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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韓山) 님의 서재입니다.

1987 미안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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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韓山)
작품등록일 :
2023.05.1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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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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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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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절반의 승리 (1)

DUMMY

1987년 9월 17일.


20차에 걸친 회담 끝에 9인회담은 합의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10월 12일.


국회의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는 이를 본회의에 상정, 국회는 제헌국회 이후 최초로 여야 합의에 의한 헌법개정안을 가결한다.


이제 남은 것은 10월 27일로 예정된 국민투표와 그 결과에 따른 제6 공화국 헌법의 공포 뿐.


그리고 그 헌법의 주요 골자였던 대통령 직선제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태근이 형님의 조언으로 내가 기획하고, 노무연 변호사의 분투로 완성시킨 결선투표제가 포함된 대통령 선거였다.


노태후는 이를 위해서 6.29 선언의 후속 조치라는 명목으로 시국사범들의 특별사면을 주도했다.


또한 그는 노조설립의 요건 일부를 완화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안하며 광폭행보를 시작했다.



“저 이사람, 약속을 지키는 보통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이번 사면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안한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그저 말뿐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여러분께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서! 약속이 지켜지는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DJ의 사면복권에 이어, 결선투표가 포함된 대통령 선거에서 재야와 노동계마저 양김과 갈라치기 위한 공작의 일환이었다.


보태 그는 이를 통해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반복적으로 과시하고 있었다.


대통령이었던 전두안이 6.29 때처럼 미리 기획된 그의 정치 쇼에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춰준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예.. 예, 맞습니다. 보통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야권이 비판하는 대로 6.29 선언도 사실 제가 국민들께 굴복한 게 맞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대표이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민에게 굴복하는 것이 흉입니까? 그건 당연한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겁니다. 저는 국민들께서 원한다면 한번이 아니라 수백 번이라도 항복하고, 굴복할 겁니다.”



노태후는 어용언론들을 통해 수 없이 국민들에게 항복선언을 했다.


6,29 선언과 보통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신이 군부독재 잔당임을 흐리기 위해서였다.


자신은 엎드려 듣고 대화하며, 약속을 지키는 후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정주열, 이상박 등의 현세 측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을 대선의 주요 키워드로 띄우기 위한 주도면밀한 공작과 함께였다.


노태후와 정민당, 전두안의 삼각편대가 안기부의 여론조사와 어용언론의 비호 아래, 사전 선거운동이나 다름없는 계획들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던 그 즈음.


YS와 DJ또한 달라진 선택지로 인해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 노태후 글마만이 아니다. 이기 결선투표제가 되믄서 억수로 복잡해진기라. 특히나 진보연합이 그렇데이. 노태후 글마가 야권 표까지 욕심을 내가가, 특밸 사면하고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안한 것까지는 좋은데, 특밸 사면되어 나온 인사들부터 기존의 재야인사들까지 무신 잔칫집 식객 몰리듯이 죄다 진보연합행이니..”



민주통일당 총재실에서 YS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DJ의 동교동계가 나의 표현처럼 전략적 분당을 위해 그들의 사무실을 떠난 지 얼마 안돼서였다.



“하지만, 이럴 경우엔 우리보다 김대종 고문 쪽이 더 곤란할 겁니다. 총재님은 지난 총선의 돌풍을 주도하시면서 우리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어 내셨지만, 김고문 쪽이야 솔직히 망명 중이던 김고문 없이 그저 우리 식구들한테 숟가락을 얹은 것뿐이잖습니까?”



민통당의 총무국장 김무석이었다.


최측근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막내나 다름없는 그의 말에 YS가 인상을 찌푸렸다.



“쯧쯧쯧.. 총무국장님아. 아무리 일이라캐도, 니는 그 맨날 돈 냄새만 맡고 다니지 말고 공부 쫌 해라. 그기 우째 김고문만의 일이고? 지난 총선 때, 김고문이 미국서 귀국하지 않았으면 우리라고 쉬웠을 것 같나? 그기 다 시너지라 카는 기다. 시너지. 우리도 잘 했지만서도, 적시에 망명지에서 귀국했던 김고문의 행보가 우리 돌풍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 말이다. 그래가 우리캉 김고문캉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기고.”



YS는 뭔가 할 말이 더 남았지만 참으려는 듯, 애써 입을 다물었다.


김무석이 그런 YS의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든 사이.


영 심기가 불편해보였던 YS가 기어코 김무석에게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아, 그라고 무석이 니! 김고문한테 말 높이래이. 어데 새파랗게 젊은 기 어른한테 김고문, 김고문 해쌌노. 어잉?!”



신경질적인 YS의 반응에 이래저래 달라진 상황으로 속을 태우는 그의 고민이 역력했다.



“하지만, 총무국장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뭐, 동교동 쪽 의원들이 숟가락만 얹은 것까진 아니지만, 사실 이 판은 총재님이 만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총재님이 하셔야죠. 김고문님은 총재님의 통 큰 지지로 저번에 한 번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상대적으로 재야의 지지가 두터운 김고문님 입장에선 재야의 독자세력화가 총재님보다 더 곤란할 게 분명합니다. 기회라는 거지요. 이건.”



