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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SCP 박물관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5.23 03:02
최근연재일 :
2021.06.14 04:3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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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
추천수 :
107
글자수 :
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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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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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숨바꼭질

DUMMY

그것은 콩순이나 베렝구어처럼 머리가 큰 아기 같은 인형이었다.


인형은 아기들이 입는 위아래 긴팔 긴바지가 합쳐진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곰돌이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또 인형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인형 바로 앞까지 간 시안이는 인형의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인형은 어디서 봤더라’ 하고 생각하면서 시안이는 두 손을 뻗어 인형을 집어들었다.


시안이가 인형을 집어들자 인형은 두 눈을 번쩍 떴고, 그런 인형을 처음 만져본 시안이는 깜짝 놀라 인형을 떨어뜨렸다.



시안 “아 깜짝이야.”


동진 “왜 그래?”


시안 “아니 얘가 갑자기 눈 떠서 깜짝 놀랐어.”


동진 “아 그런 거 많잖아.”



동진이도 시안이 옆으로 와서 인형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예은이는 곰 인형을 꺼내 품에 꼭 끌어안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동진이가 보니 인형의 겉면이 진짜 사람 피부처럼 보였다.


진짜 사람 피부 같다고 생각하며 동진이도 그 인형을 들어봤는데, 촉감이 고무같이 탄탄하지 않고 약간 적당히 무르면서 말랑한 것이 느낌도 사람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약간 나빠진 동진이가 인형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뭐 특이한 것은 없나 보다가 인형의 얼굴을 딱 봤는데, 순간 동진이도 깜짝 놀라 인형을 떨어뜨렸다.


멀리서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던 허연 인간이 쿡쿡쿡 웃으며 다시 아이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두 발과 손에 든 자루를 질질 끌면서 오는 느낌이었다.


동진이는 자기가 본 게 맞나 확인하려고 인형을 다시 들었다.


인형은 똑바로 누워 있는 자세에서는 눈을 감고, 인형을 들면 눈을 뜨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 눈을 떴을 때의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승원이의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니 승원이의 눈과 승원이의 코, 승원이의 입이었다.


아까 상훈이가 갔던 화장실에서 승원이나 승원이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며 동진이는 지금 이 인형이 승원이의 몸으로 만들어진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동진이는 두 손가락으로 인형의 볼을 조금 잡아당겨봤다.


만지는 느낌이 사람의 살을 집는 느낌이었다.


옆에서 동진이가 든 인형을 보던 시안이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어?’ 하고 인형을 빤히 보기 시작했다.


시안 “뭐 닮은 거 같아. 뭐지?”



허연 인간은 계속 둔탁한 소리가 나는 자루를 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동진이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승원이라는 것이 충격적이기도 하고 또 승원이가 죽은 모습을 이런 식으로 보자 지금 처한 상황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져서 인형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리고나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다가, 동진이는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SCP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여기를 벗어나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렸다.


먼저 가서 버튼을 누르고 시안이와 예은이를 부를 생각이었는데, 엘리베이터 근처까지 간 동진이는 버튼을 누르려다말고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SCP’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 두 명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진이가 알기로 그들은 각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SCP 재단의 특무부대원들이었다.


인공지능의 말대로라면 지금 저들은 아이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현실 조정자를 없애기 위해 온 것이었다.


또 인공지능은 재단도 아직 누가 현실 조정자인지는 모른다고 했으니 동진이는 어쩌면 저 사람들에게 발견당하는 즉시 공격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 역시 SCP였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3층에서 천장 위를 봤다가 인공지능이 말한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동진이는 이제 인공지능이 말한 대로 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오는 게 좋을 걸’ 하고 말하던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동진이는 혹시 발소리라도 위층에 들릴까봐 발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예은이와 시안이가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예은 “뭐해?”




혼자 왔다갔다 하는 동진이를 보고 예은이가 물었다.


동진이는 혼자서 안절부절 못하며 인형을 잡았다가 놨다가 시계를 잡았다가 놨다가 다가오고 있는 허연 인간 쪽을 봤다가 엘리베이터 쪽을 봤다가 하며 정신없이 굴다가 시안이와 예은이한테 말했다.



