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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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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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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대공의 난 # 6

DUMMY

혈전 - 1



대공은 안전을 위해 홀에서 나와 온천이 있는 여관 뒷편으로 자리를 옮겨있었다. 수증기가 뿌옇게 이는 온천을 끼고 앉은 대공은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기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적지않게 감탄했다.

그야말로 목을 허리춤에 끼고 다니는 이 담대한 배짱이 대공을 이 자리까지 만든 것이다.


"오르카시엄이 잘 해내고 있군."

"예. 용의 화신이 정면을 막고 저희가 입구를 틀어막는다면 적들은 감히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 홀에는 100명의 기사가 바리케이트를 앞세워 공세를 막아내고 있고 대공의 곁엔 50명의 호위기사가 철통 경계를 서고 있었다.

시종 20명과 로브를 깊게 눌러쓴 마법사 제르살바오를 포함하면 총 72명이 있는 셈이었다.


만일을 대비해 문을 단단히 걸어잠궈 홀과도 통로를 차단했다. 2중의 방어막을 만든 셈이었다. 이걸로 2시간은 벌었다고 기사들은 확신했다.


바로 그때였다.


벽 언저리에서 시작된 폭발이 단숨에 벽을 박살내며 온천 속으로 들어왔다. 강렬한 화염과 굉음이 이곳을 몰아쳤다. 놀랠 틈도 없었다. 방어할 사이도 없었다.


콰아앙-!


강렬한 폭발에 벽돌과 돌조각이 사방으로 날았다. 벽에 기대 보초를 서던 기사 열댓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남은 자들도 무사하지 않았다.

충격의 여파로 널브러지고 돌의 파편에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졌다.


대공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천하의 대공마저도 이 사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회색 구름이 일어나 시야를 가렸고, 그 뒤로 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가득 울렸다.


"모두 일어섯, 습격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것은 채 스물이 되지 않았다. 모두 아직 폭발의 여파에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 혼란의 틈을 타, 회색 구름을 헤치고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육중한 거구의 크로이츠였다. 그답지 않은 열기와 흥분을 휘감고 크로이츠는 격하게 외쳤다.


"달려라, 대공의 목을 쳐서 숨통을 끊어놓는 자에게 도시 하나를 주겠다!"


서늘한 언월도의 광이 번뜩였다. 전력으로 달려온 크로이츠의 참격이 기사의 칼과 투구와 머리를 한 호흡에 베었다.

그 뒤로 200명의 기사가 맹렬하게 치고 들어왔다.


"어딜 감히 대공께!"


하늘로 솟은 대공의 호위기사가 허리춤에서 칼을 빼 반월참을 날렸다. 기사 둘의 목이 하늘로 솟았다.

다른 호위 기사는 손 도끼를 물 흐르듯이 날렸다. 손 도끼, 단검, 단창 모두 그의 손에서 날아가는 순간 기사 하나씩을 제물로 삼았다.


"대단한 실력자들이군."


크로이츠마저 감탄했다. 이곳에 모인 50명의 호위기사는 대공의 기사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자. 단신으로 일백명의 병사를 도륙해낼 수도 있는 무인들이었다.


"더 몰아쳐라. 대공이 저기에 있다!"


처음엔 입구가 좁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무너져내렸다. 입구가 넓어지자 기사들이 물 밀듯이 내달려왔다.

고작 20, 30명의 호위 기사로는 중과부적이었다. 대공의 이마에 처음으로 땀방울이 맺혔다. 대공과 적과의 거리 고작 십여 미터.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제르살바오 공, 나서주셔야겠소."

"그리하지요."


로브 자락을 펄럭이며 나선 마법사는 폭발과 돌조각의 폭풍 속에서도 상처하나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의 발을 기점으로 마법진이 펼쳐졌다. 반경 30미터로 룬 문자가 빼곡히 새겨진 원형의 진이 털실처럼 풀려나갔다.


뿌드득, 우릉


두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마법사 제르살바오가 양 손을 걷어 하늘 위로 올렸다.


왼 손에서 푸른 빛의 벼락이 압축되어 파직 파직하는 전류를 사방으로 발산했다.

오른 손에서는 거대하고 묵직한 힘이 거인의 손 모양으로 뭉쳐졌다.


"합!"


그가 오른 손을 뻗었다. 돌풍, 아니 태풍같은 바람이 장내를 휩쓸며 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해 거신의 손이 맹렬하게 다가왔다.


"피해!"


오직 크로이츠만이 본능적으로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곳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거력이 그곳을 옭아맸다.

크로이츠의 뒤에 있던 기사 셋과 말이 거인의 손아귀가 잡혀 끔찍한 압력 속에서 터져 죽었다.


