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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97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19.12.16 03:24
조회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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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27. D-Day

DUMMY

강전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MMS Project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를 야심적으로 추진한 만큼 사장이 직접 내려와 팀원들을 격려했다. 기한은 앞으로 6개월, 주어진 기한 내에 회사를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보관리팀엔 조대리와 미호 그리고 새로 충원될 남자사원만 남기로 하고 모두 TFT로 자리를 옮겼다.


“준비 과정에서 다소 힘든 점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누구의 간섭 없을 테니 모두 소신껏 헤 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사장이 격려사를 끝내고 사라졌을 때였다. 생각지도 않게 강전무가 나타나더니 ‘미래’ 사장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손과장한텐 총무팀장에게 지시해 놨으니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며 격려까지 하는 것이다.


‘이게 뭔 상황이지?’


그의 뜻밖의 행동에 모두가 의아해하는 사이 강전무는 천연덕스럽게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내막을 모르는 ‘미래’직원들은 강전무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는지 고무된 표정을 지었지만 손과장과 팀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세부계획은 모두 열람했으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프로젝트는 ‘미래’에서 제시한 안대로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관련 팀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경우도 발생할 ㅈ;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본은 ‘미래’에서 제시한 대로 흘러가야 합니다. 각자 주어진 일에 집중해 주시고 업무에 따라 청육 1인에게 ‘미래’ 한명 또는 두 명이 배정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채용돤 신입사원 두 분은 내일 출근할 예정입니다. 그 중 남자 직원은 진정도씨가 맡고 여직원은 고과장이 맡아.”


말로만 듣던 TFT는 무척 생소했다. 여기선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 팀장인 손과장과 ‘미래’팀장 권이사가 각각 보고를 받는 체계다. 오늘은 일의 가닥을 잡는 첫날이라 여기저기서 각개전투 식의 회의로 사무실 안이 떠들썩하다. 고과장은 ‘미래’ 과장 두 명 그리고 곧 충원될 신입 여직원과 2개 영업부문을 맡게 됐고 선미와 하얀은 ‘미래’ 대리 한 명과 자재와 총무 구매부문을 맡았다.


“진정도씨는 인사와 자금을 맡는데 ‘미래’ 우철용 대리와 충원될 남자 사원하고 같이 해. 자금 쪽은 나도 간간이 참여할 테니까 로드(Load) 걸릴 일은 없을 거야. 나머지 생산은 해당 팀에서 차출된 파견 팀원들이 맡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공장에서 파견 될 팀원들 말인데 입사이후 줄 곳 현장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본사 분위기 적응이 쉽지 않을 테니까 옆에서 여러분들이 도와 줘.”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지만 누구도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다. 그 바람에 미래직원까지 가세한 저녁식사는 때 아닌 회식이 돼버렸다. 비록 하루밖에 안 됐지만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파트너끼리 앉아 식사 중에도 일 얘기뿐이다. 그런데 ‘미래’ 인력 중 사원이 없다.


“우대리님은 미래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2년 좀 못됐습니다.”

“와! 거긴 진급이 빠른가 보죠?”

“아뇨. 저도 이번에 프로젝트 투입되면서 진급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어떻게 2년도 채 안 돼 진급을 했지? ‘미래’에선 진급이 빠른가? 우철용은 나이도 어린데 말이다. 주위를 돌아보니 ‘미래’의 과장급 모두 고과장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고 팀장인 권이사 역시 손과장 보다는 어려 보인다. 순간, ‘미래’에서 제출했던 견적서가 떠올랐다. 컨설팅 비용은 인건비가 전부인데 직급이 높을수록 인건비가 높았다.


‘이 사람들 혹시 뻥튀기한 것 아냐?’


하지만 이것을 확인할 길은 없다. 그 사이 팀원들의 식사가 끝나고 선미가 계산을 하는 동안 모두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왜 저들의 밥값을 우리가 계산하는 걸까? 인건비 속엔 식대도 포함돼 있다. 첫날이라 인사차 그런 거겠지.


“팀장님 저녁 잘 먹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앞으로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손과장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퇴근했다. 그들이 기고 TFT 사무실이 아닌 정보관리팀에서 청육 직원들만 참석한 회의가 시작됐다. 고과장이 꺼낸 회의의 화두는 공장에서 파견될 인력에 관한 것이다.


“팀장님. 제가 알아봤는데 이번에 공장에서 오는 사람들이 전부 강전무 라인이에요.”

“나도 예상했어.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어. 그 사람들도 일단 팀의 일원이 되면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허튼 짓은 못해. 그랬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맛볼 테니까.”


내일은 공장에서 파견된 직원뿐만 아니라. 신입사원들도 팀에 합류한다. 공장에서 올라올 직원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신입사원들에 대해선 전혀 들은 것이 없다. 엊그제 입사한 것 같았는데 어느새 선배소리를 듣게 됐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후배들에게 본받을 선배가 돼야할 책임 때문이다.



28. 그 놈이 그 놈?


다음날, 정보관리팀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고과장한테 ‘미래’ 견적서를 보여주고 인건비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 같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손과장과 고과장이 이상하다. 한동안 뚫어져라 보고 있던 손과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보고 있던 고과장도 마찬가지다.


“컨설팅 업체는 인건비로 먹고 사는 회사예요. 정도씨 입장에선 과다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이 정도는 양심적으로 책정된 거예요.”


