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완결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2.04.05 01:07
최근연재일 :
2012.04.05 01:07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326,382
추천수 :
1,751
글자수 :
427,977

작성
12.01.07 12:47
조회
2,666
추천
15
글자
10쪽

봉황대기 55 - VS 대명고 (2)

DUMMY

Chapter 55


왜일까, 기묘하게도 몸 구석 구석에서 거대한 기류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직 뱃속에 꽈리를 틀고 있는 무거운 기류가 조금씩 흐르며 몸 안의 감각을 일깨웠다.

후욱…….

뭉쳐있던 숨을 뱉었다. 눈을 뜨자 그라운드에 한꺼번에 시야로 몰려들었다. 분주하게 수비 위치로 선 팀 메이트들, 어깨와 허리를 돌리며 타석으로 오르는 타자.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미트를 내미는 형진과 벤치에서 쑥쓰럽게 응원하는 한수연까지.

“플레이!”

시합 개시! 좌타석에 오른 대명고 1번 타자 박성조가 녹색 배트를 들었다.

“대명고에서 주의할 건 이 1번과 클린업 세명…….”

물론 모든 타자들이 월등할 테지만 특히 이 네명은 4번 타자를 대한다는 기분으로 던져야 했다.

‘외곽 낮게 빗겨내 보자!’

형진이가 잘 알아듣고 외곽 낮게 미트를 댄 순간 바람같이 와인드 업 했다. 유니폼이 흩날리며 작은 궤적이 쏘아졌다!

쐐애액!

높은 곳에서 흐름을 타며 존 하단으로 찍어내리는 직구! 내가 타석에 있어도 감히 친다 장담하지 못할 공이 매섭게 틀어박혔다.

터업!

“볼!”

“오케이, 나이스 볼!”

“그래. 근데 막상 볼로 넣고 나니 아쉽네?”

형진이와 농담을 주고 받을 여유까지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엔 아버지의 조약돌, 강진철의 다리 문제로 굳어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오니 달라졌다. 그라운드에 흐르는 긴장, 팽팽한 분위기에 몸을 맡겨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차합!”

다시 폭발적으로 쏘아진 공이 존을 뚫었다. 미트를 후려치듯이 꽂히며 송진가루를 은은하게 피워올렸다.

“스트-라이크!”

최고 구속 144km가 전광판에 떠올랐지만 타자는 놀라지 않았다. 평소에도 대명고 투수들의 공, 특히 김광호의 공을 많이 봐 왔을 테니 이정도 구속으론 놀라진 않는 다는 건가?

‘체인지업 가자 태오야.’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체인지업 그립을 쥐었다. 응암고때 깨달은, 채찍처럼 손 끝에서 채는 감각! 지문의 한 올까지 느껴지며 체인지업이 날았다.

부웅 쐐애액!

허공에 붕 뜨며 급속하게 가라앉는 체인지업, 그리고 질풍처럼 터져나온 스윙! 박성조의 배트는 과연 빠르고 강렬했지만 미꾸라지처럼 솟았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단박에 쳐 낼 수는 없었다.

“스트라이크!”

“워, 제법인데?”

“그럼 제법이지!”

그리고 넌 끝이다! 내 결정구 컷 페스트볼이 손끝에서 날카롭게 터져나왔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예리하게 빠져나가는 커터!

그 커터를 본 순간 박성조의 몸이 반박자 먼저 나섰다. 좌타자기에 외곽에서 몸쪽으로 파고드는 커터. 그 타이밍에 소름이 돋을 만치 정교한 움직임을 보인 배트가 정확히 걸려 있었다. 박성조의 매서운 눈이 배트를 치는 순간까지 공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따악!

“세컨!”

유격수 황기철과 2루수 김석곤이 동시에 몸을 날렸지만 타구는 정확히 2루를 갈랐다. 분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안타였다.

“과연 대명고, 어지간한 백상고 타자들도 모조리 아웃 당한 커터인데 집념으로 쳐 내는 군.”

공을 끝까지 봐라.

타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충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치는 그 순간까지 평정, 침착을 유지해야 가능 한 일. 헌데 박성조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끝까지 관조하듯 공을 잡아냈다. 대단한 녀석이었다.

“자 이어 갑니다!”

1루엔 1번 타자 박성조, 그리고 2번 이성호가 이어서 타석에 섰다. 몇 달 전이었던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청룡기 결승전을 보러 갔을 때도 2번을 맡았던 녀석이었다.

‘2번은 대체로 발이 빠르고 번트, 컨텍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지.’

두번째 1번 타자라고도 불리는 2번의 자리를 대명고에서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면 120% 자기 몫을 해내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이성호가 자세를 슬며시 낮추며 번트 자세를 취하려 했다. 그 동작이 제법 능숙했다.

‘하려나? 아니면 페이크?’

