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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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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6.10.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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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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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글자
22쪽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DUMMY

*9*


회강이 오른쪽으로 몸을 굴렸다.

퍽 퍽.

다리와 기다란 꼬리가 그가 있던 자리를 연달아 강타한다.

놈의 큰 움직임으로 옆구리에 빈틈이 보이자, 회강의 오른손에 들린 쇠꼬챙이가 옆구리로 파고들어 간다.

크라락

돌연변이 늑대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빠졌다. 놈의 몸 여러 군데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헉 헉“

그사이, 회강은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변을 훑는다.

‘일반 늑대들도 거의 다 정리됐다. 이제 이놈만 남은 건가.’

그는 허전한 오른손에 자신이 그새 만든 주먹도끼를 허리춤에서 꺼내 들었다.

초록빛을 빛나는 돌도끼를 놈에게 겨누자,

끄으응.

신음과 함께 점점 돌연변이 늑대의 몸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의외의 모습에 회강이 움찔했다.

‘이런. 도망치면 안 돼.’

차륜전까지 펼칠 줄 아는 놈이다. 독이 든 먹이의 존재까지 알게 된 녀석이 살아 돌아가면 두고두고 골치 아픈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앙.

늑대의 아가리가 그의 얼굴을 향해 벌려지고, 세게 다물어보지만, 이미 회강의 얼굴은 늑대의 턱밑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스팍. 추르르륵

초록빛의 호선이 놈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놈의 목에서 시뻘건 핏물 뿜어져 나와 회강과 주변에 흩뿌려진다.

팍 팍 팍

마지막 발악으로 놈이 앞발을 연달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간결한 움직임으로 상체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한 회강이 내지른 돌칼에 당해버린다.

쿵.

결국, 앞발에도 커다란 상처가 생긴 채, 옆으로 쓰러지는 돌연변이 늑대였다.

”후.“

‘끝인가.’

많은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회강은 방심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서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놈은 충분히 가능하지, 지렁이랑 싸울 때 수없이 봐왔으니까.’

그렇게 회강이 돌칼을 치켜든 채 돌연변이와 대치를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쳐다보던 놈은 눈을 뜬 채로 그를 쳐다보다 쉬던 숨마저 멈췄다.

그런데도 몇 분을 살펴보던 회강이 다른 이에게 받은 무기를 던졌다. 몇 개가 놈의 급소를 맞추었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죽었다.’

늑대의 죽음을 확인하자, 회강은 빠른 대응을 위해 숙이고 있었던 상체를 곧게 편다.

숨죽인 채로 멀찍이 떨어져서 회강과 돌연변이의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살았다.“

”우와.“

”정말이야? 우리 살아난 거야?“

”그래. 살았어.“

서로 기뻐하며 얼싸안는 모습에,

”훗.“

그의 입매가 길어졌다.



-후각이 뛰어난 돌연변이에게는 독이 든 함정이 통하지 않는다.

-당신이 현실에서 가르친 이들이 훌륭하게 배운 것을 써먹었다. 지도 요소 단계가 상승한다.

-현실에서도 돌연변이체를 단독으로 죽였다. 이는 최초다. 보상으로 위압 요소 단계가 상승한다.

-위압 요소 단계 상승으로 이제 일반 늑대들은 당신에게 덤빌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제 강화 늑대만큼의 포식자들은 자연스레 당신에게 두려움을 가질 것이다.

...

-현재 당신의 파티원 수: 18명. 미션 진행 상황 : 43% 진행 중.

-현재 당신의 호구 수: 5마리. (모두 생존.)



숲속.

그 사이로 나 있는 콘크리트 길 위로, 사람들이 일렬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 행렬 중, 맨 앞에서 자신의 오른팔에 뜬 메시지를 보던 회강에게 서장미가 다가온다.

