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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79,970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6.11.03 23:00
조회
4,380
추천
110
글자
20쪽

12장 혼자선 힘들다.

DUMMY

”정말입니까!“

그의 외침에 회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의명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럴 수가... 최변인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거기에 김대식 회장님마저 동참하고 있다니...“

유의명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회강이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긴 나라도 저러겠지... 예전에 그의 아버지를 구해주신 분이 김대식이었으니 말이야. 거기다 그의 권유로 청와대 경호원 자리도 마다하고 회사로 넘어와서, 명예는 몰라도 금전적으로는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됐으니까. 그에게 있어선 큰 은인이니...‘

이래서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유의명이 왜 거기로 갔느냐며 집요한 추궁을 하는 바람에 실토하고 말았다.

창문 유리창에 그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음... 저라도 섣불리 남에게 말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점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유의명이 회강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창문 유리창을 통해 마주쳤다.

”이제부터는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혼자선 최변인과 김대...식님을 감당 못 할 겁니다. 그들이 가진 힘은 보기보다 강합니다. 만약 그들이 당신이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회강님의 말이 사실일 경우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다른 이에게 부듬주기 실읏슴니다.“

”회강님 성격 잘 압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저나 당신의 곁에서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는 고민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으 마를 전말 믿으시는 건니까.“

“저는 이제까지 회강님을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최근 들어서 오광민씨와 만나서 이야기를 한 뒤 그들의 행동을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회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음... 오광민은 내 편인 걸까? 아니면 그들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정말 알 수가 없군.‘

그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도 유의명은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강님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양의와 수애를 맡고 있지 않습니까. 수애에게 들어보니 사냥도 혼자서 하느라 매번 녹초가 돼서 들어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지려 노력하는 자는 믿을 만한 자입니다. 그러니“

유의명이 회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지 마십쇼. 떠넘길 건 넘기고, 남들도 할 수 있을 만한지 시켜보기도 하세요. 다른 이들을 믿어보시란 말입니다.“

’내가 그들을 믿지 않은 건... 아니구나.‘

항변하려던 회강의 머릿속으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로 혼자서 끙끙대며 버티던 자신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현실에서도 그렇고... 진화도...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지.‘

”제가 몇 년간 한 팀의 리더로 있어 본 경험으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건 좋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떠넘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단 훨씬 낫지만, 때론 사람들에게 일을 나눠주는 것이 오히려 전보다 더 안정감이 생기면서 일 처리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 독감을 앓았을 때, 제 일을 대신 해주는 부하들을 보니 자연스레 깨닫게 되더군요. 어떤 식으로든 독점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독점이라...‘

말을 마친 유의명이 회강에게서 멀어졌다.

”그럼 적어놓으신 차 번호는 제 후배 시켜서 알아보겠습니다. 푹 쉬십쇼.“

탕.

유의명이 사라진 쪽을 유리창으로 보던 회강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확실히 그는 자신과 달리 주변 부하들에게 여러 일을 맡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 내부 보안이나 행사 때 경호가 문제시된 경우는 없었다.

회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가면 아래로 흐르는 침이 보였다.

’아직 나는 주변 사람들보단 경험이 적어, 유의명님의 말대로 남들에게 맡겨보자, 잘 안 되면 그때 내가...‘

그가 생각에 빠진 사이, 창밖엔 하얀 함박눈이 온 세상을 자신의 몸으로 덮고 있었다.


*4*


태양이 숲속을 비추고 있었다.

하얀빛이 내리쬐는 곳에는 토끼 한 마리가 두꺼운 열매 하나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스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세 쌍의 눈이 나타났다.

그중 자그마한 유인원이 두 팔을 움직인다.

기기기기.

미세한 소리와 함께, 두 팔 중 왼팔이 뒤로 이동했다.

덩달아 왼팔에 잡혀있는 끈과 나뭇가지가 같이 움직인다.

얼마 뒤,

”후우.“

작은 숨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끈에 밀려 앞으로 날아간다.

뎅. 쉬익. 푹.

