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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SCP 박물관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5.23 03:02
최근연재일 :
2021.06.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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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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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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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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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먹으면 안 되는 음식

DUMMY

상훈이는 거대한 보석 덩어리로 변해버린 민진이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계속 다른 전시실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직 아무도 답장이 없었다.




상훈 “아 뭐하고 있는 거야 진짜.”



상훈이는 답답해서 확 버튼을 누르고 혼자 복도로 나가버릴까 하다가 관뒀다.


무턱대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땅콩이 때문에 혼자서 다니는 건 위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안이와 예은이와 같이 있다고 해서 딱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신체적인 전투력만 따지면 지금 같이 있는 예은이와 시안이, 상훈이 모두 최약체였기 때문에 민서처럼 괴물을 때려잡는다든지 하는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 민서와 선민이를 공격했던 괴물 같은 걸 살아있는 상태로 만난다면 셋 다 모두 즉사할 거라고 생각하며 상훈이는 태권도 좀 열심히 해둘걸 하고 잠깐 후회를 했다.


엄마가 다니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시늉만 하고 있던 학원이었다.




따닥- 따닥-



그때 민진이 쪽에서 얼음이 빠직 하고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빙판이 되어 얼어붙은 땅이나 물 위에 발을 딛는데 얼음이 빠직 하고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미묘하게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였다.


시안이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시안 “무슨 소리 안나?”




상훈이는 그냥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서 ‘아 몰라’ 하고 시안이에게 짜증을 낸 다음 유튜브를 켜서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의 게임방송을 틀었다.


상훈이는 일부러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서든어택 게임방송을 틀어서 총소리와 유튜버의 말하는 소리가 합쳐져 아주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 소리 때문에 민진이에게서 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상훈이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민서와 선민이, 동우와 승원이, 동진이는 전시실 안에서 동그랗게 쭈그려 앉아 조용히 있는 중이었다.


썩은 인간은 아직 여기까지는 따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동우가 갑자기 생각난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동진이에게 건넸다.


동진이는 핸드폰을 보고 반가워하며 두 손으로 가방을 메는 시늉을 하며 입모양으로 ‘가방은?’ 하고 물었다.


동우는 어깨를 으쓱 하며 그건 잘 모르겠다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아까 미로 밖으로 버리긴 했지만 정말 몰랐다.


가방이 같이 튀어나오지 않은 걸 보면 다른 곳으로 떨어졌나본데, 어딘진 몰라도 자기 대신에 가방이 그곳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가방과 가방을 잡으라고 해준 동진이에게 동우는 고마운 생각이 들었지만 괜히 쓸데없이 남의 가방을 버렸다는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있었으므로 동진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동우와 동진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선민이와 민서, 승원이는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며 썩은 인간이 나오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아까 천장에서 나온 썩은 인간한테 당할 뻔한 동우는 천장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혹시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 쪽에서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선민이는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켜서 전시관 불빛이 닿지 않는 곳 구석구석까지 잘 살폈다.


그런데 구석에 50cm 정도 돼보이는 곰인형이 혼자 떡 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선민이는 ‘흡’ 하고 입에서 나오려는 소리를 틀어막고 민서의 어깨를 치기 시작했다.


선민이의 눈에 그것은 마치 처키의 인형 혹은 애나벨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손전등 불빛을 받은 인형이었기 때문에 꽤 괴기스럽기도 했다.


누워 있는 자세도 아니고 똑바로 벽에 기대고 앉아있는 것도 선민이의 눈에는 공포영화 같았다.


민서가 무슨 일인가 하고 선민이가 가리키는 쪽을 봤더니 곰인형이 앉아 있었다.


곰인형은 전혀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쎄했기 때문에 민서는 핸드폰을 보고 있는 동진이를 툭툭 쳤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저건 모야?’ 하고 물었다.



동진이도 고개를 들어 선민이가 손전등으로 비추고 있는 곳을 봤는데, 잘 모르겠어서 또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는 곰 인형’



검색결과를 보여주자 다들 안심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선민이는 무서운지 자기가 가져오기는 싫다고 했다.


또 다들 썩은 인간이 아직 나타날까봐 무서웠기 때문에 말소리는 내지 않고 손짓 발짓 표정에 입모양으로 대화하느라 그 모습이 아주 웃겼지만 웃지도 못하고 고생이었다.


승원이가 ‘내가 가져온다’면서 일어나서 곰인형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보니 곰인형 옆에는 주황색 접시도 같이 놓여져 있었는데, 접시에는 ‘Last Chance Diner’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별로 안된 승원이는 그 중에서 Diner만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저녁?’ 하고 생각하면서 그냥 곰인형만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접시 위에 햄버거가 짠 하고 나타났다.


패티 두 장에 베이컨, 해시브라운에 빵 대신 치킨으로 마무리한 칼로리 폭탄 햄버거였다.


너무 맛있어보여서 승원이는 입맛을 다셨다.


아까 피자 박스의 기적을 목격한 승원이는 이번에도 대박이 나타났구나 싶어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햄버거가 올려진 접시를 한손으로 조심히 들고 한손에는 곰인형을 들고 조심조심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접시에서 햄버거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 손으로는 곰인형을 선민이에게 건넸다.


선민이가 접시에 있는 햄버거를 보고 입모양으로 뭐냐고 물었다.


승원이는 입모양으로 ‘대박’ 하고 대답했다.


다른 친구들도 승원이의 손에 들린 접시와 햄버거를 봤지만 아까 피자를 먹어서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다니느라고 배가 다 꺼지기도 했고 원래도 자주 먹는 승원이는 앉아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기름진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햄버거라서 한입 베어 물자 패티 두장과 겉에 있는 치킨 조각에서 기름이 쭉 하고 튀어나왔다.


