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SCP 박물관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5.23 03:02
최근연재일 :
2021.06.14 04:3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01
추천수 :
107
글자수 :
151,224

작성
21.05.26 03:43
조회
67
추천
4
글자
11쪽

붉은 장산범

DUMMY

사범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심해야 한다는 것만 들었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듣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커다란 머리의 땅콩이도 사범님처럼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 움직일지 몰랐기 때문에 사범님은 땅콩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서서히 한 손을 뒤로 뻗어 더듬더듬 문의 손잡이를 찾기 시작했다.


손끝에 문 손잡이가 잡히고,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땅콩이가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사범님의 바로 앞에 와 있었다.



- 종합신고센터-



경찰1 “CCTV는 멀쩡한데요?”



아까 사범님의 신고를 받고 경찰은 즉시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구로 관할을 돌려 국립중앙박물관 근처 CCTV 정보를 모두 수집해 상황실에 모았다.


상황실 메인 화면에 보인 장면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박물관 입구를 왔다갔다 하고 거울못 근처에 앉아 간식을 먹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철문이 내려와서 갇혔다더니 화질 좋은 CCTV를 확대해 보니 유리문이 멀쩡하게 열렸다 닫혔다 하고 사람들도 멀쩡히 왔다갔다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갇혀 있고 또 각종 문화재가 모여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이라 혹시 다른 일이 발생한 것일까봐 다들 걱정하며 인원을 최대한 동원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자료를 모았는데 아무런 일도 없자 다들 짜증을 냈다.



경찰2 “씨발 장난전화하는 새끼들은 지들 때문에 우리가 진짜 범죄 피해자들 못 구할 거라는 생각은 안하나? 존나 빡치네.”


경찰3 “에이씨 괜히 쫄렸네.”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할 때, 아까 사범님의 전화를 받았던 경찰 4가 다급하게 그들을 붙잡았다.



경찰4 “근데 장난 전화 같지는 않았어요.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는데···”



경찰이 된지 별로 되지 않아 경력이 없는 경찰4의 어깨를 경찰2가 감싸주며 말했다.



경찰2 “그럼 장난 전화하는 새끼가 이거 장난전환데욬ㅋㅋㅋ지금ㅋㅋㅋ 이렇게 말하겠냐? 사람 죽인 새끼들도 다 진심으로 자기가 안 그랬대.”





경찰4는 웬지 시무룩해져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 헤드셋을 다시 착용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해서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찰4 “네··· 뭐 별 일 없나요?”



“네?”



경찰4 “아니 뭐 문이 갑자기 폐쇄됐다든지··· 그런 거요.”



“아직 관람 가능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문을 왜 폐쇄하나요?”



경찰4 “···경찰인데요. 방금 전에 신고가 들어와서요. 거기 별 일 없나 해서요.”



“학생들 방학이라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아이들이 장난전화를 했나 보네요.”



경찰4 “아 네···”



경찰4는 왜 아이들이 아닌 어른이 그런 장난을 했는지 잠깐 궁금했지만 장난전화의 세계에는 별 미친 또라이가 많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전화를 건 사람을 믿었던 자기 자신을 탓하며 그냥 전화를 끊었다.


-



상훈 “어? 여기 엘리베이터 있다.”



탑이 있는 곳 구석에는 3층까지 갈 수 있게 되어 있는 투명한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동진 “3층에는 뭐가 있나요?”



사범님은 아까 이것저것 받은 종이들을 뒤적거렸지만 쓸데 없는 문화재와 특별전시 설명만 있고 지도는 없었다. 아까 남자사범님이 받은 게 유일한 지도인 것 같았다.



사범님(여) “음 지도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그냥 3층까지 다 전시실일 거야. 아까 들으니까 일이삼층 다 전시실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아까 조그맣게 있는 기념품샾에서 득템을 한 상훈과 동진은 다른 층에도 조그맣게라도 뭔가 색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관심을 보였다.



상훈 “어? 사범님 지하 1층은요?”



엘리베이터를 유심히 보던 상훈이 사범님에게 물었다.


상훈의 말에 같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니 엘리베이터에는 지하 1층도 표시되어 있었다.


