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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79,971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6.09.17 20:00
조회
7,648
추천
160
글자
21쪽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DUMMY

*1*


후두둑.

핏방울이 회강의 얼굴에 잔뜩 튀겼다.

“케에엑”

철퍼덕.

그가 휘두른 주먹에 유인원은 두꺼운 입술이 터진 채로 나동그라졌다.

피가 묻은 오른팔로 일어선 회강은 곧바로 아이를 안았다.

“괜차으냐”

“네. 아저씨.”

두 사람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유인원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다가가지는 않았다.

“혹시 죽었을까요?”

“모르지...”

아이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진 회강이었다.

‘다시 봐도 내가 초반에 했던 몸의 형태와 비슷하다. 단지 중요부위가 다른 여성일 뿐, 나머진 똑같아.’

그는 현실에서 보았던 긴주둥이늑대들을 떠올렸다.

‘얼마 전 병실에서 들었지. 늑대들에게 칩이 있었다고, 게다가 그들의 주인들이 잔인하게 죽었다는 것도’

경찰들도 그것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했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참극이었고, 그 어디에서도 외부에서 그것들을 사 오거나 풀어놓은 흔적이 없었다고 했었다. 단지

‘칩 속에 저장된 것이 사실이라면 정상적인 개가 변이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신참 형사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

선임 형사가 급하게 그자를 끌고 나가버려서 자세히는 묻지 못했었다.

‘만약 진짜라면... 저것은... 그렇다면...’


[살인자]


“헉”

날카로운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머릿속을 후벼 팠다.


[너는 살인자야!]


“윽”

회강이 갑자기 고개를 수그리자.

아이가 동그래진 눈으로 그의 몸을 흔든다.

“아저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프세요?”

“아. 아늬다.”


[살인자라고!]


“음.”

음성과 함께 현기증이 왔다.

으득.

입술을 세게 깨문 회강은 몸을 바로 세웠다.

‘이럴 때가 아니야.’

“아악.” “사람 살려” “괴물이다 괴물이야.”

희미하게 병실 문 쪽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환청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의 음성들이다.

게다가 아이도 문 쪽을 볼 정도로 날카로운 비명들이 들리고 있었다.

‘현실에서 나는 소리다.’

그가 환청에 정신을 놓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회강은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다.

‘바깥에 무슨 일이 생겼어... 정신 차리-’

“우우우.”

유인원 쪽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회강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가늘게 떨리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진정되었다.

‘이 유인원... 죽지 않았어. 천만다행이다.’

유인원이 그의 눈앞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후두둑.

그는 뜯어낸 시트를 들어 물어뜯었다.

뜯어진 것을 자신의 발로 밟더니,

부우욱.

회강은 찢은 시트를 들고 바로 유인원에게 다가갔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묶어 놓기만 하자.’

툭 툭.

신음 후 기절했는지, 그가 묶는 동안에 유인원의 움직임은 없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한 손으로 묶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만약에 대비해 유인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회강은 입을 벌린다.

“양으야. 와라.”

“네?”

“묶으야 한다. 나 혼자선 무그기 힘들다.”

“하지만...”

“어서!”

“예! 아저씨.”

양의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가왔다.

유인원의 몸 위로 올라가 누른 채 두 손을 모았다. 생각보다 유인원의 손목이 가늘어서 커다란 그의 오른손만으로도 충분히 구속할 수 있었다.

그가 양의에게 고개를 돌린다.

“잠고 이겟다. 깨으나기 즌에 어서 묵어”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가온 양의가 두 손을 묶었다.

마무리는 회강이 했다.

“끙. 읏차.”

“으악”

쿵.

그는 바로 몸을 문 쪽으로 돌렸다. 그러곤 오른손으로 아이를 자신의 뒤로 이끌었다.

‘피다.’

전에 보았을 때 없었던 피가 창문에 묻어있었다. 그리고.

‘이런!’

“우끼끼”

한 녀석이 한쪽 입술을 끌어올리며 회강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털이 수북이 난 얼굴을 한 놈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회강보다 약간 더 큰 손으로,

쾅. 쾅쾅.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열 줄은 모르는군. 단지.’

심하게 흔들리는 문에 그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곧 있으면 열린다. 최소한 무기라도 있어야 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의 고개가 한 곳으로 고정됐다.

심하게 흔들리는 문 옆 구석.