어느새 토끼 몸통에는 날아간 나뭇가지가 박혀 있었다.

”우끼기기“

어린 유인원이 환호하는 사이, 두 유인원이 커다래진 눈과 함께 앞으로 뛰어갔다.



쓰러진 토기를 본, 회강이 먼저든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양의가... 사냥에 성공하다니.‘

기뻐하는 수애와 양의를 보면서 축하해주고 싶지만, 수장으로서 더 무능력해지는 것 같아서 속이 쓰렸다.

’역시 이 팔로는... 안 되는 건가.‘

자신의 왼팔을 보며, 순간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을 밖으로 표출할 만큼, 지금의 회강은 어리숙하진 않았다.

”우끼끼끼“

그의 왼팔을 흔들며 웃는 녀석을 쓰다듬어주며, 회강은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후우. 그래 아이 다음으로 내가 성공하면 되는 거야. 방법과 요령을 알았으니 왼팔이 안 되면 이라도 물어보자.‘

그러면서 그는 슬쩍 제일 상태가 좋은 화살을 챙기고,

”우끼 우끼“

토끼를 다듬기 시작했다.



덤불 사이로 날아온 나뭇가지가 다람쥐 머리에 꽂혔다.

”우가우가“

기뻐하던 유인원은 방방 뛰느라 흐트러진 커다란 나뭇잎들을 여미고는 커다란 배를 앞세우며 뒤뚱거린다.

쿵 쿵 쿵 쿵.

”우끼“

그녀를 따라 어린 유인원도 같이 웃으면서 따라 앞으로 나갔지만, 한 유인원은 덩그러니 남아 침을 흘리며 멍하니 서 있었다.



정수애마저 사냥에 성공하자, 회강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슬프기만 했다.

억지로 웃느라고 회강의 얼굴에는 경련이 조금씩 일고 있었지만, 다행히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하는 두 명은 회강 쪽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아...‘

이제는 배가 엄청 부른 산모마저 사냥에 성공했다.

사냥 이틀째, 부단한 연습을 해보았지만, 아직 그만의 화살을 날리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만들어준 활과 화살을 들고 양의가 연거푸 잡더니, 이제는 그의 유일한 동지라고 생각했던 정수애마저 성공해 버렸다.

회강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허리끈에 주렁주렁 매달린 돌멩이들이 왠지 초라해 보였다.

’아침인데도 몸에 힘이 없구나, 병이라도 걸린 건가.‘

축 늘어진 어깨를 펴보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끼우끼“

양의의 목소리에 회강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아이의 손에서 손질된 고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손질은 내가 하던 일인데... 녀석 곧 잘하는구나.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정처 없이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가 한 곳에 고정된다.

’정수애님은 갑자기 왜 우시는 거지.‘

양의도 당황한 듯 여인에게 다가가 쓰다듬는다.

그런 아이를 안은 정수애는 울음을 터뜨린다.

”우가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간 회강은, 정수애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스윽스윽

울면서도 붉게 물든 손을 닦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정수애는 정말 슬퍼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성공했는데... 도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는 가운데, 정수애에게 다가가던 그의 발밑에 무언가가 밟혔다.

물컹.

내려다본 회강이 황급히 발을 들어 올린다.

쩌억.

같이 딸려온 붉은 내장을 보자, 회강이 자신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징그럽게... 아~~ 맞다...‘

자신과 양의, 그리고 서장미 등등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겪었던 것이 있다.

’처음으로 죽이셨구나.‘

자신도 진화 속에서 늑대를 죽인 이후로 현실에서까지 고통받은 적이 있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바람에 정신과만 호황이 돼버렸지.‘

다른 분야들은 진화의 등장으로 점점 환자들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정신과만 혼자 성행하고 있었다. 전에 최초로 현실에서 늑대사냥을 했을 때, 회강도 양의와 함께 잠깐 들리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양의가 정수애를 위로하는 모습이, 울면서 말하던 자신을 정신과 의사가 쓰다듬는 행동과 상당히 유사했다.

