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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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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2.04.05 01:07
최근연재일 :
2012.04.05 01:07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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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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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
글자수 :
427,977

작성
12.02.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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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봉황대기 74 - 결승전! 광주제일고 <4> 최강이라는 이름

DUMMY

Chapter 74


아마도 지금까지는 실감이란 것이 없었나 보다.

타석에 들어선 대수 형의 저 늙은 얼굴을 보는 순간 왜인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마치 지금까지 저 타석에서 날 기다려 준 것만 같았다. 대수형과 보낸 2년의 시간, 그리고 형 없이 우리들끼리 달려온 그 짧은 시간 동안.

‘미안해요 형.’

‘……망할 녀석.’

참 신기했다. 배터리여서일까, 대수 형과는 이렇게 마주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갑니다.”

“와라.”

다른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대수 형과 더이상 배터리를 맞출 일은 없겠지만, 그 긴 세월동안 날 기다려 준 대수 형에게 해야 할 일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직구로 갈까?’

형진이의 사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대수 형 상대로 다른 공은 필요하지 않았다. 눈가에 맺힌 작은 눈물 자국을 털어버리고 공을 쥐었다.

눈에는 형진이의 미트에서 번져 나온 스트라이크 존이 똑똑하게 들어왔다.

“하아압!”

그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땅을 찍었다. 대수 형과는 달리지 못한 이 시간들에게 종지부를 찍으며. 찢겨진 바람 사이로 날아간 공이 미트에 꽂혔다.

퍼엉!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고 대수 형은 몸을 떨었다. 느꼈으리라. 이게 내 대답이었다. 청룡기 준결승전에서 데드볼을 던지고 대수 형과 술을 마신 그 날.

목이 터져라 소리쳤던 대수 형의 그 말. 그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었다.

“죄송했습니다, 대수 형.”

내 새가슴에, 이 바보 같은 상처에 형의 2년을 쏟게 해서 미안했어요.

어쩐지 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눈물이 떨어진 것 같은…….

가슴에 남은 잔재를 털어버리듯 기운차게 뿌려대는 공을 대수 형은 치지 못했다. 광진고의 보석이라고까지 불렸던 대수 형이지만 고작해야 2구째에 간신히 스친 것이 전부였다.

퍼어엉!

“스트럭 아웃!”

손을 털며 터벅터벅 물러나는 대수 형을 끝으로 2회가 막을 내렸다.

그 동안 감춰뒀던 숨을 몰아 쉬며 벤치로 걸었다. 후련하면서도 어딘가 착잡한, 묘한 기분이었다.



광진고 벤치가 이례적으로 들떠있었다. 녀석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눈 앞의 광경에 몰두했다.

“자…… 드디어구나!”

“어떻게 될까?”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리는 초등학생들처럼 부푼 마음으로 타석을 바라보았다. 타석엔 4번 강진철, 그리고 넥스트 서클엔 5번 최대호가 올라섰다

“강진철 대 백일현이라…… 여기에 있어도 분위기에 눌리는 것 같아.......”

태경이의 말 대로, 녀석들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모두들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시합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강진철, 그리고 용솟음치는 불길처럼 끝간데 없이 타오르는 백일현.

“플레이!”

심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일현의 그 태양 같은 열기가 강진철을 덮쳐왔다. 동시에 강진철의 배트에선 천하 명검과도 같은 날카로운 기세가 날아 둘은 서로 사납게 헝클어져 싸웠다.

바로 그때 백일현의 다리가 들렸다.

부아아앙, 퍼엉!

잠시간의 정적. 강진철은 답지 않게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고통을 무시하는 것처럼 왼 발을 단단하게 박아 넣고 귀곡성이 흐르는 배트를 총탄 같은 공에 맞춰 날렸다.

“스트-라이크!”

심판의 판정과 함께 강진철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 여기에 있어도 알 수 있었다. 우리들에게 던진 공과는 달랐다

“154km……”

상상을 아득하게 초월한 저 힘에 놀라 잠시 잊고 있었다. 백일현이 절정의 투구를 하는 건 2회를 넘어 5회 언저리까지.

아직 녀석은 제 실력을 다 보이지도 않았다.

“후우…….”

다른 투수들처럼 이를 악 물고 던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무언가 다른 벽이 녀석에게서 느껴졌다. 여유로운 얼굴, 그리고 저돌적인 와인드업 뒤에 이는 작은 태풍.

퍼엉, 미트가 울렸다. 강진철의 배트가 또다시 날았지만 거짓말처럼 공의 하단을 지났다.

“이상해…… 강진철까지?”

“너도 느꼈냐?’

태경이의 의문은 곧 우리 모두의 의문이었다. 아까부터 짜기라도 한 듯이 배트가 공의 밑을 지났다. 맞았다 라고 생각해 돌아보면 미트는 한참 위에 있었다.

강진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녀석이 타석에 왼발을 박아 넣고 평소보다 폼을 크게 잡았다.

‘폼이 커졌군. 있는 힘껏 휘두르겠다는 건데……’

다시 들어올려진 백일현의 다리. 그리고 나와 같은 땅울림 뒤에 이어진 바람을 찢는 투구가 이어졌다!

부아아앙

공은 기염을 토하며 날았고 뒤로 젖혀졌던 강진철의 배트가 기괴한 궤도를 그리며 뒤쪽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교차점이 맞닿는 순간 이 시합 최초로 백일현의 공에 스윙이 닿았다.

따악

“파울!”

미트에 살벌하게 꽂히는 소리만이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가운데 이 타격음은 청량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주먹을 꽉 쥐고 강진철을 응원했다.

“나이스 강진철!”

“멋있다, 힘내라 4번 타자!”