”오빠.“

”응?“

”양의랑 이미소씨는 괜찮데요?“

”응.“

”다행이다. 연락이 안 돼서 내심 걱정했는데.“

-핸드폰 충전을 깜빡했다고 말했어. 저기 차도 있으니, 오늘 내로 돌아갈 거다.-

”그거야 당연하죠. 근데 저놈들 때문에 경찰서에서 몇 시간 고생할 거 생각하면.“

주먹을 쥐며 서장미가 뒤돌아본다.

‘뭐... 짜증나기는 하지.’

그가 힐긋 뒤를 돌아보니, 녀석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은빛 쇠고랑을 차고 있었다. 놈들의 얼굴과 바깥으로 드러난 살 부분들은 모두 피멍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전투 전, 독이든 음식을 먹은 강화 늑대 여러 마리를 해치운 후, 기회를 틈타 탈출하기로 한 그들은 다섯 쓰레기의 안전을 고려해 풀어주었다.

문제는 그 뒤로 생긴다.

무작정 대열을 이탈해 자신들의 차고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도망쳤으면 제대로나 하지, 서로 밀치며 뛰다가 엉키는 바람에 한 무더기로 쓰러졌다. 그 과정에서 관상용으로 세워 둔 돌탑이 무너졌고, 소리를 듣고 나타난 늑대들로 인해서 싸움이 발생했다.

다행히 늑대들의 다수가 제물을 먹은 상태라, 2/10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어서 간신히 물리칠 수 있었다.

모두 죽을 수도 있었기에, 싸움이 끝난 다음 분노한 사람들이 놈들을 두들겨 팼다. 그리고 때리는 사람들 속에 경찰들도 있었다.

그의 시선이 이번엔 스태프들과 그들에게 보호 받는 여인들에게 향했다.

‘독 함정으로 늑대들의 수를 줄여 놓은 것도 한몫했지만, 사람들도 일반 늑대들을 상대로 잘 싸워줬다.’

싸움을 못하는 스태프들과 여인들이 기다란 각목을 들고 때릴 정도로 용기 있게 대처해줬다. 회강이 나가기 전 연습시키기도 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그들 자신의 몫이었기에, 나가기 전 많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모두 합심해서 잘 싸웠고, 서로의 실수를 커버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모두가 다치긴 했어도 이십이 넘는 늑대들 상대로 크게 다치지 않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래... 모두의 승리다. 후후.’

회강이 생각하는 사이,

”자자 어서 탑시다. 돌아가야죠.“

어느새 그를 비롯한 다른 이들 모두 목적지에 다다른다.

유명해와 경찰들의 인솔 아래 모두 차량에 탑승하고, 차량은 빠르게 시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수석에 탄 회강이 백미러를 쳐다본다.

싸움이 벌어졌던 산이 다른 산들에 의해서 가려지고 있었다.

회강의 눈빛이 흐려진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독도 빠르게 생각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분명히 진화에서 모든 것을 겪었다.


강화 늑대를 처음부터 잡을 수 있었던 것에서,

협동을 깰 당시 동료였던 이들의 습격에서,

공동 서버에서의 플레이어들의 끔찍한 만행과 전투에서,

절망에 찌든 이들의 자포자기식의 행동에서,


등등 여러 상황에서 그는 이런 일들이 일어남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현실에서 제대로 쓰지 못했다.

매 순간 당황했고, 열매가 아닌 캔을 이용할 생각도 못 했다, 등등의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이것은 엄연히 그의 실수이고 잘못이었다.

‘최소한 강화 늑대를 현실에서 만났을 때부터 이런 일이 더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했어야 했다.’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오직 진화 속 성공에만 집착한 것이다.

‘그곳이 아닌 이곳이 더욱 중요한 것을...’

가상의 신뢰장치인 화폐에 먹히고 있는 세상의 폐해를 지금도 겪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에 맞춰 나타난 허울 좋은 이념과 사이비 종교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사람처럼 살자고 만든 것들에 먹혀 짐승이 되어가는 것처럼, 어쩌면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만든 이 게임에 먹혀 짐승이 되어가는 건지도 몰랐다.

