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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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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4.12.03 18:02
최근연재일 :
2014.12.13 18:3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896
추천수 :
57
글자수 :
59,495

작성
14.12.06 19:12
조회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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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대공의 난 # 4

DUMMY

기습 - 1


살라도르가 기다린 순간은 수문장 오르카시엄이 갑옷을 벗고 온천에 들어간 바로 그때였다.


"가자, 누구든 대공의 목을 딴 자는 도시 하나를 갖게 될 것이다"

"쳐랏! 전원 돌격!"


숨어 있던 1천 5백의 그림자들이 일제히 언덕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연대신, 자리프 2세, 살라도르가 긁어모은 최강의 정예가 오로지 대공의 목을 향해 내달렸다.


"저, 적이다!"

"적들이 쳐들어왔다. 전원 사수하랏!"


자리프 2세는 창을 허공에서 매섭게 돌린 후 가장 선두로 앞질러나갔다. 다리가 부러져라 달리는 말이 오늘처럼 느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나오너라 대공, 이 자리프 2세가 왔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내뜰로 치고 들어간 자리프 2세는 머리 위에서 풍차처럼 돌린 창의 원심력을 그대로 전달해 서 있던 기사의 목을 쳤다.

기사의 목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핏줄기가 솟았다. 자리프 2세는 그 시체를 밟고 매섭게 몰아쳤다.


"방어진을 형성해라, 대문을 지켯!"


대공의 기사들은 과연 대처가 빨랐다. 문 밖에 나와 있는 기사는 대략 50명, 대공이 왕국 각지에서 뽑은 최고의 무인들 답게 칼을 뽑아들고 진을 형성하는 솜씨가 날랬다.


하지만 자리프 2세의 돌진은 그것보다도 빨랐다.


부아아앙


밤바람을 찢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질러진 창이 다음 기사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기사는 이렇게 당할 자가 아니었다. 그는 대공의 기사 중에서도 30위 안에 드는 실력자였지만 자리프 2세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랐다.


"자리프 2세! 국경의 미친 말이 여기까지 왔구나!"


기사들은 욕을 내뱉으며 방패로 성벽을 쌓았다.

말에 올라야 적들과 겨뤄볼 수 있지만 적들의 기습이 너무 빨랐다. 게다가 아직 그들은 상대의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네까짓 놈들로 이 자리프를 막을 줄 알았더냐. 오르카시엄을, 용의 화신을 불러라!"


자리프 2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말을 채찍질 해 방진의 정면으로 뛰쳐들어갔다.

그리고, 일순간 자리프 2세의 몸이 흐릿해졌다. 허벅지로 말 허리를 단단히 조이고, 번개같이 몸을 앞으로 내던지며 온 몸의 힘을 폭발시켜 창 끝 한 점에 집중시켰다.


쐐애액!


폭발음이 들렸다. 방패 하나가 박살이 나며 그대로 기사 하나를 꿰뚫었다. 단단해 보이는 벽도 금만 가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자리프 2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방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말과 창으로 분탕질을 쳤다.


그리고 자리프 2세의 뒤를 따라 30명의 기사가 단단히 고정한 랜스를 겨냥해 그대로 들이받았다.


"크아악!"

"아읍!"


그 맹렬한 랜스 차징에 한순간에 20명의 기사가 피떡이 되어 나가떨어졌다. 말에 탄 기사와 타지 않은 기사의 힘은 몇 배 이상이다.

더군다나 압도적인 병력의 기습! 50명의 기사는 추풍낙엽처럼 휩쓸렸다.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더냐!"


다만 변수는 개개인의 실력이었다. 대공의 기사 자인이 칼을 빼들어 달려오는 말의 다리를 교묘하게 잘랐다. 기수는 머리부터 떨어져 목뼈가 으스러졌다.

뒷춤에 찬 손도끼 두개를 날려 기사 둘의 목에 박아 넣은 자인은 다시 뛰어올라 기병의 목을 치고 자신이 말에 올랐다.


"놈, 제법 겨뤄볼만 하군."


자리프 2세가 다시 말을 달리려는 순간 크로이츠가 그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의 무기는 육중한 언월도였다.

크로이츠는 언월도로 큰 원을 그리며 마치 바람을 모으는 듯 했다. 자인도 그를 보고 마주 달렸다.


"솜씨 한번 볼까."


자리프 2세는 다른 기사를 상대하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남은 30명의 기사들은 모두 그 기습에서도 몸을 뺄 만큼의 실력자들이다.

다만 자리프 2세와는 격이 맞지 않을 뿐이었다.


