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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韓山) 님의 서재입니다.

1987 미안해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한산(韓山)
작품등록일 :
2023.05.10 12:14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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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85
글자수 :
274,795

작성
23.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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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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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43화 다른 나라 DNA (6)

DUMMY

만약 그의 대안이라는 게 가능만 하다면, 역사는 그야말로 송두리째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뭡니까, 그 대안이라는 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답을 기다렸다.


그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자신의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듯, 잠시 망설이며 나를 바라봤다.



“결선투표일세! 만약 불가능하다면, 보조적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조항만이라도 삭제해야만 하네.”


“?!!”



순간, 나는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양김의 분열로 인한 대선 참패와 국론분열을 뿌리로 몸살을 앓는 미래에서야 어렵지 않은 얘기지만, 단일화를 믿어 의심치 않던 당대에는 그의 말대로 결코 쉽지 않은 발상이었다.


심지어 단일화 자체를 마치 결선투표의 준비단계로 착각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였던 시대가 아닌가.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태근이 형님이 제안한 이 대안은 분명하고, 확실했다. 문제는..



“문제는 그걸 어떻게 관철시키냐, 하는 것이겠죠. 게다가 이미 여야 합의로 구성된 8인회담이 가동 중이고.. 당연히 대통령 직선제와 관련된 선거법부터 손을 대고 있을 테니, 시간도 촉박합니다.”



나는 그가 그토록 다급했던 이유를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사실.. 지인을 통해 범국본의 개헌특위가 프랑스식 직선제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나는 자네가 예상했던 양김의 분열만큼은 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려놓지 못했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자네의 예상이 또 적중할 거라고 전제했을 땐..”



태근이 형님의 눈빛이 맹렬하게 회전하는 그의 두뇌만큼이나 날카로웠다.



“그건 8인회담이 범국본의 개헌특위와는 달리, 프랑스식 직선제의 핵심인 결선투표제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것일세. 그렇다면 우리는 반드시 8인회담이 이를 정상화 하도록 손을 써야만 할 텐데.. 시간이 없네. 시간이.”



그새 그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나라가 어떻게 될 것처럼 안타까워졌다.


실상, 프랑스식 결선투표제는 우리나라의 ‘단순 다수제’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 상위 2인을 대상으로 재투표해서 당선인을 정하는 방식.


누가 되었던 당선인은 자연스럽게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가지게 되고, 2차 투표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군소정당과 연합하고 협력한다.


때문에 이 방식은 결과적으로 당선인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심리에서 발생하는 사표를 방지한다.


게다가 1, 2차 투표를 거치면서 군소정당의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 양당의 독주도 견제할 수 있다.


제도권의 정치부터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 최적화 된다는 말이다.


대통령 선거와는 별도로 손 봐야하는 의회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이는 훗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받는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것이 프랑스식 직선제가 다른 의미로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라고 불리는 이유니까.



“보조적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조항만이라도 삭제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김주혁의 비상한 머리로 이해한 프랑스식 결선투표에 이어, 왠지 내 촉을 자극하는 형님의 단서 조항을 되물었다.



“흠.. 그거야, 뭐. 본래 여론조사라는 게 인기투표 같은 거라서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지만..”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형님? 특별한 의도만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여론조사 자체는 과학입니다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 그게 거의 실패를 안 하거든요. 게다가 제 기억으론 이번 대선도 거의 정확하게 맞췄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게 투표마감 시간에 발표 됐다는 거겠지만요. 아니 그리고, 솔직히 대통령 선거가 인기투표랑 다를 건 또 뭡니까? 결국은 다 지 좋은 사람 뽑는 건데!’



나는 나도 모르게 속사포 같은 속내를 연발하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이 양반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사람이 올곧고 정의롭기만 하지, 머리도 좋으신 양반이 대중정치엔 영 감이 없으시니..


나중에 정치인들이 표 좀 얻겠다고 머리띠 쓰고 춤까지 춘다고 하면 쓰러질 양반일세. 하는 사이.


그가 나의 놀란 두 눈에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흠.,. 선거 당일까지는 아니어도, 선거 기간 내내 여론의 동향만 확인 할 수 있어도, 양김의 분열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네. 물론, 비용도 그렇고.. 수시로 가가호호 방문을 하며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야.”


‘아차! 이 당시 전화 보급률은 70% 정도다. 게다가 지방으로 갈수록 더 떨어지고, 조사 기술력도 한계가 있어 집집마다 방문해 물어볼 것이 태반일 텐데.. 쳇! 감이 없는 건 형님이 아니라 나였군!’



