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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0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9 19:03
조회
130
추천
3
글자
9쪽

대공의 난 # 7

DUMMY

혈전 - 2



"대공 홀로 나가셔야 합니다. 문을 열어라!"


호위기사 랜슬럿이 사나운 검격으로 전면을 틀어막으며 외쳤다. 검 한 번 내지를 때마다 잔상이 남았고며 팔과 목을 베어올렸다.

그는 단신으로 일곱 기의 공격을 틀어막으며 말 다리를 베고 시체로 장벽을 쌓았다.


"홀로 간다고 해도 길이 있겠는가. 여기서 막는다."

"대공!"


기병들 수십이 창을 내질러도 감히 랜슬럿을 뚫고 대공을 해치진 못했다. 그는 오르카시엄과도 일백합을 겨루는 기사로 자리프 2세와 맞서도 감히 승부를 장담키 힘든 상대였다.


하지만 그의 용전분투도 쏟아지는 병력 앞에선 점점 빛을 바래갔다. 돌격조도 줄어 300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기세는 여전했다. 랜슬럿은 점점 지쳐갔고 대공도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내 마지막이라고? 천민으로 태어나서 이 자리까지, 평생을 기어올라왔는데 고작 여기서 끝날소냐!'


그럴 수는 없었다. 대공은 땅에 떨어진 장창을 잡고 호시탐탐 랜슬럿을 노리는 기병의 미간에 꽂아넣었다.

한 쪽 발이 없는 불구자였지만 십 수년을 전장에서 보낸 대공이 녹록치는 않았다.


"대공, 대공 이 개자식!"


무엇이 그리도 한스러웠을까. 크로이츠가 일어나 철검을 들고 랜슬럿과 칼을 맞댔다.

크로이츠의 등판은 잿더미가 되었고 머리털은 다 타버렸으며 왼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른팔 하나만으로도 그는 군계일학이었다.


"나를 기억하느냐!"


피를 토하는 듯 외치며 크로이츠는 랜슬럿과 검을 맞댔다. 한 손으로도 우레같은 검격은 여전했다. 두 강자가 맞붙었다.

두 칼이 부러질 듯이 불똥을 튀겼고, 지친 크로이츠는 즉시 비장의 수법을 꺼내들었다.


크로이츠의 칼이 천지를 양분하며 내리쳐졌다가 즉시 솟아올랐다. 도저히 속임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참격을 가까스로 피해낸 랜슬럿의 턱에 칼이 꽂혔다. 그는 소리조차도 내지 못하고 절명했다.


"네 차례다!"


크로이츠는 감상적인 말을 늘어놓는 진부한 실수따위 하지 않았다. 그는 랜슬럿이 쓰러진 그 공백 속으로 치고 들어가 대공을 향해, 그토록 그리던 목덜미를 향해 철검을 내질렀다.

누구도 그 집념어린 일검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대공조차 자신의 최후를 실감한 그 순간, 마법사가 움직였다. 간신히 회복된 힘을 쥐어짜내 거신의 손으로 그 철검을 틀어쥐었다. 마법사와 크로이츠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크로이츠는 초인적인 힘으로 칼을 밀어넣었고 제르살바오는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크윽.....!"


제르살바오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또다시 피를 토했고 거신의 손은 힘을 잃었다. 휘청인 크로이츠가 재차 검을 휘둘렀다.

강렬하다 못해 집념어린 그 칼을 받아내지 못하고 호위기사 한 명이 몸으로 막았다. 크로이츠는 다급하게 호위기사를 밀치고 칼을 뽑았다.


바로 그때였다.


맹수와 같은 살기가 느껴졌다. 크로이츠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들어 몸을 막았다. 홀과 온천을 막아주는 문이 박살나며 피로 물든 무인이 등장했다.


"오르카시엄 경!"


한 손으로 휘두른 창대가 전방을 쓸었다. 말에서 내려와 있던 기사 셋이 나가떨어졌다. 왼 손의 고검이 기쾌한 변화를 그리며 사방으로 참격을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 대공의 주위를 포위했던 기병 열이 참살당했다.

그가 한 걸음 나아가자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섰다.


위풍당당. 그야말로 용의 화신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늦었습니다 대공."

"잘왔소 공."


전신처럼 등장했지만 오르카시엄의 행색도 말이 아니었다. 황금 갑주는 박살이 났고 등 뒤엔 화살 석 대를 박아넣었다. 허벅지와 옆구리의 검상에선 피가 끊이지 않고 흘렀다.


그럼에도 그가 대공의 곁에 서자 기사들이 힘을 얻고 용기 백배했다. 오르카시엄의 뒤를 따라 들어온 스무 명의 기사가 대공의 주위를 철통같이 둘러쌌다.