회강도 울고 있는 정수애와 양의를 안아주었다.

”으어어어엉“

’그래... 이분도 하고 싶어서 하신 건 아니다. 산모 때라서 좋은 것만 보고 먹고 들어야 하는 이때에...‘

그녀는 배속의 아이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억지로 한 일이다.

회강을 놀리려고 한 일도 아니고, 고기를 먹고 싶어서 한 일도 아니었다.

’거기다 이분도 나와 성격이 비슷해서 도움만 받는 사람은 아니니 이번에 무리하셨겠지...‘

그녀 또한 남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그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 간단한 것을 회강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유의명님의 말이 맞아. 내가 못하지만 우리 일행이 잘한다면 좋은 일이야. 혼자만 느끼는 자존심 때문에, 끙끙거리다 미션 시간이나 까먹고 있을 이유가 없어.‘

다시 눈을 뜬 회강의 눈에 힘이 느껴졌다.

’목적은 생존. 최대한 빨리 진화를 거듭해서 인간이 되는 것이야. 물론 나는 거기서 사람다운 과정까지 원하는 거지만...‘

그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스스로 머리에 꿀밤을 먹인다.

’다른 이들도 무사히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조언을 해주려고 방송에도 나간 놈이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그렇게 회강은 소중한 것을 하나 배웠다.


*5*


”하아. 하아“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회강과 유의명이 나무 틈 사이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깊은 데서 사는데요.-

”칠순이 다 되었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예. 하지만 저는 지금 우리가 더 걱정되네요. 주변을 보세요.-

회강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선 회색빛의 구름이 기분 나쁜 꿀렁임과 함께 어둠을 불러오고 있었다.

심각한 회강과는 달리, 유의명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저 이래 봬도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눈보라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회강은 유의명이 앞서나간 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유의명님이 이렇게나 수다쟁이일 줄이야.‘

그는 엄청난 수다쟁이였다.

얼마나 심하냐면,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정치 이야기를 시작해서 최근 유머까지 세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말하고 있었다.

회강은 그의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수다를 듣고 처음에는 멍했는데, 적응된 지금은 귀에 들어오자마자 흘려버렸다.

’이번엔 군대 이야기구나.‘

”제가 처음 뱀을 잡았을 때가...“

유의명이 말하는 사이, 회강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기도 지역이라도 안심할 수는 없지.‘

이미 백두대간 근처 마을들은 소개시킬 정도로 변이된 존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나마 군부대들이 산맥 아래나 주요 지역을 방어해줘서 나머지 지역에서는 큰 소란이 일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끔 강화 늑대들이 경기도 지방에서는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회강의 허리춤에는 만약에 대비해 준비해둔 날카로운 돌들과 비수들이 매달려 있었다.

회강은 매달린 돌멩이들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GPS로는 이 근처에 계셔야 할 텐데...‘

산 아랫마을 주민이 말하기로는, 사흘 전에도 내려왔다가 올라갔다고 했기 때문에 안도한 그였다.

그러나 점점 험해지는 산을 보니, 회강의 마음속엔 불안감이 가득 찬다.

뽀드득 뽀드득.

’이 정도 산세와 깊이라면 포식자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그나저나 노란 천막으로 집을 둘러쳤다는 말을 듣고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진 회강은 유의명보다 앞서나갔다.

이에 자신의 이야기에 빠진 유의명이 퍼득 고개를 든다.

”회강님 같이 갑시다.“

그가 허겁지겁 따라가는 가고, 두 사람은 깊은 산 속으로 걸어갔다.



어두운 밤.

두 사람은 노란 지붕의 집 앞에 서 있었다.

’여덟 시 이십사 분이군. 근데 이분은 불 켜놓고 어디로 가신 거지.‘

생각보다 터가 넓고 집이 커서 사람을 찾아다니는 데만 이십 분이 걸렸다.