거기엔 빨간색의 작은 소화기가 있었다.

‘저거다.’

보자마자 그는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을 집는 순간.

쿵.

문이 반쪽으로 부서지면서 놈이 들어왔다.

회강은 입을 크게 벌리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우-”

콱.

탁 탁 철퍼덕.

어깨 부분을 제대로 맞은 유인원이 형편없이 날아가 복도 한구석으로 처박혔다.

“헉 헉”

몸을 일으킨 회강에게 아이가 뛰어왔다.

“괜찮으세요.”

아이의 자그마한 목소리와 그를 괴롭히던 환청이 완전히 사라졌다.

‘생각보다 힘도 약한 녀석이다. 충분히 한 손으로 상대할 수 있겠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회강은,

스윽

피가 묻지 않은 부분으로 희미하게 반사된 창을 쳐다보았다.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여서 바깥상황을 확인해보니, 복도엔 몇 명만이 쓰러져 있음을 확인했다.

복도에 있는 인원은 인간 셋, 유인원 둘이었다. 그중 두 명의 인간만 의식이 있는지 미세하게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머지 유인원과 사람 하나는 기절한 듯 가슴 부위만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여자 둘의 남자 하나라... 저기에 있다가 당할 수 있으니...’

회강은 미간을 좁힌 채 고민에 빠졌다.

‘복도에 누워있는 유인원 둘이 일어난다 해도, 내 한 손만으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한 녀석들이다. 바깥에서 비명도 들려오지 않고... 그렇다면... 구해야지.’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양의야 너는-”

입을 다무는 회강.

그의 앞에선 양의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아이는 품에 물건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회강은 아이가 들고 있는 것들을 확인한다.

‘가면과 시트. 가위도 있구나. 근데 이걸 왜.’

회강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아이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드릴게요. 저들을 묶어야 하잖아요.”

말하는 와중에도, 아이는 물건들을 어떻게든 자신의 품에 안고 있으려고 두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눈에 맺힌 물기.

굳게 다물어진 새파랗게 질린 입술.

조금씩 떨리고 있는 양의 손.


‘이 상황을... 녀석도 알고 있다는 거겠지.’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안아주고 맘껏 울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벌려졌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어쩌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암울한 미래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그가 손을 뻗었다.

그러다 회강은 자신의 오른손에 맺힌 피를 보고 멈칫한다.

‘이 손으로 아이를 만질 수는 없지.’

손을 걷은 그가 아이에게 말했다.

“으음... 양으야 고믑구나, 그름 뒤 즘 부탁흔다.”

양의는 대답 대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다른 아이 같았으면, 비명 지르거나 큰소리를 질렀을 텐데...’

다시 소화기를 잡은 그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도로 걸어 나온 회강.

주변을 둘러보던 점점 그의 입가가 비틀렸다.

‘저것들은 뭐지?’

그가 지나가면서 병실들의 창문을 하나씩 확인할수록, 가면 밑에 드러난 회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훗.”

건장한 청년도 회강의 눈을 피했고, 해병대 모자를 쓴 이도 고개를 숙였다. 자신만큼 두꺼운 팔뚝을 지닌 아줌마는 아예 숨어버렸으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자신을 찍기 바빴다.


쓰러진 유인원 둘을 묶을 때도

쓰러진 사람들을 깨워서 상태를 확인할 때도


그들은 병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열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전에 한번 당해봤기에 잘 알았다.

밑바닥에 닿았을 때 드러난 인간의 저열한 본능을...

저런 자들은 그저 정지된 사고를 놔둔 채 본능에 의지하는 인간들이다.

복도에 돌아다니는 유인원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들로 인해 확인되었음에도 나오지 않는 인간들이다.

‘저들은 알까? 내가 과거의 한 짓이나 지금 그들이 하는 짓이나 똑같은 살인 행위라는 걸?’

그러다 이름 모를 풋풋한 향기가 그의 콧속에 들어왔다.

콧속을 감도는 향기에 그의 한껏 올라간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간다.

‘그래도 한 사람은 건졌구나.’


이미소.

양의의 초등학교 담임.


그녀가 다른 여인을 부축한 뒤 자신의 옆에 서 있었다.

사실 그녀가 깨어나자마자 병실 문을 두드릴 줄 알았다.

