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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리무진 님의 서재입니다.

신님 먼치킨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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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리무진
작품등록일 :
2024.06.14 15:58
최근연재일 :
2024.06.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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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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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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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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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신님 먼치킨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DUMMY

나는 고아출신이었다.

물론 부모님이 모두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고아원에 갖다버렸다.

불행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나는 20살에 고아원을 퇴소한 후.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그 덕분에 40대에 현금 1억과 썩다리 빌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수중에 나름 억대의 현금과 내 명의의 빌라가 생기자, 평소 눈여겨봤던 노처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당연히 그녀는 내 프로포즈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40대 중반에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허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나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한 이후, 자연스럽게 전업 투자자의 길로 내몰렸다.

취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 실패로 전 재산을 날렸다.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하자, 와이프는 기다렸다는 듯 매몰차게 이혼을 요구했다.


어차피 슬하에 자녀들이 없었던 관계로, 그녀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였다.


나는 이 세상과 사람들이 너무 싫어졌다.

결국 모든 걸 정리하고, 사람들이 없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계획이었다.


허나, 나는 그곳에서 수십년 동안 도(道)를 수행한 노도사를 만났다.

그날 이후,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선도(仙道) 수련에 용맹정진했다.


선도 수련은 화식(火食)과 육식(肉食)을 끊는 것이 기본이었다.

나는 스승님이 만드신 벽곡단으로 끼니를 때우며, 내공 수련에 일로매진했다.


단전에 내공을 만들어야 소주천과 대주천, 그리고 천지합일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일평생 탁한 기운에 찌들은 채.

하루하루를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던 내가 단전에 내공을 축적한다는 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격언을 마음 속 깊이 아로새기며, 무려 10년 동안 내공 수련에 정진한 덕분일까.


나는 10년에 달하는 내공을 단전에 축적하는데 기적처럼 성공했다.

하늘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아무튼 그 힘을 바탕으로 소주천마저 성취했다.


그 무렵, 스승님이 한권의 기서(奇書)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 기서에는 아공간(我空間) 술법이란 천고의 기학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비방이 적혀있느니라."


스승님에게 넌지시 여쭤봤다.


"스승님은 아공간 술법이 가능하십니까?"


그러자 스승님이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책에 나온대로 온갖 노력을 다해봤지만, 아공간 술법 발현에 끝내 실패했느니라."


뭔가 이상했다.


"제자가 한번 서책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스승님에게 허락을 구한 뒤.

서책을 살폈다.


책에는 아공간 술법을 발현하는 방법에 관해서 자세히 적혀 있었다.


[송과체에 10년 남짓한 내공을 주입함과 동시에 '아공간 개문'이란 다섯 글자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암송하면, 허공에 아공간이 생성될 것이다.]


간단한 설명이었다.


나는 곧바로 뒷장을 넘겼다.

두번째 페이지에는 뇌속 깊숙이 숨어있는 송과체와 진기를 주입하는 혈도의 위치 등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3페이지에는 아공간의 특성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아공간은 사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아공간은 나만의 도피처다.]

[아공간의 크기는 시전자의 내공이 강하면 강할수룩 커진다.]


신기한 내용이었다.


서책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공간은 핵전쟁이 발생해도 끄덕없는 모양이었다.


스승님이 일평생 아공간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다음날부터 아공간 수련에 매진했다.

양미간 깊숙이 숨어있는 송과체에 10년에 달하는 전신 공력을 하루종일 주입하며.

'아공간 개문'이란 단어를 마음 속으로 끊임 없이 암송한 것이다.


피땀눈물나는 내 노력이 빛을 발했음인가.

아공간 수행에 전념한지 1년 만에.

드디어 눈앞에 성인 남자 한명이 들어갈만한 은밀한 공간이 생성됐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서책에 나온대로 아공간은 실재하는 공간이었다.


어두컴컴한 구멍 속에 시선을 집중하며 그곳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갈 찰나.

갑자기 머리가 빙빙 돌고, 숨이 턱 막혔다.

동시에 눈앞에 짙은 어둠이 몰려왔다.


젠장할 노릇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아공간을 열었는데, 왜 갑자기 죽는 걸까?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생각을 끝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


눈을 뜨자 눈빛이 범상치 않은 아저씨가 나를 반겼다.

