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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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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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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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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공의 난 # 1

DUMMY

모의 - 1


대공의 호위기사 크롬웰 경이 대공의 암살에 실패한 그날 새벽, 궁정은 분주히 돌아갔다. 대공과 척을 진 왕국 전통의 명문, 19명의 대영주가 고개를 숙이고 지하 밀실에 모였다.


"이틀, 그 안에 못 죽인다면 우리가 죽습니다."

"그 것도 낙관적인 말임을 아시오? 회의까지 이틀 안에 대공을 죽이고 회의장에 서 있는 그의 아버지까지 죽여야 우리가 살 수 있소!"

"만약 대공을 죽여 그를 대수장만석회의에 참석 못하게 한다 해도 그의 아비가 살아있다면 모든 힘은 아비가 승계하겠지."

"죽여야 하오. 둘 모두!"


원탁에 모인 귀족들의 모습은 다급했고,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모두 범상치 않은 권력자들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자는 둘이었다.

작은 금관에 정장을 입은 남자는 대대로 유서깊은 명문 연 가문의 영주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왕실 법무차관을 맡은 바로 연 대신이었다.

대공에 필적하는 정보망을 가진 실세 중의 실세였다.


또 한명은 장포를 걸쳤다. 동대륙의 흑비단에 짜인 황금 머리 늑대. 왼쪽 눈에 검상이 다부진 바로 이 사내는 2만 명의 국경 수비대를 턱짓 하나로 움직이는 국경수비대 대장 자리프 후작 2세.

대공과 대립하는 군권의 핵심이었다.


그 밖에도 왕국에서 내로라하는 대영주들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 대영주 열 아홉, 대공과 적대하는 모든 세력은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용히 좀 하시오! 누가 이틀 안에 대공을 죽여야 한다는 걸 모르겠소? 크롬웰 경이 잡혀들어간 순간부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소. 그가 대수장만석회의까지 이틀을 버틴다고 했소. 지금은 대공을 죽일 전술을 짤 시간이오!"


찡그린 이마를 짚고 있던 자리프 2세가 호통치자 장내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금관을 쓴 푸른 머리의 연 대신은 한숨을 짙게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병력이 너무 부족하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의 주변 경계는 철통이라는 말로도 부족하오. 우리가 가진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소이다."


"연 대신, 우리는 지금 결행을 준비하고 있소! 해야만 하는 일이란 말이오. 언제까지 그런 비관적인 말로 승산만 점치다가 끝낼 거요? 시대는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 그따위 말로 우리의 투지를 꺾지 마시오."


"내가 거느린 첩보대가 물어온 서찰을 보고 나서도 자리프 2세께서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하군. 바로 어제, 마침내 그의 호위병력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소. 여기 그 목록이 있소이다."


금관을 쓴 푸른머리의 연 대신은 품 속에서 빳빳한 양피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의 직책은 모두들 알 것이오. 루바니엘, 루센, 비블리오덴의 세 도시의 영주이며 대공의 신분으로 왕실행정총관에 수석법무대신 겸 수도근위대총관까지 겸하고 있소."

"모두 아는 얘기는 접고 시작하시오. 대수장만석회의까지 천년 만년 남은 줄 아시오?"

"모르는 분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연대신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종이에 적힌 목록을 하나하나 불러나갔다.


"정복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났소. 그 동안 그가 루바니엘과 비블리오덴, 루센 세 영지에서 양성한 병사만 7천이오."

"치, 칠천!"

"놀랄 것 없소. 이건 예비병력이니까. 세 도시를 지키는 수비병력은 포함시키지도 않았소. 하지만 원거리 호위에는 대동되지 않는 병력이니, 대공이 움직일 때를 노린다면 무시해도 좋을 것이오. 대공의 아버지가 살아남는다면 결국 이들도 상대해야 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시오! 그래서 호위병력이 얼마란 거요?


"원거리 호위에 항상 동원되는 일천 기의 기병. 모두들 아실거요. 정복전쟁에서 대공의 기병대가 어떤 위용을 떨쳤는지! 국왕 폐하께서 친히 이름을 지어주셨지. 바로 신의 창, 아퀴네스 블란츠요. 우리 최대의 적이지."


