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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SCP 박물관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5.23 03:02
최근연재일 :
2021.06.14 04:3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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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
추천수 :
107
글자수 :
151,224

작성
21.05.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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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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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얼룩무늬 나비

DUMMY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밴 안은 아주 시끌벅적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사범님이 각각 한명씩 앉았고 두 줄로 된 밴의 뒷자리에는 아이들 10명이 5명씩 다닥다닥 붙어서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신나게 가라고 신나는 노래를 틀어줬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 소리에 아이들 소리에 너무 시끄러워서 노래를 껐더니 노래를 또 끈다고 뭐라해서 사범님들은 그냥 포기하고 노래를 틀고 시끄럽게 가는 중이었다.


앞 줄에 앉은 상훈이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상훈 “저희 롯데월드부터 가면 안 돼요?”



조수석에 앉은 여자 사범님이 손으로 이마를 잡고 ‘어이쿠야’ 하면서 상훈이에게 뒤로 가서 제대로 앉으라고 말했다. 상훈이는 바로 자세를 바로하고 뒤에 앉았지만 계속 말했다.



상훈 “네? 롯데월드요. 롯데월드 가보고 싶었어요.”



운전하고 있던 남자 사범님이 백미러로 상훈이 쪽을 한번 보고 다시 앞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사범님(남) “자 얘들아. 태권도 배우는 거는 우리가 뭐도 배우는 거랬지?”



자기들끼리 떠들던 아이들이 갑자기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이들 “인성이요~!”



그렇게 같이 대답하는 소리도 엄청 커서 사범님들은 둘 다 깜짝 놀랐다.



사범님(남) “그래~ 바른 성품을 갖추는 걸 먼저 배워야 하는 거야. 인성이 쓰레긴데 운동만 잘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아이들 “깡패요!!”



아이들이 일부러 사범님들 들으라고 아까보다도 더 악을 질러서 사부님들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사범님(여) “자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그냥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공부 겸 해서 가는 거라서 부모님들이 다들 찬성해주신 거야~ 우리가 갈 곳은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북촌한옥마을, 남산 이렇게 해서 2박 3일이야~”



동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동진 “왜 남산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롯데타워로 바뀐지 꽤 됐는데 말이죠. 롯데타워는 123층으로 롯데타워 전망대가 남산 전망대보다 더 낫지 않나요?”



동진이는 평소에도 논리정연하게 말을 잘 해서 동진이에게 말싸움으로 이기기는 어려웠다. 또 웬만한 어른들도 동진이가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같이 이야기하기 힘들어하는 편이었다. 여자 사범님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동진이에게 말했다.


사범님(여) “음 동진아~ 그렇긴 하지만 남산은 위치가 서울의 중심이기도 하고 해서 롯데타워랑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산 위에 있어서 올라가는 길에 산책로도 있구 우리 거기서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야~ 시각장애인 분들 손잡고 같이 올라가드리면서 얘기도 하고 그런 봉사활동이야~”



봉사활동이라는 얘기에 아이들의 입에서 싫은 소리가 은근히 새어나왔다. 사범님은 못 들은 척 하면서 계속 말했다.


사범님(여) “맨 처음 갈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야~ 10명 이상은 단체등록 해야된다고 해서 예약도 했으니까 못 바꾼다아~”



상훈이가 ‘아’ 하고 소리를 크게 내서 불만을 표시했지만 아이들에게 반란을 일으킬 만한 힘은 없었다. 또 저학년 아이들이 난리를 치는 동안 고학년인 민서와 선민이는 창 밖을 보거나 핸드폰을 하면서 조용히 있는 중이었다.


재미있는 곳에 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 잠깐 실망하던 친구들은 다시 힘을 내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롯데월드에 가지 못해 침울해하던 상훈이가 갑자기 생각난 듯 승원이에게 말했다.



상훈 “형. 사이렌 헤드 알아요?”


승원 “사이렌 헤드? 그게 뭔데?”


상훈 “이거 봐봐요.”



상훈이와 승원이가 SCP재단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에 나오는 사이렌 헤드를 유튜브로 보는 동안 시안이와 민진이는 TV에서 하는 귀신이 나오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민진 “너 신비 아파트 좋아한댔지? 나 이번에 생일 선물로 합체 고스트 피규어 세트 받았다~”


시안 “우와~ 봐봐요.”


민진 “사진은 안 찍어 놨는데~”


시안 “벽슬렌더도 있어요?”


민진 “아 그 슬렌더맨이랑 벽수귀랑 합체한 거? 응 그것도 있어.”


