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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55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19.11.05 23:59
조회
601
추천
15
글자
5쪽

7. 싸가지

DUMMY

그 이후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중성과는 가급적이면 말을 섞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같은 입사 동기라는 게 싫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잠시 잠잠했던 이중성의 건방끼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의 아버지가 주팀장을 방문하면서 기고만장이 시작됐다.


“이중성씨. 지난번에 시스템 일지 정리하라고 한 것 어떻게 됐어?”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거 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곧이어 조대리 입에서 긴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대체 업무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이중성에게 한번 일을 시키면 함흥차사가 무색할 정도로 기약이 없었고 결국 조대리가 일을 끝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손과장이 나서면서 사무실엔 또 다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팀장님. 이중성씨는 여기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회사 일에 적성이 무슨 상관이야? 손과장, 부하 직원을 잘 가르쳐서 키울 생각을 해야지. 그게 담당과장이 할 소리야?”

“벌써 두 달입니다. 게다가 과원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재를 양성하는데 두 달 갖고 되겠어? 최소한 1년은 데리고 있어 본 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아. 사람이 왜 그렇게 급해?”


하지만 회의 때마다 이중성의 근태 문제가 거론됐고 그의 적성에 맞는 팀으로 전근시키자는 제안까지 있었지만 주팀장은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했다. 그런데 이중성을 주팀장만 감싸는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참다못해 열불이 난 손과장이 유과장에게 하소연 하듯 털어놓았는데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 것이다.


“아직 사회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거야. 내가 볼 때는 손과장이 너무 완벽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유과장님. 제가 오죽하면 이런 얘길 하겠습니까?”

“알아. 답답하겠지. 일단 좀 더 지켜봐. 팀장님도 생각이 있겠지.”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심 때 먹은 게 안 좋았는지 갑자기 속이 부글거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발소리와 함께 이중성이 스마트폰으로 수다 떠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가관이다.


“야. 감히 누가 날 건드려? 방패막이 팀장이 있는데 그뿐인 줄 알아? 우리 사무실에 새끼방패도 있어. 당연하지. 그 둘이 우리 아버지한테서 받아먹은 게 얼마인데.”


음흉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수다는 계속됐고 그의 뒤에 주팀장 말고도 또 다른 방패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새끼방패가 유과장? 만약 그렇다면 그가 말한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방패가 등잔 밑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그 사람 밑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이상한 새끼들 밑에 있게 됐지 뭐야. 그 두 새끼가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니까. 그래봤자. 지들도 쫄따구인데 어쩌겠어. 아무튼 퇴근하고 바로 갈 게.”


정리해 보니 약점을 잡힌 주팀장이 이중성을 입사시킨 뒤 유과장 밑에 두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중성이 프로그램을 할 줄 몰라 정보관리팀에 둘 수는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손과장에게 배정한 것이 틀림없다. 순간, 지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선배님. 혹시 전에 주팀장 만나러 왔던 사람, 누군지 아세요?”

“주팀장 만나러 온 사람?”

“머리 좀 벗어지고 쇼핑백 들고 왔던 그 분이요.”

“아, 그 사람. 이수시스템이라고, 지금 우리가 쓰는 PC 납품업체 사장이에요. 그런데 그건 왜?”

“다른 게 아니라. 제가 다니던 대학교수하고 많이 닮아서요.”


PC가 전사에 깔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팀장이 엄청난 리베이트를 챙겼을 것이고 PC뿐만 아니라 복합기에 다른 장비까지 납품했다고 하니 상상을 넘는 수준일 것이다. 더구나 주팀장은 정보관리팀이 창설되던 때부터 뼈를 묻어온 사람이니 어쩌면 노후준비까지 마쳤을 것이다.


“유과장님은 언제부터 근무하신 거예요?”

“원래 공장 관리팀에 있다가 정보관리팀이 창설되면서 왔다고 들었어요.”


이제야 의문의 퍼즐이 완벽하게 맞아 든다. 구매업무를 조달팀에 빼앗기기 전, 주팀장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리베이트를 챙겼을 것이고 유과장은 팀장의 구미에 맞게 구매검토를 하면서 수수료를 챙겼을 게 틀림없다.


“그뿐이 아니에요. 아버지. 윗사람들한텐 보고도 안 하고 일을 외주 받아 돈을 챙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 참. 그러거나 말거나 넌 그런데 휘말리지 마.”

“전 과가 달라서 그럴 일 없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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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인연 19.11.24 504 13 5쪽
18 18. 초라한 퇴장 19.11.23 514 13 9쪽
17 17. 진상 19.11.21 504 12 7쪽
16 16. 갑질 19.11.18 506 11 6쪽
15 15. 배려와 동정 19.11.15 545 16 7쪽
14 14. 행복한 고민 19.11.13 533 13 5쪽
13 13. 몸통과 깃털 19.11.12 530 15 9쪽
12 12. 쓰레기 19.11.11 556 16 10쪽
11 11. 고래싸움. 19.11.10 566 12 7쪽
10 10. 수심가지(水深可知) 19.11.08 568 13 6쪽
9 9. 폭풍전야 19.11.08 572 13 5쪽
8 8. 입방정 19.11.07 609 13 6쪽
» 7. 싸가지 19.11.05 602 15 5쪽
6 6. 악연 19.11.04 633 17 6쪽
5 5. 갈등 19.11.03 670 14 8쪽
4 4. 신세계 19.11.03 698 14 3쪽
3 3. 처신 19.11.03 727 15 6쪽
2 2. 가시밭길 19.11.03 825 19 6쪽
1 1. 첫 출근 19.11.01 1,296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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