브 같은 영상 쪽 대응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영상이 아니라고 해도.”

“카드 뉴스나 웹자보 형태로 배포하니까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이현주 비서는 짧은 시간에 콘텐츠 제작을 하라는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에 당황한다.


“집중하면 그렇긴 한데.”

“오 비서님이 카피 뽑아낼 동안에 적용할 디자인을 만들면 되니까요.”

“그러면 작업 방식이···.”

“그 생각이 맞습니다.”


김지혁은 작업의 단위마다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이다. 그걸 눈치 빠른 이현주가 모를 리가 없다.


“동시에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작가의말
"하던 대로 하면 되던 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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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71의 법칙 +32 23.05.19 3,036 65 11쪽
» SNS팀이 세팅되다 +26 23.05.18 3,090 68 11쪽
17 기세! 추세! 판세! +22 23.05.17 3,164 69 11쪽
16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4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79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1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12 선거 캠프를 세우는 3가지 흐름 +30 23.05.15 3,415 70 11쪽
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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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5 9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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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3 10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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