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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韓山) 님의 서재입니다.

1987 미안해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한산(韓山)
작품등록일 :
2023.05.10 12:14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12,575
추천수 :
385
글자수 :
274,795

작성
23.05.27 20:00
조회
151
추천
6
글자
10쪽

36화 설계된 엔딩 (4)

DUMMY

“바라. 주핵이 니 생각엔 전두안이 글마가 이래 그냥 물러 나긋나?”



차 안이다.


1987년 6월 24일. 나는 지금 YS 김영산 총재의 수행비서 자격으로 청와대로 가고 있다.


22일 전화를 받은 YS가 범국본의 이름으로 이틀에 걸친 사전 협상 끝에, 오늘 청와대 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글쎄요. 우리 대머리 아저씨도 그게 아니면 계엄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이제 더 밀릴 곳도 없고 말입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을 했다.


어차피 그 유명한 노태후의 6.29선언이 목전에 있었으니까.



“계엄? 허허.. 그래, 마. 주핵이 니는 우째 생각하나? 그 대머리가.. 큭.. 큼! 계엄을 할 거 같나?”



대머리가 웃겼나? 이제는 대놓고 반말이시다.



‘못해요. 못해! 이건 국민들이 이긴다니까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건 당신이랑 DJ이지!’



당장이라도 아구창을 돌리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아직은 이 양반한테 배울 것도, 얻을 것도 많으니까.



“못할 겁니다. 주한미군을 움직인 시점에 이미 미국이 실질적으로 계엄 반대를 공식화한 셈이니까. 뭐, 군부가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힌 대머리 아저씨 돕자고 주한미군하고 전쟁을 할 것도 아니고.. 우리 대머리 아저씨가 뭔 재주로 계엄을 합니까? 군사반란으로 세운 독재가 군장악력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지.”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뭐, 어차피 틀린 말도 없고.’



어라? 그런데 이 양반 눈빛이 또 불길하다. 저건.. 뭔가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을 때 짓는 표정 같은데.



“캬.. 주핵아. 니는 그런 걸 우째 다 아노? 일마 이거 완전 무석이 말대로 내 감당이 안 된다 아이가. 크하하하하하!”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시절 탓인가. 점점 더 이 양반이 돌아가신 우리 할배 같다.



“네, 네.. 근데 대체 이런 중요한 자리에 저는 왜 대동하시는데요?”



나는 적당한 선에서 그에게 거리를 뒀다. 그게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위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와? 모다 알고 있는 우리 척척박사님도 그건 모르긋나? 후후.. 바라. 내 보여줄라 칸다. 정치적 싸움이라는 기, 어떤 긴지.”



참. 알수록 이해할 수 없는 양반이다. 대체 나에게 뭘 보여주고 싶다는 걸까.


솔직히 그가 나를 동반한 이유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의 6월 항쟁이 만들어낸 괴물과 같으니까.


전두안이라도 일부러 신문을 무시하지 않는 이상, 나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존재는 그 자체로도 전두안에게 압박이 될 거다.


역설적으로 나는 전두안 스스로가 만들어낸 괴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나.. 이거 생각보다 뭔가 빨리 진행되는 느낌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한 나를 태우고, 청와대로 들어가는 YS의 표정이 여유롭다.


그는 아마도 이 협상이 실패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너머 26일의 국민 평화대행진과 6.29선언까지도 이미 다 예상하고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야, 6월 항쟁의 대장정이 끝나고 있는 이 시점에 어찌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을까.



“부우우우웅..”



어느덧 나와 YS를 태운 차가 청와대의 정문을 지나치고 있었다.




***




잠시 후.



“보시오. 김 총재! 내가 어제도 공산당 식으로 게릴라 데모를 해대는 당신들을 참고, 또 참았어. 엉? 생각을 좀 해 보라고! 내가 7년 동안 대통령 하면서 한 번이라도 군대 써먹은 적 있어?”



명색이 영수회담 자리에서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채 5분을 넘기지 못했다.


김영갑 민정수석과 나를 포함, 총 4명만이 자리한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미친 새끼! 그럼 광주에 들어갔던 공수부대는 보이스카웃이냐?’



나는 전두안의 끝을 모르는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


전두안과는 다르지만, 그에 못지않은 YS가 저 개소리를 듣고 있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후.. 이봐요. 김 총재. 내가 지금 명령해서 비상계엄이든, 위수령이든 들어가면, 싹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알죠? 그러나. 바둑 두다가 잘 안 된다고 자꾸 쓸고 하면 바둑은 안 늘고 성격만 나빠져요. 바둑엔 지더라도 연구를 해서 페어플레이로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가급적이면 군부동원 안하고, 정치적 역량과 타협을 통해서 하려고 하는데..”


“풉!”


‘읭?’



그런데 그때까지 협의내용만 꺼내놓곤 아무 말도 없던 YS의 입에서 갑자기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름 진지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구사하시던 전두안의 낯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웃어? 당신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웃겨?”


‘이 새끼 이거, 깡패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전두안은 영락없는 깡패였다.


그나마 건달과 깡패를 낭만과 의리 따위로 엄밀하게 나누던 그 옛날 기준으로도 얄짤없는 깡패새끼.


하긴, 군인이 국민을 지키는 명예를 버리면 사람 잡는 백정이나 다름없다.


