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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살고싶은가 그럼 진화하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6.07.31 22:10
최근연재일 :
2017.06.08 22:15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680,035
추천수 :
15,209
글자수 :
1,259,486

작성
16.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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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1
추천
170
글자
21쪽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DUMMY

정지되거나 움직임이 제한된 물체를 맞추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특히 움직이는 상대로도 잘 맞추던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걸 여실히 증명해주는 결과가 회강의 눈앞에 있었다.

피가 흘러나오는 구멍들이 즐비한 채, 죽어가는 늑대가 있다. 눈과 볼, 그리고 주둥이 윗부분들이 수없이 찍힌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두 개의 머리 모두가 여러 돌멩이를 박혀 있었는데, 그중 초록빛을 띠고 있는 커다란 돌멩이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꾸욱.

그것을 오른손으로 잡은 회강.

푸쉭

후두두두두두.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를 맞으면서 말없이 돌멩이들을 뽑기 시작했다.

모든 돌을 다 뽑자마자 떠오르는 메시지.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구 둘* 미션이 해결되었다.

-쫓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축하한다.

-던지기 요소 숙련도가 대폭 상승했다.

-최초로 돌연변이체를 상대로 승리했다.

-앞으로 긴주둥이늑대들은 당신을 볼 때마다 두려움을 안고 덤비리라.

-위압 요소가 새로 등록되었다. (개방 요인 1. 강화체를 1:1로 승리 2. 돌연변이체를 1:1로 승리)

-최초로 위압요소를 얻었다. 이로 인해 위압 요소 등급을 추가로 한 단계 상승시킨다.


‘운이 좋았군.’

놈이 동굴에 끼여 뛰쳐나오지 못하는 순간, 결과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못한 채, 회강이 던진 돌멩이와 휘두른 주먹도끼에 의해서 죽어버렸다.

‘뭐 놈들이 자초한 거지만.’

몸을 돌린 그는 새끼 늑대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후두둑.

최대한 몸을 털어서 피를 털어낸 그.

저 멀리 자신을 보고만 있는 녀석들에게 다가가려다 중간에 있던 웅덩이로 향했다.

첨벙첨벙.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한 웅덩이.

다 씻은 그는 다시 호구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흠칫한 녀석들을 안아준 회강이었다. 이내 마구 떨던 호구들의 몸이 잠잠해지고 자신의 얼굴을 핥아왔다.

그러다 자신의 손가락을 빨고 있는 새끼 늑대들을 보았다.

‘이런 먹이가 필요하구나. 근데 젖이 없는데 어떡하지.’

아직도 괴성 소리가 난무한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몸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그들 모두가 적으로 맞이하는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돌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기린과 자신들의 추억이 있는 곳, 오아시스.

새끼 늑대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과즙 열매가 있는 그곳이 적임지로 생각되었다.

툭. 투둑. 툭. 툭

‘응?’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은 구름이 머리 위에 가득했다.

쏴아아아아.

맹렬하게 내리는 빗줄기에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가 좋겠군.’

약간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나무들이 즐비한 곳이 있었다.

‘비도 피할 수 있고 언덕 위에 있으니 안전할 것이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그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쿠르르릉.

그는 굳어진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비 그치기는 하는 거겠지?’

첨벙첨벙.

어느새 가느다란 물줄기가 그의 발밑에서 흘렀다.

‘이런.’

빨라지는 회강의 발걸음만큼이나 물이 불어나자, 결국, 그는 뛰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간신히 목적지에 도달한 그는 몸을 뒤로 돌렸다.

‘미친.’

가느다랬던 물줄기가 이제는 강이 되어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저 갈색 격랑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

계속 올라오는 수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랐는데, 빗줄기는 여전히 굵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보다 높은 지대는 아까 싸웠던 무리가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거기는 이미 강이 돼버린 물줄기에 막혀서 갈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구나.’

왠지 모르게 무력감이 느껴졌다. 지친 체력만큼이나 마음까지도 지쳐서일까. 그는 주저앉았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뭔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겪은 것은...

어떤 일이라도 버티고 싸워서 이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늘에 맡기자. 하늘에.’

그는 눈을 감았다.