그리고 백일현의 얼굴엔 제법, 이라는 미소가 떠올랐다. 내 피부에 소름이 오싹 돋은 것도 동시였다. 태양처럼 백일현의 주위에서 맴돌던 열기가 녀석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발을 올린 백일현의 와인드 업.

뿌드득!

미소 짓던 강진철이 갑작스레 얼굴을 구기며 식은땀을 흘렸다. 부러져라 배트를 쥐며 백일현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거인의 발자국에 마운드에 찍히며, 바람을 찢어발긴 녀석의 손이 날았다. 그리고 그 시합 최강의 직구가 뿌려졌다.

스…… 파아앙!

어느 시합 어느 화면으로도 잡지 못한 백일현의 직구가 미트를 때렸다. 대수 형마저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위력, 그리고 흔들리는 그라운드의 대기와 떨리는 강진철의 배트.

“이……럴……”

손을 터는 백일현의 위로 전광판에 156km가 떠올랐다. 관중도 해설자도, 심판마저도 이 가공할 위력과 수치에 놀라 숨을 죽였다.

“스, 스트럭 아웃!”

강진철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벤치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고 타석엔 대호에 들어섰다. 바로 그때 눈을 번쩍 뜬 강진철이 소리쳤다.

“조심해라 최대호! 라이징 페스트볼이다!”

뭐……?

모두의 시선이 강진철에게서 최대호에게로 몰렸다. 궁지에 몰린 것처럼 식은땀을 뻘뻘 흘린 대호가 배트를 거세게 휘둘렀다.

부우웅!

하지만 역시나 헛스윙 연발, 그리고 배트는 공의 밑을 지나고 있었다.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강진철에 이어 대호마저 낮은 헛스윙, 이건 확정이나 다름 없었다.

“라이징 페스트볼이라니……”

“프로 최고 선수들이나 던지는 공인데…….”

지금이라도 농담이었다고 말해준다면 허허 웃고 넘어가 버리겠지만 백일현의 공과 대호의 배트가 그 확실한 증명이었다.

부웅, 또다시 대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며 모두의 입이 죽었다.

“마지막이다.”

초지일관 초연하게만 들리는 백일현의 목소리. 그리고 녀석의 손에서 바람이 찢겨지며 155km의 초강속구가 날았다. 마치 공간을 베어내듯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미트 속에 꽂힌 그 직구에 대호는 배트를 채 내지도 못했다.

“스트럭 아웃!”

허무하게 배트를 내린 광진고의 두 핵심 타자의 뒤로 팀원들은 고개를 떨궜다. 그정도로,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 정도의 강자였다 녀석은.

주먹을 꽉 쥐었다. 팀원들과는 다른 이유로 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까부터 녀석에게서 눈이 떠나가질 않았다.

저 모습. 지금 마운드에서 불길 같은 공을 뿌리는 백일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내가 꿈에 그려왔던 이상향과도 같았다. 저 위풍당당한 투지, 불굴의 기세. 언제고 저렇게 되기만을 꿈꿔왔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난 오태오다!’

주먹을 불끈 쥐자 각성한 오른 팔이 파르르 떨렸다.

형진이마저 플라이 아웃 당한 뒤 마운드로 나서는 나 역시 기름 부은 들불처럼 거세게 타올랐다.

광주제일고 대 광진고.

결코 용호상박이라 할 수 없는 위태로운 0점 행진의 연속이었지만 두 승부는 점차 격렬하게, 그리고 나와 백일현의 정면 대결로 변해갔다.


작가의말

늦었는데 분량까지 적어서 죗송합니다. 광주제일고전은 무조건 최고의 퀄리티로 적어내려고 해서 이상하게 꼬일때마다 멘붕이 오네요.
이제 슬슬 아셨겠지만 백일현의 롤모델은 박찬호 선수.... 최동원 선수와 박찬호 선수를 섞어놓은 결과물이랍니다.
그러면 태오는 누가 모델이냐!
..... 없어용.
잡종입니다. 굳이 들자면 일본에 후지카와 큐지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새가슴은 아니지만, 프로 입단 후 4년간 형편없는 부진에 시달리다 폼 교정 후 각성해 일본 최강의 라이징 페스트볼러가 된 선수가 있는데.....
그렇다고 이 선수가 모델은 아니고, 그냥 참조한 정도입니다. 성격은 작가를 토대로 만들어지고, 새가슴에 공은 빠른 투수! 정도랄까요.
..... 잡설이 길었네요. 3.1절도 있고 하니 다, 다음편은 최대한 빨리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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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봉황대기 78 - 결승전! 광주제일고 <8> 불운 +12 12.03.17 2,366 25 15쪽
78 봉황대기 77 - 결승전! 광주제일고 <7> 조그만 결의 +15 12.03.16 2,255 25 15쪽
77 봉황대기 76 - 결승전! 광주제일고 <6> 회광반조 +11 12.03.10 2,318 21 11쪽
76 봉황대기 75 - 결승전! 광주제일고 <5> 맹독의 전초 +12 12.03.06 2,534 26 10쪽
» 봉황대기 74 - 결승전! 광주제일고 <4> 최강이라는 이름 +13 12.02.29 2,815 27 8쪽
74 봉황대기 73 - 결승전! 광주제일고 <3> 격돌 +9 12.02.25 2,721 19 13쪽
73 봉황대기 72 - 결승전! 광주제일고 <2> 괴물의 힘 +12 12.02.22 2,61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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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봉황대기 67 - 아버지... +6 12.02.09 2,525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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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봉황대기 65 - VS 대명고 終 +11 12.02.06 2,737 2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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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봉황대기 53 - 조약돌 +9 11.12.28 2,741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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