시안 “우와~ 나 벽슬렌더 진짜 좋아하는데 궁금하다!!”



진영이가 듣다가 ‘귀신들이 합체도 하냐’고 시안이에게 물었다. 시안이는 신나서 진영이한테 인터넷에서 그림을 찾아 보여주며 뭐랑 뭐랑 합체할 수 있고 합체하면 이름이 뭐고 어떻다는 걸 한참 설명했다.


진영 “그래서 합체하면 어떻게 되는데? 더 쎄져?”


시안 “벽슬렌더는 물공격도 할 수 있고 촉수로 묶을 수도 있고 순간이동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웬디고랑···”


동우와 동진이는 마인크래프트에 나오는 광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동우는 레고를 좋아하고 조립하는 것처럼 마인크래프트에서도 각종 광물들로 건물을 짓고 있었다.



동우 “형. 네더라이트로 이거 만들었는데 봐봐요.”


동진 “오. 멋있다.”


동우 “그쵸. 그리고 네더라이트 자체가 뭔가 멋진 거 같아요. 다이아몬드보다 강하고 용암에 뜨고.”



민서가 가만히 듣다가 ‘네더라이트’를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실제로는 없는 광물이고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광물이었다. 혹 해서 검색했다가 약간 실망한 민서는 검색결과를 동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민서 “야. 그거 실제론 없는 거래.”


동우 “엥? 금이랑 철이랑 그런 건 다 실제로도 있는데?”




동우는 믿기지 않는듯 검색결과를 계속 내려가면서 보면서 보고 또 봤다. 네더라이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약간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예은이가 가장 나이가 많은 선민이에게 물었다.



예은 “언니. 근데 SCP 같은 거 진짜 있어요?”



평소에 내성적이지만 시니컬한 선민이는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훗 하고 웃은 다음 말했다.



선민 “있겠냐. 다 뻥이지.”




동진이가 그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동진 “아니야 SCP는 있어.”




선민이가 ‘그런 게 어떻게 진짜 있냐’고 동진이에게 말했다. 동진이는 지지 않고 말했다.



동진 “누나. 세상엔 이상한 동물들도 정말 많은 거 알아요?”


선민 “무슨 동물?”


동진 “눈에서 레이저처럼 자기 피를 쭉 뽑아내는 도마뱀도 있구요. 심해에 사는 아귀는 혼자서 불빛을 내서 다른 물고기를 끌어들인 다음 잡아먹어요. 심해에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눈이 퇴화하거나 아니면 엄청 커서 빛이 없는 환경에서 살 수 있죠.”



선민이는 ‘어쩌라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이 어린 동생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진이를 봤다. 동진이는 그게 자기 말을 잘 듣고 있어서 그런 줄 알고 계속 말했다.



동진 “우리가 모르는 심해나 사막, 열대우림 같은 곳에 신기한 동물들이 많은 것처럼 세상 어딘가에는 SCP들이 재단에 의해 격리당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또 기억소거제의 역할도 중요하죠. 만약 접촉한 일반 사람들이 있다면 기억 소거제를 이용해서 SCP를 본 기억을···”


선민이가 동진이의 말을 끊고 ‘아 알았어 알았어 있어 있어’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동진이가 한번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선민이는 속으로는 아니었지만 겉으로라도 동진이의 말에 동의하는 척을 해야했다.


자다가 일어난 상우도 SCP라는 말에 재미있는 생각이 드는지 동진이한테 SCP 얘기 계속 하자고 졸랐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떠드는 동안 밴은 어느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해 있었다. 어딘지 몰라서 도착한 지도 모르는 아이들 대신 사범님들이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자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어~ 오늘은 여기 구경하고 이따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숙소가자~”



사범님 한 명은 주차를 하러 밴을 끌고 가고 사범님 한 명은 아이들이 오늘 하루 먹을 물을 사러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사범님(여) “여기 바로 앞에 편의점 보이지? 저기 갔다올 거니까 여기 연못 근처에서 가만히 있어야 돼. 멀리 가면 안 돼~ 선민이랑 민서는 특히 아이들 좀 신경써주고. 믿는다?”


선민, 민서 “네~”




연못은 꽤 컸다. ‘거울못’이라는 표지판이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박물관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았다.


1, 2학년 아이들은 사범님이 안 보이자마자 연못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놀기 시작했다. ‘꺄하항’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박물관의 정원에 울려퍼졌다.