*4*


현실에서도 회강은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무력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양의가 잘 버텨주고 있다.’

엄마의 실종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데도 양의는 씩씩하게 병원생활을 잘 견디고 있었다.

게임 속도 새끼늑대들을 비롯한 호구들이 잘 버텨주고 있었다.

슬그머니 지어지는 미소.

‘다행이야.’

”아저씨“

양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눈이 바로 떠졌다.

환자복을 입은 양의가, 이미소의 손을 잡고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읏차.“

자신에게 달려드는 양의를 안아 올린 그는 이미소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믑습니다.“

”아니에요. 저도 오래간만에 즐거웠어요. 근데 경찰은요?“

”끈나습니다.“

”결국 그 사람들 모두 끌려가는 건가요.“

”아므래도“

”그렇군요. 정작 일이 터졌을 땐 숨어 있다가 유인원이 되신 분이 묶이자마자 때린 거니... 비겁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른 거죠...“

15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모든 일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실종자를 포함 합동 빈소를 차리고 장례식을 하기로 했으며, 신원파악이 시작되어서 속속들이 뉴스로 발표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위로의 말과 물건들이 한국에 도착하고 있는 상황.

오늘 그는 허경세로 추정되는 유인원 죽은 장면을 본 목격자로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네“

짝. 짝

”그럼 이제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죠. 양의야 병실로 먼저 들어가 있어 줄래. 아저씨랑 내가 얘기할 게 있단다.“

”예. 선생님“

아이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고, 여인이 그의 손목을 잡고 비상계단 쪽으로 이동했다. 그에게 고개를 들이미는 이미소.

”저기 양의는 어떻게 된대요. 보육원을 가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신뢰가 갈만한 사람의 보증이라면 같이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그래요? 정말 잘 됐다.“

-문제는 그 사람도 같이 머물러야 한다고...-

회강의 메시지에 이미소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럼 유의명씨가 보증을 해줘도 같이 살지 않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거네요.“

회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자신의 도움 없이도 잘 버티고 심지어 도와주는 게임과 현실 속 사람들을 보면서 심경이 변화되었다.

그래서 혼자만 끙끙거리지 않고 자신의 고민을 주변 이들에게 말했었다. 그 결과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보증인제도였다.

일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입양을 하는 자들이 늘어났었다. 그 결과 보증인제도가 만들어졌고, 신뢰가 갈만한 자들의 보증으로 입양할 수 있어졌다.

문제는 회강은 장애인인 데다, 큰 범죄의 연루된 혐의를 벗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신청 다음 날 바로 기각되었으며, 그와 아이의 생활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고 감시 또는 보호할 다른 보증인을 요구했다.

오늘 그 소식을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나오면서 들은 그였다.

축 늘어진 두 사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소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회강의 오른손을 잡는 두 손.

움찔한 회강에게 고개를 들이민 그녀가 결연한 표정과 함께 앵두 같은 입술을 벌렸다.

”제가 같이 살게요.“

”느에?“

강렬한 박하 향이 느껴짐과 동시에 비틀거린 회강이었다.

”하즈만.“

”살아요. 같이 살자고요. 초등학교 교사인 저도 가능하다면서요.“

”제가 다르니를 알아...“

”시간은 있어요? 내일이면 결정 난다면서요.“

꽈악.

”헛“

강하게 그의 손을 잡음과 동시에 더 다가오는 이미소에 그는 정신없이 물러났지만, 벽에 부딪히고 만다.

”사실. 제가 당신을 오해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주변인들에게 욕했던 것도 있고, 목숨 빚도 있으니 도와주고 싶어요. 다른 보증인을 구할 때까지만 같이 살면 되잖아요. 설마 저를 못 믿는 건 아니죠?“

이미소의 말이 진행될수록 회강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결국 눈을 감은 회강.

‘미소씨...’

주변에 아는 이들은 적었다. 친한 이들 중에 같이 살만한 이도 없었다. 살인범까지 의심받는 이에게 다가올 이가 몇이나 될까? 게다가 심성까지 보장된 이는 얼마나 되고?

여러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눈을 뜸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긋습니다. 헛.“

와락.

이미소가 회강을 안았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까지도.