이번엔 YS의 왼팔 김동룡 의원이었다.


그가 YS에게 71년 대선을 거론하며, 불곰이라는 별명답게 듬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맞는 말입니다. 이번엔 누가 뭐래도 총재님이 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동교동에서 김고문님의 나이가 더 많고, 고생도 더 했다면서 버티는 건데.. 가서 두들겨 맞고 사형선고까지 받은 건 김고문님이라면서 무조건 양보할 수 없다, 이래 억지를 부리니, 이거 참..”



행동력으로 보자면 김동룡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YS의 오른 팔, 최형오였다.



“게다가 이미 우리는 동교동의 요구들을 충분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을 얘기할 때부터 동교동은 끝까지 경선을 거부한데다가.. 이젠 결선투표제까지 도입된 마당인데, 대선 이후의 합당에도 그 말 같지 않은 요구들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형오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내 답답한 듯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 마.. 각 지역 지구당 위원장 임명 문제지? 김고문 쪽이 여전히 23곳을 요구하드나?”



YS가 최형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실상, 지구당 위원장 문제는 결선 투표의 언급조차 없었던 단일화 협상 초기부터 핵심 쟁점이었다.


이는 그것이 실질적으로 대선 직후에 치러질 내년 총선의 국회의원 공천권 문제였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두 사람 외엔 별 다른 대안이 없었던 당대에는 다음 대권이나 마찬가지인 당권을 보장받는 것이기도 했다.



“예, 도무지 말이 안 됩니다. 전국 92개 지구당 중, 미창당 지구당 36곳을 제외하면 우리가 30, 동교동이 26곳입니다. 그럼 당연히 미창당 지구당을 18곳씩 50대 50으로 나누는 게 맞지 않습니까? 근데 동교동은 우리가 창당지구당이 많으니 23곳을 달라는데.. 그러면 우리가 43곳, 동교동이 49곳이 되어 역전이 됩니다. 대체 이게 어느 나라 셈법입니까?”



최형오가 YS의 반응에 다시 말을 보탰다.



“마, 됐다! 어차피, 이젠 싫어도 1차 투표로 경선을 대신하게 됐다, 아이가. 그라면 이 판은 결국 이기는 사람이 전부 다 가져가게 돼 있다. 우에 보기 좋게 가져오느냐가 문제지.”



날카롭고 정확하게 상황을 꿰뚫은 YS가 눈빛을 번뜩였다.


그 또한 만약 단일화 후보가 DJ로 추대될 경우, 당 총재직과 함께 현재에서 최소 70% 이상의 공천권을 틀어 쥘 생각이었다.


또, 실재 본래의 역사에서도 DJ에게 향후 당권을 약속하며 단일화 후보 직전까지 도달했던 YS가, 막판에 당권마저 양보하라고 선회하는 바람에 단일화가 무산됐었다.


비록 YS의 입장에선, 그것이 당선 이후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는 해도. 상대에게 그것은 너무나 뻔뻔하고 가혹한 요구였으리라.


생각해보면, 그때의 DJ가 했던 말이 아마도 이 문제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DJ는 그때 ‘그렇다면 나더러 발가벗고 무조건 항복하라는 거냐?’ 라며 탈당했고,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며 독자 출마한 끝에, 87년 대선의 참패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재님. 김고문님이 망명과 투옥 등으로 없던 사이, 이 나라의 민주화 투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것은 총재님과 우리들입니다. 이런 일방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총재님을 따르는 이들이 이탈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게 됩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어쩔 수 없었는지, 최형오가 YS의 말에 끝내 토를 달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행오야, 동룡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느그들은 내 속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참말로 느그들은 내 없으면 우짤라고 이라노?”



YS의 표정에 전에 없던 인자함이 찾아들었다.


마치, 무언가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말이다.




* 본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나, 등장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 역사적 사실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된 픽션임을 밝힙니다.

* 공모전 참여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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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공존의 조건 (6) 23.06.15 68 2 9쪽
57 56화 공존의 조건 (5) 23.06.14 66 3 11쪽
56 55화 공존의 조건 (4) 23.06.13 58 3 10쪽
55 54화 공존의 조건 (3) 23.06.12 64 2 10쪽
54 53화 공존의 조건 (2) 23.06.11 74 3 9쪽
53 52화 공존의 조건 (1) 23.06.10 88 3 10쪽
52 51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8) 23.06.09 95 4 11쪽
51 50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7) 23.06.08 93 5 11쪽
50 49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6) 23.06.07 94 3 9쪽
49 48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5) 23.06.06 105 4 9쪽
48 47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4) 23.06.05 104 3 10쪽
47 46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3) 23.06.04 106 3 10쪽
46 45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2) 23.06.03 111 3 10쪽
45 44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1) 23.06.02 119 3 9쪽
44 43화 다른 나라 DNA (6) 23.06.01 128 3 9쪽
43 42화 다른 나라 DNA (5) 23.05.31 137 5 9쪽
42 41화 다른 나라 DNA (4) 23.05.30 148 7 10쪽
41 40화 다른 나라 DNA (3) 23.05.29 154 7 9쪽
40 39화 다른 나라 DNA (2) 23.05.29 150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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