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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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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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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708

작성
23.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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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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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1쪽

마타도어를 막아라

DUMMY

“바다와 강이 수백 개의 산골짜기 물줄기에 복종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기 바란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있고, 그들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그들 뒤에 위치하라. 이와 같이하여 사람들의 뒤에 있을지라도 그의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며 그들보다 앞에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 공자 -


정경화 보좌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지혁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터진 걸까요? 큰소리까지 나고 말이죠.”

“정책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정책 대응이요? 공약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내 짐작인데 스마트시티 아닐까?”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후보에게 말하지 않고 있던 정책이 ‘스마트시티’다. 스마트시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너무 황당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저도 좀 그렇던데.”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많이 있지.”

“캠프 내부 언로가 막혀 있어서 누구도 발언이 없었죠.”

“게다가. 외부 대응이 제대로 안 되어서 상황실장이 들어갔겠지.”


그것이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정 보좌관이 묻는다.


“그 이유 말고는 뭐가 있을까요?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

“실장들 위에 핵심 참모 중에 권력 게임이 있는 것 같다.”


김지혁은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경화니까 말한다.


“저번에 감지는 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정보 라인이 있지. 하하.”

“공유 좀 해요. 흐흐.”

“아마 그것 때문에 지금 일이 제대로 안 될 거야.”

“벌써 당선된 분위기군요.”


정경화의 목소리에 한숨이 섞인다.


“어떻게 될까요?”


정경화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후보가 한계점에 오면 센터를 교체할 것 같다.”

“센터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센터라는 표현에 정경화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옥상옥이 있지. 대충 알잖아.”

“잘 모르겠는데.”

“시장 선거 정도 되면 선거비용이 많잖아.”

“그렇죠.”

“그거 총괄하는 놈이 센터지.”

“아. 그렇게 판단하는 게 빠르네요.”

“실장들 수준이 아니지.”


정경화는 무릎을 탁하고 친다.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아직 본선 전이잖아.”

“그렇죠.”

“본선 전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앞두고 센터 교체는 흔한 일이야.”

“그런가요? 형은 경험이 많으시니까.”


정경화는 속으로 미묘한 느낌을 받는다. 김지혁이 너무 덤덤하니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주말 전에는 한번 나오시죠?”

“응. 후보가 주관하는 실장 회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후끈하겠는데요? 하하.”

“난 웬만하면 듣기만 하려고. 흐흐.”


김지혁이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업의 구조를 파악할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따로 있다.


‘돈의 흐름을 따라서 파악하면 본질이 보인다.’


사람들은 늘 아이템이나 마케팅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친다.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돈이다.


선거비용에 대한 보전금이 확보되는 15%의 득표율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선거 관련 매출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득이 되고 후보에게는 손해가 안 간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선거에서는 이 돈의 흐름을 쫓아가면 누가 실권자인지 알게 된다.

이전과는 다르게 방송과 언론뿐 아니라 각종 SNS를 포함해 홍보의 전장이 달라졌다. 선거 용품과 공보물의 디자인 개념도 달라졌다.


돈이 들어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현수막의 예만 들어보더라도. 짧은 기간에 많은 수량을 한꺼번에 주문받는다? 디자인은 하나인데? 이권이 없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돈의 물줄기를 보면 핵심 권력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김지혁은 정경화와의 대화를 마치고 강태현의 전화를 받는다.

아마도 알아보라고 한 것에 대한 회신일 것이다. 성실하면서 신속한 것으로는 강태현을 따를 사람은 없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형님. 급하게 알아보았습니다.”

“뭐 얻은 거라도 있어?”

“이치수 밑에 있는 사람 중에 당적을 바꾼 애들이 있다네요.”

“당적을 바꾼 애들?”


이치수는 한보당의 기획실장이다.


“어쩐지 뭔가 이쪽을 알고 대응하는 것 같던데.”

“그렇죠. 형님. 추측이 확인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렇지. 태현이는 캠프에서 광고 집행 연락 안 받았니?”

“아뇨. 저는 얘기도 없던데요. 누가 제대로 잡았나 본데요? 하하.”


김지혁은 의문점이 있던 것을 강태현에게 물었다.


“캠프가 아닌 별도 라인이지?”

“저도 어딘지는 모르겠네요.”

“선거 메시지랑 홍보가 엇박자가 나는 것 같아서.”


홍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실행력이 있는 업체가 선정되어야 한다. 캠프의 홍보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아 뭔가 개입이 있다고 김지혁은 생각하고 있다.


“맞아요. 형님. 업체가 캠프에는 잘 안 보인다고 하던데요?”

“독단적 결정이라는 암세포가 또 선거에 생겼구나.”

“자기 발을 날릴 지뢰를 본인이 심는 건데.”

“수고했다. 조만간 만나자.”


민진당의 정책적 약점을 한보당이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과감하게 실행한다면 캠프가 능력이 있는 것이다.


하나둘씩 민진당 최기석 후보 캠프의 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분위기 정도만 느낄 뿐이지만 선거 전문가들과 김지혁은 몇 가지를 주목한다.

판단의 길목 한가운데에서 김지혁은 서 있다.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였다. 내일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고 모레에는 후보와의 중요 회의에 김지혁이 참석하게 되어 있다.


내부의 문제가 심상치 않은 것임을 직감하고 있다.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캠프에서는 얘기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 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후보가 초반에 쏟아낼 것을 다 쏟아냈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게다가 출마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이젠 없어질 때가 되었다.


