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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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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4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13 18:32
조회
301
추천
8
글자
9쪽

에필로그

DUMMY

참으로 파란만장한 일생이었다. 역적의 아들로 태어나 천민에서 국왕조차 능가하는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기 까지.

오직 악과 독기로 그 피비린내 나는 시절을 헤쳐온 대공의 이런 몰락을 누가 감히 예측했단 말인가.


이렇게 대공 암살은 끝을 맺었다. 추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국왕친위대가 진군해 거의 전멸직전이었던 연대신을 구출하고 아퀴네스 블란츠는 전멸했다.

격렬한 전투였다. 200명의 기사와 8백명의 기병으로 구성된 국왕 친위대의 절반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전투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대공의 저택에서 국왕을 시해하고 왕좌에 오르려 했던 자료들이 속들이 드러났다. 이는 연 대신과 살라도르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국왕의 진노는 컸다.

루센 백작은 미쳐버린 채로 사형장으로 들어가 목이 잘렸다.


대공의 휘하에서 권세를 누리던 이들도 모조리 참형에 처해졌다.

역모에 연루된 이상 당연한 수순이었다.

왕국에서 대공의 손이 닿은 모든 이들이 피의 숙청을 당한 이후, 당연하게도 연 대신 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연 대신은 재상의 자리에 올라 왕실수석법무대신직을 겸했다.

바야흐로 국왕 아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는 이번 암살 계획을 총괄한 공으로 대공의 도시 비블리오덴을 국왕에게서 하사받았다. 물론 그가 주도한 일이었다.



자리프 2세는 군무대신의 자리에 올랐다.

대공을 요격하고 용의 화신의 목을 벤 공으로 그는 대공의 가장 큰 영지인 루바니엘을 하사받았다.

연 대신과 더불어 온 나라의 군대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웃음을 보이는 일이 없었다.

자리프 2세는 암살이 끝난 직후 세실리아 공주를 찾았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

하지만 대공에게 겁탈당해 그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에게로.


자리프 2세는 그녀에게 찾아가, 그동안 되뇌인 수많은 말을 뒤로한 채 엎드려 오열했다.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을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대도 나도 이미 다른 곳에 매였군요. 만약을 되뇌었던 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그날 그 짐승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우리가 좀 더 빨리 결혼했더라면."


자리프 2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열이 그토록 그녀에게 말해주고 부르고 싶었던 수많은 그리움 사랑 한탄을 집어삼키고 흉한 곡소리만을 남겼다.


"되었습니다. 고개를 들어요. 그 설렜던 봄날도, 가슴시린 사랑도 지나가고 이제는 내게 아이가 남았습니다. 그대도 처자식이 생겼지요.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다, 그 짧은 구절만 안고 돌아서면 됩니다."


세실리아 공주는 엎드린 자리프의 등을 따듯하게 쓸어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보듬던 옛 연인은 등을 돌리고 갈길을 달리했다.

자리프 2세는 망부석처럼 그곳에 주저앉아 있었다.


만약을 되뇌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빨리 갔다면. 조금만 더 결혼을 서둘렀다면.

자리프 2세는 그날부터 대공을 죽이기 위해 살아왔다.

목숨을 초개처럼 내놓으며 칼을 갈았고 대공을 죽일 힘을 얻기 위해 세실리아 공주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대영주와 정략혼을 맺었다.


자리프 2세는 오랫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아주 오랫동안.




살라도르는 연 대신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남작 작위를 수여받고 대공의 영지인 루센을 하사받았다.

개국이래 평민이 귀족위에 올라 영지의 주인까지 된 것은 그야말로 세기의 이슈였다. 살라도르는 수많은 비판과 칭송을 받았다.


사실상 연 대신의 일파가 정국을 주도했지만 그 배후에는 살라도르가 있었다.

그는 왕실행정총관직을 맡아 본격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재상은 연 대신이었지만 모든 계획과 일처리는 살라도르의 뜻대로였다.

그가 원했던 대로 시대를 움켜쥐었다.


그는 부패한 관리를 숙청하기 시작했다.

부패한 관리를 민중이 보는 앞에서 참수해 그간 고통받았던 백성의 울분을 풀었다. 평민 관리의 등용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지만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하급 관리로만 지내야 했던 평민 인재들이 왕궁으로 대거 모집되었다.


살라도르는 대공을 혐오했다.


힘과 폭력으로 그 모든 것을 억압한 대공도, 그 대공의 밑에 붙어 재물과 권세를 누리는 탐관오리들도.

살라도르가 실권을 잡은 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부정부패의 척결이었다.

그러나 살라도르는 10년 간 정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그 후는 끝나지 않는 부패와 싸우며 점점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여갔다.


"모든 부패는 일벌백계로 다스린다!"