연 대신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는 시작이요. 정예 병력은 따로 있소. 정복전쟁부터 그의 곁을 따라다녔던 100명의 정예 호위기사. 그리고 그가 수도근위대총관으로 임명되면서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 또 다른 100명의 기사까지. 왕실에서 내로라하는 검객이란 검객은 모두 이곳에 속해 있소."


연대신이 양피지의 밑을 계속 읽어나가자 자리프 2세는 비명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아직도 남아있소?"


"나머진 얼마 안 되지만 최정예요. 모두들 아실 거요.

정복한 팬크라프트 국의 최고의 기사 오르카시엄 경이 그의 휘하에 있소. 용의 화신. 화살도 뚫지 못하는 용의 몸을 가진 그 괴물은 단신으로 100명의 기사를 상대한다고 하지.

대공은 그를 수하로 들일 때 천하에 다시 없을 환대를 하며 그에게 황금 일천 냥과 황금 갑옷, 그리고 대저택 다섯 채와 하인 백 명을 하사하였소."


"오르카시엄이라면 우리에게도 대항마가 있소. 우리 쪽에서도 최강의 검술사를 준비할 것이오."

"그렇다면 다행이오. 하지만 마법사는 어찌할 것이오? 천둥신의 아들 제르살바오가 그의 휘하에 있소. 마법 흉내나 내는 풋내기가 아니라 진짜 마법사!

알프헤임에 단 셋만 있다는 마법사 중 하나가 바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소. 그리고 암살에 대비해 특급 어쎄신 20명이 그의 주위에서 잠복하고 있지. 그의 호위는 이것이 끝이오."


연대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웅성거리던 방 안의 목소리도 전부 사그러들었다. 모두들 할 말을 잃고 전의조차도 잃어버렸다. 기세 좋던 자리프 후작 2세마저도 씩씩거리기만 할 뿐, 더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정말 가능할까요?"

"나약한 소리!"


누군가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에 자리프 2세는 발작적으로 윽박질렀지만 그로서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리의 병력은 총 얼마나 되오? 연 대신, 우리의 세가 한 번 꺾였다고는 하나 대영주 셋이 더 가담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하지 않았소?

"자리프 가문, 연 가문이 주축이 되어서 총 열 아홉의 영주가 모였소. 기사 412명, 그리고 기병 1120기 그리고 병사 6천이 있소.


"기사 사백에 기병 일천이라. 그가 성 밖으로 나와준다면 승산이 없지는않겠군.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모은 병사들이라서 기사는 몰라도 기병은 아퀴네스 블란츠와 맞붙으면 무참하게 박살이 날 텐데......."


자리프 2세는 미간을 짚고 붉은 머리를 휘휘 흔들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계산이 나오질 않았다. 양이면 양, 질이면 질 모두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전투의 프로페셔널인 기사는 그렇다 쳐도 19명의 영주가 모은 오합지졸 기병들이 신의 창 아퀴네스 블란츠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은 국경수비대 대장인 자리프 2세가 가장 잘 알았다


"국경수비대를 동원하면 어떻습니까? 자리프 2세의 휘하에 있는 자들 아닙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만 대공이 손을 썼소. 제국이 국경선에 병력들을 전진배치했소. 우리 쪽에서 움직인다면 그대로 밀고 들어올 것이오."

"정말 지독한 위인이군."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밀어 붙이거나, 아니면 크롬웰 경을 믿고 거사를 미뤄야 할 것......"


크게 한숨을 쉬며 자리프 2세의 입에서 포기를 선언하는 말이 나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들의 밀실이 활짝 열렸다. 모든 대신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고, 후광과도 같은 빛의 파도가 그 곳에 가득 찼다.


"거사를 미룰 순 없습니다."

"누구냐!"


자리프 2세는 소리치는 것보다 빠르게 검을 뽑아 탁자를 밟고 날아 단숨에 불청객을 베었다. 실로 맹호와도 같은 일격! 사선으로 내리쳐진 철검이 새어들어온 빛과 바람마저 양분하며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허어!"


뒤에서보는 이에게 탄성이 나올 정도로 신속하고 무시무시한 검격! 하지만 목표물의 뒤에서 뻗어 나온 서릿발 같은 검격이 자리프 2세의 검을 거칠게 마중했다.

불똥이 튄 순간에 한 발자국 물러선 자리프 2세의 허리춤에서 빛살 같은 검격 세 번이 연이어 쏘아졌다.