‘뭐... 아직 진화의 진정한 제작 의도를 모르니 이런 생각도...’

”후.“

생각하다가 잠시 길게 숨을 내쉰 회강에게 그의 뒤쪽에서 잘게 갈라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왼 발목... 괜찮아졌더라.“

목소리를 들은 회강의 얼굴이 순간 경직됐다.

‘최변인...’

절친했던 친구였지만, 배신자가 된 사람. 그가 강화 늑대와의 싸움에서 다친 어깨를 부여잡은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생해서인지 초췌한 얼굴과 입술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녀석이었다.

‘기억이 돌아왔을까 봐, 초조한가 보구나.’

숨기려고 했던 왼쪽 발목의 회복을 이번 일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드러내지 않았다면 아직도 불쌍한 피해자들이 계속 고통받고 있었을 테니까.

‘이강구가 지하실의 대화를 말하지 않았다면, 방금 최변인이 내뱉은 말에 몸까지 움찔했겠지.’

만약 차를 타기 전 언급이 없었다면, 잊고 있었을 뻔했는데, 이강구 덕분에 그는 동요를 들어내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회강은 시치미를 뗀다.

”그래? 난... 모르고 있었는데?“

”정말-“

최변인이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는 데, 서장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봐봐, 이강구. 내 말이 맞지? 사람 중에는 몸이 나아도 인지를 못 하면 계속 전다니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는 그녀를 보며 이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서장미 네 말도 맞을 때가 있구나.“

”후후. 역시 내가- 가만. 맞을 때가 있구나? 야~“

”아얏. 왜 꼬집어.“

”그렇게 비꼬면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최변인은 동갑내기 두 사람의 이야기에 밀려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혹시나 다시 최변인이 말걸까 우려한 회강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정말 내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고?“

”네. 회강 오빠. 진짜 멋졌어요.“

”그래?“

”네. 사실입니다.“

회강은 대놓고 자신의 왼발을 들어 올렸다.

”그럴 수가... 그러고 보니 아프지 않아. 정말 왼발목이 다 나았나 본데?“

”오빠 혹시 왼팔도 낫지 않았을까요?“

”잠시만...“

회강이 살짝 오른손으로 왼팔을 건드려보고는,

‘장미야 고맙다.’

약간 목소리 크기를 줄인다.

”음... 여긴 아직인 것 같아...“

”아. 죄송해요... 저는...“

”괜찮아.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잖아. 이걸로 만족해.“

회강의 대답으로도 서장미가 계속 미안해했다. 그는 그런 서장미가 너무 고마워서 나중에 밥 한 끼 사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으니. 그 정돈 사줘야지.’

그리고 그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말을 걸었고, 최변인은 회강과 헤어지기 전까지 단 한마디도 그에게 말하지 못했다.


*10*


회강은 늪지대 위를 걷고 있었다.

‘오늘이랑 내일 먹을 식량은 이걸로 충분한데...’

그는 주변을 정찰하다가 운 좋게 갈대와 덤불이 가득한 곳을 발견해서 한가득 채집한 뒤 은신처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주변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그의 팔에는 커다란 주머니 두 개가 들려있었으며, 등에도 주머니 하나가 매달려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주변을 경계하며 걷던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의 일행이 모인 곳에 도착한 것이다.

”우카~~“

”우가 우가“

그는 여러 유인원의 도움을 받으며 식량이 가득 담긴 주머니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며칠은 충분히 지낼 식량을 구했으니, 이제는 미션을 진행해야지.’


-미션 달성율 70%-


산장 일을 겪은 뒤, 빠르게 올라가나 싶더니 요즘에 막혀버렸다. 현실에서도 시도해보고, 여기서도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어서 따라 해보게 했지만,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뭐가 문젤까.’

고민해봐도 답을 모르기에, 최근에 그는 ‘일단은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시도하는 중이다.

