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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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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5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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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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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대공의 난 # 3

DUMMY

모략



다음 날 새벽, 루바니엘과 수도를 연결하는 온천 여관의 길목에 1천 5백의 군세가 집결했다. 19개 가문에서 고르고 고른 최강의 정예들이었다.


준비는 철저했다. 말에는 재갈을 물려 투레질 소리를 죽였고, 혹시 모를 정찰병에 대비해 수풀 속에 숨어 잿가루로 광을 죽인 무기를 들었다.


자리프 후작 2세와 기사 크로이츠는 각각 오르카시엄과 제르살바오를 습격할 기사 서른을 골라 뽑았다. 모두 기골이 장대하고 전쟁 경험이 풍부하며 육중한 도끼와 철퇴, 장창을 귀신 같이 쓰는 자들이었다.


살라도르가 가장 바빴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총괄했다. 6천명의 병사들 중에서 명사수 100을 뽑아 온천의 근처에 배치시켰고, 나머지 병력은 은밀하게 루센으로 이동시켰다.

지금쯤 근처에 도달했을 것이다. 5천 8백 보병의 지휘에는 대영주 넷을 보냈다. 나머지 영주들은 병력만을 남긴 채 돌려보냈다.


연 대신은 지휘부를 편성해 영주들의 불만과 입을 막았다.

편제를 마친 살라도르는 1천5백의 병력의 총지휘를 연 대신과 함께 맡았다. 표면상의 총 지휘관은 연 대신이었지만 실질적인 고삐는 그가 쥐었다.


"편제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 뿐이군요.

"...... 사실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네."

"무엇입니까?"


"대공의 곁에 있는 자를 조심하게. 벌써 대공의 곁에서 수십 년이나 붙어 있던 자인데 그를 내가 회유하려고 했었네.

대공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그를 회유한다면 수천이나 되는 이 병력도 필요 없이 단검 한 자루면 되지.

아마 그가 대공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면 난 이미 대공의 손에 숙청되었을 거야. 하지만 거절했으면서도 그런 낌새는 없었네."

"그렇다면 회유의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는 그냥 모른 척을 했네. 대공에 대한 충성이 흔들리는 것기는 한데 배신은 하지 않고. 통 모를 인물이었어.

결단의 순간이 온다면 그를 예의주시하게. 우리의 편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니."


"그런 불확실한 자는 필요없습니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나머진, 이 손으로 이 시대를 낚아채는 일 뿐입니다."


젊은 살라도르의 눈에는 패기만이 가득했다.





해가 중천에 걸리자 루바니엘 도시의 성문이 열렸다.


열린 성문 사이로 번쩍이는 창날과 털빛 하얀 백마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참이나 지나서, 일천에 달하는 기병대가 모두 나오고 나서야 대공의 팔두마차가 성문을 가득 채우며 행차했다.


유난히도 백마가 많은 그 행렬에서 대공의 말들은 먹빛의 사나운 흑마로 되어 있었다. 그 곁을 금실로 사자를 수놓은 붉은 망토를 걸친 대공의 호위 기사들이 범강장달처럼 부리부리한 눈을 흘기며 지키고 있었다.


"카심!"


대공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리고 조금 쉬어 사나운 느낌을 숨기지도 않고 발산했다.


"예 전하. 카심 여기 있습니다."

"성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독수리를 띄우라고 해라. 크롬웰의 입에서 자백이 나오는 순간 놈들을 친다.

"이미 루센, 비블리오덴, 루바니엘에서 7천의 병력이 대기중입니다. 자백을 받는 순간 수도로 집결할 겁니다."

"자백만 받아내면 정규군 2만도 동원할 수 있다. 놈들의 세력을 어린아이 하나까지 놓치지 말고 모조리 잡아 죽여."


대공은 그 말을 끝내고 오르카시엄을 불렀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흑마도, 기수도 모두 타인에 비해 머리 하나는 컸다.

그야말로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휘황찬란한 황금갑옷을 입고 대공의 곁으로 왔다.


"부르셨습니까."

"공은 이번 호위에 각별히 신경을 쓰시오. 놈들이 이대로 당할리 없소. 분명 내가 성에서 나온 지금을 노리겠지. 항상 주위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제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대공께 칼을 겨눌 수 없습니다."


산발한 금발 머리, 서슬퍼런 패기가 실린 금빛 안광.

대공은 더없이 믿음직 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대공이 10년 전에 거둔 이 천하에 다시 없을 무인은 그야말로 대공의 보석이었다.