유의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어디로 가신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솥뚜껑도 만져보니 따뜻했습니다.-

회강이 고개를 저으며 보여준 메시지를 읽은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가 와서 숨은 걸까요?“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그 많은 사람의 입을 막은 TS입니다. 이분도 그때쯤에 이곳에 나타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협박에 두려워 이곳으로 피하셨을 수도 있죠.-

”음...“

그의 말은 들은 유의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븐을 좀 봅스다.“

회강은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외곽으로 이동했다.

”예...“

유의명이 뒤따라오는 가운데 회강은 하얀 눈 위에 새겨진 붉은 점들을 발견했다.

’이건. 핏자국?‘

거기로 다가간 유의명이 몸을 숙인다.

슥슥.

손가락으로 핏자국을 훔치더니, 혀를 내밀어 맛을 본다.

”잠시만. 음. 피는 맞습니다. 인간의 피인지 아니면 이 근방에 출몰한다던 멧돼지의 피인지는 모르겠지만, 굳기로 봤을 때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저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강이 메시지를 보여준 뒤,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렇군요...’

두 사람이 지켜보는 곳에는 일직선으로 난 흔적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핏자국과 함께 깊게 팬 커다란 발자국이 있었다.

’이렇게 깊다니. 나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것 같은데.‘

187cm의 키와 근육이 있는 자신보다 무거운 존재라는 사실이 맘에 걸렸다.

“이건 백육십오에 노인의 발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발의 크기도 저보다 훨씬 크고, 신발도 신지 않았는지, 발가락 자국이 있습니다.-

“혹시 회강님이 말씀하신 식인플레이어와 같은 형태로 변한 이일까요?”

유의명에 말에 회강은 흠칫한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러면 유인원으로 변이된 자에게 당한건가.‘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겁부터 먹다니... 나는 아직도 멀었어.‘

회강은 메시지를 입력한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뒤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제가 낫지 않겠습니까.”

유의명의 말에 회강이 고개를 젓는다.

-이건 온전한 인간의 발자국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변이 동물들의 습격도 고려하면, 제가 앞장서는 것이 맞습니다.-

그의 메시지를 읽은 유의명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난도를 낮춰서 해온 저보단 경험이 많으신 분이니... 그러나 인간이라면 제가 무조건 앞장설 것이니, 바로 뒤로 빼시는 겁니다.”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유의명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회강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회강은 최대한 발소리를 죽인 채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쩡한 인간이라면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지도 몰라. 이동하다가-‘

눈알은 쉴 새 없이 굴리던 그에게 진화 속에서 자주 들었던,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 소린. 화살 날릴 때의!‘

”피흐!“

회강은 크게 외치면서 몸을 옆으로 날린다.

쉬익. 푹. 파드득.

그의 옆에 있던 나무줄기에 깊숙이 박힌 화살의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만약 그가 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화살은 정확하게 그의 목덜미에 맞았을 것이다.

툭.

회강이 조명을 끄자, 유의명도 따라 끄면서 주변은 다시 어두워진다.

회강은 슬쩍 자신의 목덜미를 만져본다. 그의 오른손에서 약간의 따스한 액체가 느껴졌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스쳤군... 공격으로 보아, 한 명이다. 들려온 거리는 스무 걸음 내외. 소리가 들리자마자 움직였는데도 진화 속 나뭇가지보다 더 빠르게 날아온걸 보면... 석궁이나 양궁 같아. 거기다 실력도 좋은 자야... 이거 상황이 너무 위험한걸.‘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뭐가 위험하냐 하겠지만, 회색 구름 아래 눈이 쌓여있다면 달빛 이상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검은 형체만큼은 잘 볼 수 있었다.

’미필자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헛소리 지껄이는 거지. 이제 인내심 싸움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저쪽도 상황은 좋지 않아.‘

회강은 침을 주르르 흘리면서도 고개도 까닥하지 않았다.

’주변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걸 보니, 많아봤자 두 명이다. 그리고 한 발이 날아왔으니까. 궁수는 한 명일 거야.'

회강은 유의명의 위치를 보니, 그는 덤불 뒤에서 안전하게 숨어 있었다.