하찮은 비리 사건에도 극형을 구형해 왕국 전토가 그의 이름에 벌벌 떨었다.

백성에게 지나친 세금을 부과하는 영주들에게도 형벌이 내렸다.

귀족위를 박탈당하고 거리로 나앉은 귀족들이 속출했다. 그에 따라 전국에서 반란이 일었다.


그들을 토벌하고 관리를 숙청하며 흘린 피는 대공이 집정했을 때와 비교해도 가히 뒤떨어지지 않았다.


20년 후 살라도르가 재상직에 올랐을 때, 그의 뒤에는 철혈 재상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다녔다.





- 40년 후



거대한 비단 침상에서 잠을 청하던 노인이 잠에서 깨어났다. 묘한 노인이었다. 크지 않은 키, 마른 몸에 잠옷 하나만을 걸쳤는데도 서늘한 위압감을 풍겼다.


그는 바로 이 알프헤임의 철혈재상 살라도르였다. 과거의 패기 넘치던 젊은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버린 노인이 되어버렸다.


"목이 마르군."


항시 그의 곁을 보좌하는 시종 하나가 차를 달이기 위해 나섰다. 살라도르는 갑갑한 마음에 테라스로 나갔다. 밤 바람이 불며 마음을 차분하게 식혀주었다.


"벌써 40년이나 지났나. 마음도 젊음도 그 날에 두고 온 것 같군 그래."


그 숨가빴던 날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달려왔다. 살라도르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거대한 도시, 부패 없는 나라. 그가 꿈꿨던 세상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만 들어갈까."


살라도르가 추운 겨울 바람을 못이기고 돌아섰을 때, 그의 앞에는 검은 괴인이 서 있었다. 살라도르는 적잖이 놀랐지만 연륜으로 당황한 기색을 숨겼다.


"누구냐."


검은 괴한은 말 없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 동작은 뻣뻣했고 굳어있었다. 아마 이 한 순간을 위해 겨울 날의 모진 바람도 견디며 지붕 위에서 몇 날 며칠을 매달려 있었으리라.


"널 죽이러 왔다. 철혈대신 살라도르."

"너도 권력 한 번 잡아보겠다는 귀족 나부랭이냐. 왜, 너도 귀족 놈들처럼 백성들 고혈이나 빨아먹으며 평생 영화를 누리고 싶으냐."


검은 괴한은 코웃음 쳤다.


"살라도르, 당신도 40년 전에 짓밟고 올라온 대공과 똑같다. 부패라는 명목으로 죄없는 이들의 목을 베고 공포에 벌벌 떤 우리를 보며 평화가 왔다, 지껄였다지."


괴한의 덤덤한 목소리에선 젊은 나이로 속이기 힘든 혈기와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다.


"부모가 죽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누이의 시체 밑에서 죽은 척 더운 피를 덮어쓰고 공포에 젖어 실눈으로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도 한 번 공포에 떨어보거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겨울 바람에 식어가는 체온을 느끼면서. 너도 한 번 죽어보거라."


살라도르에겐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가 그랬고 자리프 2세가 그랬다. 우리 모두가 저 모습과 분노로 대공을 바라봤었다.


살라도르는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세월이 스스로에게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대공과 내가 같다고?"


노인의 오기일 수도, 더 이룰 것이 없는 자의 부질없는 만용일 수도 있었다.

노인은 팔을 벌렸다. 심장을 단검에 고스란히 내주었다.


"너도 한 번 올라보거라. 다르게 한 번 걸어보거라."


괴한은 망설이지 않았다. 아마 수 년, 십수 년을 갈아온 칼날을 살라도르의 품에 박아넣었다. 서늘한 칼날의 감촉이 느껴졌다. 살라도르는 그대로, 저 아래를 향해 추락하며 눈을 감았다.



- 대공의 난 END


작가의말

이야 짧은 글이 되었네요.

 

3권 분량의 글을  10편 정도로 짧게 줄인다는게 꽤 힘들기도 했고,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네요 ㅠ

 

여러모로 부족한 단편이었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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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공의 난 # 9 14.12.11 124 2 12쪽
9 대공의 난 # 8 14.12.10 120 4 14쪽
8 대공의 난 # 7 14.12.09 131 3 9쪽
7 대공의 난 # 6 14.12.08 204 3 17쪽
6 대공의 난 # 5 14.12.07 315 4 11쪽
5 대공의 난 # 4 14.12.06 220 5 12쪽
4 대공의 난 # 3 14.12.05 208 4 13쪽
3 대공의 난 # 2 +2 14.12.04 262 6 10쪽
2 대공의 난 # 1 +1 14.12.03 401 5 12쪽
1 대공의 난 +2 14.12.03 470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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