하지만 당찬 음성으로 자신을 도와주겠다며 의식이 온전치 못한 여인을 부축하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왜 이런 여자가 쓰러져 있나 싶어서, 조금 전 회강이 물어보았었는데, 이 여자를 구하려다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자가 이렇게 멋져 보이기는-’

멍하니 보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연신 주변을 돌아보던 이미소와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그의 심장도 덜컥 내려앉았다.

“왜요? 머리에 피가 계속 나나요?”

“아.. 아니요.”

강하게 고개를 젓는 그에게 이미소가 다가왔다.

“회강씨.”

“네?”

“저기 올라갈까요? 내려갈까요?”

“잠스만.”

그는 부축하던 사내를 잠시 내려놓았다.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아서 비상계단에 온 상황이었다.

딸깍.

문을 조심스레 연 회강은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통로는 생각보다 조용했으며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위는 옥상정원이 있고, 아래는 층 전체가 육인 병실이야.’

변이체가 원래 사람이었다면, 아래는 지금 바글바글할 것이기에, 옥상이 정답이다.

게다가 그는 필요한 것이 있었다.

‘돌. 돌이 필요하다.’

지금 회강이 가지고 있는 소화기는 계속 휘두르기엔 무거웠다.

‘이걸로 다섯 놈을 처리하긴 했다만. 약한 발목 때문에 더 이상은 힘들다. 좀 더 가벼운 걸 구해야 해.’

회강은 소화기를 휘두를 때마다, 예전에 옥상정원에서 보았던 던지거나 휘두르기 알맞은 크기의 돌들을 떠올렸다.

‘그것을 무기를 쓴다면 최대 세 놈도 상대할 수 있다. 거기에 바깥상황도 확인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생각을 마친 그는 아이와 여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같은 병원 3층.

파란빛이 도는 돌멩이가 반짝였다.

후웅.

두꺼운 근육이 뒤덮인 회강의 오른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퍽. 퍽.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유인원들이 쓰러졌다.

“헉 헉.”

그가 잠시 숨을 고르자,

타다다닥.

미소와 양의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부우욱. 찌직.

“됐어요. 선생님”

“그래 고마워”

두 사람은 능숙하게 시트와 가위로 끈을 만들어 유인원들을 묶었다.

이따금 유인원이 깨어나도

퍽.

이미소의 매끈한 하얀 다리를 드러내며 내지른 발길질에 다시 기절하기 일쑤였다.

“어디서 치마 속을 보고 지랄-. 아 이런 말투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단다. 알았지?”

“...네... 선생님.”

두 사람이 다 묶고 일어나는 가운데 회강은 주변을 둘러봤다.

“후.”

‘삼층도 다 정리했다.’

이리저리 신음을 흘리는 사람들 사이로, 양손이 리본 매듭으로 묶여버린 유인원들이, 열 마리가 넘게 복도에서 늘어져 있었다.

그의 뒤편에서 선글라스를 쓴 이가 다가왔다.

“회강씨. 다 끝났습니까.”

“네. 부상자만 옴그면 되닙다.”

회강의 말에 남자는 들고 있던 돌멩이를 내려놨다.

일어난 그는 자신보다 한 머리가 큰 회강의 가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다행입니다. 제가.”

그는 선글라스를 벗는다.

그러자 양 눈을 일자로 깊게 긁힌 상처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상처에서 물기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 꼴만 아니었어도 운반이 아닌 돌멩이를 같이 던졌을 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이름은 소예궁. 나이는 20대로, 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입원했다가, 유인원에게 목이 졸려 죽을 뻔했다.

회강에게 구해지고 난 뒤, 조금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돌멩이나 던질만한 것들을 뒤에서 옮겨주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눈앞을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화하고 나서 회복했다지... 아무튼, 고마운 이다.’

툭 툭.

회강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늡니다. 큰 도음 되어습니다. 그르고 2층도 부특드릅니다.”

“아 네. 당연하죠. 무조건 따라갑니다.”

그사이.

이미소와 양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있었다.

여인과 아이의 말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오더니,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건강한 정상인이었다.

그리고...

벌컥.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간절히 원했던 경찰들이 도착했다.



한 시간 뒤. 같은 병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흑흑흑. 여보”

“아빠.”

경찰이 오면서 사건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사망자 12명에 부상자 193명이었다.

그리고 실종자는 43명이며, 잡은 유인원 총 32명이었다.