그의 검을 막은 자는 거구의 기사였다. 둘은 다섯 초를 세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공방전을 펼치며 철검을 맞댄 채 서로를 물어 뜯을 기세로 대치했다.

문을 열어 젖혔던 젊은이는 이 대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거 환대가 너무 과하십니다. 루바니엘 대공은 오르카시엄에게 황금 천 냥을 주었는데 저에겐 서슬퍼런 칼날만 주시는겁니까?"

"때맞춰 왔군. 잘 되었다, 잘 되었어."

"연 대신! 이 자가 대체 누구요!"


연대신의 입에 웃음 꽃이 핀 것과는 대조적으로 검을 맞댄 자리프 2세의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검을 맞댄 거구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밀실에 나타난 자는 둘이었다. 시원스런 갈색 머리의 청년과 그의 뒤에 시립한 기사.


"바로 저들이 대공의 숨통을 끊어 놓을 나의 비수가 될 것이오. 모두들 들으시오, 저들은 3년 전부터 대공의 심장을 찾아온 나의 동료들이오. 인사하거라 살라도르. 그리고 기사 크로이츠 경."

"인사는 됐습니다. 고작 숫자 놀음에 겁부터 잡아 드신 분들께 뭘 그리 거창한......"

"뭐라? 새파랗게 어린 놈이 말만 번지르르 하구나. 이 나라 대영주의 7할이 모였어도 그의 세력을 따라갈 수가 없는데 네깟 놈이 무얼 안다고 설치느냐!"


자리프 2세는 맞댄 칼을 살라도르의 목젖에 가져다 대었다. 명검과 살기가 서슬 퍼런 기세를 피워올렸지만 젊은 살라도르는 그를 깡그리 무시한 채 터벅 터벅 걸어갔다.

그는 밀실의 가장 상석에 가 탁자 위에 걸터앉아 연 대신의 양피지를 집어들었다.



"탁상공론 탁상공론. 참 대단하십니다. 이런 쓰잘데 없는 걸 조사하신다고 애참 많이 쓰셨소."


살라도르는 양피지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모두들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가 첫째요, 이 남자의 자신감이 지나쳐서가 둘째 이유다.


"모두들 정답을 말해 놓고도 답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대체 어떤 계획을 짰습니까?"

"자리프 공, 말씀해 주시게."


연대신이 재촉하자 자리프 2세는 탐탁찮은 얼굴로 칼집에 칼을 집어넣고 입을 열었다.


"대공을 죽이는 건 도시에선 불가능하다.

7천 이상의 주둔군이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들은 원거리 호위엔 대동되지 않으므로 그가 이동하고 있을 때가 적기다.

지난 8년 간, 대공이 대수장만석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들리던 온천이 있다. 수도 인근의 커다란 온천 여관이지. 대공도 기사들도 그곳의 온천욕을 즐긴다더군.

그 때가 유일하게 대공의 호위가 약해지는 순간이다. 기사가 말에서 내리고, 갑옷을 벗고 칼을 버린 순간에 기병과 기사로 몰아친다.

궁수대는 퇴로에 숨겨둬 불화살로 온천을 불태우고 보병들로 주위를 포위해 섬멸한다. 이게 내 계획이다."


자리프 2세는 다혈질에 단순한 인물이었지만 군사적인 재능은 비범했다. 그는 국경수비대의 후계자로 키워졌고, 검술은 특히나 대단해서 오르카시엄과 대적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아까 그가 언급한 최강의 검술사, 오르카시엄의 대항마란 본인을 일컫는 것이었다.


"제법 훌륭하지만 정답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분명 자리프 경은 이렇게 말했죠. 원거리 호위엔 7천명의 병사를 대동하지 않는다."

"분명 그리 말했다!"

"왜 이 단순한 생각을 하지 못합니까? 그럼 나머지도 떨어트려 버리면 되는 겁니다."

"뭐라?"


실로 3년 동안 감춰온 의미심장한 미소를 비로소 미음껏 내보이며 살라도르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목에 칼이 들어왔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여기, 3년을 찾아 헤맨 루바니엘 대공의 심장을 찌를 비수가 있소."


그가 꺼내든 것은, 아무런 특징도 없이 금으로 도금된 나비 모양의 목걸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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