’그의 싸움 실력을 감안하면, 접근하는 순간 우리의 필승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숨은 곳이 회강의 체구와 딱 맞는 곳이라서 제대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지만, 유의명도 덤불 아래 엎드려서 날아온 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이 회강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 반응 좀 한번 볼까.‘

최대한 소리 없이 행동하느라 힘들었지만, 회강은 오른손에 끼여 있는 장갑을 벗는 데 성공했다.

’진화 속에서 했던 방법인데... 통하려나. 하나. 둘. 셋!‘

스윽. 뎅. 푹.

던지자마자, 그의 장갑은 화살에 꽂혀 바닥에 박혀버렸다.

’반응 보소.‘

자칫 잘못했으면 그의 손이 맞을 뻔했다.

하지만 회강은 다시 한 번 더 시도하기 위해, 허리춤에 있는 돌멩이를 잡았다.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해야 한다. 그래야 한 명인지 아니면 두 명인지 알 수 있다. 그들도 차가운 눈밭 위에 계속 있을 순 없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수밖에 없어.’

전에도 이런 식으로 쓰레기 같은 놈들의 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들의 위치라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퉁.

”윽.“

생각보다 충격이 강해서, 회강은 잡고 있던 돌멩이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회강의 가면 속 얼굴은 밝았다.

‘생각보다 반응이 느렸다. 다시 한 번 더.’

그 뒤로도 두 번을 더한 회강은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명, 엄청난 명사수, 느린 장전 속도.’

부스럭거리는 소리로 체크한 거긴 하지만, 지금까지 반응속도 하며 들려온 소리로 이미 위치를 짐작한 회강이었다.

‘유의명씨도 이미 아는 것 같고.’

그가 슬쩍 옆을 흘겨보는 곳엔 유의명이 장갑을 벗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의명이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셋 둘 하나.’

뎅.

뿍뿍뿍.

미친 듯이 달려가는 회강이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야로 허둥지둥 대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후웅.

회강은 바로 돌멩이를 날린다.

퍽.

”으억.“

비명과 함께 검은 형체가 쓰러지자.

뿍뿍뿍.

유의명이 회강을 스쳐 지나가더니, 엄청난 점프를 보여주며 놈에게 자신의 몸을 던졌다.

”으아아아“

커다란 비명이 울려 퍼지고, 회강이 도착했을 땐, 유의명이 검은 형체의 몸을 제압한 상태였다.

”잡았습니다.“

딸깍.

조명을 켠 회강이 상대를 비추었다.

”헉“

”당신은“

두 사람이 놀라는 가운데 회강을 바라본 상대가 말했다.

”너는... 강회강이구나.“

그의 말에 회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작가의말

개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놈들의 공세에 저는 청결을 강요 받았으며, 저는 건강을 되찾았...

쓰다보니 좋은 일이군요.

여러분들에게도 저와 같은 좋은 일이...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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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4 뻠댕
    작성일
    16.11.04 13:38
    No. 1

    재미있습니다. 개미들로 인해. 작가님의 건강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6.11.04 19:40
    No. 2

    개미들이 우산 속에다 둥지를 만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튼 미친듯이 청소를 하다보니 기침도 줄고 몸도 상쾌해 졌습니다.
    ^^ 독자님도 한 번 해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한민구
    작성일
    17.06.09 20:07
    No. 3