그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요 녀석들 어디 갔지?’

오늘도 같이 연습해야 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놀던 호구들 역시 안 보였다.

회강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녀석들 또 놀러 나갔구나.’

요즘 들어서 자주 그들끼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챙겨줘야 할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회강이 호구들에게 소원해졌는데, 산장 사건이 터지면서 하루 비운 이후로 그들과의 거리가 더욱 벌어졌다.

거기다 양의도 미션을 위한 연습과정에서 회강이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뒤론 호구들과 주로 놀더니 이렇게 회강이 자리를 비울 때면 몰래 도망치곤 했다.

낭비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회강의 속은 점점 타들어갔다.

그들을 찾지 못한 그는 고개를 쳐들고,

”우끼... 우끼...“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오늘따라 으레 들려오던 호구들의 울음소리마저 들려오지 않는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나간 거라면...’

온몸에 소름이 돋은 회강이 한 곳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 위험한 매머드 무리 쪽으로 간 건 아니겠지?’

그는 벌떡 일어나 한곳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걸어서 반나절 거리에 커다란 강이 흐르는 지역이 있었는데, 거기엔 사나운 매머드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찌나 사나운지 돌연변이 늑대마저도 한번은 뒤로 물러날 정도의 성격을 보유한 동물들이다.

물론 영역만 넘지 않으면, 초식동물인 그들은 덤비지 않기에 회강도 다가가지 않으려 했다.

‘제발...’

문제는 그 영역 안에 있는 갈대가 엄청 맛났다. 기존 갈대와는 달리 비릿하지도 않고 사탕처럼 아주 달콤했다.

거기에 회강도 잠깐 눈이 돌아간 적 있었지만, 사탕 열매에 눈이 멀기엔 매머드들의 위협은 상당히 매서웠다.

그 뒤로는 절대 가지 않았는데...

‘녀석이 그 맛을 잊지 못했구나.’

칭얼거리며 식량을 내 던지던 양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우려대로 아이와 호구들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결국엔... 거기로 갔구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후우. 그렇다고 여인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으니...’

여인들에게 부탁했다가, 양의의 상태를 알게 된다면, 신고로 인해서 보관소로 끌려갈 수도 있었다.

‘아무리 은인 취급해준다고 해도, 믿으면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회강은 여러 번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최변인이 여인들의 신상명세를 알고 있으며, 여인들이 그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같이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언제 녀석이 꼬여서 나에게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

과거 재활이 끝나고 움직이게 된 이후, 그의 팬이라는 무리에게 단체로 맞은 기억과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상담부에서도 괴롭힌 당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 모두 이제는 괴롭히지도 않고, 오히려 선물 등을 보내기도 하니 다행이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과정을 겪기엔,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

‘다왔다.’

그가 생각하는 와중에도 발자국들을 살피며 뛰어가던 회강은 이내 목적지에 다다른다.

‘어디 있지?’

커다랗고 노란 갈대숲 사이를 헤집으며, 그는 주변을 살핀다.

긴주둥이 무리도 근처에서 가끔 발견되었기 때문에, 큰 소리로 부르진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쩝쩝. 우끼 삐비. 삐삐.

익숙한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이놈들...’

괴물로 보일 만큼 심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회강이, 몸을 숙이고 천천히 소리의 진원지에 다가갔다.

어느새 공터가 형성될 정도로 먹어댄 호구들이 보였다.

거기서 작은 체구의 유인원에게 몸을 날린 회강은 양의를 잡는 데 성공한다.

”우끼!!“

삐삐. 히이이잉. 쉬익쉬익

다른 녀석들은 잠시 뒤로 도망치려다 회강을 보고는 다시 다가온다. 회강은 오른손으로 잡은 양의의 손을 휘둘렀다.

툭 툭 툭 툭툭.

은빛늑대들까지 꿀밤을 때린 회강이 입을 벌렸다.