다시 마법사의 오른손이 묵직하게 뻗어나왔다. 반투명한 거대한 주먹이 열 댓명의기사를 후려쳤다.

콰앙, 하는 폭발음이 터졌다. 정통으로 맞은 대여섯은 피떡이 되어 즉사했고 나머지도 뒤로 날아가 꿈틀대다 숨을 거뒀다.


"우아악!"

"커헉!"


생전 처음 보는 마법에 아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물러섰다. 크로이츠만이 벌떡 일어나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쥐었다.


"마법사를 죽여라!"


손도끼 둘이 연속으로 날아갔다. 대공의 호위기사가 번개같은 검격으로 하나를 쳐 냈지만 뒤이어 오은 손도끼는 막아내지 못했다. 제르살바오의 심장에 손도끼가 박혔다.


"죽었다, 마법사가 죽었다!"


뒤에서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크로이츠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곧 알아차렸다. 피가 튀지 않았다. 손도끼가 빨려들어간 것처럼 사라졌다. 뒤이어 기병들이 쏜 수십 대의 화살이 마법사를 관통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늪과 같은 마법사의 몸이 화살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말도 안돼, 불사신인가?"


제르살바오가 왼 손을 들었다. 백열된 벼락 다발이 그 손에서 일렁였다. 왼 손을 지그시 앞으로 털었다.


콰콰콰쾅!


"우, 우웁!"

"캬아악!"


이번엔 거신의 손보다 더 막강한 위력이었다. 크로이츠마저도 기가 질려 오싹했다.

제르살바오의 반경 30미터 안에 펼쳐진 마법진, 그 안에 들어간 아군이 하늘에서 내려온 벼락에 모조리 타죽었다.


푸른 벼락이 머리 위에서 떨어져내려 갑옷도 살가죽도 모조리 태워버렸다.


"천둥신의 아들...."

"허명이 아니었군."


크로이츠는 중검을 집어들었다. 칼 끝으로 바닥을 쓸며 다시 본격적으로 날뛰었다.

날 선 바람을 일으키며 아래에서 역사선으로 베어올린 칼이 적 기사의 겨드랑이와 목을 잘랐다.

그대로 한바퀴 돌며 이번엔 몸을 낮게 숙여 다른 기사를 베었다. 호위 기사는 검을 아래로 내려 막았지만 칼이 박살났다.


쿠릉!


그때 제르살바오의 벼락이 크로이츠의 머리 위에서 내리꽂혔다. 그는 귀신 같은 속도로 피했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벼락이 연속적으로 내리꽂혔다.


마법진의 반경에서 벗어나고서야 크로이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법진 속에서 마법사를 상대한다, 이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괴물이다. 무기를 꽂아 넣어도 무사하고 벼락과 거신의 손 때문에 접근할 수도 없다. 오르카시엄을 능가하는 괴물일지도.....'


크로이츠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기사와 검합을 맞대며 암담함을 느꼈다. 용감하게 마법진 안으로 들어간 기사들이 다시 벼락이 내리꽂혀 잿더미가 됐다.


저자는 마법보다도 공포로 500기의 돌격대를 묶어두고 있었다.





자리프 2세는 폭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밤 하늘이 한순간이나마 붉게 물들 만큼의 소리와 화력이었다.

마침내 오르카시엄을 따라잡아 살라도르의 곁에 선 자리프 2세가 물었다.


"저게, 저게 뭔가!"

"3년 동안 남쪽의 공방에서 정제한 화약이오."

"화약? 고작 폭죽이나 터트리는 화약이 저런 위력을 낸단 말인가?"


자리프 2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오르카시엄에게로 말을 몰았다.


"기병들은 정문을 공격해라. 쉴새를 주지 않고 몰아부쳐라! 기사는 나와 함께 오르카시엄을 친다!"


삼십분 간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기병들은 기사만큼의 무력은 없었지만 활을 자유자재로 썼고 긴 창과 낫을 들고 있어 진형을 휘젓기에 용이했다.

대공의 기사들이 제아무리 뛰어나다지만 말에 올라 몰아쳐오는 그들을 당해내기란 지난했다.


오로지 본신의 실력과 바리게이트를 통해 근근히 막아냈다. 그 동안에 기병 이백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고, 홀에 있던 100명의 기사는 고작 마흔 정도가 남았을 뿐이었다.


"거의 다 됐다. 한 번에 몰아붙인다!"


점점 승기가 기우는 정면 공략과는 다르게 오르카시엄을 상대는 이들의 눈가엔 경악과 공포가 들어찼다.

이 곳에서 가장 격렬한 전장은 500명의 대공 요격조도, 정면에서 기사와 기병의 혈전도 아니었다.

바로 오르카시엄 하나를 상대하는 살라도르의 눈 앞이었다.


