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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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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2.04.05 01:07
최근연재일 :
2012.04.05 01:07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326,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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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
글자수 :
427,977

작성
12.01.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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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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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봉황대기 56 - VS 대명고 (3) 이변

DUMMY

Chapter 56


따아아악!

귓가에 울리는 먹먹한 굉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리곤 희미하게 뜬 눈에 비친 것은, 질주하는 임혁과 하늘 높이 뻗은 하얀 궤적.

덜컥, 정신이 돌아왔다. 위기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잡아아아아아!!”

“뛰어 성래야. 펜스 앞 직격이다!”

가열차게 쏘아진 타구는 펜스 앞까지 날았다. 추정 비거리 120m! 과연 임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타력이었다.

“차합!"

하지만 호타 뒤의 호수비! 성래의 맹렬한 질주가 떨어지기 직전의 공을 기가 막히게 낚아 챘다. 정말 하나의 마술처럼, 슬라이딩 하며 공중에서 쓸어담는 최고의 플레이였다.

“아웃!”

“으리야아아!”

성래는 펜스에 쳐박혔지만 함서을 지르며 환하게 웃었다. 2루까지 달렸던 임혁은 무덤덤하게 벤치로 물러났다.

“자, 빨리 빨리 체인지!”

덕 아웃으로 돌어서며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만큼 위기 일발의 상황이었다. 과연 임혁!

‘이거 완전 끝장나게 위험한 놈 아니야!’

그라운드 한 가운데의 펜스를 직격했으니 추정 비거리는 어림 잡아 120m. 좌, 우측으로 쳤다면 100% 넘어가는 타구였다.

‘앞으로 포볼이 되더라도 임혁에겐 더러운 공만 줘야겠다.’

벤치로 들어오자 광진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1번 성래를 선두로 2번 타자인 나까지. 난 쉬지도 못하고 바로 타석으로 나가야 했다.

타석과 넥스트 서클이 차고 장욱영이 투구 연습을 끝내자 즉시 1회 말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2년 동안 보지 못했던 천재의 투구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플레이!”

“자~ 오늘도 첫 회는 느긋하게 가 뽈까?”

장욱영은 순진한 얼굴로 사람 좋게 웃었다. 저 특유의 천연덕스런 표정! 내가 잘 안다. 저건 속에 비수를 품고 범재들을 비웃는 녀석의 추잡한 가면이었다.

그리고 장욱영의 눈이 잠깐 번뜩임 성래를 훑었다. 그걸 본 순간 불안한 느낌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싸한 신호를 보냈다. 저건, 위험했다!

“조심해라 김성래!”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욱영의 공이 날았다!

쐐애애액!

와인드업한 장욱영의 공이 독사처럼 흉험하게 쏘아졌다. S자를 그리던 매서운 공이 성래의 허리춤으로 파고들었다.

“우왓!”

천만 다행으로 성래는 즉시 스윙을 멈추고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뒤로 넘어질 때까지 몸을 젖혀도 위험했을 정도로 흉악한 공이었다.

“너 장욱영!”

“앗차차…… 초구라 실수해 버렸네?”

저 개자식이 어디서 씨도 안 먹힐 변명을! 하지만 심판은 녀석을 묵인했다. 아무래도 초구다 보니 제구 미스로 경고를 주는 것도 꼴이 우스웠던 것이다.

장욱영이 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드업 했다.

우측으로 숙인 허리, 완벽하게 낮춘 무게 중심. 그리고 폭풍처럼 돌려진 허리에서 터져나온 매서운 직구!

쐐애액!

사이드암의 뱀 직구가 S자로 휘어지며 미트에 꽂혔다. 터업, 하는 소리와 낮게 솟은 송진 가루. 배트를 휘두를 시간조차 없었다.

“스트라이크!”

‘안돼……. 지금 성래로는 무리다.’

저 공. 변화도 변화였지만 볼 끝이 지독했다. 내 직구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드볼에 가까운 위협구에 폼과 멘탈이 흐트러진 것이 컸다. 뒷 모습에서도 드러날 정도니 이건…….

“자 간다!”