회강이 처리한 유인원들은 전부 살아있으며, 나머진 경찰과 1층에서 싸운 이들에 의해 대부분 죽어서 영안실로 옮겨졌다.

회강은 4층에 있던 유인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유인원들은 흉포함이 사라졌는지 입이 막힌 채로 몸을 웅크린 상태로 주변을 보고 있었다.

‘눈물까지 흘리는 녀석들을 보면 누가 아까 그 난리를 쳤던 놈들이라고 생각할까... 반면에...’

회강의 시선이 유인원들을 둘러싼 이들에게로 옮겨진다.

‘아까는 겁먹은 상태로 병실에 틀어박혀 있더니만...’

이제는 유인원들을 둘러싼 이들이 무서운 괴물 같았다.

옆에서 팔짱을 끼고 회강과 같은 곳을 바라보던 이미소가 앵두 같은 입술을 열었다.

“저들은 알고서 저러는 걸까요?”

“음...”

“자기들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죠.”

-아마도 알 겁니다. 단지-

“죽여” “뒈져라” “우켁”

회강의 부릅떠진 두 눈동자가 바라보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유인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다 못해 때리고 있었다.

회강은 그들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격한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한 상태인 왼발이 크게 흔들리면서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철퍼덕.

“그 믄! 큭”

그는 급하게 일어서려다 다시 쓰러진다.

“회강씨!”

다가와 부축하는 이미소의 손을 뿌리쳤다.

“말르세요. 으서!”

“하지만...”

몽둥이까지 들어 올린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여인보다 덩치가 큰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였다.

이미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녀는 휴대폰 조작하면서 뒤로 움직였다.

“일단 일층에 있는 경찰을 불러올게요. 가만히 계세요. 아셨죠?”

이미소는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회강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어떻게든 말려야 돼.’

확실하지 않지만, 어제만 해도 분명 그들은 사람이었다.

또한, 자신의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변이된 사람들을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

그는 [진화]가 떠올랐다.

‘그게 원인이라면 해결책도 거기에 있을 거다. 저러다 후회할 것이다. 나처럼...’

맘 같아선 이들을 무시한 뒤, 나중에 울부짖으며 후회할 이들을 향해서 손가락질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방관한 나도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은 그럴 수 없어!’

도착한 그가 오른팔로 무리를 헤집고 들어갔다.

“그 망. 그 만!”

회강은 오른손으로 여러 사람을 밀치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의식을 잃은 유인원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들 모두 머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회강의 입매가 굳어진다.

‘생각보다 심각해 어서 옮겨-’

파이프를 든 건장한 젊은 사내가 다가왔다.

“이봐. 누군데 사람을 밀치고 지랄이야?”

툭.

기다란 파이프로 회강의 가슴을 밀치는 사내가 자그마한 입술을 벌린다.

“비켜라. 같은 놈 취급하기 전에.”

그런 그에게 환자복을 입은 노인이 다가갔다.

“그만하게. 우리 대신 잡아주신 분이야.”

“큭. 거짓말하지 마쇼. 딱 보니깐, 절뚝이에 왼팔도 덜렁거리는구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보게 젊은이. 진짜야. 자네가 술 취해서 자고 있을 때 싸우는 걸 봤다니까.”

노인 뒤에 있던 사람들까지 다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 씨. 쪽팔리게 하네. 누군지 모르지만 비켜. 저놈들 때문에 내 친구가 실종됐어. 어차피 인간도 아닌 것들이야. 동물이라고 동물. 그것도 사람을 죽인.”

젊은 사내의 말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몇몇 이들의 얼굴은 굳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처럼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은 채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몇 명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모두가 폭력에 취한 것은 아니기에, 주도하고 있는 눈앞에 사내만 설득한다면 사태는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서 서둘러야 한다.’

미간을 좁히며 회강은 유인원들을 쳐다보았다.

특히 여성체의 경우 숨이 미약했다. 빨리 의사들에게 옮겨 진찰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저벅.

덩치가 큰 데다 온몸 곳곳에 피가 묻은 회강이 한 걸음 다가서자 젊은 사내가 움찔했다.

“뭐. 뭐야.”

그를 내려다보며 회강은 오른팔을 내밀었다.

-이들이 네 친구면 어떡할래?-

“뭐?”