하지만 납득할 수가 없다. 비슷한 경력자의 인건비가 내 연봉의 1.5배라니? 더구나 저들 중엔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진급한 직원들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인건비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가 분명하다. 추측이 맞는다면 경력도 안 되는 직원을 간부로 둔갑시켜 자사의 실제 직급에 따른 차액을 회사가 챙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팀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간부들 대다수가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승진했다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경력도 훨씬 모자라고요.”

“그것은 ‘미래’ 내부의 결정이라 그것까지 간섭할 수는 없어,”

“정도씨.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지금 중요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거야. 이 문제는 ‘미래’ 한 대표하고 한번 얘기해 볼 게.”


다음날, 어제 손과장이 말한 대로 신입사원 세 명이 인사팀장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섰다. 모두가 보는 가운데 각자 자기소개를 끝낸 그들은 인사팀장의 벌표에 따라 운영과엔 손정남이 지원과엔 차도한과 양한순이 배정됐다.


“손과장님 종씨가 왔네요.”

“그러게요. 앞으로 잘 지켜봐야겠네요.”


두 사람의 농담 섞인 대화가 끝나고 손과장의 지시로 팀원들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 중 약간 뚱뚱해 보이는 체격의 손정남은 덩치에 맞지 않게 수줍게 악수를 했고 큰 키의 약간 마른 차도한은 긴장된 모습이고 양한순은 볼 살이 통통한 귀여운 외모다.


“손정남씨는 정보관리팀 사무실로 올라가고 차도한씨는 진정도씨 옆에 그리고 양한순씨는 고과장 옆자리에 앉아.”

“정팀장님. 공장 직원들은 아직 안 왔습니까?”

“아, 지금 강전무하고 면담 중입니다.”

“강전무하고요?”

“네. 그러면 전 이만 올라가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손과장은 공장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강전무와 면담 중이라는 소리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 사이 새로 온 신입사원들에게 근무복과 개인 용품들이 지급됐다. 그런데 차도한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하려는 순간, 근무복 안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낸다. 꺼내보니 인사팀장 정선배가 보낸 메시지가 있다.


[잠깐 휴게실로 올라와.]


무슨 일이지? 차도한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게실로 올라갔다. 휴게실엔 근무 시간이라 정선배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캔 음료를 뽑아 건넨 정선배는 주위를 돌아보고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손팀장한테도 말했지만 이번에 공장에서 올라온 직원들 말이야. 가급적이면 그 사람들하고 충돌하지 않도록 해. 곧바로 강전무 귀에 들어가. 그동안 겪어봐서 알겠지만 강전무한테 꼬투리 잡히면 TFT 전체가 힘들어져.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그리고 신입사원 중에 네 밑에 있게 된 차도한 말이야.”

“네.”


차도한은 손정남이나 양한순과 달리 입사 과정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청육 창설 멤버 중 한 사람으로 막강한 재력을 보유한 집안의 아들인 것이다. 그런데다 강철주 사장과는 집안끼리 왕래가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러면 사장님도 아는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부담 느낄 필요는 없어. 첫 인상이 좀 차가워서 그렇지 인상은 괜찮은 애야.”


정선배 말대로 차도한은 잊을 만하면 갑질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부유층 자녀나 재벌 2세들과는 달랐다. 출근은 늘 3위였고 근무 중에 한 눈 파는 일도 없다. 그런데다 같이 일하는 ‘미래’ 우대리에 대한 예우는 물론 사수에 대한 예의까지 모두가 만점이다. 이때, 베일에 쌓여있던 공장 침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안녕하십니까? 공장 생산팀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는 대리 임사훈입니다. 저는 설비관리를 맡고 있는 대리 음용환입니다.”


팀원들과 인사를 하는 이들을 보면서 정선배 충고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들과 직접 대면할 일이 없으니 서로 충돌할 일은 없다. 그러나 미소로 이들을 환영하는 고과장 표정은 오딘지 어색해 보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고과장이 염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차도한의 표정에 익숙해져서인지 처음보다는 마주하기가 한결 편하다.


“도한씨. 이건 나 혼자 해도 되니까 먼저 퇴근해요.”

“아닙니다. 선배님하고 같이 퇴근하겠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끔 회사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 잦아졌고 어느 새 서로의 집안에 대한 얘기까지 나눌 수 있게 됐다. 정선배 말대로 그는 로열패미리로써의 철저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청육 창설멤버였던 조부의 성실함까지 모두 물려받은 것 같다. 그런데 그에게 뜻밖의 사연이 있다.


“사실 저희 부모님은 이혼하셨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어머니하고 할아버지하고 살았죠.”

“아이고, 저런. 힘들었겠네.”

“그때 전 너무 어려서 힘든 것도 몰랐어요.”

“그런데 할아버지하고 살았다고?”

“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신 것을 알고 할아버지께서 아버지를 쫓아내셨대요.”


그의 얼굴에 드리워 있던 그림자의 비밀이 이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게 놀랍다. 이제 만난 지 한 달도 조금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한편으론 놀랍고 한편으론 그만큼 신뢰해준 게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아버님 말입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사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좀 놀랐어. 한편으론 바보 같기도 했고.”

“전 선배님이 부러운데요?”


아버지를 향한 부러움을 웃음으로 감춘 그와 마지막 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와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가던 중 문득 지나간 시간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바로 ‘미래’의 견적서다. 얘기한 지 보름이나 지났는데 손팀장은 물론 부팀장인 고과장도 아무 얘기가 없다.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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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2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 27. D-Day 19.12.16 454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4 12 9쪽
24 24. 재벌가 19.12.09 473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8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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