동진 “저기 엘리베이터 위에서 누가 내려올 거 같거든? 근데 일단 우리는 저 사람들한테 걸리면 안 될 거 같아. 그러니까···”



동진이가 우물쭈물대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허연 인간과 내려오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를 보다가 동진이가 말했다.



동진 “여기 밑으로 숨어 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들한테 절대로 걸리면 안 돼.”




-




탁탁탁탁.



어두운 전시실 안에 특수부대원들의 손전등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민서 “동우야 눈 감아.”




민서가 작은 목소리로 최대한 입을 안 움직이며 복화술을 하듯이 말했다.


혹시 손전등의 불빛 때문에 눈을 깜빡이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마네킹이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뜨고 있는 것보다는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동우는 민서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선민이는 뒤를 보고 있어서 상관 없었지만 그 사람들이 왔구나 싶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


손전등 불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전시실 안을 살피는 특수부대원들의 발소리는 선민이와 민서, 동우가 있는 곳 근처까지 다다랐다.


개화기에 여자들이 쓰던 망사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 부분이 많이 가려진 민서가 슬쩍 실눈을 떴다.


아까 계단에서 몰래 봤을 때 6명이었던 특수부대원들은 4명으로 그 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다가오자 민서는 다시 눈을 감았다.



치지직-



그들은 보이지 않는 2명과 무전기로 서로 연락하는 모양이었다.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민서와 동우, 선민이가 있는 유리관 바로 앞에서 특수부대원들이 멈춰서서 무전을 하기 시작했다.




2층특무부대원 “시에라. 2층. 수색중.”



무전기 너머의 소리도 같이 들렸다.



1층특무부대원 “찰리. 1층. 008과 2050 개체 약 30마리 발견하고 진정제 다트 이용해 진압 완료.”



2층특무부대원 “시에라. 079나 239로 의심되는 개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나?”



1층특무부대원 “찰리. 아직이다.”



2층특무부대원 “시에라. 지하 1층으로 진입하라.”



1층특무부대원 “찰리. 지하 1층 진입. 확인.”





동우는 1층에 있는 특수부대원들이 지하 1층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동진이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특수부대원들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렸기 때문에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1층 부대원들의 바디캠을 확인해야겠다며 나머지 3명에게 전시실 안쪽을 구석구석 둘러볼 것을 지시하고 그 자리에 남아 바디캠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바디캠 영상에서 청설모들이 끽 하고 주사를 맞고 벽에서 떨어지는 소리와 좀비들이 퍽 퍽 하고 쓰러지는 소리, 1층에 있는 부대원들의 대화 소리 같은 것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우와 민서, 선민이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부대원 한 명이 바로 앞에서 뭔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민이는 쭉 펴고 앉은 한쪽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고, 민서와 동우도 한 자세로 계속 있으니 몸이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



예은이와 시안이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예은 “어디로 숨어?”


예은이가 품에 곰인형을 안은 채로 물었고, 동진이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가장 큰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가며 말했다.




동진 “빨리! 여기 밑으로!! 아니 나 있는 쪽으로 오지 말고 소파 세 개니까 하나씩 밑에 숨자고!!”



시안 “너무 쫍아···”



동진 “빨리 들어가!!!!”



소파는 셋 다 모두 길쭉하게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었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예은이와 시안이가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동진이도 가장 큰 소파에 들어갔기 때문에 몸을 모두 숨길 수 있었다.


예은이와 시안이도 소파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가고, 예은이가 곰인형과 가방까지 끌어당겨서 소파 밑으로 숨기는 데 성공한 순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대리석 바닥에 탁탁탁탁 하는 신발과 그들의 옷에 달린 장비들이 철컹철컹대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동진이는 소파 밑으로 보이는 시안이와 예은이를 보며 한 손가락을 코와 입에 가져다대고 ‘쉿’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예은이와 시안이도 알겠다는 표시로 손가락을 들어 ‘쉿’하는 시늉을 했다.


