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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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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1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4 17:21
조회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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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대공의 난 # 2

DUMMY

모의 - 2


"자세히 말하라. 우리 역시 지난 3년을 대공과 대적하면서 그의 허물을 조사했지만 그의 약점은 모두 지워지거나 피로 은폐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나 남아 있었단 말이죠. 그것도 가장 치명적이고, 확고부동한 그의 위치마저도 흔들릴 수 있는 독 바른 비수가!"


자리프 2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연 대신이 본 그의 옆 얼굴은 바위로 조각을 했다 해도 믿을 정도로 표정도 없고 미동조차 없었다.


"연 가문의 도움으로 지난 3년간 루바니엘 대공의 약점을 쫓았습니다. 연 대신께서 주목한 부분이 있었죠. 혹시, 그는 귀족이 아니라 천민의 자식일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루바니엘 대공이 천민의 자식?"


밀실이 들썩였다. 입 무거운 대영주들 마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만큼 그가 이야기한 것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왕국의 최고 권력자, 3대 요직을 혼자 꿰찬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천민이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냐? 그는 지금은 백작가가 된 루센 남작가의 후계자로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었다. 첩의 사생아지만 후계로 지목된 이상 그는 귀족이 맞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성주의 첩의 사생아가, 성주가 준 땅과 하인들 밑에서 편히 자랐을 그의 얼굴이......"


"마치 용병들처럼 거친 것이 이상했지.

그는 왼쪽 귀가 없고 얼굴은 늑대가 할퀸자국이 남아 있네. 다리엔 썩은 상처가 있어 한 발을 절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부터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고 하지.

무엇보다 루센 남작의 아들은 분명 검은 머리였다고 했는데 그의 머리색은 빛이 비추면 군청빛이 난다네.

그게 이상해서 그의 출신 성분을 캐 보도록 3년 전에 지시했네."


살라도르는 침착하게, 그리고 말을 이어갈수록 격양된 어조로 말을 풀어나갔다.


"그는 귀족이 아닙니다. 거리에서 천민으로 내쳐져 빌어먹던 종놈의 자식입니다. 그의 아버지 루센 남작은 친아들이 죽고 후계를 이을 자가 없어 멀리 숨겨둔 첩과 사생아를 불러 들었죠.

14년 동안이나 보지 못했던 아들을 부르기 위해 집사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날 첩의 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살라도르는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강도는 돌로 첩의 머리를 쳐 죽이고 잠자던 집사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죠.

그 후에 루센 남작의 사생아는 눈 먼 집사를 이끌고 혼자 성으로 찾아가 남작가의 후계자가 되었고, 모두들 알다시피 26년의 세월 동안 이 나라에서 무수한 공훈을 세우고 정복전쟁에서 루바니엘과 비블리오덴 두 도시를 하사 받고 이 나라의 대공이 되었죠."

"설마, 설마?"


살라도르는 손에 쥔 금색 나비 목걸이를 탁자에 내려 놓았다. 나비의 문양이 어딘가 익숙했다. 모두들 저 나비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각인. 깃발로도 수도 없이 보아온 저 모양. 루센 백작가의 상징이었다.


"그 악마는 비집고 들어갈 그 단 한 번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루센 남작의 아들이 전염병에 걸린 순간부터, 남작이 사생아를 부르기만을.

그리고 집사가 찾아온 날, 그는 첩의 집에 숨어들어 첩을 살해하고 그 아들의 등을 칼로 열 번이나 찌르고 잠자는 집사의 눈을 베어 멀게 하였지요.

군청색 머리를 검게 물들인 그는 그렇게 단숨에 천민에서 귀족가의 후계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소?"


살라도르는 비릿하게 웃었다. 자리프는 그의 미소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이 속이 거북했다.


"단 한명, 생존자가 살아 있었습니다.

등에 열 번의 칼을 맞고도 그는 살아 남았습니다.

그 때의 충격으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병신이 되었지만 정신만은 또렷하게 살아 남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찾았습니다."


"저 나비, 저 나비 문양은 루센 백작가의 상징이다. 저건 틀림 없는 루센 백작가의 상징이야."


장내가 들뜨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공은 파멸이다. 그의 지지기반도, 국왕 폐하마저도 그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무리한 반역보다도 이걸 대수장만석회의에서 터트리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이겼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고작 이 목걸이와 병신 한 명으로?"

"그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그건 이미......"


"그는 열 네 살에 루센 남작의 첩과 그 아들을 살해하고 집사의 눈을 멀게 한 잡니다. 아직까지 그를 모릅니까?

그는 이 따위 증거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증거가 있다면 없애겠지요, 증인이 있다면 죽여 입을 막을 겁니다."


살라도르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주머니에서 단검 둘을 뽑아 들고 탁자에 연이어 내리 꽂았다.


"그를 이기려면, 제 계책과 자리프 각하의 계책을 한꺼번에 써야합니다. 그를 덮쳐서 죽이고! 그리고 그가 천민이라는 증거를 대수장만석회의에서 까발려야 합니다.

그는 4년에 한 번씩 이 회의에서 이 나라의 재상으로 재임되었죠.

