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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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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902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2.10 18:04
조회
323
추천
11
글자
5쪽

48. 새로운 강적

DUMMY

오늘도 최종보고서를 놓고 ‘미래’ 최차장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최차장이 은근 슬쩍 넘어가려했던 ‘미래’ 팀원들의 근무 기간은 정정이 됐으나 그에 따른 인건비 정산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조철용 대리는 중급이고 강은수씨는 초급이니까 강은수씨가 투입됐던 기간만큼 조철용 대리의 인건비는 수정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대부분 최종 잔류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건 그 쪽 업계의 관례지 우리가 지켜야 할 관례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도 손팀장은 아무 말이 없다. 전에 스킬 문제를 거론했을 때 고과장과 유야무야 넘겼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서야 했다. 어쩌면 회사에서 고과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살려주긴 했으나 권한의 일부를 박탈시켜서 저러는 건가?


“아무튼 이 문제는 분명히 합시다.”


조과장의 단호함에 ‘미래’ 최차장은 잠시 손팀장과 몇 마디 나누더니 가방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바로 이때, 최차장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면서 모두 그곳으로 머리를 숙이는 사이 황급히 일어난 손팀장이 예고도 없이 방문한 사장을 맞이했다.


“손팀장. 마무리는 잘 되고 있는 겁니까?:”

“네. 시스템은 각 실무 팀에서 검증이 끝났고 최종 보고서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한 만큼 회사에서 보상이 있을 테니 끝까지 잘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손팀장을 대하는 사장의 태도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엔 주로 사장이 질문하고 손팀장이 대답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사장은 말이 없는데 손팀장이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사장은 손팀장의 보고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TFT를 한 바퀴 돌아보곤 사무실을 나갔다.


“과장님 예전하곤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어쩌겠어요. 본인이 자초한 건데. 이런. 내 정신 좀 봐. 아까 협의한 것 보고하는 걸 깜빡했네.”


조과장이 보고하는 동안 듣기만 하는 손팀장의 표정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가득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문득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인사조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팀장이 자리를 비우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테니 고과장만 조치했지만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청육의 사풍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종료 후 분명 무슨 조치가 있을 게 뻔하다.


“팀장님 뭐라고 하세요?”

“별 말씀 없었어요.”

“‘미래’에선 아주 죽을 맛이겠네요.”

“그 사람들 해도 너무하지 않아요? 어지간해야 양해를 하죠. 도둑놈들.”


그동안 손팀장만 믿고 전횡을 일삼던 ‘미래’는 새로 등장한 조과장이라는 강적 때문에 당황했을 것이다. 일개 사원의 문제제기는 그들에게 일도 아니었겠지만 부팀장의 문제제기는 그들에게 심각한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남의 일 보듯 하는 손팀장의 태도가 그들을 사면초가로 몰았을 것이다.


“그 사람들 인건비 조정은 절대 안 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지급하지 않으면 못 받는 것 아닌가요?”

“분명히 다른 대안을 제시할 거예요. 예를 들면 차이나는 인건비만큼 인력을 파견기간을 늘린다던가 아니면 그에 상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안을 하겠죠. 최차장이 그것 때문에 회사에 갔을 거예요.”


조과장과 최종보고서 검토를 하는 동안 이미 일을 끝낸 다른 팀원들은 옆에 앉은 팀원과 잡담을 나누는가 하면 남들 몰래 유투브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고 여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톡을 주고받으며 침묵의 수다를 즐겼다. 그러나 임사훈 대리는 무엇을 하는지 연신 프린터를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하세요?”

“공장에선 만날 설비만 다루다 보니까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일을 해보니까 제가 한 일이 그대로 남더라고요. 그래서 기념으로 남겨두려고요. 언제 또 이런 일 해보겠어요?”


너무나 뜻밖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임사훈의 얘기를 듣고 보니 일을 끝낼 때마다 세팅만 하곤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던 게 부끄럽다.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 폴더를 열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은 파일들이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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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마지노선 20.02.12 330 11 5쪽
» 48. 새로운 강적 20.02.10 324 11 5쪽
47 47. 밝혀진 사실 20.02.07 328 11 4쪽
46 46. 희생양 20.02.07 331 10 8쪽
45 45. 고도의 심리전 20.02.07 329 12 4쪽
44 44. 불시 감사 20.01.31 361 10 6쪽
43 43. 십년감수 20.01.29 346 10 6쪽
42 42. 놓쳐버린 버스? 20.01.27 347 11 5쪽
41 41. 진도 10,0 20.01.23 361 11 5쪽
40 40. 그들만의 비밀 20.01.20 361 8 6쪽
39 39. 불씨 20.01.17 373 11 5쪽
38 38.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 20.01.15 374 12 6쪽
37 37. 치열한 로비 20.01.15 365 10 4쪽
36 36. 아는 체 20.01.13 389 11 4쪽
35 35. 남자 체면 20.01.10 396 8 5쪽
34 34. 철저한 계산 20.01.08 392 10 5쪽
33 33. 뜻밖의 히어로 20.01.06 394 8 4쪽
32 32. 암초 19.12.27 425 12 6쪽
31 31. 소문 19.12.25 428 10 5쪽
30 30. 갈아타기 19.12.23 431 12 5쪽
29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2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27 27. D-Day 19.12.16 454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5 12 9쪽
24 24. 재벌가 19.12.09 474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8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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