선민이는 아이들이 멀리 가지 않나 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박물관을 둘러싸고 넓은 정원이 있어서 한적한 분위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재미없는 데 누가 오겠어’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안이는 뛰어놀다가 연못 근처에 피어 있는 꽃에 앉아있는 나비를 발견했다. 나비의 날개는 얼룩말 무늬였는데 날개가 꽤 커서 날개를 조금씩 접었다 폈다 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시안이가 쪼그려 앉아서 뭘 보고 있으니까 예은이가 궁금해서 ‘뭐야 뭐야?’ 하면서 옆에 왔다.


예은이가 옆에 앉자 갑자기 그 나비의 색이 핑크색으로 바뀌었다.


시안이는 ‘어? 색깔 바꼈다’고 말했지만 예은이는 ‘아 예쁘다’ 하고 말하기만 하고 시안이의 말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순간 또 나비의 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예은이도 ‘어? 색깔 바꼈어!”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친 상훈이를 불렀다.



예은 “상훈아~ 일루 와봐~ 나비가 색깔을 막 바꿔!”



상훈이는 근처에 걸어왔다가 초록색인 나비의 색을 보고 ‘얘도 보호색으로 있나 보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예은이는 그게 아니라며 아까는 핑크색이었다고 말했지만 지식이 많은 상훈이는 ‘사마귀도 초록 사마귀도 있고 갈색 사마귀도 있고 핑크색 사마귀도 있다’고 하며 그냥 시안이와 예은이가 있는 곳을 지나쳐 다른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예은이는 ‘힝 그게 아닌데’ 하고 울상인 표정을 지었다.


시안이는 핸드폰을 꺼내 나비의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나비는 동영상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초록색에서 하얀색으로, 무지개색으로 계속 색깔을 바꿨다. 시안이는 무지개색으로 변한 것까지만 찍고 다른 누나와 형들에게 ‘여기 무지개색 나비 있다아~’하고 소리를 쳤지만 나비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예은이는 또 나비가 보고 싶어 ‘힝 예쁜 나비 어디갔어’하고 우는 시늉을 했다.


시안이는 나비가 색을 세번 바꾸는 모습이 담긴 5초짜리 동영상을 계속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화상선생님에게 그 동영상을 보냈다.


[시안님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남자친구와 밖에서 밥을 먹고 있던 지은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남자친구에게 보여줬다.



지은 “이거 봐. 예쁘지.”


지은 남자친구 “뭔데?”


지은 “나 수업하는 애기가 보내준 거야. 너무 예쁘다.”


지은 남자친구 “몇 살인데?”


지은 “8살인가? 아무튼 귀여워.”



지은의 남자친구는 ‘근데 나비가 저렇게 색깔을 계속 바꿀 수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만 어렸을 때 공부를 별로 하지 않은 것을 지은도 알고 있는데 지은 앞에서 지식이 없는 티가 날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했고, 지은도 ‘나비가 자기 색을 바꿀 수 있나, 아니면 필터를 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모르겠어서 그냥 핸드폰을 놓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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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세계백업장치 21.06.14 33 1 11쪽
28 임포스터 21.06.13 24 0 11쪽
27 증오의 살점 21.06.13 30 0 11쪽
26 수장고 21.06.12 31 0 11쪽
25 연결 21.06.12 33 0 11쪽
24 숨바꼭질 21.06.12 35 2 11쪽
23 산타 21.06.11 29 0 11쪽
22 기동특무부대 21.06.10 31 0 11쪽
21 청설모 십자군 21.06.09 36 0 11쪽
20 허언증 로봇 21.06.08 31 0 11쪽
19 무한의 계단 21.06.06 29 0 10쪽
18 포식성 드론 21.06.06 31 0 11쪽
17 늑대 vs 호랑이 21.06.05 53 2 11쪽
16 잭과 콩나무 21.06.04 34 1 11쪽
15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1.06.03 39 0 11쪽
14 인공지능과의 대화 21.06.02 44 3 11쪽
13 인공지능 21.06.01 39 1 11쪽
12 가면 21.05.31 60 2 11쪽
11 살아있는 그림 21.05.31 59 3 8쪽
10 대기 해파리/주머니 괴물 21.05.30 55 2 11쪽
9 결정화 21.05.30 42 3 12쪽
8 피자상자 21.05.29 50 5 11쪽
7 3층으로 이동 21.05.28 53 1 11쪽
6 주황색 슬라임 21.05.27 59 5 11쪽
5 붉은 장산범 21.05.26 68 4 11쪽
4 땅콩이 21.05.25 75 2 11쪽
3 나방인간 21.05.24 79 6 12쪽
» 얼룩무늬 나비 21.05.24 132 24 12쪽
1 일상 21.05.23 336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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