그분은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나를 전담하는 수호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영적인 본능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생을 무사히 끝마친 소감이 어떤가?"


나를 놀리는 건가?

일평생 고생만 하다가 불귀의 객이 됐는데, 수호신은 뭐가 그리 좋은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내비치고 있었다.


"당연히 개같은 인생이라 아무 미련이 없습니다."


그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면을 손짓했다.


"눈 앞을 보게."


고개를 들어 전면을 바라보자, 거대한 화이트 스크린이 보였다.

동시에 내가 그동한 체험한 수만생의 윤회전생이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최소 4만번 이상 윤회전생을 경험했고.

대다수를 밑바닥 인생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수호신에게 격렬한 언사를 내뱉었다.


"왜 나에게 이토록 무자비하신 겁니까? 윤회전생을 할때마다 피눈물나는 개고생을 체험시키는 이유가 뭐냐구요?"


발악하듯 외치자, 수호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해를 하는군. 자네의 인생은 자네가 직접 선택한걸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 스스로가 고생스러운 인생을 선택하고, 인간 세상에 환생한 거라고. 이제 내 말뜻이 이해되는가?"

"내가 미쳤다고 그런 개짓거리를 하겠습니까?"

"이럴줄 알고 자네가 직접 고생스러운 인생을 선택한 장면을 보관해 두었네. 한번 보게나."


스크린에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수호신과 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영상이었다.


놀랍게도 죽도록 괴로운 인생을 내 스스로 선택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에 등장한 나는 미친놈같은 언사를 내뱉고 있었다.


"아주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인생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제가 영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할거 같거든요."

"그러지 말고 이번에는 재벌 회장으로 태어나는 게 어떤가?"

"저는 인간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역시 자네의 투철한 사명의식은 보통이 아니구만. 좋아. 자네가 원하는 대로 혹독한 인생으로 설계를 해주겠네."

"감사합니다. 수호신님."


그후로도 수많은 동영상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나는 수호신에게 참혹한 인생을 주문했다.

그리고 수호신은 내가 요구한대로 아주 개같은 밑바닥 인생을 나에게 선사했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정녕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영혼이 나란 말인가?

그러나 영상에 등장하는 영혼은 내가 확실했다.

그냥 영적으로 인지가 되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자괴감에 휩싸였다.

내 스스로 참담한 인생을 원했고, 수호신은 내가 원하는 대로 참혹한 인생을 설계했을 뿐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명백하게 깨달았다.


허나 다음 생에는 좀 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수호신에게 넌지시 물었다.


"환생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죠?"


그러자 수호신이 양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자네는 지금 현재 아공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일세. 아직 확실히 육체적으로 죽은 건 아니지."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수호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럼 제가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수호신은 이번에도 머리를 끄덕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문득 내 삶을 관장하는 수호신에게 한가지 요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에게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저를 먼치킨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수호신님."

"먼치킨이라?"

"네. 슈퍼맨처럼 강력한 존재를 상징하는 단어죠. 인간 세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에요."


수호신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제 인간 세상에서 고생을 하는 게 신물이 나는건가?"

"네. 아주 지긋지긋해요. 그래서 수호신님에게 먼치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죠."

"먼치킨이 되면 무얼 할텐가?"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악당들을 때려잡고,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릴 겁니다."

"너무 속물적인 욕망같은데...? 자네의 영적성장에 별로 도움이 안될걸세."

"그건 나중 문제고, 아무튼 저를 먼치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요."


수호신이 손을 턱에 괴고, 곤혹스런 얼굴로 뭔가를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가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아직 육체적으로 죽은 상태가 아닐세."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자네를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낼테니 기존 인생을 계속 이어가게."


그에게 소리쳤다.


"나를 먼치킨으로 환생시켜 달라고요!"

"정말 환생을 원하는 건가?"

"당연하죠."

"그럼 시간이 좀 걸릴텐데... 환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너무 많거든."

"얼마나 시간이 걸리죠?"

"최대한 신속하게 자네의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인간 세상의 시간으로 최소 5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기를 해야 할 걸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환생 대기 타임이었다.