깡패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나을 게 없다는 얘기다.


전두안은 그 사실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몸소 확인시켜줬으니까.



“마,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뭐어? 정치적 액량과 타햅? 그래. 고마 내가 그걸 할라꼬 들어온 기다. 근데, 그런 제 1야당 대표를 상대로 계엄? 위수랭? 이기 지금 햅상을 하겠다는 기가, 아니믄 햅박을 하겠다는 기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YS의 목소리가 대통령 집무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전두안의 미간이 눈에 띄게 일그러지고, 자리를 만드느라 애를 쓴 김영갑 민정수석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나는 솔직히 후련했다.


물론 깡패새끼들의 특성상, 이렇게 치받으면 회복 불가능하도록 밟아 주는 게 수순인 지라, 불안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글카고.. 당신. 내 모를 줄 아나? 미국! 하원부터, 상원, 국무부에 한미앤합 사랭관까지 전부다 계엄은 반대다 카드만. 주한미국 대사관 통해서 레이언 대통령 친서까지 전달 받았다믄서 몰랐나? 아, 그라고 군부에 있는 당신 부하들은 고분고분하니 말 잘 듣드나? 어데! 할 수 있으면 고마 한 번 해 봐라!”



이미 CIA를 통해 관련 정보들을 충분히 취합한 YS의 목소리엔 거침이 없었다.


전두안의 성정이라면 여기서 당장 YS를 잡아넣을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그는 애당초 자신의 안전 따윈 안중에도 없는 사람 같았다.



“저.. 총재님. 그래도 각하께 예의는 갖춰주시길 바랍니다.”



기가 막힌 듯 전두안이 천정을 향해 한숨을 토하며 분을 삭이는 사이, 민정수석 김영갑이 다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때, 나도 전두안의 표정을 조금이나마 훔칠 수 있었다.



‘그래. 그래도 참을 줄 아는 걸 보니, 그냥 깡패새끼는 아니었구나. 근데, 그렇다는 건.. 역사대로 이젠 계엄카드는 쓸 수 없는 게 확실하다는 거다.’



만의 하나라도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반말 비슷하게 친구 대하듯 하신 건 저분이 먼접니다. 총재님은 물론 저조차도, 저분이 측근들을 모아놓고 스스로 대통령에 오른 것을 인정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생각이 끝난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경찰력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계엄마저 불가능하다면, 이 싸움은 이미 이 시점에서 YS가, 아니 국민들이 이긴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저, 저분? 하.. 인정?”



순식간에 YS을 향하던 전두안의 분노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에헤이~ 당신이 YS나 DJ도 아니고.. 같은 깡패끼리면 내가 겁을 먹을까, 안 먹을까? 엉? 그렇게 노려봐도 소용없다고, 이 양반아.’



전두안에 대한 초유의 도발에 이제 김영갑 민정수석은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YS가 가볍게 미소마저 머금은 나와 성난 전두완의 표정이 흥미로운지 입 꼬리를 씰룩거렸다.



“이봐 학생. 내가 신문을 통해 익히 보기는 했어. 근데, 여긴 자네가 끼어들 자리는 아니야. 더더욱 수배자 신분의 자네를 이렇게 청와대 집무실까지 들인 것 자체가 김 총재에 대한 나의 배려라는 걸 알아야지.”



전두안의 목소리가 점잖다 못해 차가웠다. 아마도 성질 같아선 당장이라도 나를 총으로 쏴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저 또한 두 분이 아닌 김영갑 민정수석께 드린 말씀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할 것은, 저는 이곳에 학생도 수배자도 아닌, 민주통일당 청년위원장으로서 총재님의 수행비서 자격으로 동행했다는 겁니다. 때문에 김 수석께서 그런 것처럼 저도 당연히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만. 뭐,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런 대답은 최대한 정중하고 깍듯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속을 제대로 뒤집어 놓을 수 있으니까.


“야이.. 이! 이게 대체 뭐하자는 짓이야?! 김 총재! 당신 정말 이딴 식으로 할 거야? 계엄 그거, 내가 미국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못할 사람 같아?”



딩동뎅! 성공이다.


그러니까 저분의 눈깔이 저렇게 뱀처럼 뒤집히는 거겠지.



‘가만, 근데 이러다 이거..’



불현 듯 내가 혹시나 하는 불안함을 느끼던 그때.



“뭐. 아직 젊어가 그런 거니까는. 우리 청년 위원장 말은 너무 신갱쓰지 마시오. 그보다 이제 우리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제대로 햅상 한 번 해 보입시다. 말투가 거슬렸다면, 내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요구하오. 직선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요구를 이제 그만 수용하시오!”



YS의 목소리가 차분하다.



“쾅!”



그에 비해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일어서는 전두안은 이미 평정심을 잃었다.


그가 험악하게 구겨진 표정으로 자신의 집무실 책상으로 향했다.




* 본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나, 등장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 역사적 사실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된 픽션임을 밝힙니다.

* 공모전 참여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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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3 in*****
    작성일
    23.05.27 21:46
    No. 1

    김영산과 김주핵이~ 케미 왤케 좋은가요? ㅋㅋㅋ
    김영삼은 안그랬는데, 김영산만 나오면 사이다가 콸콸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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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4) 23.06.05 10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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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1) 23.06.02 11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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