사범님도 조금 궁금했지만 괜히 아이들에게 쓸데 없는 호기심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만하고 저기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한쪽 벽면에 쪼르르 있는 의자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사범님은 착잡한 마음으로 혼자 탑 근처를 왔다갔다 하면서 돌기 시작했다.


사실 사범님도 역사는 별로 관심 없었지만 탑 근처만 계속 서성이다 보니 탑 모형 앞에 적힌 설명을 읽게 됐다.



‘황룡사 9층 목탑 복원 모형-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 없어진 황룡사 9층 목탑을 축소해서 구현해 놓은 모형입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사범님은 문득 핸드폰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요즘 사람들은 1초에 한번씩 핸드폰을 보지만 평소 주머니가 없는 도복을 입고 하루종일 운동하는 것이 일상인 사범님들은 핸드폰에 그렇게 의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사범님은 남자 사범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 남자 사범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범님(여) “뭐야··· 화장실 갔나.”



사범님은 혼자 중얼거리고는 아이들 쪽을 봤다.


남자 사범님을 찾으러 가고 싶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놔두고 갈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잘 있었고 핸드폰을 꺼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민진이가 시안이의 가방에 달린 하트 모양 팝잇을 보고 만져보면서 시안이에게 물었다.



민진 “나 이거 잠깐 가지고 놀면 안돼?”



시안이는 선생님 줄 거라 안된다고 했다.



민진 “무슨 선생님?”


시안 “영어 화상 선생님”


민진 “아 그 패드에서 만나는 거?”



공부 얘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다들 요즘 엄마들이 공부를 너무 시켜서 싫다고 하며 숙제 하기 싫다, 화상수업 하기 싫다, 학습지 하기 싫다, 학원 가기 싫다 등등 푸념을 하기 시작했다.


시안이는 민진이 덕분에 갑자기 생각나서 핸드폰을 꺼내 지은에게 팝잇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 시안님께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시안 ‘선생님 이거 받으러 언제 와요?’




지은은 시안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난감해했다. 남자친구랑 1박 2일로 풀파티를 온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 가기에는 좀 그랬기 때문이었다.



지은 ‘음 내일이나 모레? 모레까지 있는댔지?’


시안 ‘네 선생님 꼭 와요’


지은 ‘응 갈 때 연락하고 너 있는 곳으로 갈게’



지은은 시안과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고 비키니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



남자 사범님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민서 “사범님 왜 안 오세요?”



조용히 있던 민서가 여자 사범님에게 물었다.



사범님(여) “으응··· 모르겠네. 전화해도 안 받으시네.”



사범님은 막막해서 한숨을 쉰 다음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악’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돔 구조로 된 천장 일부는 유리로 덮여 있었는데, 그 유리로 나방인간 한 마리가 큰 눈을 들이밀고 사범님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나방인간은 곧 다시 날아가기는 했지만 작은 유리 공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나방인간이 떼로 날아다니고 있는 괴기스러운 모습이었다.


사범님이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이 의자에서 튕겨져 나오듯이 달려와서 위에 보이는 하늘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민진 “무서워··· 어떡해···?”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민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아까 본 나방인간을 까먹고 있었는지 이제서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동진 “내 예상은 이래. 곧 누군가가 와서 저 SCP들을 다 격리시킬 거고 우리한테는 기억소거제로 저것들을 본 기억을 없앨 거야.”



상훈 “누가 오는데요?”



동진 “그건 그때그때 다른데. 기동특무부대라든지 이런 특수부대들이 와서 곧 처리할 거야.”



시안 “아니야. 여길 탈출해야 돼. 게임에서는 그랬어.”



동진 “그건 게임이고. 이건 현실이잖아?”




말도 안 되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한 아이들을 보며 사범님은 빨리 저 나방인간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아이들을 대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돔 구조는 촘촘한 철근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서 유리가 만약 깨지더라도 나방인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 구조였지만 자기도 이렇게 무서운데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사범님(여) “사범님 찾으러도 가고 또 여기 말고 있을 곳 있나 알아보고 올테니까 여기서 선민이랑 민서 말 잘 듣고 있어. 화장실 갈 때는 꼭 세 명이서 같이 가고. 알았지?”



상우가 또 큰 소리로 말했다.



