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8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11 18:53
조회
124
추천
2
글자
12쪽

대공의 난 # 9

DUMMY

종막 - 1



온천이 흔들렸다.

자리프 2세가 칼을 갈며 대공에게 걸어갈 때 기둥이 무너지며 벽에 사방으로 금이 갔다. 무너지는 건 순간이었다. 불길한 소리에 잠시 한 눈을 판 자리프 2세가 다시 칼을 휘두를 시간조차 없었다.


쿠르릉


제르살바오 최후의 마법이 위태롭게 버티던 여관의 핵을 건드린 것이었다. 기둥이 무너지고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홀에 있던 300명의 병력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지금이다. 가자!"


하늘이 대공을 살리려 했음일까. 여관이 무너지며 돌 벽으로 막혀있던 대공에게 퇴로를 뚫어주었다. 그를 덮치려는 요격조와의 사이에는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대공이 기사 둘과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굿간에서 도망쳐나온 말 다섯 마리가 다가왔다.


"하, 하하하하! 이 시대가 아직 날 버리지 않았구나."


대공은 절뚝이던 다리도 무색하게 날듯이 말에 올랐다. 호위기사 둘도 말에 올라 대공을 따랐다.


"아퀴네스 블란츠 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멍청한 놈!"


대공은 가타부타 하지 않고 아퀴네스 블란츠와 정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여관이 무너져내리며 온천에 있던 300기의 병력이 말을 다스리지 못했다. 쏟아져 내리는 돌덩이에 깔려 죽은 자도 50여 명은 되었다.


"모두 정렬하라, 말을 진정시키고 대공을 찾아라!"

"저기 있습니다!"


기사 하나가 대공을 찾았다. 아퀴네스 블란츠 쪽으로 갈 것이란 자리프 2세의 예측은 빗나갔다. 대공은 산길 아래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대로 수도를 향한 것이다. 그 한 번의 판단으로 살라도르가 배치해둔 200명의 궁수를 피하고 자리프 2세의 추격마저 잠시 지연되었다.


과연 대공은 천민으로 태어나 그 자리에 오를 만큼의 인물이었다.


결국 대공 요격엔 실패했고 아퀴네스 블란츠도 돌아왔다. 살라도르가 짠 암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자리프 2세는 말을 채찍질했다. 피가 배어나오도록 말을 달렸다.


"모두 대공을 쫓는다. 수도로 들어가기 전에 잡는다!"


250기의 병력이 일제히 산길을 내달렸다. 동이 트면 대수장만석회의가 열린다. 앞으로 다섯 시간, 수도까지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세 시간은 걸린다.


"이럇, 이럇!"


자리프 2세는 아무리 채찍질해도 가까워지지 않는 대공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이빨을 갈았다.





아퀴네스 블란츠의 무력은 가공했다.


대공 스스로도 2백기의 기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아퀴네스 블란츠를 최강의 무력이라 칭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퇴각을 외치던 지휘관이 낮은 곳에서 날아온 창에 꿰뚫려 절명했다. 강렬하고 효율적인 창격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관통했다. 500기의 병력이 전멸하는 데 까지는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난전에 들어서는 즉시 아퀴네스 블란츠는 10명 20명으로 편성된 조로 신속하게 나눠졌다. 뭉쳐서 달리는 것 밖에 할줄 모르는 살라도르의 기병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500대 1천의 싸움이었지만 그 실상은 3~4명과 10명 20명의 싸움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건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살라도르는 천재라 불리기에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났다. 지략도, 판단력도 앞을 내다보는 능력도. 하지만 군대의 통솔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혼란에 빠진 병력을 진정시키고 진형을 재정비해 맞서는 일은 자리프 2세 같은 노련한 지휘관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살라도르는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지략을 입 밖으로 낼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격파당했다.


"퇴각하라. 자리프 2세와 합류한다!"


고작 백여명 남은 병력이 퇴각했다. 카심은 기세등등하게 그를 쫓았다. 팔백도 넘는 아퀴네스 블란츠가 그의 뒤를 따랐다.


선두에 선 대공

그를 쫓는 자리프 2세

퇴각하는 살라도르

살라도르를 쫓는 카심과 아퀴네스 블란츠


바야흐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태양의 서막이 떠오르자 대공은 쏟아지는 땀 속에서도 얕게 미소지었다.


산길이 끝나고 평야로 들어선지 세시간만에 수도 펠리컨 시티가 보였다. 대공은 자신의 말에 감사했다. 이 명마는 한참을 내리 달리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럇, 이럇!"


자리프 2세는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벌써 수도가 코앞인데 대공과의 거리가 도저히 좁혀지지 않았다.