때마침 형진이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사인을 보내 왔다.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는 커터로 갈까?’

‘잠깐…… 혹시 커터를 던지게 하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어.’

어지간한 학교라면 힘으로라도 밀어부치겠지만 상대가 상대!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일단 외곽으로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코스를 잡았다.

“차합!”

매섭게 쏘아진 공! 하지만 손 끝에 남은 아쉬운 감각이 제구 미스를 알려주고 있었다. 존에서 공 두어개 빠진 코스로 빠져버렸다.

“볼!”

“후우…… 좀 긴장했나?’

1루에서 큰 폭으로 리드한 박성조의 움직임도 신경쓰였다. 형진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앞으로 발을 내딛는 척 하면서 몸을 1루로 향하고 견제!

“세이프!”

재빨리 견제구를 던져 봤지만 역시나 세이프. 대명고 1번 타자답게 주루 플레이가 능숙했다. 제법 큰 폭으로 나가 있었으면서도 여유롭게 들어오는 모습이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볼을 던지면 위험하고 그렇다고 뺼 수도 없고. 곤란한데?”

아직은 뻐근함이 남아 있는 어깨를 살살 돌리며 다시 공을 쥐었다. 카운트 0-1.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못 잡으면 골치 아프게 된다.

“곤란할 때는 역시……!”

가장 자신있는 직구! 형진이의 미트가 내밀어진 순간 튕기듯이 뒷발을 차며 퀵 모션으로 공을 뿌렸다.

쐐애액!

묵직한 직구가 날아오는 순간 이성호가 배트를 바로 쥐었다. 그리고 재빠른 테이크 백과 스윙!

따아악!

다급하게 터져나왔음에도 그림 같은 폼, 그리고 대쉬를 끊은 박성조와 이성호. 초반부터 닥쳐온 위기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1루 베이스 커버 들어가!!”

2루수 김석곤이 내야 한가운데를 뚫는 타구를 번개같이 점프 캐치해 냈다. 라인 드라이브 성의 직선 타구를 놀랍도록 정확히 잡아낸 김석곤이 바로 황기철에게 공을 넘겼다.

“합!”

녀석의 능숙한 송구. 타구가 잡힌 순간 2번 이성호는 아웃, 그리고 급하게 2루로 뛰어들던 박성조는 유격수 황기철에 의해 역시 아웃 처리되었다.

“나이스 병살!”

“멋있었다 김석곤 황기철!”

녀석들이 함박 웃음을 터트리며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이제 보니 정말 제법이었다. 예전엔 시합이라는 분위기에 눌려 제 실력은 커녕 미스만 연발하던 녀석들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능숙한 병살 처리를?

“자, 흐름 탔어! 1회는 가볍게 끝내버리자!”

기운찬 한 마디였지만 난 온 몸의 감각을 끌어올리며 숨을 골랐다. 이제 드디어, 드디어 등장이다. 광주제일고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는 대명고 클린업 트리오!

임혁! 그가 타석에 올랐다.

‘저자가 바로 임혁이로군.’

서운고와의 3회전에서 무시무시한 수비력을 보여줬던 그 타자.

첫 인상은 아주 과묵해 보이는 남자였다. 굳게 다문 입, 칼 같이 다듬어진 근육과 기세. 시원시원한 콧대와 눈매에서 패기가 절로 흘러나왔다.

‘이 사람이 3번이라고……?’

넥스크 서클에서 대기하고 있는 4번에 대한 불안이 치밀었다. 3번 타자가 이런 강렬한 기세를 보이면 대체 4번은 얼마나 대단한 거지?

‘과연 대명고…….’

최고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임혁은 배트를 들어올려 폼을 완성한 채 짧게 읊조렸다.

“와라.”

“갑니다.”

임혁 상대론 초구부터 커터! 쐐애액,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화살처럼 쏘아진 커터가 우측으로 꺾였다.

따악!

하지만 동시에 휘둘러진 임혁의 배트는 여유로운 폼으로 간단하게 커트해 냈다. 타구는 포수 뒷 편으로 멀리 튕겨나갔다.

“파울!”

‘역시. 이 타자는 코스나 힘으로는 잡을 수 없어. 잡으려면 타이밍이다!’

방금 던진 커터는 스트라이크 존 끝에 걸치는 아주 날카로운 코스였다. 그걸 무리 없이 커트해 낼 정도라면 코스로 잡기는 힘들다고 봐도 된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일단 한 번만 더. 안쪽 볼이 되는 코스로 찔러보고 싶어.’

‘네 뜻대로.’

형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숨을 들이쉬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면, 조금의 제구 미스면 바로 장타가 나오는 인 코스! 그것도 임혁을 상대로다.

‘날 믿고 던지자.”

“하아압!”