”우가 우카“

소리와 함께 오른손 엄지로 한 방향을 가리키자. 호구들 모두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는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양의는 계속해서 거칠게 움직이다가, 꿀밤 두 대를 맞고서야 움직임을 멈춘다.

”끼이이이 끼이이“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는 회강이지만,

‘다행히 오늘은 매머드들이 저 멀리 있구나.’

양의를 놓지 않고 갈대숲에서 멀어졌다.



하루 뒤,

회강은 위험한 갈대숲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에요. 채찍도 필요하지만, 당근도 주셔야죠.]


이미소를 위시한 여인들의 성화에, 그가 직접 호구들을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오늘도 강 건너에 있구나. 이쪽 갈대보단 반대쪽이 더 맛나나.’

이곳은 매머드들의 영역이기에 그는 호구들이 먹는 동안 계속해서 주시할 생각이었다.

쩝쩝.

먹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회강은 부러운 눈으로 매머드 무리를 쳐다본다.

‘저기는 서로 정말 친하게 지내는구나.’

서로 쓰다듬거나, 부비부비하는 등 친밀감도 곧잘 표현하는 데다가, 각기 자리 잡은 원형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고 잘 뭉쳐 다니고 있었다.

‘우리도 저러면 얼마나 좋아. 예전엔 이 녀석들도 나를 잘 따랐는데...’

특히 호구들은 웬만하면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더니, 이제는 아예 양의나 여인들만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양의나 여인들에게 신경 쓰느라 소홀했던 건 사실이지만, 같이 생과 사의 경계를 넘은 동료 이상의 존재들에게 외면을 받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러다 나를 떠나는 건 아닐까?’

사실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는 일이다. 언제까지 혼자만 자신을 따라다니며 살 순 없다. 특히 갈기기린 때처럼 번식하려 떨어지려는데 막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못 쓸 짓이었다.

‘정을 떼야하니 잘 된 걸까? 하지만-’

우아앙

그의 상념은 매머드 무리에게서 들려온 우렁찬 울음소리에 의해 끊긴다.

‘긴주둥이 늑대무리다.’

돌연변이 늑대를 중심으로 수십 마리가 매머드 무리에게 다가섰다. 매머드들이 밀집한 뒤, 발 구름과 동시에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우아앙

매머드가 연달아 크게 울어보지만, 물러나지 않는 늑대들의 모습에 회강의 미간이 좁아진다.

‘심상치 않은데...’

우끼... 삐삐.

호구들도 심각한 상황을 알았는지, 갈대를 먹다 말고 회강 주변으로 다가왔다. 회강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이를 앙다물었다.

‘큰일이구나.’

매머드 뒤쪽에서 새로운 긴주둥이 늑대무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무리에는 움직임이 뛰어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돌연변이 늑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성인 매머드 수가 열세 마리라도, 이건 무리다.’

어린 매머드까지도 지키려면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히 매머드들의 공격은 약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강화 늑대들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 하나 전멸밖에 없다.

‘도와주어야 한다.’

미션도 뜨지 않았지만, 그는 호구들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던지기 좋은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남들은 위험하게 왜 그러냐고 하겠지만’

강으로 다가설수록 던지기 좋은 돌들이 보였다. 회강은 위치를 잡고 조심스레 돌멩이를 오른손을 잡았다.

‘자신이 아무리 잘났어도 혼자선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원래 저들이 없었다면 놈들은 먹이를 찾아 강을 건너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회강일행은 적들의 공격에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죄다 싸움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고, 가끔 다가오던 강화늑대 무리와 달리 돌연변이들은 독 함정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맞이하면 회강 자신은 살아도 모두는 죽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을 방지해주던 고마운 매머드 무리였는데, 이제는 그 무리가 사라질 위기에 쳐한 것이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도와-’

크아앙.

첫 공격은 강화 늑대가 시작했다. 원형 진 틈에서 노출된 새끼 매머드를 향해 몸을 날린 것이다.

크앙. 깨깽. 퍽 퍽. 우아아아아앙.