민진당 후보 최기석의 스타일도 문제가 있다. 과도한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비추어지게 놔두는 캠프의 홍보 능력도 문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탓에 자신의 과도한 자신감이 유권자들에게 ‘자만감’으로 비추어진다는 것도 못 느끼고 있다. 직언하는 참모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치명적 문제다.


인정구의 최한숙에게 전화가 왔다.


“캠프에 합류했다고 들었어. 어떻게 잘되어 가?”

“합류한 거는 아니고 방향만 잡아주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뛰어야 하는 거는 아니야? 네가 도와줘야지!”


최한숙은 이 바닥 소식에 굉장히 빠르다. 이미 김지혁이 합류를 안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김지혁은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지역 민심이요?”

“그래서 캠프는 어떤가 하고 궁금해서.”

“뭐가 심상치 않아요? 어떤 것들이?”


시장 선거이기 때문에 최한숙이 말하는 현장이라는 곳은 구나 동 단위의 지역 조직일 수 있다. 또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민심이나 경로당 분위기도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결코 소홀히 할 의견이 아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그런데요?”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잘난 척한다는 말을 많이 해.”

“후보가?”

“응”


사람들이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시민들도 별다르지 않게 후보의 ‘나잘난’ 느낌을 여실히 받고 있다.


“가르치려는 이미지가 많이 비추어지나 보네요.”

“고개도 뻣뻣해.”

“피할 수가 없는 것인데.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건데.”

“캠프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거는 아니고?”

“그것도 있죠.”

“앞서는 상황이라 더 이런 이미지로 비추어지는 거 아닐까?”


김지혁은 현장의 분위기를 무섭게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은 예전과는 수준이 다르다. 캠프에서의 홍보가 ‘혼자만의 외침’으로 무의미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이 반증하고 있다.


“후보의 캠프가 되어버렸네요. 캠프의 후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아. 후보의 캠프라는 말이 무섭게 들린다.”


후보의 캠프가 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후보의 낙선으로 가는 독주를 막아줄 캠프의 역할이 없다는 것에 있다.


캠프의 후보가 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자칫 후보의 캐릭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다.


“많이 앞서 있는데도 걱정이 되세요?”

“아직 시간이 많잖아. 안심할 수가 없는 거지.”

“너무 염세적으로 보시는 거 아니에요?”

“순식간에 뒤집혀 지는 것이 지지율이잖아. 알면서 그러니?”

“그렇기는 하죠.”


최한숙은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하듯이 말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핵심은 앞서느냐 뒤서느냐가 아니다. 앞서 있는 후보의 지지율이 어떤 경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투표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지율의 추이가 경향을 보이면 그 경향에 따라 유권자들의 출렁임의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투표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저조한 투표율에서 반드시 투표하는 유권자 계층의 지지도가 문제다.

투표 독려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캠프에서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김지혁의 생각은 다르다.


투표도 가성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투표장에 나갈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득표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투표 독려에 대한 광범위한 홍보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소총수의 무차별 사격과 별반 다르지 않다.전체 유권자를 투표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화력을 분산하면 선거 운동이 효율적이지 않게 된다.


김지혁이 지방선거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방식은 소위 ‘원샷원킬’ 방식이다.


‘투표장에까지 갈 만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투표를 독려한다.’


확산이 쉽고 지지 강도가 높은 핵심층 공략이 단기적인 선거판에서는 효과적이라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집토끼의 확산에 집중하되 산토끼가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막지 않고 길을 열어 놓는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지금 캠프는 제대로 된 방향과 전략이 세워져 있지 않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는 ‘전략’에 대한 정의를 명쾌하게 했다.


‘전략이란 나의 가장 강한 강점으로 적의 가장 약한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캠프에 전략이 부재한 것이 현장의 분위기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SNS팀도 간신히 돌아가게 수액을 놓아준 것뿐이다.


캠프의 전략적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한철과 함께 만났던 최정기에게 전화가 왔다.


“많이 바쁘시죠?”

“아닙니다. 뭔 일 있으세요?”

“급하게 여쭐 것이 있어서요.”

“무엇이든 말씀해보세요.”


최정기는 말을 많이 했는지 목소리가 걸걸하다.


“후보 정책이나 시정계획에 대해서 말이 많네요.”

“어떻게요?”


작가의말

<용어>

* 마타도어 -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정치가들의 흑색선전.

( ‘뚝심있게’ 작가님께서 댓글에 도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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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타도어를 막아라 +20 23.05.23 2,909 60 11쪽
22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20 23.05.22 2,935 61 11쪽
21 네거티브를 네거티브로 불태우다 +20 23.05.21 2,990 63 12쪽
20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20 23.05.20 3,009 67 11쪽
19 271의 법칙 +32 23.05.19 3,036 65 11쪽
18 SNS팀이 세팅되다 +26 23.05.18 3,089 68 11쪽
17 기세! 추세! 판세! +22 23.05.17 3,164 69 11쪽
16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4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79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1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12 선거 캠프를 세우는 3가지 흐름 +30 23.05.15 3,415 70 11쪽
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10 욕망의 조율사 선거전략가 +30 23.05.14 3,483 73 9쪽
9 판을 흔드는 선거전략가의 태동 +30 23.05.13 3,573 75 12쪽
8 치부를 드러내면 능력이 생긴다 +26 23.05.13 3,669 83 12쪽
7 무능한 지휘관의 조직은 괴사된다 +34 23.05.12 3,758 81 11쪽
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37 89 11쪽
5 배부른 늑대들의 이쑤시개 +42 23.05.11 4,025 87 11쪽
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5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50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2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2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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