뒤쳐지는 병력을 연 대신에게 맡기고 가장 빠른 기사 10명만을 데려왔는데도 차이는 여전했다. 등에 맨 단창을 대공에게 던졌다. 초인적인 힘으로 쏘아낸 창이 쇠뇌처럼 날아갔다.

한참이나 날아간 창이 호위기사의 등에 꽂혔다. 하지만 등에 맨 방패에 막혀 튕겨나왔다. 거리가 너무 멀었던 탓이다.


"자리프 공!"


뒤에서 자리프를 쫓아 퇴각하던 살라도르가 어느새 따라붙었다. 아퀴네스 블란츠에게 패해 추스린 병력은 오십기 정도였다.

그나마도 뒤쳐져 그의 곁엔 기사 10기만이 남아 있었다. 고작 한 시간 동안 치룬 전투로는 실로 막대한 피해였다.

연 대신이 뒤쳐진 모든 병력을 추스렸다. 하지만 그 모든 병력을 합쳐도 채 3백이 안되었다.

1천 5백기나 되던 그 막강한 병력의 태반이 몰살된 것이다. 자리프 2세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 병력의 희생을, 그간의 수모를 대공의 목을 쳐야 비로소 풀 수 있을 터인데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했다.


"이럇!"


자리프 2세는 더욱 세게 말을 채찍질하며 활을 꺼내들었다. 대공과의 거리가 조금 좁혀졌을 때 저 멀리, 연 대신의 뒤에 아퀴네스 블란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발굽 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그 전귀 놈들이 10분 이내의 거리로 따라잡은 것이다.


자리프 2세는 뒤를 돌아보고도 믿지 못했다. 어떻게 한 밤 내내 달려왔을 놈들이 이렇게 빨리 따라붙었단 말인가.


"수도가 눈앞이다. 모두 죽을 각오로 달려라!"


자리프 2세는 이를 악 다물고 활을 쥐었다. 사실 이건 카심의 기책이었다. 그는 살라도르를 패주시킨 뒤 즉시 숨겨뒀던 말로 갈아타고 추격전을 시작한 것이다.


대공이 점점 수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 악귀가 살아서 회의장에 입성한다면 이 거사는 실패다.

19명의 대영주는 물론 자식과 시종, 일면식이 있는 자들까지도 처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자리프 2세는 흔들리는 말 위에서 활을 겨눴다.

호흡을 진정시키고 화살 여덟 대를 연이어 쐈다. 화살은 덧없이 빗나갔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고 자리프 2세는 이번에 좀 더 큰 표적을 노렸다.

얇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말의 엉덩이에 박혔다. 대공의 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됐다!"


자리프 2세는 밤새토록 싸운 지친 몸을 마지막으로 가열했다. 말도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지친 몸을 혹사하며 질주했다.

대공은 거칠게 낙마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호위기사가 즉시 자신의 말에 대공을 태우고 달렸다. 수도가 지척이었다.


"끝낼 시간이다 대공!"


자리프 2세가 창극을 흔들리지 않게 겨눴다.


"국경의 버러지가 감히 나를!"


대공이 창을 들고 자리프 2세를 찔렀지만 그는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서늘한 창격이 대공의 창자루를 베어버렸다. 펠리컨 시티가 웅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경비병의 얼굴까지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도착한 것이다 수도에. 그리고 대공의 명줄도 끝이었다.


자리프 2세의 창이 날았다. 호위기사가 몸으로 틀어막았다.


"문을 열어라, 내가 왔다. 이 나라의 대공이 왔다 문을 열어!"


하지만 성 아래의 전투에 수비병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창에 찔린 호위기사가 창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자리프 2세는 다급하게 기사를 밀쳐내고 창을 뽑았다. 바로 그때 화살 하나가 매섭게 쏘아져왔다. 자리프 2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피해냈다.


"대공에게서 떨어져라 자리프!"


산길에서부터 지름길을 타고 내려온 카심과 백기의 기병 무리가 자리프 2세를 덮쳤다. 아퀴네스 블란츠였다. 카심과 1백기의 돌격조가 따라잡은 것이다.


"카심!"

"명줄 한 번 질기구나 대공!"


희비가 교차했다. 자리프 2세와 대공 사이로 뛰어든 카심이 도끼창을 휘둘러 머리를 찍었다. 자리프 2세는 창대를 들어 막고 그대로 창대를 돌려 카심의 투구를 후려쳤다.