여러 울음소리가 뒤섞이고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차근차근 하나씩.’

후웅. 후웅

그사이 회강의 던지기가 계속되었다. 물론 감각이 좋은 돌연변이에게는 던지지 않고, 주로 일반 늑대들과 강화 늑대들에게 돌을 던졌다.

‘내 곁엔 양의랑 호구들도 있으니 조심해야지’

이미 각인 단계로 들어선 지 오래인 던지기로 인해 대부분 한 방에 죽어 나갔다. 설사 죽지 않더라도 매머드들의 발길질에 밟혀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그 덕에 회강의 위치가 들키지 않았고, 늑대들의 피해는 누적되어갔다.

그리고...

키~~~~~~~~~~~~~~~~~~~

두 마리의 돌연변이 중 머리 둘 가진 놈이 죽자마자, 놈들은 후퇴하게 된다.

매머드는 성체 둘과 새끼 하나가 죽었고, 나머진 무사했다.

공격한 놈들의 사분의 일만 산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선전한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우~~~~~~~~~

애절하게 울며 시체들을 감싸는 모습에 회강의 눈에 물기가 맺힌다.

‘비록 가상이지만, 좋은 곳에 가렴.’

그렇게 마음속으로 명복을 비는 사이,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든 미션 *어디서나 호구 짓*을 성공했다.

-던지기 & 공감 요소 숙련도가 상승한다.

-앞으로 매머드의 영역에 들어와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연계 미션 *끝나지 않은 위협*이 등록 되었다.

-*끝나지 않은 위협*

필멸자는 혼자만 노력해선 생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동물들은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를 모르거나 혹은 알아도 외면해서 죽음에 이른다.

다행히 대다수와 다르게 당신은 매머드를 도왔고, 자신에게 올 죽음의 그림자를 미리 예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짙은 피 냄새와 울음소리가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당신도 예상하리라.

그들과 함께 살아남아라.


‘히든 미션이라...’

자신들의 기다란 코로 나무를 잡은 매머드들이 보였다. 그러고선 땅바닥을 파더니 시체를 그 안에다 놓았다. 그 뒤에는 여러 커다란 돌들을 발로 차서 그 위를 덮었다.

회강은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매머드들은 자신의 가족을 땅바닥에 묻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아앙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뱉은 후 회강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매머드들이었다. 그제야 전방을 보던 회강의 눈에 초점이 잡힌다.

‘나도 식구들을 데려와야겠다.’

