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의 난
빗물로 혹은 핏물로 물들었는지 그가 사슬로 묶인 지하 감옥은 습기가 가득했다. 감옥 귀퉁이엔 버려진 빵 덩어리에서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사슬로 묶인 그의 앞엔 식은 화로에 인두가 담겨있다.
"앞으로, 이틀, 이틀, 이틀만."
산발을 한 남자는 사지가 묶인 채로 이틀만을 되뇌었다. 남자의 입술은 걸레가 되어있었다. 그 자신이 만든 상처였다. 달빛이 조금 아래를 비추자 남자의 몸에 새겨진 고문의 흔적들이 드러났다. 남자는 손톱도 발톱도 없었다. 왼 손의 손가락은 마디마디 잘려져 쥐들에게 파먹혔다.
성기는 인두에 지져져 재로 변했고 허벅지 살점도 처참하게 베여져 있었다.
"이틀만 버티면."
남자의 중얼거림이 멈췄다. 감옥 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두명이다. 남자의 눈에 공포가 깃들고 입에선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하 감옥으로 내려온 건 둘이었다. 남자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고문기술자와, 곰의 외투를 걸친 귀족.
귀족은 횃불을 들고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얼마나 걸리겠나."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횃불에 비친 귀족의 눈은 강렬했다. 한 쪽만 남은 샛노란 눈은 짐승의 것처럼 매서웠고 남자를 잡아 찢어 죽일 것처럼 포효하고 있었다.
얼굴도 그에 못지 않았다.
왼쪽 귀는 잘려 있었고 뺨엔 늑대가 할퀸 자국이 패여 있었다. 오른쪽 얼굴 반쪽은 화상이 뒤덮어 눈이 멀어 있었다.
차라리 용병이라고 하면 어울릴 것 같은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알프헤임의 실세 중의 실세. 온 나라의 군권과 재력과 권력까지 한 손에 틀어쥔 대공, 루바니엘 대공이었다.
"필요하다면 이 놈의 자식을 쇳물에 담가버려도 좋다. 아내를 눈 앞에서 태워 죽여도 좋다. 하루 안에 자백을 받아내라."
대공은 그 말 만을 남기고 지하 감옥에서 떠나갔다.
- 작가의말
대공의 난 시작합니다.
이미 완결까지 써둔 상태이므로 하루에 한 편씩 오후 6~7시 경에 연재하겠습니다.
이 글은 11~12편의 짧은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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