"좋아. 서둘러라! 해가 지기 전에 온천으로 간다!"






자리프 2세는 심기가 불편했다.

살라도르라는 젖내나는 풋내기가 이번 작전을 총괄하는 것도, 시종일관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솔직히 배알이 꼴렸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 바로 저놈이었다.


"이봐 크로이츠라고 했나?"


거구의 크로이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칼날을 닦으며 자신의 무장을 정비했다. 그가 가진 무기는 많기도 했다.

허리에 찬 칼과 뒷춤에 찬 손도끼 셋, 등에는 단창 두개를 맸으며 말에는 활과 육중한 언월도를 얹어놨다.

칼 한 자루, 창 한자루를 쓰는 자리프 2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내 칼을 막아낸 걸 보면 실력은 있는 것 같군. 몇 살이냐?"

".....스물 아홉."


귀찮다는 듯이 내뱉는 말에 자리프 2세의 이마에 힘줄이 잡혔다.

이 나라의 국왕도 그에게 이렇게 대하지 않았다. 자리프 2세는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담고 말을 이었다.


"내가 오르카시엄을, 네가 마법사를 친다고 했다.

오르카시엄은 용의 화신이지만 피륙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마법사는 아니야. 제르살바오는 진짜 마법사다. 마법사는 검사의 칼로는 죽일 수 없어. 그를 어떻게 죽일 생각이냐."


크로이츠는 공들여 닦은 검을 들었다. 시릴 정도로 날카롭게 갈아 세운 검날에서 예기가 창창히 흘렀다.


"묻지 마. 우린 서로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너는 오르카시엄의 목을 치고, 나는 마법사의 목을 치고.

대공의 숨통만 끊어놓을 수 있다면 난 무엇이라도 할 거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건 아니건."


자리프 2세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전투가 끝나면 언젠가 이 건방진 녀석과 칼이라도 한 번 마주 대보고 싶어졌다.






산중의 밤은 빨리 온다.

밤 어스름을 헤치고 거대한 행렬이 산길을 가득 메웠다.

1천개의 창날이 먼저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아퀴네스 블란츠는 그야말로 고슴도치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창을 귀신같이 쓰는 아퀴네스 블란츠,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대공 직속 200명의 기사들.

마지막으로 검은 팔두마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숨은 자들의 등골에 짜릿한 긴장이 흘렀다.


"왔다."


누가 흘렸는지 모를 짧은 한마디였다. 발 끝에서 사타구니를 타고 목구멍까지 초조함이 올라왔다.

이기면 모든 걸 얻고, 진다면 이 땅에서 발 붙이고 살 곳은 없다. 도망친다면 편하게 죽지는 못하리라.

대공이 그간 이 땅에 흘린 악행과 악명이 족쇄처럼 발목을 잡았다.


저 자는 뱃놀이 호수 하나를 인골로 메운 살아있는 악귀다.


모두가 작아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오직 한사람.

살라도르만이 눈에 불을 키고 그를 노려봤다. 대공의 팔두마차가 온천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휘장 너머로 보일 대공의 모습을.


"시작하죠."


연 대신이 쪽지를 매단 독수리를 띄웠다.

이미 대기중인 5천 8백 병력이 대공의 근거지인 루센으로 진군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천하의 연대신조차도 긴장으로 혀가 바싹바싹 말라들어갔다. 자리프 2세는 긴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대공이 온천에 들어가고, 기사들이 주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기병대는 말에서 내려 호위진을 두르고 불을 피웠다. 그 커다란 온천이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온천의 구조는 산길을 향해 개방되어 있었다.

잔디와 뜰이 대문 주위로 무성했고, 그 속으로는 거대한 식당 겸 홀이 자리했다. 대공이 몸을 담글 온천은 가장 안쪽에 위치해있다.


"예상대로군요. 대공이 온천욕을 마치고 나올때 쯤이면 5천8백의 병력이 루센을 공격할 겁니다.

그리고 그 쯤엔 기사들도 온천에 들어갈 거구요. 문제는 오르카시엄입니다. 그 괴물이 무장을 해제하는 순간을 노려 쳐야 합니다."

"이미 파발을 준비했네.".


살라도르의 눈은 흔들리지 않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공이 들어간 여관의 입구에 기대 검날을 매만지는 산발머리의 용의 화신을.

단신으로 100명의 기사를 대적한다는 이 나라 최강의 무인을.


"기사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는군."

"그렇군요. 시간을 봐도 들어맞습니다. 대공이 입욕을 끝내고 기사들도 온천에 들어갈 시간이군요."