그를 죽이고 그 자리에서 이 증거를 내세우면 그의 시대는 끝이 납니다. 대공의 권력에 눌려있던, 그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들이 드러날 겁니다.

아비인 루센 백작 역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겁니다."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무력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야."


정신 없이 숫자를 굴려보던 자리프 2세의 눈이 확 밝아졌다가 다시 침침하게 굳어졌다. 결국 그를 죽여야만, 그의 목을 쳐서 그의 지지기반과 무력의 구심점을 흩어버려야만이 승산이 있었다.


"자리프 경이 걱정하시는 것은 압니다. 그러니 적의 무력을 더 떨어트려 놔야합니다.

그가 성에서 충분히 나왔을 때, 루센을 치고 파발을 보내 그의 출신부터 흔들어 놔야 합니다. 6천의 보병으로 루센을 치며 대공이 천민이라고 떠들게 하십시오.

역린을 건드리면 대공은 분명 최강의 무력, 아퀴네스 블란츠를 보내 모조리 도륙하려 들겁니다."


"그, 그러면 아퀴네스 블란츠가 해결된다! 1천명의 전귀들만 사라진다면 승산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몇 가지 잔재주를 더 쓰겠지만, 결국은 무력이 운명을 결정지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죽이기 위해선 마법사와, 오르카시엄을 꺾어야 합니다.

자리프 경, 오르카시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자리프 2세는 고개를 무겁게 저었다.

그는 올해로 서른넷,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알프헤임 최고의 검사였지만 정복된 팬크라프트 국의 패장 오르카시엄은 그보다 적어도 두 수는 위였다.


"아니. 이기진 못할 것이다. 그는 10년 전에 이미 지금의 나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버틸 순 있지. 적어도 일백 합은 버텨낼 수 있다."

"그럼 서른 명의 최정예 기사를 붙여드리죠. 그렇다면 승산이 있겠습니까?"


자리프 2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전쟁에서 그를 보지 못했군.

알프헤임의 3만 5천 대군을 고작 1만의 병사로 상대하면서도 적진에 홀로 뛰어들어 시체의 산을 쌓았네.

그의 체력은 밑 없는 호수와 같아. 그의 앞에서 숫자는 의미가 없네. 아마 삼백 합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에게 질 거야.

그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용의 화신일세."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말에도 타지 않고 갑옷도 걸치지 않았으며 무기도 없는 오르카시엄을 자리프 각하와 30명의 최정예 기사가 완전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습격한다면?"

"그럼, 그럼 이길 순 있겠지만 그건......."


그건 기사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자리프는 이 일의 중요함을 알면서도 대답을 망설였다.

그만큼 치욕스럽고, 이 일이 알려지면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십시오. 해야만 합니다. 그를 죽이지 못한다면 우리의 목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마법사는, 여기 이 크로이츠 경과 30명의 정예기사가 맡을 겁니다."


"그가? 나와 동수를 이룰 정도의 검객이란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마법사는 달라. 마법사는 나와 30명의 기사가 습격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마법과 검은 다른 영역에 있다."


"마법을 상대할 작은 수는 써 두었지만, 여기서부터는 투지의 싸움입니다. 서로 간에 불가능한 걸 해 내지 못한다면 승산은 없습니다."


살라도르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 탁자에 박아 두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그보다 나이 많은, 이 나라 최고의 귀족들을 향해 마치 부하들을 호령하는 것처럼 소리쳤다.


"즉시 모든 병력을 집결하십시오! 온 나라의 귀족과 중신이 참여하는 대수장만석회의까지 앞으로 이틀. 이틀 뒤가 결전입니다."


영주들은 모두 동앗줄에 몸을 기대는 심정으로 결의를 한 채 분분히 일어섰다. 그들은 모두 하늘 위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잡은 동앗줄이 과연 썩었을지, 아니면 자신을 하늘 위로 올려 줄 것인지.


자리프 2세는 허리춤에 찬 검을 빼들어 검날을 응시했고 연 대신은 모아 둔 서류를 머리 속에 집어 넣은 채 모조리 불태웠다. 바야흐로,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매일 저녁 6~7시에 업데이트 됩니다.

오늘은 빨리 올렸네요!

 

추가해서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 적습니다.

대공은 여왕의 남편을 일컫는 직위입니다. 여기 대공은 공작 가문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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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공의 난 # 10 14.12.12 138 5 12쪽
10 대공의 난 # 9 14.12.11 124 2 12쪽
9 대공의 난 # 8 14.12.10 120 4 14쪽
8 대공의 난 # 7 14.12.09 131 3 9쪽
7 대공의 난 # 6 14.12.08 203 3 17쪽
6 대공의 난 # 5 14.12.07 315 4 11쪽
5 대공의 난 # 4 14.12.06 220 5 12쪽
4 대공의 난 # 3 14.12.05 208 4 13쪽
» 대공의 난 # 2 +2 14.12.04 262 6 10쪽
2 대공의 난 # 1 +1 14.12.03 401 5 12쪽
1 대공의 난 +2 14.12.03 469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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