”다행이다. 양의가 좋은 사람과 같이 살아서.“

회강의 상태를 모른 채 계속 안은 채로 중얼거리는 이미소.

‘숨. 숨을 쉬어야.’

숨이 넘어가기 직전, 그를 구원해준 이가 있었다.

”그거 잘됐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유의명씨“

”헉 헉 헉.“

회강이 숨을 고르는 사이, 중후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 소식을 듣고 부인에게 혼날 생각마저 했었는데, 미소님이 가주신다니 천만다행입니다. 회강님은 여인에게 해코지할 분이 절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그의 방에 방긋 웃은 이미소. 그녀가 회강을 바라보았다.

”그건. 저도 방금 느꼈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지.’

회강이 이미소의 말을 곱씹는 동안,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바쁘시다면 서요.“

”아 회강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유의명이 태블릿을 조작하더니 그에게 내밀었다.

”방송 스케줄이 잡혔습니다. S 방송국에서 당신을 취재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네 저요?-

”예.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장례식 장면을 찍음과 동시에 당신과 인터뷰를 하고 싶답니다.“

-하지만 저는-

”회강씨, 좋은 기회입니다. 언제까지 이미소씨가 당신과 같이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언젠가 연인이 생긴다면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습니까. 혹은 다른 이유가 갑자기 생길 수도 있습니다. 사람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아~~“

유의명의 말에 두 사람이 입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개한 당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용서하고 믿어주기 시작한다면, 나중엔 보증인이 없이도 양의와 함께 살 수 있을 겁니다. 최소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진 말이죠.“

”유의명님의 말씀이 맞아요. 해요. 회강씨“

유의명과 이미소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래 확실히 이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양의뿐만 아니라 나중에 결백을 증명할 때도 도움이 될 거야. ’

결심은 굳힌 회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덥석.

그의 손을 잡아서 흔드는 유의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는 이미소도 마찬가지.

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5*


합동 장례식장.

신원파악은 끝났다.

”엉 엉“

서럽게 우는 양의를 두 사람이 안아주었다.

빨간색의 원피스를 입은 허경세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최근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모델 시절에 쓰던 걸 쓰다니.’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몸매와 얼굴이 최고였을 때만 사진을 찍고 가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답다고 해야 하나.’

수많은 사람이 조문이 오고 갔다.

대통령부터 정치인 그리고 회사 사람들까지, 모두가 끝없이 늘어선 사진들 앞에 있는 큰 제단에서 절이나 고개를 숙인 뒤 떠나갔다.

어째서 변했는지는 아이의 말에서 추론할 수 있었다.

계속 미션을 실패했단다. 평소엔 항상 드셌던 그녀가, 겉보기완 달리 겁이 많아서 진화 속에서 자주 죽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서 중얼거리는 걸 아이가 들었다고 했다.

그것을 들은 조사관들도 다른 이들의 증언과 일치한다면서 ‘고맙다’라는 한 마디와 함께 사라졌다.

사실 회강은 아직 맘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미소와 아이, 그리고 유의명씨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도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하게...

‘나중에...’

회강은 장례식이 끝나면 물어볼 결심을 한 상태였다.



수목장에서 모든 장례 철자를 끝마친 그에게 사람들이 다가왔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 회강을 찍는 가운데, 짧은 머리에 어여쁜 젊은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회강씨. S방송국 아나운서 소명희라고 합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회강.

그런 그에게 여인은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회강씨 실례지만 잠시 몇 가지 질문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데 괜찮으시죠?“

-네.-

”수많은 사람이 몸이 불편한 회강씨가 사납고 날쌘 유인원들을 물리친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물론 그 뒤엔 칭찬이 잇따랐고요. 혹시 그 비결이 있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네 그것은...-

계속 이어지는 대화.

회강은 무기를 현실에서 제작하는 방법까지 몸소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아나운서가 몸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인식, 확산, 각인이라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툭 툭.

다 만들어진 주먹도끼에 묻은 흙을 털어내던 회강.

돌을 내려놓은 뒤 엄지를 놀렸다.