나는 지금 당장 환생해서 인간 세상를 뒤집어 엎고 싶었다.

악당들을 때려잡는 한편, 부귀영화를 죽을 때까지 만끽할 생각이었다.


"자네에겐 두가지 중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있네. 아공간에 있는 자네의 육체로 돌아가거나, 이곳에서 500년 동안 대기한 후에 새로운 육체로 환생하거나."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새 몸을 받고 싶었다.

허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려 500년 동안 대기를 타야 하는 형편이었다.


수호신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공간에 있는 육체로 돌아가면 저에게 뭘 주시겠습니까?"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자네의 몸에 1만갑자(60만년)에 달하는 내공을 불어넣어주겠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내 말대로 할텐가?"


수호신은 상상조차 못한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에게 약속하고 있었다.


1만갑자는 인간의 몸으로 절대 축적이 불가능한 내공이었다.

산술적으로 60만년 동안 축기수련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공력이었다.


"그 정도 내공이면, 자네가 원하는 대로 먼치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호신의 유혹하는 듯한 언사였다.

결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좋습니다. 대신 약속은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1만 갑자를 주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내 사전에 빈말은 없네."


수호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이 세상에 암흑이 찾아왔다.

그걸 끝으로 나는 또 다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아공간에 있는 내 육체로 되돌아가는 모양이었다.


*


눈을 뜨자 어두컴컴한 아공간이 보였다.

아공간의 천정으로 시선을 돌리자,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은은한 달빛같았다.


아공간은 3평 남짓이었다.

나 혼자서 생활하기에 충분한 넓이였다.


살랑이는 미풍이 아공간의 실내 공기를 자연적으로 정화하고 있었다.

신비스러운 현상이었다.


바로 그때, 단전에서 미증유의 거력이 느껴졌다.

상상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내공이었다.


단전에 깃든 내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찰나.

갑자기 온몸의 허물과 뼈가 녹아내렸다.

얼굴의 이목구비도 마찬가지였다.

내 육체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환골탈태였다.


*


아공간에서 총 2만회에 달하는 환골탈태를 경험했다.

영세불멸지체를 완성한 것이다.

불로불사의 경지였다.

1만갑자(60만년)에 달하는 경이적인 공력 덕분이었다.

수호신은 약속을 지켰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내 생명을 위협할 수 없었다.

이제 악당들을 때려잡고, 부귀영화를 만끽하면 게임 오버였다.


부푼 희망을 가득 안고, 아공간 밖으로 몸을 날렸다.


동굴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단출했다.

배낭, 침낭, 옷가지 등이 전부였다.

스승님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공간에서 영세불멸지체를 완성하는 동안, 속세로 하산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배낭에 침낭과 옷가지를 챙겨 넣은 뒤.

동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밖을 나설 찰나.

강렬한 독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독가스를 방불케할 정도였다.


호신강기가 본능적으로 발현됐다.

내 몸 전체를 우윳빛의 구체가 감싸고 있었다.

내가 발현한 호신강기는 지상최강의 방탄성능을 자랑했다.


1만갑자에 달하는 막대한 내공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호신강기는 절대무적, 그 자체였다.


호신강기를 전신에 두른 채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기를 얼마 뒤.

호신강기를 해제했다.

필요성을 못느낀 탓이다.


나는 이미 만독불침지신을 완성한 탓에.

이 세상의 그 어떤 독극물도 두렵지 않았다.

호신강기를 해제해도, 독가스 따위는 나에게 별다른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짙은 의혹에 휩싸인 채.

동굴 밖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밖 세상은 폐허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과 도로가 끝도 없이 펼쳐진 상태였다.

이 세상이 핵전쟁의 참화로 뒤덮인 모양새였다.


하늘은 칙칙한 회색빛이었다.

더불어 지상에는 지독한 방사능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핵전쟁.

그것 외에는 지금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한줌의 재로 산화한 수많은 백골들이 도시 전체에 널려 있었다.

발에 채일 정도였다.

사람과 강아지, 고양이 등등...

생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호신에게 사기 당한 심경이었다.

먼치킨이 됐지만, 써먹을데가 없었다.

멸망한 세상에서 내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참담한 노릇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허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게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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