상우 “우리는 세 명이서 가야 된다고 하고 사범님은 왜 혼자 가요?”


사범님(여) “내가 너희랑 같니?”




하지만 동진이가 상우 편을 들었다.



동진 “상우 말이 맞습니다 사범님. 땅콩이를 만났을 경우라면 혼자는 위험해요. 사범님 말씀처럼 적어도 세 명은 있어야 안전하죠.”



아이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사범님은 지쳤지만 이번에는 대꾸를 해보기로 했다.



사범님(여) “땅콩이가 뭔데?”



사범님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자 SCP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아이들은 다 나서서 자기가 설명하겠다고 난리였다. 땅콩이는 SCP 몇인데 어쩌고 저쩌고 그걸 발견한 박사는 어쩌고 저쩌고··· 다같이 말하니까 더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사범님은 그만 하고 소리쳤다.



사범님(여) “그래서 왜 땅콩인데? 땅콩을 닮았어?”



동진이가 논리정연하게 한 마디로 정리해줬다.



동진 “땅콩이한테서 눈을 떼면 안 되는데 눈을 깜박거리거나 시선을 돌리면 바로 순간이동해서 그 사람의 머리를 땅콩처럼 박살내는 SCP입니다.”



사범님은 한숨을 한번 쉬고 알았다고 하며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잘 열렸지만 2층을 누르는 버튼이 고장났는지 눌리지 않았다. 계단이 있는 곳까지 가기는 너무 멀었기 때문에 사범님은 3층을 간 다음 3층에서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문이 닫히기 전 아이들에게 여기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소리를 쳤다.


아이들이 또 우렁차게 ‘네!’ 하고 대답했다.


엘리베이터는 전체가 투명했기 때문에 3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아이들이 사범님을 보고 손을 흔들며 방방 뛰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범님은 잠깐 웃었지만 나방인간들이 보일지도 모르는 천장 쪽에는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고 3층에 도착하자 바로 내려서 계단이 있다고 생각되는 복도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기다란 복도 끝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빨간 조각상 같았다.


서울의 상징인 상상 속의 동물 해치 조각인가 하며 사범님은 계속 걸었는데, 갑자기 저 복도 끝에서 그 빨간 조각상이 네발로 사범님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 있을 때는 뭔지 감이 잘 안 잡혔는데, 그것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의 정체는 이빨이 아주 날카로운 빨간 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CP 박물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완결] 평화로운 박물관 21.06.14 60 0 12쪽
29 세계백업장치 21.06.14 32 1 11쪽
28 임포스터 21.06.13 24 0 11쪽
27 증오의 살점 21.06.13 30 0 11쪽
26 수장고 21.06.12 30 0 11쪽
25 연결 21.06.12 33 0 11쪽
24 숨바꼭질 21.06.12 34 2 11쪽
23 산타 21.06.11 28 0 11쪽
22 기동특무부대 21.06.10 31 0 11쪽
21 청설모 십자군 21.06.09 36 0 11쪽
20 허언증 로봇 21.06.08 31 0 11쪽
19 무한의 계단 21.06.06 29 0 10쪽
18 포식성 드론 21.06.06 31 0 11쪽
17 늑대 vs 호랑이 21.06.05 53 2 11쪽
16 잭과 콩나무 21.06.04 34 1 11쪽
15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1.06.03 38 0 11쪽
14 인공지능과의 대화 21.06.02 44 3 11쪽
13 인공지능 21.06.01 39 1 11쪽
12 가면 21.05.31 60 2 11쪽
11 살아있는 그림 21.05.31 59 3 8쪽
10 대기 해파리/주머니 괴물 21.05.30 55 2 11쪽
9 결정화 21.05.30 42 3 12쪽
8 피자상자 21.05.29 50 5 11쪽
7 3층으로 이동 21.05.28 52 1 11쪽
6 주황색 슬라임 21.05.27 59 5 11쪽
» 붉은 장산범 21.05.26 68 4 11쪽
4 땅콩이 21.05.25 75 2 11쪽
3 나방인간 21.05.24 79 6 12쪽
2 얼룩무늬 나비 21.05.24 131 24 12쪽
1 일상 21.05.23 335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