그는 호구들과 함께, 원래의 보금자리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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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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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장 +6 16.11.26 3,510 87 20쪽
72 15장 - 2부 시작 - +14 16.11.25 3,466 85 18쪽
71 2부 프롤로그 - 지옥은 어느 곳이든 존재한다. - +26 16.11.24 3,370 105 8쪽
70 14장 인간은... -1부 완- +7 16.11.23 3,628 91 19쪽
69 14장 인간은... +6 16.11.22 3,491 91 17쪽
68 14장 인간은... +5 16.11.21 3,539 100 16쪽
67 14장 인간은... +5 16.11.19 3,791 102 26쪽
66 14장 인간은... +10 16.11.18 3,671 83 21쪽
65 14장 인간은... +5 16.11.17 3,817 98 21쪽
64 14장 인간은... +5 16.11.16 3,849 104 16쪽
63 13장 진실은... +6 16.11.15 3,983 111 22쪽
62 13장 진실은... +11 16.11.14 3,970 114 24쪽
61 13장 진실은... +9 16.11.12 4,064 114 20쪽
60 13장 진실은... +10 16.11.11 3,888 109 18쪽
59 13장 진실은... +2 16.11.10 4,122 110 18쪽
58 13장 진실은... +6 16.11.09 4,179 109 19쪽
57 13장 진실은... +15 16.11.08 4,379 115 18쪽
56 12장 혼자선 힘들다. +10 16.11.07 4,142 116 18쪽
55 12장 혼자선 힘들다. +13 16.11.05 4,099 114 19쪽
54 12장 혼자선 힘들다. +6 16.11.04 4,410 114 20쪽
53 12장 혼자선 힘들다. +3 16.11.03 4,381 110 20쪽
52 12장 혼자선 힘들다. +11 16.11.02 4,422 108 21쪽
51 11장 선을 넘다. +1 16.11.01 4,330 124 16쪽
50 11장 선을 넘다. +6 16.10.28 4,517 117 17쪽
49 11장 선을 넘다. +2 16.10.27 4,302 120 17쪽
48 11장 선을 넘다. +10 16.10.26 4,456 117 15쪽
47 11장 선을 넘다. +5 16.10.25 4,475 116 20쪽
46 11장 선을 넘다. +7 16.10.24 5,005 128 18쪽
45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23 4,519 124 14쪽
»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3 16.10.23 4,601 123 22쪽
43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4 16.10.20 4,737 122 24쪽
42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2 16.10.19 4,977 116 20쪽
41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0 16.10.18 4,947 116 23쪽
40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5 16.10.14 5,031 127 19쪽
39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13 5,392 127 22쪽
38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 16.10.13 5,321 118 15쪽
37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11 5,115 130 15쪽
36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13 16.10.08 5,274 131 22쪽
35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07 5,331 124 16쪽
34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7 16.10.06 5,512 128 21쪽
33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4 16.10.05 5,462 133 19쪽
32 8장 원투를 내지르다. +4 16.10.04 5,552 133 17쪽
31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30 5,546 138 21쪽
30 8장 원투를 내지르다. +5 16.09.29 5,851 136 26쪽
29 8장 원투를 내지르다. +6 16.09.28 5,754 145 18쪽
28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27 6,256 127 19쪽
27 7장 곱씹다. +7 16.09.26 6,374 151 16쪽
26 7장 곱씹다. +10 16.09.24 6,387 146 17쪽
25 7장 곱씹다. +4 16.09.23 6,785 147 23쪽
24 7장 곱씹다. +12 16.09.22 6,944 151 27쪽
23 7장 곱씹다. +8 16.09.21 7,491 145 17쪽
22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5 16.09.20 7,331 170 21쪽
21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2 16.09.19 7,406 159 21쪽
20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4 16.09.17 7,649 160 21쪽
19 5장 현실을 덮쳐온다. +6 16.09.16 7,783 150 18쪽
18 5장 현실을 덮쳐온다. +8 16.09.15 7,728 164 17쪽
17 5장 현실을 덮쳐온다. +9 16.09.14 8,144 176 21쪽
16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3 16.09.13 8,545 180 19쪽
15 5장 현실을 덮쳐온다. +4 16.09.12 8,950 190 18쪽
14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1 16.09.10 8,926 183 16쪽
13 4장 조짐이 보였다. +7 16.09.02 9,461 193 25쪽
12 4장 조짐이 보였다. +9 16.09.02 9,671 193 17쪽
11 3장 하나씩 하나씩. +15 16.08.26 9,742 210 14쪽
10 3장 하나씩 하나씩. +10 16.08.26 10,122 212 15쪽
9 3장 하나씩 하나씩. +13 16.08.26 10,990 221 17쪽
8 3장 하나씩 하나씩. +5 16.08.26 11,330 237 13쪽
7 2장 시작하다. +17 16.08.20 11,606 240 19쪽
6 2장 시작하다. +8 16.08.20 12,847 246 24쪽
5 2장 시작하다. +13 16.08.20 14,630 250 18쪽
4 1장 진화하라 +7 16.08.16 15,080 254 10쪽
3 1장 진화하라 +8 16.08.16 16,357 256 13쪽
2 1장 진화하라 +11 16.08.16 19,518 289 21쪽
1 1장 진화하라 - 의문의 꿈을 꾸다. +18 16.08.16 31,968 2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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