장욱영은 연달아 공 두개를 존으로 꽂아넣었다. 녀석의 손 끝에서 뿌려지는, 감히 종잡을 수 조차도 없는 뱀 직구. 성래는 배트에 집념을 실어 휘둘렀지만 헛스윙으로 끝났다.

결국 우리 팀의 고질적인 약점, 경험 부족이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스트럭 아웃!”

“제길!”

성래는 땅을 치며 물러났다. 그리고 뒤를 잇는 나 역시 기분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게 본 실력인가……?’

아니 그럴 리 없었다. 녀석은 구속 위주로 끝에서 슬쩍 꺾이는 변화구를 이미 중학교 때 4개나 가지고 있던 괴물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대명고까지 들어간 지금 얼마나 성장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오랜만이야?”

“그래…… 그라운드에서 보는 건 더럽게 오랜만이군.”

까드득

배팅 장갑이 나무 배트를 조르며 괴로운 비명소리를 질렀다. 난 온 힘을 집중해 녀석을 노려보았다.

‘성래 상대론 몸쪽 공 두개와 바깥 쪽 공 두개. 마지막은 아웃 꽉 찬 코스로 삼진을 잡았지.’

몸쪽 위협구로 겁을 준 다음 아웃 코스로 스트라이크. 그리고 성래가 몸을 안쪾으로 수그리자 다시 몸쪽 공으로 위협하고 끝으로 아웃 코스에 공을 집어 넣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활해 빠진 자식!’

“차합!”

장욱영이 힘차게 와인드업 했다. 옆구리 쪽에서 뿌려진 직구!

“스트-라이크!”

미트 한 가운데에 꽂힌 직구를 난 눈으로만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강진철을 따라해 봤다. 그 어느때보다도 냉철한 선구안을 유지하며 방금 공을 되새겼다.

‘투수 기준으로 뿌리는 순간 좌측, 중간에서 우측. 마지막으로 존 바로 앞에서 좌측으로 휘는 군.’

무려 세번의 변화.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건 저 강렬한 회전이었다. 얼마나 강하게 챘는지 작은 돌풍처럼 보이는 게, 초반에 칠 구질이 못됐다.

‘구속은 141km 전후…… 유준성보다 빠르고 더 심한 무브먼트까지 있다. 변화구도 아마 내 상상 이상일 테지.’

불안. 초조.

악조건이 가열될수록 난 더 강한 집중력을 끌어모았다. 내 안에서 들끓는 해묶은 질투, 천재에 대한 갈망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 어느때 보다도 칼날처럼 벼려진 시선을 장우영에게 겨눴다.

“하압!”

다시 옆구리에서 쏘아진 공! S자 곡선을 그리며 쏘아진 공을 보며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받아 간다!”

기쾌하게 난 배트가 정확히 타점을 포착했다. 외곽 낮은 쪽! 얼마나 집중했는지 공의 환영까지 보였다. 망설이지 않고 쏘아진 배트가 날아온 공을 사정거리에 잡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날아오던 공이, 마지막에서 좌측으로 조금 꺾였어야 할 공이 칼날처럼 대각선으로 떨어졌다.

“이, 이런!”

따악!

배트 끄트머리에 걸린 타구가 1루수 쪽으로 튕겼다. 형편 없이 죽어버린 타구. 1루수 감현우가 여유롭게 받아 베이스를 밟았다.

“아웃!”

“치잇!”

마지막 구질은 직구가 아니었다. 대명고가 자랑하는 칼날 슬라이더! 장욱영은 자신의 직구에 그 슬라이더를 섞어버린 것이다.

‘터무니 없는 자식…….’

1회 말의 공격은 다크호스 명호에서 끊겼다. 명호는 모두의 기대를 안고 타석에 서, 장욱영의 공을 초구에 냅다 받아 쳐 버렸다.

“우와아아앗!”

우리는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열광했지만 공은 외야에서 더 뻗지 못했다. 강렬한 회전과 볼 끝에 배트가 밀린 것이다.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

대명고 우익수 이성호가 타구를 처리하는 것으로 1회는 끝을 맺었다. 난 거의 쉬지도 못한 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휴우…… 이제 공포의 대명고 4번 타자가 올라오는 건가.”

