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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맹인검마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20.05.12 16:08
최근연재일 :
2020.05.26 13:17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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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3
추천수 :
80
글자수 :
90,944

작성
20.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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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七. 천각

DUMMY

七.


천각은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그 먼 길을 내내 달리고도 일어났을 땐 이미 자리를 비운 뒤였고 잠시 뒤에 넝마가 된 현고와 홍의 새 옷과 금덩이를 잔뜩 들고왔다. 어디서 났는지 물어도 천각은 대충 얼버무릴 뿐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 돈도 생겼겠다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


그리고는 홍과 함께 질리지도 않는 듯 독주를 거나하게 마셔대며 사천 거리를 탐방했다. 물론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잠깐 기다리고 있거라."


떠들썩한 사천의 축제와도 같은 거리를 걷다 홍에게 술병을 맡기고서는 그 번개같은 경신술로 사라졌다가 일각도 채 되지 않아서 다시 돌아왔다.


"어딜 갔다 온 겁니까?"

"알 것 없다 이놈아."


하지만 현고는 스쳐지나간 천각에게서 희미한 피냄새를 맡았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이후로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졌다. 현고는 더이상 묻지 못했지만 천각의 거동은 대단히 수상쩍었다.


"자 오늘은 여기에 묶자!"


천각은 으리으리한 객잔에 돈 많은 졸부처럼 거드름피며 들어갔다.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구는 점소이에게 작은 은덩이 하나를 들려준 뒤에 또 거나하게 술판을 벌렸다.


"너무 과음하는거 아닙니까?"

"너도 북방에서 한 이십 년 지내보거라. 거기가 얼마나 척박하고 먹을게 없는지 아느냐."

"그건 맞는 말이야. 거긴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돼. 먹을 것들은 설익은 말고기 뿐이고 술이라곤 개 돼지도 안 먹을 마유주에 찬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옆에 있는 홍도 마찬가지였다. 걸신들린 것처럼 오리다리를 뜯고는 사천의 명주 검남춘을 한 사발 들이키고 감동으로 몸을 떨었다.


"과연 사천의 명주로군요."

"한 독 더 시킬까?"

"그러시죠. 시간도 없는데 이런건 많이 먹어놔야죠."


현고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간엘 가는 척 하며 일어났지만 실상은 책방을 찾기 위함이었다. 영호성이 남겨준 진결의 이름은 영호성도 천각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심지어 천각은 놀라며 어서 감추라고 현고의 품에 다시 넣어주기까지 했다.


'구결을 보면 불가의 무공인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감추는 거지? 설마 정말 내가 모르는 전설의 내공심법인 것인가?'


어느 인품 좋은 행인이 데려다 준 책방에 들리자 책 냄새가 물씬 풍겼다. 현고는 꾸벅꾸벅 조는 주인장에게 다가가 말을 건냈다.


"이보시오 내가 구한 책 좀 봐주시오. 이 책의 이름이 무엇이오?"

"거 눈도 안보이는 소경이 서점에는 왜... 잠깐 기다리슈!"


늘어지게 하품을 한 주인은 현고가 조심스럽게 품 속에서 꺼낸 책을 흘겨보았다. 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 세 번째 보았을 땐 주인장의 손도 목소리도 덜덜 떨려왔다.


"이, 이, 이 것을 어디서 구했소?"

"제목이 뭐요 유명한 것이오?"

"유명하다마다! 이게 진품이라면 세상에, 값을 매길 수나 있겠소. 이 전설의 내공을....!"

"빨리 말해주시오 제목이 무엇이오?"


주인장은 목이 타는지 말을 더듬으며 이어갔다.


"이건, 이건 그 유명한..."

"거기 잠깐!"


귓청이 떨어질 정도로 벼락같은 고함이 서점을 울렸다. 현고는 보이지도 않는 눈을 찔끔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서점 주인은 졸도할 정도로 놀라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네 술먹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길을 잃었구만! 허허, 거참 말을 하지. 내가 데려다 줌세!"


현고가 뭐라 말할 틈새도 없었다. 현고를 들쳐맨 천각은 바람처럼 달려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독주를 쑤셔넣어 현고는 그 날의 기억이 끊긴 채로 객잔에서 곯아떨어졌다.



그 후로 현고와 천각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나는 잠깐 의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앞으로 5년 뒤에 눈 하나라도 제대로 건사하려면 조금씩 치료하라고 하더이다. 따라올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 길을 다 외웠...."