-최근 색깔로 단계가 나눠짐을 아실 겁니다.-

”네. 그거야 누구나 다 알죠. 검은색부터 시작해서 검보남파 최근에 초록색까지. 난이도가 상향되잖아요.“

-그렇다면 설명이 쉽겠군요. 초록색인 인식 단계. 노란색이 확산 단계 그리고 빨간색이 각인 단계입니다. 인식 단계에선 숙련도 하양이 상당히 느려지고, 확산 단계에선 그 요소와 관련된 주변 요소들의 숙련도가 상승 또는 유지 됩니다. 마지막으로 각인에선 아예 등급이 떨어지지 않게 각인이 되어버리지요.-

”아. 그렇군요.“

갑자기 커지는 아나운서의 눈.

”설마... 각인까지 가신 거예요?“

그녀의 말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거침없이 끄덕이는 그의 고개.

-네. 그렇습니다.-

”허억.“

회강의 대답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사람 중 몇몇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는 계속 오른손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나아진 몸 상태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혹시 최변인님처럼 모든 미션을 클리어 하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네? 그럼 어떻게...”

-어떡하다 보니 난이도가 높은 미션들을 깨고 있습니다. 그 덕에 요소 숙련도가 빠르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최고 난이도란 말은 빼버린 회강이었다. 왠지 믿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솔직히 믿기지는 않네요. 그럼 지금 무슨 미션을 하고 계시는지요.”

-제작입니다.-

“그렇다면 반 정도 하신 건데. 그런 등급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요? 하하. 저는 하직 평균이 보라색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믿지 못하는 그녀에게 회강이 오른손을 불쑥 내밀었다.

-최저 난이도만 하셨죠?-

“네...”

-당연한 결과입니다. 난이도를 슬슬 올리세요. 죽지 않는 선에서 계속 깨야 합니다. 변이 억제 시간만 늘리려고 같은 미션을 반복해 깨서는 절대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서운 걸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 포식자 중에 강화된 긴주둥이늑대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여덟 번째 메인 미션에서 나온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게 현실에 나오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그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오는 여인을 무시한 채. 그는 옆에 있던 나무를 쓰다듬었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살아남으려면 도전하세요. 그리고 노력하세요. 그렇지 않는다면 여기로 오게 되실 겁니다.-

“...”

무거워지는 분위기와 함께 촬영은 끝나버렸다.



모두가 떠나가고 회강에게 유의명이 다가왔다.

“정말로... 각인이라는 단계까지 상승시킨 겁니까.”

-네. 물론 시각 요소가 유일합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강화된 늑대 8번째 미션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초록색 단계까지 올리면 그나마 3번째 할만한 미션에서 나오고요. 근데 그걸 회강씨는 어떻게 제작이라는 미션에서 본 것입니까.”

-사실...처음부터 봤습니다.-

유의명의 눈이 커다래진다.

“그것이 가능합니까?”

-그것이. 저는 항상 최고난이도였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헉.”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선 유의명이였다.

“그렇군요. 하긴 그러지 않고서야. 심하게 쩔뚝이던 당신의 몸이 이리 회복되지 못했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주변인들에게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진화] 속으로 들어가면 귀신같이 관련된 기억이 사라지니 말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믿지 못했고요.’

최근 들어 화재사건 당시에 경호원들이 단체 연수로 쉬던 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회사 사람들에게서 자신 때문에 최변인과 최근 들어 마찰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에 추가로 보증인 제도를 알아봐 주고 선뜻 도와주겠다고 한 이가 바로 유의명이었다.

그러면서 유의명에 대한 의심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에게만큼은 솔직히 말하기로 다짐한 회강이었다.

“후우. 대단하십니다. 멀쩡한 저도 죽이지 못하고 도망쳤었는데. 그런 놈들과 싸우면서 미션을 깨고 있다니”

-사실 저도 주로 도망칩니다. 한 마리라면 모를까. 졸개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쓰다가 멈춘 회강.

메시지를 보던 유의명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못 보던 표시가 있어서요.-

“그러고 보니 진화 앱에 숫자가 표시돼있습니다. 저는 없는데. 한번 보세요.”

-그럼 잠시만.-

잠시 떨리는 오른 엄지를 진정시켰다.

“후웁”

툭.

살며시 누르자마자, 화면에 무수히 많은 글이 나타났다.