연 대신은 목이 빠져라 독수리를 기다렸다.

어찌나 위를 올려다보는지 보는 사람 목이 다 뻐근할 정도였다. 혹시나 독수리가 오다 길을 잃은건 아닌지, 중간에 오차가 생긴건 아닌지.

애타게 기다리는 그의 눈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왔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날이 어두워 독수리도 그가 있는 곳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5천 8백 병력이 루센으로 진군했다. 1시간 전에 이미 공격을 시작했다는군. 계획대롤세 살라도르. 우리도 시작하지."

"파발을 띄워라."


대기하고 있던 기병이 말에 올랐다.

그는 대공 휘하의 기병대로 변복해 있었다. 옷에 흙먼지를 묻히고 출발한 파발은 산 주위를 조금 돌아 온천으로 달렸다.

몇 시간이나 달린 것처럼 헐떡이며 온천으로 파발이 들어갔다.


자, 이제 시작이다.




흰 가운을 입은 대공이 절뚝이며 홀로 나왔다.

대공의 다리는 썩어 들어가 잘려나간지 오래다. 나무 의족으로 된 오른쪽 다리를 능숙하게 다루며 대공이 홀에 앉았다.


"파발이 왔다고."

"급보랍니다. 이리 들여라!"


대문이 열리며 어깨에 대공의 깃발을 꽂은 파발이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들었다.


"대공, 큰일났습니다. 루센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대군입니다."

"루센이?"


천하의 대공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루센이 그의 첫 영지이기는 하지만 본거지는 아니었다. 저들이 루센을 치는 것으로, 왕명을 내려 정규군을 동원할 명분이 생겼다.

이건 바둑으로 치면 귀퉁이 하나를 내주고 대마를 잡는 형국이다.


"모르겠군. 루센에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지?"

"저들이, 저들이 웬 벙어리 하나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름이 대공과 같습니다. 그 자가 진짜 대공이랍니다."


실소를 흘리던 대공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버렸다. 벌떡 일어선 대공의 외눈에서 강렬한 분노가 흘렀다.


"지금 무어라고?"

"그 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습니다. 대공의 문양입니다. 그게 진짜 징표라고, 대공이 가진 것이 거짓이라고 소리치면서. 대공이 사실은...... 천민의 자식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이, 이,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대공의 쉰 목소리가 용울음을 토했다. 천하의 그도 지금만큼은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벌써 외성이 무너졌습니다. 저들이 루센에서 증인과 증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심. 정규군을, 정규군을 동원하라. 명분은 내게 있어 동원할 수 있다!"


"대공 늦습니다. 아시잖습니까. 회의가 내일입니다. 저들이 판을 뒤집을 확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움직이지 않았을 겁니다!"


대공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칼을 뽑았다.


"아퀴네스 블란츠를 보내라! 그 놈들을 모조리 도륙해버려."

"옛 대공!"


카심이 대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그 순간이었다.


"잠깐!"


대공은 마음을 고르며 의자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둔탁하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걸렸다.

가슴 한 켠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머리 속을 잠식해갔다.


"카심 네가 직접 가라. 가서 병사들은 모조리 죽이고 수괴는 살려서 직접 내 앞에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그 뒤로 대공은 오래도록 그 곳에 앉아 그 샛노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불길함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한 밤중에 횃불이 올랐다. 족히 수백개는 될 법한 횃불이 여관 주변을 대낮처럼 밝혔다.

아퀴네스 블란츠가 완전무장을 한 채 말에 오르고 그 선두에 카심이 섰다.


"루센까지 두 시간, 멈추지 않고 달린다!"


백마를 탄 1천기의 기병은 그렇게 썰물처럼 산길을 내려갔다. 온 산이 말발굽 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숨어 있던 살라도르의 눈에 희열이 맺혔다. 되었다, 가장 힘든 과정이 끝났다.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대공과, 이 시대에 결착을 낼 순간이.


아퀴네스 블란츠가 멀어지기까지 한시간 반을 끈기있게 기다린 살라도르는 마침내 칼을 뽑았다.


"말에 올라라. 결행이다!"


달 그림자에 숨어 있던 1천 5백의 병력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갈을 물린 말이 투레질을 치고 잿빛 검이 뽑혔다. 목표는 대공의 목.


크로이츠가 자신의 언월도를 꺼내들었다. 자리프 2세가 창을 쥐었다.


"가자!"


작가의말

롤하다가 그만... 조금 늦었슴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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