"어찌 병들고 눈 먼 자네를 혼자 의원에 보내겠나! 내 단숨에 데려가 줌세."


천각은 그 말만 마치고 후다닥 나가려는 현고를 붙잡아 단숨에 의원으로 달려갔다. 현고는 똥 씹은 표정으로 의원이 제조해준 약을 받아들었다.


"이 약재는 사흘에 한 번씩 꼬박꼬박 달여먹고 이 풀은 곱게 갈아서 깨끗한 물에 한식경 정도 불려놓고 눈을 씻으시오. 살살 씻어내리면 되니까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고. 자주 해 줄 수록 효과는 좋소."


의원이 중얼대는 말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천각을 따돌릴 생각만이 현고의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어떻게 하면 천하에 따를 자 없다는 풍신보를 따돌리지? 머리를 써야겠어 머리를. 그나저나 왜 이렇게까지 숨기는거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심법인가?'


현고의 의문은 점점 깊어져 갔다.




하루 종일 술만 들이키다 홍이 술병이 나고서야 기행은 잠잠해졌다.

이때부터 천각은 현고에게 입문 공부를 전수했다. 심법을 바탕으로 각법, 지법, 수법, 보법, 경신술을 총 망라한 체술의 공부였다.

현고는 천각의 구결을 듣고 그가 가르쳐준 대로 진기를 돌리자 양홍이 했던 말의 의미를 꺠달았다.


'이것도 옛날 무공이구나.'


한 치도 사도에 치우치지 않은 정통 중의 정통이지만 사부가 남겨준 심법과 똑같았다. 구결은 현묘했지만 축기가 오래 걸리고 발재간이나 초식이 너무 단순했다. 현고는 속으로 작게 한숨쉬었다.


"어때 기대를 벗어나지 않지?"


홍은 술병이 나 창백한 얼굴로도 니 맘 내가 다 알지 하며 씨익 웃었다.


"지금 내게는 감지덕지지요."

"그래 뭐 대단찮은 무공이다. 그치만 혹시 아냐? 네가 한 십 년 익히다 싹수가 보이면 이몸의 진산절예를 전수해 줄지."


정말일까 싶었지만 현고는 기대를 접었다. 한달 밖에 시간이 없는데다 7년을 따라다닌 양홍도 아직까지 입문의 공부만 배웠다지 않은가.


"무공을 배웠으면 바로 써먹어 봐야지. 오늘은 나갈 곳이 있다."

"진짜 일이 있다고요? 사천에는 그냥 놀러 온 것 아니었습니까?"

"나처럼 고강한 무공을 가진 고수가 하릴없이 시간을 버릴 것 같으냐. 다 이유가 있어서 사천에 온 것이지."


현고는 속으로 '그냥 술먹고 기녀나 끼고 놀려고 왔으면서...'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가끔씩 때리는 천각의 꿀밤이 기가막힐 정도로 아팠던 것이다.


"네놈도 따라오고 싶으냐?"

"따라... 우웩! 켁!"


홍은 어제 마시던 술독에 얼굴을 쳐박고 토악질을 해댔다. 천각 같은 고수야 석달 열흘을 술만 퍼도 내공이 워낙 고강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홍의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이다.


"쯧쯧 어찌 저리 한심할꼬. 홍 너는 객잔에서 쉬고 있거라."

"저도 따라가.. .우에에엑!"

"현고 너만 따라 오거라."


말로는 따라오라고 했지만 천각은 현고를 들쳐매고 여관 밖을 나서자마자 그 전설적인 풍신여의보를 밟았다. 무림사성의 성명절기는 과연 명불허전이라 현고는 그 압도적인 경신술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자, 자, 잠깐!"


행인들은 현고를 들쳐매고 사라진 천각의 모습을 쫓지조차 못했다. 그러니 현고가 받는 풍압이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가끔 천각이 더 높게 뛰어오르기 위해 발을 내딛는 순간만 잠깐 물에 빠진 사람 처럼 허겁지겁 숨을 들이켰다.


"잠깐만! 거, 헉헉,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천천히좀 갑시다!"

"그놈 참. 이렇게 허약해 빠져가지고 무슨 무예를 배우겠다고...."


