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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맹인검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8
최근연재일 :
2020.05.26 13:17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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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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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44

작성
20.05.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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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十. 신마교

DUMMY

十.


붉은 장포에 붉은 섭선 그리고 정갈하게 올린 관.

나타난 자는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벼슬하는 관리와도 같은 유약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당적의 기가 들끓었다.


"적사독-!!"

"내가 많이도 반가웠나 보구먼. 이렇게 반겨주는 것을 보니."

"그래 네 놈이 그리워서 주화입마라도 걸릴 지경이었다. 명년 오늘이 바로 네 놈의 제삿날이다!"

"그래그래. 어디 열심히 해보게. 그래야 나를 이기고 자네가 마침내 천하제일 독공고수가 될 것이 아닌가?"


그 말이 당적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몰랐다. 다만 현고는 당적의 기세가 끓다 못해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놈이 감히...!"

"당문백사, 어찌 이런 초라한 별호로 불릴꼬. 나만은 자네를 천하제이 독공고수로 불러주겠네. 우리 소싯적에 그렇게 정하지 않았나?"

"닥쳐라!"


독뱀처럼 휘어지며 날아간 지풍이 두 갈래로 나뉘며 뱀의 혓바닥처럼 적사독을 노렸다. 살살 당적을 약올리던 적사독 역시 이것 만큼은 좌시하지 못하고 쌍장에 공력을 모아 당적의 지풍을 맞받았다.


퍽퍽!


장과 지가 맞닿아 적사독의 장력에 당적의 지풍이 꽂히며 공멸했다. 동시에 새카만 독연기가 솟아 동굴을 포위하던 흑의인들이 일사분란하게 독연기를 피해 흩어졌다.


"자네의 그 백사무령일광지는 역시 천하일품이로군. 못 본 사이에 더 위력적으로 변했어. 독공 보다는 지법을 연마해 보는 것이 어떤가?"

"오냐 네놈을 죽이고 생각해 보마!"


당적이 진심으로 살의를 품자 들끓던 공력이 단숨에 잦아들었다. 안광이 차분히 갈무리되고 두 팔의 백색 기운이 환하게 빛나다 이제는 수수하게 잦아들었다.


'이거 진심으로 상대해야겠군.'


적사독 역시 섭선을 접어 마치 칼날을 겨누듯 당적을 겨눴고 왼 손은 진한 적색으로 물들어 당장이라도 장력을 토해낼 듯 했다.


"네 놈을 죽이기 위해 창안한 무공이다. 어디 한 번 받아보거라!"

"기대하지!"


당적과 적사독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돌진했다. 백광과 적광이 순수한 힘대 힘으로 격돌하자 무형의 파동이 몰아치며 주변을 휩쓸었다. 땅이 패이며 올라온 흙먼지가 공력에 바스라졌고 몰아친 폭풍에 거목들이 뽑히지도 못하고 부러졌다.


"크으읍! 홍 피하시오!"

"너나 피해!"


현고와 홍은 운기중인 천각을 둘러싸고 움직이지 않았다. 운공 중에 충격을 받으면 모두 끝이다. 저 두 고수가 맞붙는 힘의 편린만으로도 동굴이 들썩거렸다. 현고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이를 물고 버텼다.

우위를 점한 것은 당적이었다. 당적은 눈부신 무위로 적사독을 몰아쳤다.


"못 본 사이에 형편없어졌군!"


본신의 무위만 본다면 소싯적에도 당적이 적사독보다 위였다. 그리고 적사독에게 칼을 갈며 20년을 절치부심한 지금 무공의 고하는 명백했다.

당적은 왼손으로 백사일진무류장을 펼쳐 적사독을 몰아치며 오른손으로 백사무령일광지를 쏘았다. 적사독은 필생의 공력으로 절초를 연발했으나 당적의 막강한 장법과 허를 찔러오는 지풍에 죽음의 고비를 연이어 넘겨야 했다.


"소싯적에도 그렇고 자네는 그저 강할 뿐이지."


적사독은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진하게 웃었다. 밀리던 적사독이 뒷걸음 치며 접힌 섭선을 펼쳤다.


"어디 받아보게!"


섭선이 한 번 휘둘러지자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의 돌풍이 당적에게 몰아쳤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적은 급하게 물러섰다. 닿으면 베일 것 같은 칼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흙먼지를 동반해 교묘하게 가렸지만 그 속엔 치명적인 독가루가 숨어 있었다.


'금빛 가루?'


당적은 세 차례나 물러서며 백사일진무류장의 칠초 광풍비상을 펼쳤다. 적사의 바람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에 당적 역시도 바람을 몰아치는 장풍으로 응수했다.


"보았는가? 세상 누구도 모르지만 자네라면 알겠지."

"금잠... 역시 그랬군."


천각을 중독시킨 바로 그 독이었다. 적사독의 무서운 점은 그 천재적인 독술 감각에서 기인한다. 천하삼절독인 적주, 금잠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적사의 독까지. 남들은 평생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저 까다로운 독들을 세 가지나 다루며 그것을 조합까지 하는 것이다.