승원이는 츄릅 하고 기름을 삼키고 또 손등으로 기름을 닦으면서 한입 한입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다.



승원이가 햄버거를 먹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입 모양과 손짓 발짓으로 ‘이제 썩은 괴물 안 나올 거 같지?’, ‘쫌만 더 기다려볼까’ 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전시실 안에 있는 ‘역사극장’이라고 쓰여진 곳 아래에 있는 네모난 하얀 스크린에서 촥 하고 빛이 비치더니 한 여자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또 다들 동진이한테 뭐냐고 눈짓으로 물었고, 동진이는 ‘저거 SCP니까 가까이 가면 안 되고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그림자는 뒤에 진짜 어른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SCP에 있어서는 동진이의 말을 듣는 게 좋았으므로 다들 그냥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SCP들이 종류별로 등장하자 동진이는 문득 아까 인공지능의 말이 떠올랐다.



‘빨리 오는 게 좋을걸’ 하고 말하는 인공지능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동진이는 의심이 많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하라는 대로 하기 싫었다.



동진이가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선민이는 아까 슬라임처럼 괜찮은 거라고는 했지만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옆에 그냥 내팽개쳐뒀던 곰인형을 들어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보니 땡땡이 무늬 리본도 달려있는 것이 나름 귀여웠다.


예은이 갖다주면 예은이가 좋아하겠다는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자 선민이는 그제서야 3층에 있는 다른 아이들 생각이 났다.



선민 “읍···”



선민이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썩은 인간 생각이 나서 말을 하다 말고 닥친 다음 핸드폰을 다시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상훈이한테서 계속 연락이 와 있었다.









쨍그랑-




유리로 된 접시 1000개가 동시에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온몸이 거대한 보석 덩어리로 변한 민진이가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민진이가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던 유리관에 날카로운 보석 결정들이 날아가 박혔는데, 아까 괴물의 이빨에도 끄떡 없던 유리였다.


상훈이는 옆에서 피해있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안이와 예은이는 큰 소리가 난 쪽을 보긴 했지만 아직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안 돼서 상훈이를 바라봤다.




상훈 “폭발한 거야. 원래 그렇게 된대.”




상훈이가 팩트폭행을 해주자 예은이가 울기 시작했다.



예은 “흐아앙~ 민진아~ 흐흑···”



시안이도 ‘민진이 누나 죽었어?’ 하고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한지 보석 조각들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진 곳으로 가보기 시작했다.


상훈이는 시안이랑은 나이가 같고 예은이랑은 한살 차이밖에 안 났지만 자기보다 한참 어린애들 같다고 생각하며 빨리 다른 친구들이랑 연락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안이는 폭발한 보석의 잔해를 살펴봤다.


투명한 조각들만 작게 조각나 있을뿐, 민진이의 원래 모습이라든지 옷이라든지 소지품 같아 보이는 조각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보석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민진이가 어떻게 돼서 슬퍼하는 예은이와 달리 평소 귀신이 나오는 만화에 심취해 있던 시안이는 이렇게 신기한 현상을 보자 조금 재미있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땅에 떨어진 보석 조각들을 들어서 유리관에서 나오는 빛에 비춰가며 요리조리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안이는 보석의 잔해 속에서 민진이가 가지고 있었던 색색깔로 빛나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다른 소지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민진이의 살점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또 거대한 결정 조각이었던 것이 아주 작은 조각들로 산산조각난 상황에서 그 목걸이만 멀쩡하게 바닥에 놓여 있었다.


시안이는 목걸이를 들어올려 마찬가지로 유리관에서 나오는 빛에 요리조리 비춰봤다.


각도를 바꿔서 볼 때마다 약간씩 다른 색으로 보였고 목걸이를 이루고 있는 보석들에 빛이 반사되며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났다.



시안이는 평소에 할머니가 이렇게 알이 큰 목걸이나 반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할머니한테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시안이가 목걸이를 목에 걸자 목걸이의 가운데 빨간 부분에서 잠깐 빛이 났다가 사라졌지만 그러한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된 시안이가 다시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왔고, 상훈이는 시안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발견했지만 평소에 그런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원래 저걸 하고 있었나?’하고 생각하고 말 뿐이었다.


예은이는 울음을 거의 그쳤지만 계속 민진이가 죽었다는 걸 알고 슬퍼하고 있었다.


상훈이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봤다.



‘상훈아. 우리 SCP한테 쫓기느라구 이제 봤어. 아까 3층 거기 그대로 있어?’



다행히 선민이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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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산타 21.06.11 29 0 11쪽
22 기동특무부대 21.06.10 31 0 11쪽
21 청설모 십자군 21.06.09 36 0 11쪽
20 허언증 로봇 21.06.08 31 0 11쪽
19 무한의 계단 21.06.06 29 0 10쪽
18 포식성 드론 21.06.06 31 0 11쪽
17 늑대 vs 호랑이 21.06.05 5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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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1.06.03 39 0 11쪽
14 인공지능과의 대화 21.06.02 44 3 11쪽
13 인공지능 21.06.01 39 1 11쪽
12 가면 21.05.31 60 2 11쪽
11 살아있는 그림 21.05.31 59 3 8쪽
10 대기 해파리/주머니 괴물 21.05.30 55 2 11쪽
9 결정화 21.05.30 42 3 12쪽
8 피자상자 21.05.29 50 5 11쪽
7 3층으로 이동 21.05.28 53 1 11쪽
6 주황색 슬라임 21.05.27 59 5 11쪽
5 붉은 장산범 21.05.26 68 4 11쪽
4 땅콩이 21.05.25 75 2 11쪽
3 나방인간 21.05.24 79 6 12쪽
2 얼룩무늬 나비 21.05.24 131 24 12쪽
1 일상 21.05.23 336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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