현고는 기가 차다 못해 가슴 속에 치미는 울화통에 콧털이 타버릴 지경이었다. 내공이 없어졌다 한들 17년을 쌓은 고련이 어디 가겠는가. 당장 칼 한자루만 쥐어주면 어지간한 왈패 놈들은 개 잡듯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풍압은 어지간한 일류 고수가 와도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제법 넓은 절벽인걸?"

"절벽이라고오오오!"


천각의 잔상이 쭉 늘어나며 눈 앞에 펼쳐진 장대한 절벽을 단 번에 뛰어넘었다. 옆구리에 낀 현고는 죽어라고 비명을 질렀다.

17년의 고련이고 뭐고 입도 다물어지지 않는 속도로 달리는 무림사성의 옆구리에 끼여 있는데 몸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헉헉 이제 도착했습니까?"

"거의 다 왔느니라."

"거의라면 얼마나...?"

"앞으로 한 식경 정도?"

"그게 무슨 다 왔다는 거요오오옥!"


천각이 다시 속도를 올렸다. 놀라운 것은, 현고를 끼고 달리는 천각이 발이 단 한 번도 땅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풀잎 위를 달리는 초상비, 물 위를 달리는 무력답수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허공답보의 전설적인 경지를 천각은 하루종일, 그 것도 현고를 옆구리에 끼고 행하고 있었다.

경신술의 모습도 독특했다. 짐짓 보기엔 그렇게까지 빨라보이지 않았지만 눈 한번 깜빡이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보이리라.


천각이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외딴 산 속의 으리으리한 장원이었다. 천각은 주인처럼 문을 쾅쾅 두드리더니 인기척이 없자 현고를 들쳐매고 담을 훌쩍 넘어버렸다.


"무림사성 씩이나 되는 양반이 월담이라니."

"초대해 놓고 손님 맞이도 안하는 주인 놈 잘못 아니겠느냐."


천각은 한껏 거드름 피는 모양새로 느릿느릿 걸어 장원 속의 호숫가로 향했다. 그 곳엔 헌헌한 장년인이 세월을 즐기며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천각은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지만 현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쳤다.

사내가 숨 쉬듯이 흘리는 기운이 마치 조각상처럼 정교했다.


'누구인가, 보통 인물이 아니다.'


식은땀마저 흘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이렇게 경계한 적은 처음이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텐데도 현고는 눈앞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사내의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이건 현고의 재간이 아니었다.


내가기공의 고수가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기의 파동을 조절해, 그것을 현고에게 쏘아 자신의 모습을 기감으로 현고의 머리 속에 전달시킨 것이다. 심지어는 그의 낚싯대

와, 거기에 물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모습까지 그릴 수 있었다.

현고의 내력이 전에 비할 수 없이 일천해 졌다는 걸 감안할 때, 상대의 능력은 가히 가공할 것이었다.


"누, 누구시오."


힘겹게 뗀 그 말이 현고의 최선이었다. 이런 정밀한 진기의 운용은 들어본 적도 없다. 허풍 심한 호사가들조차 입에 올리지 못할 그야말로 기사(奇事)중의 기사였다.


"너도 칼을 잡는 무사라면 한 번쯤 들어는 봤을 게 아니냐. 짐작해보거라."


천각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그 한 마디로 현고는 이 남자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잔잔했던 그의 기운이 일어나며 마치 태산이 몸을 일으키는 듯한 착각이 들어 현고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주저앉았다.


"전인인가?"

"전인은 무슨. 그냥 데리고 다니는 놈이지."

"괜찮은데."

"헹! 네가 하는 말이면 비꼬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아. 아들이 하남에서 이번에 큰 일을 했다지?"

"큰 일은 무슨..."


장년인은 말 끝을 흐렸지만 입 매무새는 조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도움이 좀 되겠나?"

"뭐, 나와 칼을 맞대도 방심하지 않을 정도는 되겠지만... 결국 그와 싸울땐 몇 수 쳐질걸세."

"허 참. 천하는 넓고 인재는 많다는 것도 다 헛소리군 그래."


그는 낚시대를 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천각은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그나저나 개벽도는 오늘도 늦는 겐가? 에잉 쯧쯧."

"한가 그 놈이 언제 시간에 맞춘 적이 있긴 했었나.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제멋대로 호인이지."

"그래."


둘 사이의 대화는 잠깐 끊겼다. 장년인은 자리를 조금 서성였고 천각은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색하게 이어지던 침묵을 깬 것은 천각이었다.


"자네 가족은 어찌했나."

