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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SCP 박물관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5.23 03:02
최근연재일 :
2021.06.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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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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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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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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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산타

DUMMY

동우는 깜짝 놀라서 핸드폰을 떨어뜨릴뻔했다.


동우가 움찔하자 붙어 있던 민서도 깜짝 놀라서 물었다.



민서 “왜 그래 뭔데?”


동우 “SCP라고 적혀있는데···?”


민서 “뭐? SCP?”


선민 “왜 옷에 그런 게 적혀있어?”


동우 “몰라··· 아무튼 게임에서는 저런 사람들 만나면 게임 오버야.”


민서 “무슨 게임인데?”


동우 “탈출하는 게임인데 저 사람들은 탈출하는 걸 막는 사람들이거든.”



민서와 동우, 선민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동우는 항상 게임 속에서 SCP들을 피하고 피하고 해서 그 게임을 거의 다 깨도 항상 출구 쪽에서 저런 사람들에게 잡혔던 게 생각났다.


여러 엔딩을 봤지만 어떤 쪽으로 가도 저런 사람들에게 잡히는 개같은 엔딩이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동우는 잠깐 숙연해졌다.


하지만 현실도 게임과 같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게임 속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에 동우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까 무한의 계단에 있을 때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까 혼자서 거울 미로에 있을 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던 동우였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동우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셋은 지금 계단에서 쭈그려 앉은 채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였다.


1층으로 갈 수도 없고 지금 2층으로 가면 붙잡혀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단 민서가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살피는데, 6명의 특수부대원들이 한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민서 “야. 들어갔어.”


동우 “어딜?”


민서 “전시실 안으로 들어갔어.”


선민 “어떡해 우리 어디 숨을 데도 없고···”



민서는 잠깐 생각하다가 아까 움직이는 그림이 알려준 비밀번호 생각이 났다.



민서 “전시관 안으로 숨는 거 어때? 우리 그거 여는 비밀번호 알잖아.”


선민 “전시관 안으로 숨으면 우리 여기 있습니다 잡아가세요 하고 전시하는 거야?”




선민이가 싸늘하게 말했지만 민서는 지지 않고 다시 생각했다.



민서 “음 뭐 갑옷이나 그런 거 있으면 좋은데. 거기 안에 숨으면 되잖아. 아니면 움집 같은 거.”



이럴 줄 알았으면 무슨 층에 뭐가 있고 그런 걸 좀 봐둘걸 하고 셋은 후회했지만 소용 없었다.


썩은 인간을 피한다거나 하는 등 여기저기 전시실은 많이 왔다갔다 했지만 뭐가 있는지 제대로 본 적은 한번도 없어서 처음 여기에 도착했을 때와 거의 같은 수준의 정보력이었다.


동우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봐보려고 했지만 몇 층에 뭐가 있는지까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민서 “그러지 말고 일단 아무데나 들어가보자.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전시실에 들어간다고 해서 숨을 곳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지만 탁 트인 계단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었으므로 일단 셋은 아무 전시실에나 들어가기로 했다.


복도 바로 앞에 있는 전시실로 가려다가 그 옆의 전시실이 동진이가 말한 ‘대한제국실’인 것을 발견한 동우가 저기로 가자고 했다.


간발의 차로 셋이 대한제국실로 들어가자마자 6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들어갔던 전시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셋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서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전시실 하나하나를 수색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아직 여기까지 오는 데는 시간이 있었다.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다행히 전시실 안에는 대한제국 사람들이 입었던 양복이나 각종 제복 같은 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비밀번호였다.




선민 “근데 비밀번호 뭐였지? 나 기억 안 나는데···?”



민서 “비밀번호 그러니까··· 4589였나 4859였나 뭐 그런 거였는데···”



선민 “뭐야 너도 기억 안 나????”



민서 “아니야 이런 비슷한 거였어 4는 확실히 들어가고. 일단 빨리 흩어져서 해보자.”




선민이와 민서가 ‘띠띠띠띠’, ‘띠띠띠띠’ 하면서 4로 시작하는 조합들을 눌러보는 동안 옆에 있는 유리관에 아무 번호나 눌러보던 동우가 비밀번호를 때려맞췄는지 그쪽에 있는 유리관이 조용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우 “어 됐어!! 여기로 들어가자!!”