동시에 허연 인간도 스윽-탁-스윽-탁-하면서 동진이가 있는 소파 쪽으로 거의 다 도착했다.


허연 인간이 밑으로 고개라도 내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동진이가 조마조마해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러기 전에 허연 인간을 먼저 발견한 특무부대원 하나가 허연 인간을 향해 뭘 쐈다.


동진이의 시선에서는 뭘 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 허연 SCP는 죽었는지 기절한 것인지 쿵- 하고 쓰러졌다.


동진이가 밑으로 보니 특무부대원들 한 명은 도서관 안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한 명은 뭘 꺼내서 쓰러진 허연 인간을 관찰하다가 무전기 같은 걸로 말하기 시작했다.



1층부대원 “찰리. 지하 1층에서 4666 개체 한 마리 발견. 진정제 다트 이용해 진압 완료.”



무전기 너머에서 다른 부대원의 소리도 들렸다.



2층부대원 “시에라. 079나 239 의심개체나 희생자는?”



1층부대원 “찰리. 아직 찾지 못했다. 아니, 여기 뭔가 있다.”




동진이의 눈에 앞에 있는 특무부대원이 무릎을 굽히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소파 밑에 뭔가 있는 것을 발견했나 싶어 동진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행히 그건 아니었고, 특무부대원은 소파 위에 놓인 승원이 인형을 발견했다.




1층부대원 “239와 함께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으로 만들어진 인형을 발견했다.”



2층부대원 “시에라. 재단에 보고 바람.”



1층부대원 “찰리. 재단에 보고. 확인.”





소파 밑에서 시안이와 예은이는 서로 볼 수 없었고 둘 다 맞은편에 있는 동진이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되는 거냐고 눈빛으로 계속 동진이한테 말을 걸었고, 동진이는 계속 고개를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면서 예은이와 시안이가 놀라지 않도록 괜찮다는 표정으로 안심을 시켜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서관 안쪽을 수색하던 특무부대원이 별로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돌아와 동진이의 앞에 서 있는 특무부대원에게 보고를 했다.



1층부대원2 “없습니다.”



동진이의 앞에 서 있는 특무부대원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1층부대원 “1층 전시실을 수색한다.”



그들은 다시 엘리베이터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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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완결] 평화로운 박물관 21.06.14 60 0 12쪽
29 세계백업장치 21.06.14 32 1 11쪽
28 임포스터 21.06.13 24 0 11쪽
27 증오의 살점 21.06.13 30 0 11쪽
26 수장고 21.06.12 31 0 11쪽
25 연결 21.06.12 33 0 11쪽
» 숨바꼭질 21.06.12 35 2 11쪽
23 산타 21.06.11 28 0 11쪽
22 기동특무부대 21.06.10 31 0 11쪽
21 청설모 십자군 21.06.09 36 0 11쪽
20 허언증 로봇 21.06.08 31 0 11쪽
19 무한의 계단 21.06.06 29 0 10쪽
18 포식성 드론 21.06.06 31 0 11쪽
17 늑대 vs 호랑이 21.06.05 53 2 11쪽
16 잭과 콩나무 21.06.04 34 1 11쪽
15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1.06.03 38 0 11쪽
14 인공지능과의 대화 21.06.02 44 3 11쪽
13 인공지능 21.06.01 39 1 11쪽
12 가면 21.05.31 60 2 11쪽
11 살아있는 그림 21.05.31 59 3 8쪽
10 대기 해파리/주머니 괴물 21.05.30 55 2 11쪽
9 결정화 21.05.30 42 3 12쪽
8 피자상자 21.05.29 50 5 11쪽
7 3층으로 이동 21.05.28 53 1 11쪽
6 주황색 슬라임 21.05.27 59 5 11쪽
5 붉은 장산범 21.05.26 68 4 11쪽
4 땅콩이 21.05.25 75 2 11쪽
3 나방인간 21.05.24 79 6 12쪽
2 얼룩무늬 나비 21.05.24 131 24 12쪽
1 일상 21.05.23 336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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