"시간은 벌었군."


대공이 짙게 미소지었다. 역시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었다. 하늘은, 시대는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


"다 되었다. 오르카시엄이라고 해도, 마법사라고 해도 고작 스물 남은 기사로 뭘 하겠는가. 몰아쳐라. 대공의 숨통을 끊어라!"


홀에 입성한 살라도르가 서사시의 한 장면처럼 외쳤다. 평민 살라도르가 손을 들어올렸다.

홀에서 500명의 병력이, 온천에서 300명의 병력이 일제히 창을 겨눴다. 오르카시엄은 창대를 단단히 붙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뿌우우


뒷편에서 울리는 뿔나팔 소리에 내려가던 살라도르의 손이 굳었다. 혼잡한 전장 속에서 미처 듣지 못했던 말발굽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살라도르는 뒤를 보았다. 산길을 가득 메우고, 일 천기의 기병이 능선을 타고 내달려오고 있었다.


"아퀴네스 블란츠다!"


누군가가 외친 비명 같은 한 마디에 모두가 굳어버렸다.


"홀의 기사와 기병은 즉시 반전해서 온천 밖으로 나가 진형을 짜랏! 어서!"


좁은 벽 안에 갇힌 기병과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정예 기병의 싸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아찔했다. 살라도르는 즉시 계산을 끝냈다.


'홀에 있는 병력 500기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한 시간, 아니 삼십 분만 벌어주면.....'


살라도르가 온천을 보았다. 지치고 부상당했지만 창대를 잡은 오르카시엄이 덤벼드는 기병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가고 있었다. 500기로 적을 상대해 번 시간에 반드시 대공을 죽여야 했다.


"자리프 공! 아퀴네스 블란츠를 맡을 500기는 나한테 맡기고 대공을 요격하시오."

"뭐라? 내가 있어야 그나마 싸울 만 할 것이다. 내 무력 없이 지휘 없이는 반시간도 버티기 힘들어!"

"그 반시간이면 됩니다. 그 안에 오르카시엄을 죽이고 대공의 목을 가져오시오!"


자리프 2세는 성난 얼굴로 소리치려다 꾹 눌러 참았다. 그는 말에서 내려 창도 버리고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철검 한자루를 뽑아 들고 오르카시엄에게로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적막속에서 호선과 호선이 맞닿았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충격, 떨리는 검신에서 느껴지는 힘. 자리프 2세는 초연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뒷 발로 강하게 땅을 밟고 다시 앞으로 뛰어들어 역사선 참격을 날렸다.


"제법."


오르카시엄의 고검이 하늘 위에서 내리쳐지며 참격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다시 금속음이 울리며 검신이 떨었다. 오르카시엄은 오른 손의 창대로 이번엔 크로이츠의 찌르기를 눌러 흘렸다.


"후욱 훅, 후욱 훅."


오르카시엄의 숨은 거칠었지만 규칙적이었다. 단신으로 100명의 기사와 100명의 기병을 쳐죽이고도 아직 자리프 2세와 크로이츠의 검격을 눌러 막고 있었다.


셋의 칼부림은 십여 분이나 더 이어졌다. 자리프 2세의 칼이 점점 더 기승을 부렸다.


"크로이츠 이번 공격으로 끝장낸다!"


한쪽 팔이 타버린 크로이츠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는 즉시 랜슬럿을 끝장낸 기술을 썼다. 천지를 가르며 내리친 허초가 오르카시엄의 앞섭을 가르고 즉시 보이지 않는 각에서 솟아오른 검이 턱을 노렸다.


"흐읍!"


오르카시엄 마저도 대경했다.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그조차도 보지 못한 기술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턱 끝을 스치고 지나간 철검이 얇은 검상 하나만을 남겼다. 그때 자리프 2세가 파고들며 한 손으로 강력한 검격을 날렸다.


자리프 2세의 참격은 빠르고 강했지만 궤도가 정직했다. 사선으로 베어오는 참격을 그가 고검으로 막아낸 순간, 자리프 2세는 허리춤에서 칼 하나를 더 빼들어 허리를 양단했다.


촤악


용의 화신도 이 공격은 제대로 얻어맞았다. 갑옷이 깨져 천만 남은 허리가 통렬하게 베였다. 오르카시엄은 베인 순간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 허리춤의 상처를 훔치자 피가 흥건하게 베어나왔다.

오르카시엄은 창을 버린 채 고검 하나 만을 쥐었다.


"무슨 짓이지."

"별 거 아니다."


오르카시엄의 전신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칼날처럼 갈아졌다.


"이제부터 너희 둘에게만 집중하도록 하지."


작가의말

 오늘도 롤하느라...

 

 본 글은 11~12편의 짧은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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