    80%춰줘야-》쳐줘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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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4장 인간은... +5 16.11.16 3,849 104 16쪽
63 13장 진실은... +6 16.11.15 3,983 111 22쪽
62 13장 진실은... +11 16.11.14 3,970 114 24쪽
61 13장 진실은... +9 16.11.12 4,064 114 20쪽
60 13장 진실은... +10 16.11.11 3,888 109 18쪽
59 13장 진실은... +2 16.11.10 4,122 110 18쪽
58 13장 진실은... +6 16.11.09 4,179 109 19쪽
57 13장 진실은... +15 16.11.08 4,379 115 18쪽
56 12장 혼자선 힘들다. +10 16.11.07 4,142 116 18쪽
55 12장 혼자선 힘들다. +13 16.11.05 4,099 114 19쪽
54 12장 혼자선 힘들다. +6 16.11.04 4,410 114 20쪽
» 12장 혼자선 힘들다. +3 16.11.03 4,381 110 20쪽
52 12장 혼자선 힘들다. +11 16.11.02 4,422 108 21쪽
51 11장 선을 넘다. +1 16.11.01 4,330 124 16쪽
50 11장 선을 넘다. +6 16.10.28 4,517 117 17쪽
49 11장 선을 넘다. +2 16.10.27 4,302 120 17쪽
48 11장 선을 넘다. +10 16.10.26 4,456 117 15쪽
47 11장 선을 넘다. +5 16.10.25 4,475 116 20쪽
46 11장 선을 넘다. +7 16.10.24 5,005 128 18쪽
45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23 4,519 124 14쪽
44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3 16.10.23 4,600 123 22쪽
43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4 16.10.20 4,737 122 24쪽
42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2 16.10.19 4,977 116 20쪽
41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0 16.10.18 4,947 116 23쪽
40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5 16.10.14 5,031 127 19쪽
39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13 5,392 127 22쪽
38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 16.10.13 5,321 118 15쪽
37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11 5,115 130 15쪽
36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13 16.10.08 5,274 131 22쪽
35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07 5,331 124 16쪽
34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7 16.10.06 5,512 128 21쪽
33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4 16.10.05 5,462 133 19쪽
32 8장 원투를 내지르다. +4 16.10.04 5,552 133 17쪽
31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30 5,546 138 21쪽
30 8장 원투를 내지르다. +5 16.09.29 5,851 136 26쪽
29 8장 원투를 내지르다. +6 16.09.28 5,754 145 18쪽
28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27 6,256 127 19쪽
27 7장 곱씹다. +7 16.09.26 6,374 151 16쪽
26 7장 곱씹다. +10 16.09.24 6,387 146 17쪽
25 7장 곱씹다. +4 16.09.23 6,785 147 23쪽
24 7장 곱씹다. +12 16.09.22 6,944 151 27쪽
23 7장 곱씹다. +8 16.09.21 7,491 145 17쪽
22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5 16.09.20 7,331 170 21쪽
21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2 16.09.19 7,406 159 21쪽
20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4 16.09.17 7,648 160 21쪽
19 5장 현실을 덮쳐온다. +6 16.09.16 7,783 150 18쪽
18 5장 현실을 덮쳐온다. +8 16.09.15 7,728 164 17쪽
17 5장 현실을 덮쳐온다. +9 16.09.14 8,144 176 21쪽
16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3 16.09.13 8,545 180 19쪽
15 5장 현실을 덮쳐온다. +4 16.09.12 8,950 190 18쪽
14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1 16.09.10 8,926 183 16쪽
13 4장 조짐이 보였다. +7 16.09.02 9,461 193 25쪽
12 4장 조짐이 보였다. +9 16.09.02 9,671 193 17쪽
11 3장 하나씩 하나씩. +15 16.08.26 9,742 210 14쪽
10 3장 하나씩 하나씩. +10 16.08.26 10,122 212 15쪽
9 3장 하나씩 하나씩. +13 16.08.26 10,990 221 17쪽
8 3장 하나씩 하나씩. +5 16.08.26 11,330 237 13쪽
7 2장 시작하다. +17 16.08.20 11,606 240 19쪽
6 2장 시작하다. +8 16.08.20 12,847 246 24쪽
5 2장 시작하다. +13 16.08.20 14,630 250 18쪽
4 1장 진화하라 +7 16.08.16 15,080 254 10쪽
3 1장 진화하라 +8 16.08.16 16,357 256 13쪽
2 1장 진화하라 +11 16.08.16 19,518 289 21쪽
1 1장 진화하라 - 의문의 꿈을 꾸다. +18 16.08.16 31,968 2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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