굳게 내딛은 다리, 허벅지에 걸리는 몸의 하중. 그리고 그 순간 모래를 차는 뒷 발과 한껏 돌린 어깨에서 터져나오는 페스트볼!

쐐애애액

보나마나 144km, 내 최고 구속에 제구도 완벽했다. 이건 못 친다!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귀에서 깎아지르듯이 내려온 임혁의 배트가 파고드는 직구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저, 저런!”

따아악!

공을 배트로 끌어 던진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의 절묘한 배트 컨트롤. 타구는 좌측 라인으로 쏘아졌지만 간발의 차로 파울 라인 바깥 쪽으로 빗겨나갔다.

“파울!”

“이건 완전 괴물인데……?”

내 생전 저렇게 날카로운 궤도는 처음 보았다. 타격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대수 형도, 장태인 선배도 불가능한 배트 컨트롤. 오른 팔이 조금씩 미미하게 떨렸다.

‘그래도 다음 공으로 끝이다.’

커터와 직구. 둘 다 140km 언저리의 속구였다.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체인지 업 그립을 쥐었다.

이 타자만 잡으면 된다! 임혁만 잡으면 쓰리 아웃 체인지. 하지만 여기서 얻어 맞는다면 다음은 공포의 4번 타자 등장.

입술을 꽉 깨물고 정면을 응시했다. 임혁의 차분한 기세가 어쩐지 마음이 걸려왔다.

"차합!"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봉황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3 Epilogue +76 12.04.05 2,714 52 10쪽
82 봉황대기 최종화 +17 12.04.02 2,920 36 22쪽
81 봉황대기 80 - 결승전! 광주제일고 <10> 터널의 끝 +19 12.03.26 2,462 28 15쪽
80 봉황대기 79 - 결승전! 광주제일고 <9> 종막을 눈앞에 두고 +12 12.03.21 2,216 25 15쪽
79 봉황대기 78 - 결승전! 광주제일고 <8> 불운 +12 12.03.17 2,366 25 15쪽
78 봉황대기 77 - 결승전! 광주제일고 <7> 조그만 결의 +15 12.03.16 2,255 25 15쪽
77 봉황대기 76 - 결승전! 광주제일고 <6> 회광반조 +11 12.03.10 2,318 21 11쪽
76 봉황대기 75 - 결승전! 광주제일고 <5> 맹독의 전초 +12 12.03.06 2,534 26 10쪽
75 봉황대기 74 - 결승전! 광주제일고 <4> 최강이라는 이름 +13 12.02.29 2,814 27 8쪽
74 봉황대기 73 - 결승전! 광주제일고 <3> 격돌 +9 12.02.25 2,721 19 13쪽
73 봉황대기 72 - 결승전! 광주제일고 <2> 괴물의 힘 +12 12.02.22 2,615 18 12쪽
72 봉황대기 71 - 결승전! 광주제일고 <1> 이곳에 서서 +15 12.02.18 2,764 19 9쪽
71 봉황대기 70 - 꿈의 무대로 +9 12.02.16 2,761 17 11쪽
70 봉황대기 69 - 매듭 +5 12.02.15 2,367 17 11쪽
69 봉황대기 68 - 파워 진통제 +10 12.02.12 2,551 21 15쪽
68 봉황대기 67 - 아버지... +6 12.02.09 2,525 19 14쪽
67 봉황대기 66 - 노을은 밝건만 +12 12.02.08 2,724 18 8쪽
66 봉황대기 65 - VS 대명고 終 +11 12.02.06 2,737 22 17쪽
65 봉황대기 64 - VS 대명고 (11) 누가 비극을 바랬나 +10 12.01.30 2,696 22 16쪽
64 봉황대기 63 - VS 대명고 (10) 무제 +4 12.01.30 2,540 15 8쪽
63 봉황대기 62 - VS 대명고 (9) 각성! +8 12.01.26 2,740 23 12쪽
62 봉황대기 61 - VS 대명고 (8) 안돼 +4 12.01.25 2,612 15 12쪽
61 봉황대기 60 - VS 대명고 (7) 힘 +5 12.01.17 2,642 17 12쪽
60 봉황대기 59 - VS 대명고 (6) 등장 +9 12.01.15 2,568 20 11쪽
59 봉황대기 58 - VS 대명고 (5) 최대호 +4 12.01.14 2,694 12 12쪽
58 봉황대기 57 – VS 대명고 (4) 끊겨버린 기억 +7 12.01.12 2,676 16 9쪽
57 봉황대기 56 - VS 대명고 (3) 이변 +9 12.01.10 2,669 14 9쪽
» 봉황대기 55 - VS 대명고 (2) +7 12.01.07 2,667 15 10쪽
55 봉황대기 54 - VS 대명고(1) +8 12.01.04 2,675 17 12쪽
54 봉황대기 53 - 조약돌 +9 11.12.28 2,741 1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