'이십 년 전에도 저 놈을 결단내지 못했던 것은 적주와 적사 독의 조합 때문이었다. 이제는 금잠까지, 과연 대단하군.'


무공으로만 따진다면 천하제일 독공고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당적이었지만 독으로만 따진다면 적사독이 한 수 위였다. 둘의 악연은 그렇게 소싯적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너는 모를 것이다."

"무얼 말인가?"


천하제일독을 넘보던 재기넘치는 스무살의 당문백사는 처참하게 꺾였지만 포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적사독이라는 목표를 두고 십년을 하루같이 칼을 갈아온 당적이었다.


"오늘을 내가 어떤 심정으로 기다렸는지. 일각이 여삼추로 이 날만을 그렸는데 네 놈의 그 독술을 방비하지 않았을 것 같으냐!"


당적의 좌장에서 회오리치는 돌풍이 쏘아졌다. 혈검백랑의 죽립인을 날려버린 그 수였다. 적사독은 섭선을 휘둘러 맞바람을 놓았다. 허나 당적의 장력은 바람과 맞닿는 순간에 한 번 더 격발되며 섭선의 독무를 뚫었다.


"광풍비상!"


그 뒤로 당적의 장풍이 맹렬한 기세로 쏟아지자 독무는 오히려 적사독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읍!"


독공의 고수가 제 독에 중독되는 것 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다! 적사독은 그러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것이 나았다. 그는 연달아 세 번을 물러서며 섭선을 휘둘렀다.


"네 놈만을 위해 만든 무예다. 받아보거라!"


당적의 좌장에서 백사일진무류장의 절초가 펼쳐졌다. 웅대한 진기가 손바닥에 몰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것은 나아가면서 펼치는 장법. 적사독의 독무를 뚫고 나가기 위해 창안한 무예였다.


"일진광풍!"


당적이 진각을 밟고 좌장을 뻗자 일곱 개의 돌풍이 몰아치며 전방위에서 뻗어나갔다. 그 칼바람에 휘말린 바위도 통나무도 모조리 으깨버리며 적사독을 노렸다. 이 것만큼은 아무리 독술에 능해도 당해낼 수 없었다. 적사독은 전신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장력을 쳐냈다.


꽈르릉


다시 백광과 적광이 맞닿았으나 결과는 판이했다. 백색 장력이 적사독을 휩쓸었다. 적사독은 광풍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피를 토했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당적의 지력이 섬광처럼 날아왔다. 적사독에겐 필생의 위기였다.


'놈의 지력은 두 갈래로 나뉜다!'


백사독에 중독되고 광풍에 뼈와 살이 찢기면서도 적사독의 신경은 그 지력을 향해 있었다. 뱀의 혓바닥처럼 두 갈래로 나뉘는 지풍! 간발의 차이였지만 적사독은 쌍장에 공력을 끌어올려 가슴과 미간을 향해 날아오는 지풍을 받아냈다. 하지만 당적이 이십년을 갈아온 독니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흐읍!"


세 갈래로 나뉜 당적의 숨은 지력이 적사독의 어깨를 뚫었다. 적사독은 핏물이 흐르는 왼 팔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섰다. 등장했을 때의 멀끔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이, 장포는 넝마가 되었고 산발한 머리에 쓴 관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늘은... 내가 졌군."

"이만 끝내자 적사독."


당적은 오른 손을 들어 지풍을 튕겨내려 했다. 단 일 수면 그 간의 악연을 모조리 끊어버릴 수 있었다.


"잠깐!"

"시간 끌기라면 그만두지. 한때 천하제일독을 두고 겨뤘던 천하의 적사독이 아닌가."

"너무 서두르지 말게. 자네 상황도 좀 보지 그래."


그 말에 당적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팔뚝에 작게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 당적의 얼굴이 굳어졌다. 흥분해 있어서 느끼지 못했다.


'상처가 화끈거린다, 설마 그 섭선의 일초가?'


당적의 체내에 흡수한 백사의 독이 꿈틀거렸다. 천적인 적주의 독이 들어오자 분노하며 독기가 불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놈의 독은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엔 분명 금잠의 독도 섞였다. 이거 길게 끌면 위험하겠군.'


금잠의 무서운 점은 소량만 중독돼도 내공의 태반이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아무리 초고수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이건 독공의 고수에겐 천적과도 같은 독이었다.


'금잠으로 내공이 흩어지면 체내의 독기를 억누르지 못해 내가 품은 백사독에 내가 중독되어 죽을 것이다.'

"자네라면 알아차렸겠지? 그리고...."


적사독이 손을 올리자 구경만 하고 있던 혈검백랑의 검수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고 흉흉한 검기를 피워올렸다.


"아무리 자네가 뛰어나다 한들 이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까?"

"내가 이따위 놈들 하나 당해내지 못할까."


당적은 코웃음을 쳤지만 이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시무시한 기를 가진 고수와 그 무리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오셨군 그래."


당적의 눈에 한 무리의 늑대처럼 달려온 검은 무리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선두에 선 흑의인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당적은 상대의 전신에서 흐르는 찌르르한 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수다!'