"고려에 땅을 좀 봐뒀네. 이제는 조선인가. 곧 그리 보낼걸세."

"조금 빠르지 않나. 아직 5년이 남았는데."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


또 5년이다. 풍도도 이 사내도 같은 시간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현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물건은 잘 가지고 있나?"


사내가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천각 역시도 조금의 장난기도 지운 채 품 속에서 까만 철패 하나를 꺼냈다.


"이 빌어먹을 것 때문에 25년 동안 취하지도 못했지."

"잠깐 줘보게."


사내는 철패를 받아들더니 하늘로 던졌다. 동시에 손에서 찬란한 백광을 피워올려 그대로 철패를 향해 찔러버렸다. 빛이 철패에 닿자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번개와 함께 잦아들었다.


"역시나. 흠집 하나 없군."

"광검...! 완성했나?"


사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궁금하지 않나. 누가 만들었는지, 왜 그런 자에게 들어갔는지."

"내 품 속에 그 오랜 세월을 품고 있었지만 알 수 없었네. 하지만 어차피 물건, 사람이 만들었고 그 속에 새겨진 무공도 사람이 만들었을 테지."


분명 무공이라고 했다. 현고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천각이 그런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십 년을 떠돈 이유. 바로 저 철패에 담긴 무공을 지키지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끝을 봐야지. 우리는 날로 늙어가는데 그는 하루를 거슬러 젊어질테니."

"맞는 말이야. 그나저나 전인을 못 키운건 나뿐인가?"

"그래. 전인은 없지만 꼬리는 제법 달아 둔 것 같은데."

"일부러 달아둔거야."

"정리할텐가?"

"하나만 남기고 정리하지 뭐."


그 순간에 남자의 손에 다시 터질듯한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그는 찬란한 광휘를 쥐고 마치 검 휘두르듯 전방을 쓸었다. 눈 먼 현고조차도 뭔가 지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빛무리는 열 갈래로 뿌려지며 장원의 담장을 꿰뚫었다.


"크악!"

"커헉!"


섬광에 가슴팍을 찔린 자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 핏물을 흘리며 쓰러졌다. 나무와 완전하게 동화한 은신술도, 어둠속에 녹아든 은잠술도 섬광처럼 뻗어간 빛무리 앞에선 무용했다.


"그 광검, 5년 뒤에는 완성되겠나?"

"글쎄. 칼놀림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역시 하늘 위엔 하늘이 가득해."


부족하다는 말을 꺼내기엔 지나치게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스무장 가까이 떨어져 잠복한 복면인들은 폐사한 물고기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고 담벽엔 주먹만한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하나는 내가 잡아오지."


순간 현고가 중심을 잃고 휘청일 정도의 맹렬한 돌풍이 불었다. 그리고 돌풍이 잦아들 때쯤 천각의 손에는 흑의의 복면인이 하나 들려있었다.


"어디 소속이냐?"

"크, 커헙."


날랜 몸에 굳세게 생긴 사내였지만 천각의 아귀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누구냐고 물어놓고 천각은 사내의 목을 죽일듯이 잡았다.


"물어보나마나 신마교의 첩자놈이겠지. 그럼 잘 가려무나."


사내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목뼈가 분질러져 죽었다. 헌데 그 사내가 죽자마자 하늘에서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천하의 천각도 얼굴에 낭패가 스쳐갔다.


"이봐 무쌍!"

"내가 왼 쪽을 맡지."


두 초고수는 하늘로 뛰어올라 사방으로 퍼지는 새 떼에게 고절한 무공을 방사했다. 좌측에선 섬광같은 빛줄기가 뻗어나가며 새떼를 학살했고 우측에선 금빛 소나기가 집요하게 쏘아졌다.


"으음!"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었다. 날아오른 새떼가 너무 많았다. 한 두마리가 무사히 살아가는 것을 보고 천각은 침중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야단 났군. 일이 좀 힘들게 됐어."

"이만 떠나게 풍신보. 조금 더 지나면 발각되겠네."

"그래. 5년 뒤 설날에 만나세."

"어디서 볼텐가?"

"여기도 들켰으니 이번엔 자네 집으로 찾아가지. 좋은 술 준비해두고 기다리라고!"

"그러지."

"가자 현고 이놈아."

"자, 잠깐만. 또 그렇게 사람을 끌고가려... 우와악!"


현고의 짧은 외출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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