광주제일고의 최강 클린업보단 못하지만 대명고 클린업 트리오도 막강했다. 특히 3번 임혁과, 저기 올라오는 4번 감현우는 그야말로 고교 최강급.

“흐리얍!’

부우웅!

연습으로 휘두른 배트에 모래 먼지가 흩날리고 잔디들이 춤을 췄다.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이목을 사로잡은 감현우가 타석에 섰다.

“플레이!”

시작과 동시에 형진이가 사인을 보냈다.

‘만만한 코스라면 차라리 볼로 빼버려. 최고의 공으로만 간다!'

‘이의 없음.’

초구는…… 내가 타자라도 가장 까다로운 코스를 노렸다. 바깥쪽 하단. 스트라이크 존의 꼭짓점을 찝었다.

“하아아압!”

공을 던지고 난 뒤의 균형이고 뭐고 없다! 크게 뻗은 왼 팔, 그리고 바람을 쥐어 채듯 왼 팔을 돌려 몸을 비틀고 뒷발을 찼다. 그리곤 온 몸을 앞으로 끌며 풍차처럼 돌린 팔으로 공을 쏘아낸다!

쐐애애액!

살벌할 정도의 파공음. 내 인생 최고의 공이 대기를 불태우며 미트로 날았다. 완벽한 파워, 완벽한 제구! 얻어맞는다 해도 그저 씁쓸히 웃고 말 정도의 공이 악마처럼 매섭게 꽂히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르릉

내 착각이었을까.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겁게 용트림한 배트에 거대한 힘이 실린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곤 진홍 빛의 배트가 불꽃처럼 쏘아진 공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잠깐 세상이 멈췄다. 마지막까지 치켜 뜬 눈에, 몇 배로 커진 공이 보였다.

이게 왜 여기에.......?

콰악!

몸이 붕 떠올랐다. 꺾여진 고개, 볼에서 잠깐 동안 느껴진 격통. 그리곤 칼로 도려낸 듯이 의식이 끊어져 버렸다.

까맣게, 더 새카맣게.

마지막으로 들려온 비명 소리를 뒤로 한 채 내려 앉는 눈을 거스르지 못했다.

이후로는 그저 암흑만이 모든 것을 뒤덮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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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봉황대기 76 - 결승전! 광주제일고 <6> 회광반조 +11 12.03.10 2,319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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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봉황대기 72 - 결승전! 광주제일고 <2> 괴물의 힘 +12 12.02.22 2,61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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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봉황대기 68 - 파워 진통제 +10 12.02.12 2,551 21 15쪽
68 봉황대기 67 - 아버지... +6 12.02.09 2,525 19 14쪽
67 봉황대기 66 - 노을은 밝건만 +12 12.02.08 2,726 18 8쪽
66 봉황대기 65 - VS 대명고 終 +11 12.02.06 2,738 22 17쪽
65 봉황대기 64 - VS 대명고 (11) 누가 비극을 바랬나 +10 12.01.30 2,696 22 16쪽
64 봉황대기 63 - VS 대명고 (10) 무제 +4 12.01.30 2,540 15 8쪽
63 봉황대기 62 - VS 대명고 (9) 각성! +8 12.01.26 2,741 23 12쪽
62 봉황대기 61 - VS 대명고 (8) 안돼 +4 12.01.25 2,612 15 12쪽
61 봉황대기 60 - VS 대명고 (7) 힘 +5 12.01.17 2,642 17 12쪽
60 봉황대기 59 - VS 대명고 (6) 등장 +9 12.01.15 2,568 20 11쪽
59 봉황대기 58 - VS 대명고 (5) 최대호 +4 12.01.14 2,694 12 12쪽
58 봉황대기 57 – VS 대명고 (4) 끊겨버린 기억 +7 12.01.12 2,677 16 9쪽
» 봉황대기 56 - VS 대명고 (3) 이변 +9 12.01.10 2,670 14 9쪽
56 봉황대기 55 - VS 대명고 (2) +7 12.01.07 2,667 15 10쪽
55 봉황대기 54 - VS 대명고(1) +8 12.01.04 2,675 17 12쪽
54 봉황대기 53 - 조약돌 +9 11.12.28 2,743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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