쐐애액!


황금색 잔상이 남은 창이 주위를 쓸었다. 귀기 어린 창이 궤도에 걸린 기사 셋의 투구와 갑옷, 창과 목까지 일격에 부수고 끊어냈다.


"하압!"


포탄처럼 날아간 찌르기는 중무장한 기사의 플레이트 메일을 박살내고 공성추로 후려친 것처럼 날렸다. 연달아 세 기사가 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채로 즉사했다.


자리프 2세마저도 할 말을 잃었다. 저건 인간의 힘이 아니다.


자리프 2세도, 피륙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낼 수 있다. 한 순간 흐릿해질 정도로 빠르게 몸을 내질러 빛살처럼 뿜어내는 찌르기.


바위도 강철도 뚫을 수 있는 그 공격은 인간으로 태어나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었다. 크로이츠도 마찬가지로 언월도로 비슷한 공격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저건 다른 차원에 있었다.


창에 닿기만 해도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강철로 제련한 갑옷이 터져나가고 찢겨졌다. 벌써 오르카시엄의 창에 100명의 기사가 도륙되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렸다.


오르카시엄도 무사하진 않았다. 황금갑옷은 만신창이가 되어 피칠갑을 했고 등엔 화살 석 대가 박혔다.

하지만 붉은 물든 머리털을 하고 규칙적으로 호흡을 내뱉는 그의 기백에 남은 백명의 기사는 기사 질려버렸다.


"괴물......"


다른 누구도 아닌 자리프 2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무술의 극점은 어느 길로 가도 한 길로 통하게 되어 있다. 일격에 상대를 죽이는 것.

자리프 2세도 크로이츠이도 이 경지에 올라있었고 오르카시엄은 그보다 위였다.


쉼 없이 그 일격을 내지를 수 있는 경지. 무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전입미답의 경지. 하지만 지금 오르카시엄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보다도 위였다.


살라도르 마저도 기가 질렸다. 시종일관 오르카시엄은 뒤로 돌아가려다가도 살라도르를 노렸고, 덕분에 살라도르의 앞엔 기사 100기의 주검이 쌓여있었다.


그때 온천에서 다급한 호각소리가 울렸다. 망설임 없이 전진하던 오르카시엄이 주춤했다. 아마 이 신호가 아니었다면 살라도르는 정말 이 자리에서 뼈를 묻었을 수도 있었다.

연속으로 울리는 호각 소리에 오르카시엄은 미련없이 뒤로 달렸다. 말도 없이 맨발로 달려가는 그를 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다.


"정면 공략에 다시 총력을 기한다!"


애써 담담하게 외쳤지만 살라도르의 등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온천 뒷편의 대공 요격조와 마법사와의 대치가 달라진 것은 크로이츠가 나서고부터였다. 거신의 손과 벼락 다발로 500기를 단신으로 묶어놓은 제르살바오가 한 걸음 물러났다.


"이건, 좋지 않군."


마법사의 말을 대공은 되묻지 않았다. 저 거구의 기사가 중검을 버리고 품속에서 웬 낡은 제식용 소검을 꺼내들고나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크로이츠가 말했다.


"지테어 그루시온이라 하지. 700년 된 고검(古劍)이다. 마법사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건 같은 마법사와 고검 밖에 없다지. 반신반의했는데 과연 그렇군."


검은 몸 안에서 밖으로의 힘을 지향한다. 반대로 마법은 깊고 더 깊은 심층의 내면으로의 문을 열어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껍질 속에 우주를 담고, 보다 초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자들이 사는 세계와는 깊이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철검으로 베어도 태산의 밑둥을 깎은 것과 같은 결과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것을 깨는 것은 오직 두가지 뿐.


같은 깊이로 침략하거나 그 깊이를 초월하는 세월로 베어내는 길 뿐이다.


"간다 마법사!"


크로이츠는 왼 손에 고검 오른 손에 철검을 쥐고 마법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법사가 왼 손을 털었다. 벼락이 열을 이어 내리꽂혔다.

크로이츠는 왼편으로 몸을 굴려 파고들었다. 그 순간 거신의 손이 그를 틀어쥐었다. 크로이츠는 고검으로 묵직한 힘 덩어리를 베며 앞으로 굴렀다.


바로 그때였다. 눈 앞이 환하게 물들었다.


콰광!


벼락 한다발이 구르던 그를 내리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고검을 올려 막았다. 벼락의 힘이 고검에 눌려 기세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크로이츠를 강타했다.


"크이, 아아악!"


가장 먼저 등판부터 잿더미가 됐다. 철갑옷을 타고 머리털에 불이 붙고 왼 팔이 새카맣게 감전됐다. 크로이츠는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흘려댔다.