크로이츠는 한 손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힘을 모은 언월도를 양손으로 잡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질렀다.

그 참격은 처음엔 하품이 날 정도로 느렸고, 중간엔 잔상만 남았으며 끝엔 비치지도 않았다.

자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벼락같은 참격을 검을 가리려 했지만 검과 함께 잘려 두 조각이 났다.


자리프 2세와 크로이츠. 대공의 기사들은 분명 뛰어난 실력자들이었지만 이 두 기사를 막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50명의 기사가 10명으로 주는데 걸린 시간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대문은 열리지 않았다. 살라도르가 뒤늦게 따라오며 소리쳤다.


"마굿간에 불을 질러라. 적들이 말을 탈 수 없게 만들어!"


즉시 횃불이 마굿간으로 던져지며 불길이 피워올려졌다. 말들이 불에 휩싸이며 발버둥쳤다.

수십마리는 불에 타죽고 나머지는 말 그대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1천 5백의 병력이 여관을 둘러쌌다. 물 샐틈하나 없는 대치 속에서 침묵이 이어졌다. 살라도르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 모든 병력이 평민 살라도르의 손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공, 대공! 적들이 쳐들어옵니다. 대군입니다!"


문을 틀어막고 들어온 기사의 말에 홀이 진동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던 기사들이 알몸으로 뛰쳐나와 갑옷을 입었고 식사하던 기사들이 테이블을 엎어 대문 앞에 바리게이트를 형성했다.


"적들의 수는 얼마나 되느냐?"

"추정 불가입니다. 최소한 1천 이상, 그것도 모조리 기사와 기병으롭니다!"


기사의 보고에 방어진을 형성하려던 기사의 움직임이 그자리에서 멈췄다.

일천이라니, 그것도 전부 기사와 기병으로 이뤄진 정예 병력이라니. 전투의 프로페셔널인 기사들조차 앞날이 막막했다.


저 병력은 적들이 지금껏 그 수모를 당하면서도 악착같이 모아온 정예 병력임에 틀림 없었다!


"대, 대공 일단 퇴각 하시는 것이."

"상대가 너무 많습니다. 저희가 뒤로 길을 뚫어보겠습니다."

"대공!"


기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보려고 절박하게 대공을 찾았다. 대공은, 그 와중에서도 홀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기사들의 외침이 절규로 뒤바뀔 즈음,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황하지 마라 이 멍청한 놈들!"


대공의 쉰 목소리가 홀에 우렁우렁 울렸다. 그 시끄러운 수라장을 뚫고 기사들의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킬 만큼, 대공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퇴로는 끊겼다. 마굿간이 불탔으니 걸어간다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하지. 그렇다고 적들을 이길수도 없다. 다섯 배도 넘는 병력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지."

"대공!"


대공의 말은 계속해서 상황만 악화시켰다. 기사들의 눈에 점점 불신이 생겼다.


"작심을 한 모양이야. 자리프 2세가 직접 왔겠군. 연 대신과 대영주들도 모든 병력을 집중시켰을테고. 제아무리 내 기사단이라고 해도 도무지 못버티겠군."

"대공, 어찌!"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대공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절뚝이며 한 발 걸어나간 대공에게 서릿발같은 기세가 흘렀다.


"그러니 싸워라. 퇴로가 없으니 물러서면 죽는다. 도망치다 개처럼 죽을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살 것인가!"

"뫼시겠습니다."


대공 직속의 호위기사가 칼을 뽑아 들고 대공의 앞에 무릎 꿇었다.


"창문을 열어 독수리를 날려라. 신호탄도 쏘아올려라. 아퀴네스 블란츠를 불러들인다! 아퀴네스 블란츠가 돌아오는데까지 2시간, 이 정예 병력으로 두시간을 버티지 못하는가!"

"아닙니다!"

"버틸 수 있습니다!"


기사들의 목소리에 점점 희망이 실리기 시작했다. 대공에게는 정치가의 힘이 있었다. 남들을 지배하고, 남들을 따르게 하는 카리스마와 언변!


이것이야말로 다리를 절어 칼질도 못하고 흉측한 얼굴로 경멸을 받았던 천민이 대공의 자리에까지 오른 힘이었다.


"녀석들이 마굿간을 태웠지? 잘 되었다. 한 밤중에 산 중턱에서 불이 났으니 천리 밖에서라도 보일 거다.

아퀴네스 블란츠가 이 불을 보고 돌아오면 빠르면 한시간 반만 버티면 된다. 밖에서 버텨주고 있다. 모두 갑옷을 입어라. 방어진을 세워라!"