나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근이 형님이 자신도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는 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요, 선배님. 그.. 공표금지 조항 말입니다. 대체 그건 왜 생긴 겁니까?”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것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초에 그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고, 몇 회에 걸쳐 그 기간이 축소된 만큼, 솔직히 그 실효성에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더더욱 설령 영향을 받는다 해도 그건 국민들의 몫이고, 국민들의 판단이 아닌가.


여전히 국민들이 아둔해서 휩쓸리기 쉽다는 전 근대적인 생각이 아니라면, 그건 발상 자체가 주객이 전도된 월권이다.


하지만 태근이 형님은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뿐, 이내 작심한 듯 성의껏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자유당 때네. 당시 사사오입 불법개헌과 장기집권은 물론, 연이은 실정으로 돌아선 민심을 자유당은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었지. 헌데, 그 상태에서 자유당이 자기 후보들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과,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까지, 투표하기도 전에 폭로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까? 여론이 표로 이어져 권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두려움이 만들어 낸 게 바로 공표금지 조항일세. 당시의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제도의 도입에 합의해준 것이고. 야당도 자유당이 자금력을 동원해 거짓 여론조사를 벌일까봐 두려워했었거든.”



역시, 그도 내가 묻는 말의 요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결국, 서로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었군요.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알 권리를 빼앗긴 국민들이 지고 있는 것이구요.”



나는 그의 답에서 순간적으로 번뜩하며 스치는 단어를 발견했다.



‘두려움..’


“그런 셈이지. 그 모두가 두려움이 만들어 낸 돌연변이들일세. 헌데,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철지난 얘기가 아닐 텐데..”



태근이 형님도 자신의 답변에서 내가 무언가를 낚아챘다는 것을 느낀 듯, 하던 말을 멈췄다.



“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그런데 말입니다, 선배님. 그렇다면 선배님은 왜 문 목사님이나 함석현 선생님 같이 영향력이 있는 분들을 두고 저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했다.


그가 그런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네가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이젠 범국본조차 끼어들 틈이 없다. 거리가 아닌 국회의 시간이 됐다. 라고. 자네 설마 내가 자네를 불렀을 때, 어쩌면 나도 정치라는 것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안했을 것 같나?”



생각보다 고민이 깊으셨나 보다.


하긴, 원래대로라면 재야에서 버티고 버티다가 95년에나 정계에 입문할 양반이니 당연하겠지.



“그렇다면, 양김을 피해야 하니 그 측근들과 이를 도모할 수도 없고.. 그간의 예측들과 그 예측들이 맞아가는 과정에서 몸집까지 불리는 모습으로 봤을 때, 어리지만 자네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네. 또.. 앞서 말했던 내 지인이 그러더군. 자네에겐 우리가 모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고.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드는 타고난 통찰과 능력 같은. 애석하지만, 내 생각도 같네. 그래서 한 번 걸어보려 하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네에게 말이야.”



형님의 눈빛이 차분한 말투와는 달리 뜨거웠다. 하지만 나는..



‘아니 뭘 또 그렇게 애석하기까지 하십니까. 솔직히 형님이 여러모로 한계가 분명하셔서, 그래서 처음부터 제가 앞으로 나서겠다는 결심을 한 건데..’



마음 한 쪽이 씁쓸했다.


지나고 나니, 단지 고문 후유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YS에게 배우고, DJ와 전두안까지 겪으면서 내가 뼈저리게 느낀 건, 대통령은 진심만으로는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 본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나, 등장 인물이나 단체의 이름, 역사적 사실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 된 픽션임을 밝힙니다.

* 공모전 참여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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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화 공존의 조건 (2) 23.06.11 72 3 9쪽
53 52화 공존의 조건 (1) 23.06.10 8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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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6) 23.06.07 89 3 9쪽
49 48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5) 23.06.06 98 4 9쪽
48 47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4) 23.06.05 100 3 10쪽
47 46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3) 23.06.04 101 3 10쪽
46 45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2) 23.06.03 106 3 10쪽
45 44화 잠룡들을 움직이다. (1) 23.06.02 116 3 9쪽
» 43화 다른 나라 DNA (6) 23.06.01 120 3 9쪽
43 42화 다른 나라 DNA (5) 23.05.31 135 5 9쪽
42 41화 다른 나라 DNA (4) 23.05.30 144 7 10쪽
41 40화 다른 나라 DNA (3) 23.05.29 14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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