-너는 이 병원에 문병 오면서 유인원들은 본 적이 있나?-

“아니.”

-그럼 오는 와중에 본 적은 있나?-

“아니. 당연히 없지.”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한 마디 물어보겠다. 네 친구의 몸에 털은 어느 정도 났나.-

“그거야.”

-많이 났지? 온몸을 덮을 정도로. 마치 이들처럼-

젊은 사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회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그럴 리 없어”

땡그랑.

몸을 부들부들 떨며 사내가 파이프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를 본 주변 사람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모두 이들이 원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군. 일단 더 이상의 문제는 막았다. 하지만’

그는 몸을 숙여 여성체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너무 미약해.’

회강은 주변을 둘러보다 간호사를 발견했다.

‘환자들을 돌보다 묻었을까. 아니면...’

피가 손과 옷에 잔뜩 묻은 채로 서 있던 그녀가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푹 숙였다.

“어스 아바요. 위엄하니다. 어서”

그가 큰 소리로 말하며 손짓까지 했지만,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라며 사라져버리는 간호사.

잠시 멀어지는 그녀를 멍하니 있던 회강.

그런 그의 왼발목을 누군가 잡는다.

왼쪽발목을 잡은 손의 주인은 의식이 없었던 여성체였다.

‘뭐지.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은데’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대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회강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조용. 쉿”

그의 외침에 어느 정도 소음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여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결국, 듣는 것을 포기한 회강은 얼굴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 모양.

‘아...이? 아니야. 더 크게 벌리고 더 옆으로 벌렸다.’

“아 이. 야 으. 야 으이.”

따라 할수록 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야. 의. 양의... 양의!”

털썩.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지르며 회강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의 시선에 여인의 어깨에 난 흉터가 보였다.

“헉”

거긴 예전 허경세가 회강의 공격 때문에 다쳤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유인원의 발에 매달린 발찌가 그의 시선에 들어온다.


-H ♡ Y.-


‘이. 이건... 설마 허경세와-’

“아. 아느야...”

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애절한 시선에 그는 외면하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우.”

자신을 알아본 것이 기뻤는지, 여성체 아니 허경세의 입가가 움직였다. 길어지는 입매.

하지만 이내 피를 토하더니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 바. 개 차나. 증신 차르 츠리라고!”

회강이 그녀를 안고서 흔들었다.

허경세가 연신 피를 토하면서도 입술을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마지막임을 직감한 회강이 그 입술을 따라 읽었다.

‘부탁. 미안. 양의. 사랑.’

단 네 개의 단어만을 반복하던 경세는...

툭.

죽어버렸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8 epicdrag..
    작성일
    16.09.23 11:47
    No. 1

    잉....결국은 죽어부렸네...사랑을 잘못된 방법으로 표현하게된것 같은 양의어머니 였던것 같은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6.09.23 15:26
    No. 2

    1차 설정 때는 살려줘서 이리저리 욕망을 위해 배신과 패악질을 일삼다가, 자식에게 죽는 걸로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양의에 성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은 있되, 자존심과 과거의 상처로 잘못된 행동을 하고 그 때문에 죽는 걸로 끝냈습니다.

    관신의 댓글 정말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6.11.16 15:18
    No. 3

    5 놈을 -] 다섯 놈을

    3 놈도 -] 세 놈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일누와르
    작성일
    16.11.20 00:44
    No. 4