“허억.”

“뭡니까. 이건!”

부릅떠진 두 쌍의 눈이 쳐다본 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나열돼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긴주둥이늑대를 도구를 써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작 요소 단계가 상승했다.

-축하한다. [도구]와 *우리 호구여 뭉쳐라* 미션을 통과했다. 자세한 건 게임 속에서 확인하라.

-여러 번의 실험과 싸움 끝에 날카롭고 내구성도 좋은 주먹도끼를 제작했다.

-자신이 만든 도구를 이용했다. 달성도 42%

...

-자신이 만든 도구를 이용했다. 달성도 100%

-축하한다. 메인미션 [제작]을 해결했다. 자세한 건 게임 속에서 확인하라.


메시지에 하단에 적힌 날짜를 보니 자신이 현실에서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할 때마다 적혀 있었다.

‘그렇구나... 단순히 게임 속에서만 해결하는 미션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 거야. 현실에서도 깨야 하는 미션들도 있을 수 있어.’

그제야 자신이 아무리 게임 속에서 난리를 쳐도 깨지 못한 이유를 알았다.

‘그래 최종 목적은 생존이다. 그것도 게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에게 이미소와 양의가 다가왔다.

“뭔데 유의명 아저씨가 놀라시는 거예요.”

“저도 보고 싶어요. 보여주세요.”

“자...”

회강이 오른손을 내밀자.

자연스레 고개를 숙여서 메시지를 보는 둘이었다.

그런 둘을 내려다보던 회강.

눈이 커다래진 그의 마음에 커다란 파도가 몰아쳤다.

“양의야... 너...”

“네?”

고개를 들어 올리는 양의가 빤히 쳐다보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떨려오는 회강의 오른손.

그런 그의 손을 유의명이 잡았다.

“놀라셨군요. 하긴 저도 메시지를 본 지금 심장이 벌렁벌렁하는데. 당사자니 더욱 그렇겠습니다.”

“완전 대박 반전이에요. 아저씨. 저는 사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최고난이도가 맞나 보네요. 현실에서도 수행해야 오르다니 정말로 신기해요. 나중엔 그냥 최저 난이도 에서도...”

‘그게 아니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눈이 다시 고개를 숙여서 보기 시작한 양의와 미소의 목덜미로 향했다.

“어딜 보시는-”

자연스레 그의 시선을 따라간 유의명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

꾸욱.

자신의 손을 강하게 잡은 회강을 유의명이 바라보았다

회강이 고개를 살며시 젓고,

“음...”

유의명이 그들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

다시 시선이 그 둘의 목덜미로 향했다.

그리고 회강은 눈을 찔끔 감았다.

‘아... 어찌해서 이런 일이.’

다시 눈을 떠보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

그의 시선 끝엔 두 사람이 목덜미가 있다.

거기엔 작은 털들이 나 있었다.

문제는 그 털들은 그와 유의명이 봤던 동물에게서 났던 거였다.

‘유인원... 이들에게 변이가 시작됐다.’

끔찍했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왜... 왜 이들에게...’

두려움과 안쓰러움 그리고 분노가 교차했다.

와락.

“읍.아즈시 읍 읍. 아파요.”

“헉. 회강씨 갑자기 왜 이래요.”

갑자기 두 사람을 강하게 안은 회강.

그들의 등을 토닥이던 그의 눈빛이 빛났다.