"옛 대공!"


대공은 다시 자리에 앉아 차를 한잔 마셔서 목을 축였다.


"그리고 저 파발의 목을 쳐라. 저 놈은 적들의 끄나풀일게다."


성난 기사의 칼에 파발의 목이 분리되어 짓밟혔다.


"차를 한잔 더 내오거라. 그리고....."


대공은 기사들에겐 보이지 않던 강렬한 살기를 담아 말했다.


"오르카시엄을 불러라."





"살라도르, 다음 지시를 내려주게."


연 대신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이다. 아까 여관 창문에서 독수리가 날았고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이제 시간 싸움이었다. 아퀴네스 블란츠가 돌아오기까지 대공의 목을 따야한다!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오고 있습니다."


뒤에서부터 기병들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틈으로 4기의 기병이 통나무를 밧줄에 매달아 끌고 오고 있었다.


"대문을 공략해라. 그대로 뚫어버려!"


통나무 끝은 날카롭게 갈려 있었고 쇳물이 부어져 파괴력을 늘렸다. 달려온 힘을 그대로 담은 통나무가 대문을 향해 날았다.


쾅!


여관의 문은 성문처럼 단단하지 않았다. 쇠도금을 한 통나무가 들이닥치자 뚫리다 못해 박살이 났다.

안쪽에서 대문을 밀며 버티고 있던 기사 하나가 통나무에 뚫려 그대로 즉사했다.


"이때닷, 랜스로 쓸어버려!"


30명의 기사가 중무장한 채 대문으로 달려들었다. 몇 미터나 되는 긴 랜스가 여관을 헤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대공 측도 만만치 않았다. 빽빽히 세워둔 바리게이트가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앞 대열이 무너지면서 넘어졌다.

기사들은 중무장의 무게에 눌려 반 이상이 즉사했다.


"비켜라, 이 자리프 2세가 길을 뚫겠다!"


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다시 자리프 2세가 달려들었다.

자리프 2세는 한 순간에 힘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고수중의 고수. 몸을 뒤로 숙이며 창대로 전방을 휩쓸자 방패를 든 기사 셋이 그 창격을 막았다.


강렬한 일격에 기사 셋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살육은 없었다.


"제법!"


자리프 2세가 달리던 말의 고삐를 당기자 말이 앞발을 들어올렸다. 철로 덧댄 말편자가 기사 하나를 걷어찼다. 중심을 잃은 대공의 기사가 자리프 2세의 창에 꿰뚫렸다.


자리프 2세의 뒤를 따라 50기의 기병이 들이닥쳤다. 살라도르가 미리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날카로운 시미터와 장검으로 무장시켜둔 난전용 병력이었다.

자리프 2세의 손에 짜릿한 손맛이 일었다.


이겼다!


대문만 뚫고 기병들이 진입하기 시작하면 적들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말발굽에 짓밟히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게 생각했다. 자리프 2세도, 살라도르도.


쐐애액!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들렸다. 자리프 2세가 잠깐 눈을 돌린 그 순간이었다.

바람이 찢어지며 음속으로 날아온 창 한자루가 소리보다 먼저 기병 둘의 몸을 관통했다. 관통했다기보다는 박살을 내며 전진했다.

기병 둘의 갑옷과 뼈와 살을 으스러트리고도 기세등등한 창이 자리프 2세의 얼굴로 날아왔다.


"우웃!"


자리프 2세는 창대를 바람개비처럼 돌려 날아온 창의 궤도를 간신히 틀었다. 힘을 흘렸는데도 돌덩이로 누른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위험, 긴장과 함께 흥분이 짜릿하게 솟았다.


이 천하에 기병 둘을 꿰뚫고도 이런 위력을 내는 창을 던질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나.


"오르카시엄이다!"

"오르카시엄 경."


장내의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대공의 기사들이 하나같이 듬직한 얼굴로 천천히 등장하는 그를 보았다.

누군가가 칼을 들어 그의 이름을 외쳤다. 어느새 150명의 기사가 그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오르카시엄!"

"용의 화신이 전장에 섰다!"


황금 갑주. 오른 손엔 금색 용이 음각된 창, 왼손엔 400년의 역사가 담긴 진홍빛 고검(古劍) 요르문간트 마르지악.


사자의 갈기처럼 산발머리한 금발과 금빛 안광.

자리프 2세는 갑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로 화산같은 열기를 느꼈다. 바로 용의 화신, 오르카시엄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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