빠악


매서운 소리가 나며 카심의 투구가 떨어져나갔다. 이마에 핏물도 흘렀다. 하지만 카심은 개의치 않고 할버드를 한바퀴 돌려 사선으로 내려찍었다. 바람결이 찢기며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도끼의 참격은 감히 칼이나 창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자리프 2세는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끌어내 창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자리프 2세는 어깨가 탈골된 듯한 뻐근함을 느꼈다.


"지쳤나 자리프!"


카심은 연이어 위력적인 도끼질로 자리프 2세를 몰아넣었다. 그제서야 살라도르와 자리프 2세를 따르는 기사도 알아챘다.

평소라면 서른합 안에 카심을 죽일 수 있었던 자리프 2세가 형편없이 몰리고 있었다. 용의 화신과 몇 시간 동안 겨루고 기백명의 적을 격살한 그는 녹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웃기는 소리."

"너희들은 뭘 하느냐 대공을 쳐라."

"모두 대공을 보호하라!"


아차 싶은 살라도르가 20명의 기사와 함께 대공에게 달려들었다. 1백기의 아퀴네스 블란츠가 그들을 상대했다.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직 체력이 왕성한 아퀴네스 블란츠는 무서운 기세로 날뛰었고, 지치고 부상당한 기사 스물은 그 포위망을 뚫지 못했다.


자리프 2세는 모든 걸 걸었다. 더이상 감각도 사라진 손에 마지막 힘을 넣어 카심의 도끼창을 흘리고 창대로 그의 갑옷을 후려쳤다.

충격은 없었지만 균형을 잃은 카심이 주춤했다. 바로 그 순간에 기병들 사이로 파고든 자리프 2세가 대공을 노렸다.


"막아!"


기병들의 창이 고슴도치처럼 서 있었다. 자리프 2세의 어깨에 창이 박히고 허리를 긁고 지나갔다. 허벅지에도 날아와 박혔다. 자리프 2세는 그 모든 공격을 피하지도 막지도 않고 대공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압!"


필사의 힘으로 내지른 마지막 일격! 대공은 피하지 못했다. 자리프 2세의 손끝에 흥분이 감돈 그 순간에 마지막 호위기사가 몸을 던져 막았다. 갑옷과 뼈마디를 관통했지만 창은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실패, 실패였다. 자리프 2세는 비로소 머리에서 실패를 떠올렸다. 말이 멈췄다. 아퀴네스 블란츠가 물샐틈 없이 대공을 둘러쌌다. 대공도 말을 멈췄다. 그의 노란 눈이 웃고 있었다.


닿지 못했다. 결국 패배한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공 전하. 불길을 보고 바로 되돌아왔습니다."

"자네가 내 목숨을 살렸군."


살라도르와 20기의 기사는 더이상 달려들지 못하고 칼을 내렸다. 그들 모두 너무 지쳐있었다.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리라. 자리프 2세는 이제 버틸 힘이 없었다.


"전하, 죽일까요 생포할까요."

"생포하게. 지하 감옥에서 가족들과 비명 지르는 모습이 보고싶군."

"이 개새끼!"


자리프 2세는 머리가 터져나갈 것처럼 분노했지만 1백기의 창이 그를 겨누자 감히 달려들지 못했다. 살라도르도 하늘을 올려다 보고 허탈한 숨을 뱉었다.


"자네를 크게 포상해야겠군.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저는 언제나 대공께 충정을 바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카심이 웃으며 받았다. 대공은 잠시 뒤에야 카심의 말을 이해했다. 그가 경악성을 울리며 카심에게서 떨어지려는 순간에 카심의 도끼창이 번개같이 날았다.


"크...헉."


서늘한 창의 감촉이 대공의 배에서 느껴졌다. 자리프 2세가 그토록 원했던 암습이 눈앞에서 성공했다. 자리프 2세도 대공도 일그러진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다.


작가의말

매일 6~7시 정도에 연재됩니다.

본 소설은 3권 분량의 글을 종막 11편 정도로 줄인 단편임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공의 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에필로그 +3 14.12.13 302 8 9쪽
11 대공의 난 # 10 14.12.12 139 5 12쪽
» 대공의 난 # 9 14.12.11 125 2 12쪽
9 대공의 난 # 8 14.12.10 120 4 14쪽
8 대공의 난 # 7 14.12.09 131 3 9쪽
7 대공의 난 # 6 14.12.08 204 3 17쪽
6 대공의 난 # 5 14.12.07 315 4 11쪽
5 대공의 난 # 4 14.12.06 221 5 12쪽
4 대공의 난 # 3 14.12.05 209 4 13쪽
3 대공의 난 # 2 +2 14.12.04 262 6 10쪽
2 대공의 난 # 1 +1 14.12.03 401 5 12쪽
1 대공의 난 +2 14.12.03 470 8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