‘지킬 것이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작가의말

오늘도 무사히 글을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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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4장 인간은... +5 16.11.17 3,817 98 21쪽
64 14장 인간은... +5 16.11.16 3,850 104 16쪽
63 13장 진실은... +6 16.11.15 3,983 111 22쪽
62 13장 진실은... +11 16.11.14 3,970 114 24쪽
61 13장 진실은... +9 16.11.12 4,064 114 20쪽
60 13장 진실은... +10 16.11.11 3,888 109 18쪽
59 13장 진실은... +2 16.11.10 4,122 110 18쪽
58 13장 진실은... +6 16.11.09 4,179 109 19쪽
57 13장 진실은... +15 16.11.08 4,379 115 18쪽
56 12장 혼자선 힘들다. +10 16.11.07 4,142 116 18쪽
55 12장 혼자선 힘들다. +13 16.11.05 4,099 114 19쪽
54 12장 혼자선 힘들다. +6 16.11.04 4,410 114 20쪽
53 12장 혼자선 힘들다. +3 16.11.03 4,382 110 20쪽
52 12장 혼자선 힘들다. +11 16.11.02 4,422 108 21쪽
51 11장 선을 넘다. +1 16.11.01 4,330 124 16쪽
50 11장 선을 넘다. +6 16.10.28 4,517 117 17쪽
49 11장 선을 넘다. +2 16.10.27 4,302 120 17쪽
48 11장 선을 넘다. +10 16.10.26 4,457 117 15쪽
47 11장 선을 넘다. +5 16.10.25 4,475 116 20쪽
46 11장 선을 넘다. +7 16.10.24 5,005 128 18쪽
45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23 4,519 124 14쪽
44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3 16.10.23 4,602 123 22쪽
43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4 16.10.20 4,737 122 24쪽
42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2 16.10.19 4,977 116 20쪽
41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0 16.10.18 4,947 116 23쪽
40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5 16.10.14 5,031 127 19쪽
39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6 16.10.13 5,392 127 22쪽
38 10장 가느다란 끈일지라도 잡아야 된다. +1 16.10.13 5,321 118 15쪽
37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11 5,115 130 15쪽
36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13 16.10.08 5,274 131 22쪽
35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6 16.10.07 5,331 124 16쪽
34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7 16.10.06 5,512 128 21쪽
33 9장 늦었다고 생각했다. +4 16.10.05 5,462 133 19쪽
32 8장 원투를 내지르다. +4 16.10.04 5,552 133 17쪽
31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30 5,546 138 21쪽
30 8장 원투를 내지르다. +5 16.09.29 5,851 136 26쪽
29 8장 원투를 내지르다. +6 16.09.28 5,754 145 18쪽
28 8장 원투를 내지르다. +2 16.09.27 6,256 127 19쪽
27 7장 곱씹다. +7 16.09.26 6,374 151 16쪽
26 7장 곱씹다. +10 16.09.24 6,387 146 17쪽
25 7장 곱씹다. +4 16.09.23 6,785 147 23쪽
24 7장 곱씹다. +12 16.09.22 6,944 151 27쪽
23 7장 곱씹다. +8 16.09.21 7,491 145 17쪽
»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5 16.09.20 7,332 170 21쪽
21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2 16.09.19 7,406 159 21쪽
20 6장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4 16.09.17 7,650 160 21쪽
19 5장 현실을 덮쳐온다. +6 16.09.16 7,784 150 18쪽
18 5장 현실을 덮쳐온다. +8 16.09.15 7,729 164 17쪽
17 5장 현실을 덮쳐온다. +9 16.09.14 8,145 176 21쪽
16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3 16.09.13 8,546 180 19쪽
15 5장 현실을 덮쳐온다. +4 16.09.12 8,951 190 18쪽
14 5장 현실을 덮쳐온다. +11 16.09.10 8,927 183 16쪽
13 4장 조짐이 보였다. +7 16.09.02 9,462 193 25쪽
12 4장 조짐이 보였다. +9 16.09.02 9,672 193 17쪽
11 3장 하나씩 하나씩. +15 16.08.26 9,743 210 14쪽
10 3장 하나씩 하나씩. +10 16.08.26 10,124 212 15쪽
9 3장 하나씩 하나씩. +13 16.08.26 10,991 221 17쪽
8 3장 하나씩 하나씩. +5 16.08.26 11,331 237 13쪽
7 2장 시작하다. +17 16.08.20 11,609 240 19쪽
6 2장 시작하다. +8 16.08.20 12,849 246 24쪽
5 2장 시작하다. +14 16.08.20 14,634 250 18쪽
4 1장 진화하라 +7 16.08.16 15,083 254 10쪽
3 1장 진화하라 +8 16.08.16 16,360 256 13쪽
2 1장 진화하라 +11 16.08.16 19,522 289 21쪽
1 1장 진화하라 - 의문의 꿈을 꾸다. +18 16.08.16 31,977 2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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