동우는 흥분했지만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선민이와 민서를 불렀다.


셋은 빠르게 유리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칸을 딛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민서 “일단 유리 다시 닫아.”


동우 “어떻게 닫는데?”


민서 “거기 보면 누르는 데 있어.”



동우가 유리관을 다시 닫을 버튼을 찾는 동안 민서와 선민이는 전시되어 있는 옷 뒤에 서봤다.


하지만 그냥 옷 뒤에 서 있으면 완전히 정면에서 보는 게 아니라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뒤에 사람이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쫌 아니라는 생각이 든 선민이가 표정이 썩어서 민서한테 말을 건넸다.



선민 “이렇게 서 있는데 모르고 지나친다고?”


민서 “아씨 이게 아닌데··· 어떡하지.”



민서도 막연히 옷 뒤에 숨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서 보니 옷은 옷대로 서 있고 뒤에 있는 사람은 사람대로 보일 만한 각도였다.


유리관의 옆부분이 막혀 있으면 모를까, 모두 투명했기 때문에 뒤에 숨어 있어도 눈에 너무 잘 띌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동우가 버튼을 찾아 유리관은 다시 닫히고 있었다.


이제 와서 다른 곳에 가기도 애매했다.


민서가 옷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민서 “이걸 빼서 입어볼까?”


선민 “입자고?”


동우 “입어?”



민서가 먼저 옷을 고정해놓은 핀 같은 것들을 뺀 다음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미 옷을 입은 상태에서 또 입는 거여서 그런지 아니면 옛날 사람들의 키와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몰라도 고학년이고 키가 큰 편인 민서한테 사이즈가 딱 맞았다.



민서 “어때?”




민서가 입은 모습이 썩 그럴듯해 보이니까 선민이와 동우도 따라서 앞에 있는 옷들을 빼서 입기 시작했다.


모자 같은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모자까지 쓰면 얼핏 보면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에 옷을 입혀놓은 줄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셋은 앞을 바라보고 마네킹처럼 똑바로 서 있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도 선민이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선민 “야··· 나 여기 누가 오기라도 하면 움직일 거 같은데 어떡해?”


민서 “뭐?”


동우 “누나 쫌만 참아.”


선민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원래 표정도 잘 못 숨기고 그러는데 앞에서 아까 그 사람들이 빤히 보고 그러면 큰일날 거 같은데···”




그냥 엄살로 듣고 넘기려던 민서와 동우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이었기 때문에 선민이가 말한 대로 됐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잠깐 상상하고 조용해졌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허무했다.


잠깐 생각하던 동우가 말했다.




동우 “그럼 누나는 고개 돌리고 앉아 있는 거 어때?”



선민 “엉?”



동우 “그 막 모델들 사진 찍을 때처럼.. 다리 쭉 뻗고 한쪽 무릎 약간 올리고 막 포즈 취한 다음에 고개 벽쪽으로 돌리고 있어···”




박물관에서 모델 포즈라니 말도 안 됐지만 그냥 서 있는 것보다는 그게 더 안전할 것 같아서 선민이는 앉아서 포즈를 취해보기 시작했다.


동우와 민서가 최대한 선민이의 그런 모습이 부자연스러워보이지 않게 간격을 좁혀서 세 명이 세트인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탁탁탁탁.



멀리서 대리석 바닥에 군화발 소리가 들렸다.


선민이는 올 게 왔구나 싶어 고개를 돌린 상태로 입모양으로 ‘시발시발’거리고, 민서와 동우도 긴장이 돼서 침을 꼴깍 삼켰다.




-




도서관 한쪽 벽에 쌓여있던 책들이 무너지듯 와르르 앞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커다란 사람 같은 것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는데, 뼈다귀만 앙상하게 마르고 온 몸이 밀가루를 바른 것처럼 허얬다.


어떤 인종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온 몸이 하얘지는 병인 알비노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하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하얀 것도 아닌 약간 칙칙하고 거뭇거뭇한 것이 많이 묻은 느낌의 하얀색이었다.


그 사람은 빨간 마스크처럼 쭉 찢어진 입꼬리를 한껏 올리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책더미 사이에서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진이가 있는 쪽을 응시했다.