    호구주인공 너무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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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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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5장 +6 16.11.26 3,510 87 20쪽
72 15장 - 2부 시작 - +14 16.11.25 3,466 85 18쪽
71 2부 프롤로그 - 지옥은 어느 곳이든 존재한다. - +26 16.11.24 3,370 105 8쪽
70 14장 인간은... -1부 완- +7 16.11.23 3,628 91 19쪽
69 14장 인간은... +6 16.11.22 3,491 91 17쪽
68 14장 인간은... +5 16.11.21 3,539 100 16쪽
67 14장 인간은... +5 16.11.19 3,791 102 26쪽
66 14장 인간은... +10 16.11.18 3,671 83 21쪽
65 14장 인간은... +5 16.11.17 3,817 98 21쪽
64 14장 인간은... +5 16.11.16 3,849 104 16쪽
63 13장 진실은... +6 16.11.15 3,983 111 22쪽
62 13장 진실은... +11 16.11.14 3,970 114 24쪽
61 13장 진실은... +9 16.11.12 4,064 114 20쪽
60 13장 진실은... +10 16.11.11 3,888 109 18쪽
59 13장 진실은... +2 16.11.10 4,122 110 18쪽
58 13장 진실은... +6 16.11.09 4,179 109 19쪽
57 13장 진실은... +15 16.11.08 4,379 115 18쪽
56 12장 혼자선 힘들다. +10 16.11.07 4,142 116 18쪽
55 12장 혼자선 힘들다. +13 16.11.05 4,099 114 19쪽
54 12장 혼자선 힘들다. +6 16.11.04 4,410 114 20쪽
53 12장 혼자선 힘들다. +3 16.11.03 4,381 110 20쪽
52 12장 혼자선 힘들다. +11 16.11.02 4,422 108 21쪽
51 11장 선을 넘다. +1 16.11.01 4,330 124 16쪽
50 11장 선을 넘다. +6 16.10.28 4,517 117 17쪽
49 11장 선을 넘다. +2 16.10.27 4,302 120 17쪽
48 11장 선을 넘다. +10 16.10.26 4,456 117 15쪽
47 11장 선을 넘다. +5 16.10.25 4,475 116 20쪽
46 11장 선을 넘다. +7 16.10.24 5,005 128 18쪽
45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23 4,519 124 14쪽
44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3 16.10.23 4,600 123 22쪽
43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4 16.10.20 4,737 122 24쪽
42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2 16.10.19 4,977 116 20쪽
41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0 16.10.18 4,947 116 23쪽
40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5 16.10.14 5,031 127 19쪽
39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13 5,392 127 22쪽
38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 16.10.13 5,321 118 15쪽
37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11 5,115 130 15쪽
36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13 16.10.08 5,274 131 22쪽
35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07 5,331 124 16쪽
34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7 16.10.06 5,512 128 21쪽
33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4 16.10.05 5,462 133 19쪽
32 8장 원투를 내지르다. +4 16.10.04 5,552 133 17쪽
31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30 5,546 138 21쪽
30 8장 원투를 내지르다. +5 16.09.29 5,851 136 26쪽
29 8장 원투를 내지르다. +6 16.09.28 5,754 145 18쪽
28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27 6,256 127 19쪽
27 7장 곱씹다. +7 16.09.26 6,374 151 16쪽
26 7장 곱씹다. +10 16.09.24 6,387 146 17쪽
25 7장 곱씹다. +4 16.09.23 6,785 147 23쪽
24 7장 곱씹다. +12 16.09.22 6,944 151 27쪽
23 7장 곱씹다. +8 16.09.21 7,491 145 17쪽
22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5 16.09.20 7,331 170 21쪽
21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2 16.09.19 7,406 159 21쪽
»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4 16.09.17 7,649 160 21쪽
19 5장 현실을 덮쳐온다. +6 16.09.16 7,783 150 18쪽
18 5장 현실을 덮쳐온다. +8 16.09.15 7,728 164 17쪽
17 5장 현실을 덮쳐온다. +9 16.09.14 8,144 176 21쪽
16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3 16.09.13 8,545 180 19쪽
15 5장 현실을 덮쳐온다. +4 16.09.12 8,950 190 18쪽
14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1 16.09.10 8,926 183 16쪽
13 4장 조짐이 보였다. +7 16.09.02 9,461 193 25쪽
12 4장 조짐이 보였다. +9 16.09.02 9,671 193 17쪽
11 3장 하나씩 하나씩. +15 16.08.26 9,742 210 14쪽
10 3장 하나씩 하나씩. +10 16.08.26 10,122 212 15쪽
9 3장 하나씩 하나씩. +13 16.08.26 10,990 221 17쪽
8 3장 하나씩 하나씩. +5 16.08.26 11,330 237 13쪽
7 2장 시작하다. +17 16.08.20 11,606 240 19쪽
6 2장 시작하다. +8 16.08.20 12,847 246 24쪽
5 2장 시작하다. +13 16.08.20 14,630 250 18쪽
4 1장 진화하라 +7 16.08.16 15,080 254 10쪽
3 1장 진화하라 +8 16.08.16 16,357 256 13쪽
2 1장 진화하라 +11 16.08.16 19,518 289 21쪽
1 1장 진화하라 - 의문의 꿈을 꾸다. +18 16.08.16 31,968 2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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