흑의인은 말없이 적사독의 옆에 서 팔짱을 끼었으나 그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당적은 하늘이 어두워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싸운다면 팔 하나, 아니 양패구상은 각오해야겠군.'

"혈마 도철...!"


그때 동굴 속에서 홍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적은 과연 자신의 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이름 높은 신마교의 대마두께서 어찌 이곳까지 오셨나?"


도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동굴 속을 뚫어져라 응시했을 뿐이다.


"...왜 나를 막지."

"왜라니, 시작은 감히 이 사천 땅에서 네 놈들이 하였다!"

"너는 저 자를 섬기나?"


도철이 칼 끝으로 가리킨 것은 동굴 안에 있는 천각이었다.


"내가 누굴 섬긴단 말이냐. 나는 당적이다! 천하제일독이 감히 누구의 아래에 있을까."

"...너는 저 자를 위해 죽을 수 있나?"

"뭐라?"


도철은 영문 모를 소리만을 이어갔다. 당적은 이 자의 머리가 좀 이상한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순간 도철의 검이 살짝 흔들렸다.


쐐애액


처음엔 산들바람 같았던 것이 어느 순간 세상을 벨 것처럼 흉악한 기세로 커져 천각이 있는 동굴 전체를 집어삼켰다. 당적 조차 자신에게 날아온 공격이 아니라 반응하지 못했다.


"우와아악!"


홍은 죽어라고 비명을 지르고 현고는 보다 선명한 것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것이 죽음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것도. 해일처럼 밀려오는 그 검기 속에서 현고는 안온함마저 느껴졌다.


쿠르릉!


하지만 그 평온을 깬 것은 동굴 속에서 날아온 찬란한 금빛이었다. 금색의 공력은 도철의 검기를 짓뭉개버리며 허공에서 공멸했다.


"설마, 깨어나신 겁니까 사부님!"


하지만 아직은 천각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채였다. 홍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천각의 눈이 번쩍 띄였다.


"크흐흠, 거 독 한 번 지독하군! 죽는 줄 알았다 이놈들아!"

"사부님!"


홍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면서 천각에게 다가갔다.


"다 나으신 겁니까?"

"오냐, 내 오늘 저 핏덩이 놈들을 진짜 핏덩이로 만들어 주겠느니라."


신마교 인사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풍신보가 깨어났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풍신보 뿐만 아니라 정파 십대고수인 당적까지 있다. 적사독조차 낭패한 얼굴로 도철을 보았다.


"...왜 일어서지 않지?"


그 중에서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은 것은 혈마 도철이었다.


"뭐라?"

"다 나았는데 왜 일어서지 않는가?"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도철의 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현고는 그 희뿌연 기감의 세계에서 선명한 핏빛이 화살처럼 쏘아지는 것을 보았다.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미 천각의 손에서 금빛 강환이 쏘아져 도철의 일수를 무력화시켰다.


쿠르릉!


현고는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강기가 발현될 때 울리는 저 천둥과도 같은 굉음. 도철의 핏빛 검강을 천각의 금빛 수강이 맞상대한 것이다.


"네 놈 따위를 상대하는데 이 몸의 풍신보가 가당키나 하더냐 이놈아."


하지만 허장성세를 부리기엔 그들의 관록이 너무 깊었다. 적사독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해 볼만 하군요."


천각이 강하다한들 움직이지 못한다면 도철과 혈검백랑에겐 해볼만 한 상대였다. 당적의 무위가 놀랍긴 하나 금잠에 중독되었으니 아까와 같은 신위는 보여주지 못할 것이었다.


'놈들의 기세가 다시 오르고 있다!'


현고는 기감으로 상대를 보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흐릿했지만 혈마 도철의 핏빛 기운은 선명하게 보였다. 반대로 천각의 기는 빛나지만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싸우면 진다.'


현고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든 허장성세로라도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 천각이 일어서기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홍도 그걸 알고 천각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천각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르릉


뒤따라온 혈검백랑의 고수들이 하나둘 칼을 뽑아들었다. 적사독의 섭선이 펼쳐지며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면 살육전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여기에 있는 모두가 알고있었다.


그때 그 흉흉한 분위기 속으로 한 남자가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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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十一. 신마교 +2 20.05.21 130 5 16쪽
» 十. 신마교 +4 20.05.20 151 4 14쪽
10 九. 신마교 +3 20.05.19 130 4 18쪽
9 八. 신마교 20.05.18 164 5 15쪽
8 七. 천각 +1 20.05.17 155 5 16쪽
7 六. 천각 20.05.15 157 8 16쪽
6 五. 천각 20.05.14 199 5 12쪽
5 四. 파국 그리고 파문 +2 20.05.13 208 5 8쪽
4 三. 파국 그리고 파문 +2 20.05.13 220 5 11쪽
3 二. 화산제일검 +2 20.05.12 244 3 14쪽
2 一. 출화산 20.05.12 226 4 12쪽
1 여는글 +3 20.05.12 359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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