몸이 제멋대로 비틀리고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입 안까지 전기가 흘러 입 천장이 들썩였다.


한 번 더 벼락이 꾸르릉 소리와 함께 작렬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크로이츠는 그대로 얻어맞았다. 제르살바오는 승리를 확신했다.

놈이 아무리 뛰어나도 벼락을 맞으면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의 별명이 천둥신의 아들이 된 것은 다름아닌 이 최강의 마법 때문이었다.


승리감에 도취된 바로 그 짧은 방심의 순간에 크로이츠가 움직였다.


제르살바오가 얕본 것이 있다면 다름아닌 크로이츠가 가진 원한의 무게였다. 이빨을 뿌득 갈고 괴성을 지르며 크로이츠는 일어났다.

악에 받쳐 몸을 일으켜 잿더미가 된 왼손에서 고검을 오르손에 바꿔쥐고, 그대로 포탄처럼 집어던졌다.


"죽엇!"


검의 기세가 섬짓할 정도였다. 이대로 고검에 관통되면 마법사라도 죽는다! 그것이 제르살바오에게 전력을 다하게했다.


쿠르릉!


전에 없이 막강한 거신의 손이 고검을 가로막았다. 성벽이라도 무너뜨릴만큼 묵직한 그 힘의 집약체를, 태풍같은 바람길을 뚫고 고검이 계속 전진했다.


"이이익!"


제르살바오는 태어나 처음 악을 썼다. 왼손의 벼락다발이 검을 후려치고 마침내 제르살바오의 가슴팍에 다달았을 때, 제르살바오의 전신이 푸른 빛에 휩싸였다.

동시에 연푸른 빛의 섬광이 장내를 반월상으로 잘라냈다. 소리는 한참 뒤에나 왔다.


주위 사방의 벽이 가장 먼저 잘려 무너졌다. 그 뒤에 고검도 반토막이 났다. 고검을 던진 크로이츠를 제외한, 좌우의 병력 50기가 일제히 잘려나갔다.


그것은 마치 풍경을 반토막 낸 것과도 같았다. 섬광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소름이 끼치도록 매끈하게 잘려있었다.


크로이츠는 그 섬광을 번개라고 생각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니 피분수가 사방에서 치솟아 온천바닥을 한참이나 물들였다.

뒤이어 오던 병력들도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말을 멈췄다.


대공마저도 숨을 멈췄다. 마법사가 초인이라고는 하나 이런 말도 안되는 위력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신이 지상에 강림해 무엇이든 가르는 칼로 세상을 잘라낸 것 같지 않은가.


"이건, 대단하군. 공의 마법이 이정도일 줄이야."


대공의 찬탄도 무색하게 제르살바오가 피를 토했다. 코와 입에서 격렬하게 토한 피는 대공의 눈에도 위중해보였다. 즉시 기사 셋이 휘청이는 그를 호위했다.


"내 세계가 흔들렸소. 다, 당분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소."


단신으로 기습조를 묶어둔 제르살바오가 휘청였다. 마법사가 쓰러지는 순간에 400기의 돌격조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공포로 그들을 묶어두었던 마법사가 쓰러지면 고작 서른 남짓한 기사 밖에는 남지 않는다.


대공의 목을 치면 도시 하나를 준다!


그 전례없는 포상이 돌격대의 공포심마저도 멀게했다. 말의 거친 울음소리가 울렸다. 차가운 바람이 투구 속으로 들어와도 달아오른 공기를 식혀주진 못했다.


돌격대원들은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창을 쥐고 칼을 쥐고 대공에게로 달려들었다.


"막아라. 칼라메르, 너희들도 나서라!"


대공 또한 최후의 수단으로 맞섰다. 스무 명의 시종이 일제히 시종복을 던져버렸다. 몸에 달라붙는 타이즈와 가죽 갑옷을 걸친 어쎄신 스물이 카타르와 단검을 쥐고 대공 주위를 둘러쌌다.


"대공 전하를 지켜라!"


기사 서른은 대공 친위대 답게 무시무시한 신위를 발휘했다. 검격이 바람결과 함께 철갑옷마저도 찢어발겼고 결계와도 같은 검술이 핏줄기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그 고군분투에도 무려 400에 달하는 돌격조는 막아내지 못했다. 하나 둘 여관 바닥에 몸을 뉘였고 어쎄신들은 암기를 던지며 맞섰지만 애초에 갑옷과 장병기로 무장한 기병을 당해내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크악!"

"대공 전하를....."


하나 둘씩 쓰러져 간 기사들을 짓밟고 마침내 돌격조는 대공을 사정거리 안에 포착할 수 있었다.

이때 대공의 곁엔 고작 기사 다섯과 쓰러진 마법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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