동진이는 조금 소름이 끼쳐서 주변에 뭐 집을 게 없나 보다가 일단 아까 집었다가 다시 놓아둔 은색 시계를 다시 손에 들고 조용히 예은이와 시안이를 불렀다.



동진 “야. 야.”



예은이와 시안이는 동진이가 왜 그러지 하고 보다가 저만치 멀리 있는 크고 하얀 인간을 보고 꺅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예은이와 시안이가 소리를 질러대도 그것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 손에는 커다란 자루 같은 것을 쥐고 끌고 오고 있었는데, 자루는 밑 부분이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안에 생고기라도 들어 있는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밀가루 포대 같은 것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 같은 것들을 채우면 저런 모습일까 하고 동진이는 냉장고 안에서 봤던 팩에 담긴 빨간 소고기들을 떠올렸다.


엎드려서 여유롭게 놀고 있던 예은이와 시안이가 일어나서 동진이를 봤다.


‘어디로 도망갈까’ 하는 표정들이었다.


동진이도 엘리베이터 쪽을 보며 다시 올라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던 때에, 멀찍이 있던 허연 사람이 끌고 오고 있던 자루를 열어 뭘 뒤적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자루 안에는 뭔지 몰라도 뭐가 많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자루를 뒤적거리던 허연 사람은 어떤 인형 하나를 꺼내더니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손짓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시안이와 예은이는 무서워서 얼어붙었다.


마치 ‘이거 줄테니 이리 와라’ 하는 손짓이었지만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동진이가 그 모습을 보다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동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거 뭔데요? 여기로 던져 주실래요?”



그러면서 동진이가 던지면 내가 받겠다는 듯 두 손을 뻗어 공 같은 것을 받는 시늉을 했다.


동진이도 무섭긴 했지만 허연 인간의 행동이 느린 것을 보고 일단 아무 말이나 또 씨부려본 것인데, 허연 인간은 다행히 보이는 것처럼 아직 공격성은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동진이는 그것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정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동진이가 두 손으로 훠이훠이 하고 손짓을 하자 허연 인간은 씨익 웃으며 인형을 던지는 대신 몸을 굽혀 인형을 바닥에 데구르르 굴렸다.


바로 앞까지는 아니었지만 시안이와 예은이, 동진이가 있는 소파와 가까운 곳까지 인형은 굴러왔다.


호기심이 많은 시안이가 소파에서 점프한 다음 인형을 잡으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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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세계백업장치 21.06.14 32 1 11쪽
28 임포스터 21.06.13 24 0 11쪽
27 증오의 살점 21.06.13 30 0 11쪽
26 수장고 21.06.12 31 0 11쪽
25 연결 21.06.12 33 0 11쪽
24 숨바꼭질 21.06.12 35 2 11쪽
» 산타 21.06.11 29 0 11쪽
22 기동특무부대 21.06.10 31 0 11쪽
21 청설모 십자군 21.06.09 36 0 11쪽
20 허언증 로봇 21.06.08 31 0 11쪽
19 무한의 계단 21.06.06 29 0 10쪽
18 포식성 드론 21.06.06 31 0 11쪽
17 늑대 vs 호랑이 21.06.05 53 2 11쪽
16 잭과 콩나무 21.06.04 34 1 11쪽
15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1.06.03 38 0 11쪽
14 인공지능과의 대화 21.06.02 44 3 11쪽
13 인공지능 21.06.01 39 1 11쪽
12 가면 21.05.31 60 2 11쪽
11 살아있는 그림 21.05.31 59 3 8쪽
10 대기 해파리/주머니 괴물 21.05.30 55 2 11쪽
9 결정화 21.05.30 42 3 12쪽
8 피자상자 21.05.29 50 5 11쪽
7 3층으로 이동 21.05.28 53 1 11쪽
6 주황색 슬라임 21.05.27 59 5 11쪽
5 붉은 장산범 21.05.26 68 4 11쪽
4 땅콩이 21.05.25 75 2 11쪽
3 나방인간 21.05.24 79 6 12쪽
2 얼룩무늬 나비 21.05.24 131 24 12쪽
1 일상 21.05.23 336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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